365 어드벤쳐: 더 던전
안녕하세요.
오래간만에 글 올립니다. 보드게임작가 이주화입니다.
제가 작년 말에 독립 제작해서 판매했던 게임 '던전 365'에 대한 스토리입니다.
'던전 365'는 1인용 게임이며, 플레이타임은 365일입니다. 그리고 게임은 탁상달력으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작년 말 인디게임마켓과 도쿄게임마켓에서 판매했었습니다.
구매해주셨던 많은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던전 365'의 뿌리는 10년 전에 떠올렸던 아이디어에서 부터 시작합니다.
매일 한 장씩 뜯으며 365일 동안 혼자서 플레이 하는 던전 크롤링 게임을 떠올렸었습니다.
총 365매의 메모지같은 형태의 게임입니다.
TRPG에는 관심이 많았지만 I 성향인 저에게는 남들 앞에서 롤플레잉을 하는 것이 쉽지 않더군요.
그래서 혼자서 오랫동안 즐기는 판타지게임을 만들자는 컨셉이었습니다.
저는 10년 전에 이 던전 365의 샘플을 가지고 해외 업체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독일 에센에 가게 되었습니다.
유럽의 모업체에서 저의 게임을 마음에 들어했고, 계약을 맺게되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정말 큰 기쁨이었습니다.
그러나 방대한 양의 일러스트를 제작해야하고 방대한 양의 스토리 등을 수정하며 제작기간이 연기되었고,
여러가지 어른들의 사정으로 본 프로젝트는 무산되고 말았습니다. ㅠㅠ
그렇게 몇년이 지나고 김건희 작가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저의 던전 365에 대해서 흥미를 가져 주셨고,
저와 김건희 작가님은 협업으로 '던전 365'를 만들어 온라인 상으로 게임을 연재하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제가 직접 그림을 그리고 김건희 작가님이 게임과 스토리를 편집을 하며 인스타그램으로 게임을 연재하였습니다.
그렇게 240일동안 연재를 하다가 서로 바쁜 일이 생기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연재가 중단되었습니다.
그렇게 또 몇년이 지나 총 10년이 흘렀습니다.
작년 하반기, 매년 이맘 때와 같이 올해 도쿄게임마켓에 참가를 위한 게임 아이디어를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아이디어 발상 방법은 항상 게임 밖에서 소재를 찾는 것입니다. 버스를 타고 가면서 창 밖에 보이는 풍경들을 보며,
또는 방 안에 보이는 사물들을 보며 보이는 모든 것들을 어떻게 활용해볼까 고민합니다.
집에서 이런 저런 망상을 하며 아이디어를 고민하는 중 식탁에 있는 탁상용 달력을 보았습니다.
'보드게임의 보드처럼 칸이 많네, 그리고 숫자들도 있네...'
'보드게임으로 활용해 보면 좋겠다...'
'1년 동안 게임을 해야하나....'
'앗! 그렇다면? 던전 365?'
10년이 지난 지금도 완결하지 못했던 '던전 365'가 떠올랐습니다.
1년동안 혼자하는 게임, 너무나도 비슷한 성격의 게임이었던 것입니다.
제작하기 너무나 어려웠던 게임이 '탁상달력'과 결합하니 아주 명쾌하고 깔끔한 게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렇게 탁상달력으로 만들어진 '던전 365'는 2024년 가을 일본의 도쿄게임마켓과 한국의 인디게임마켓에서 많은 분들의 관심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던전 365'를 해외 퍼블리셔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독일 에센으로 향하였습니다.
저와 김기웅작가님이 만든 '웨일 스트리트'와 '던전 365'를 보여주기 위한 해외 퍼블리셔들과의 미팅들이 이어졌습니다.
탁상달력 + 게임이라는 완전 새로운 컨셉의 게임 앞에 해외 퍼블리셔들의 반응은 각양각색이었습니다.
처음 간단한 소개를 듣고 신선한 컨셉에 웃으며 흥미를 보이다가도, 이 것을 어떻게 만들어 어떻게 팔아야하는가 깊은 고민에 빠지는 모습이었습니다.
그렇게 미팅이 이어지던 중 프랑스의 SWAF와 미팅에서 아주 큰 호평을 얻었습니다. 그 곳의 대표님께서 그 자리에서 바로 계약을 제안하셨습니다. "프랑스에는 연말에 달력을 선물하는 문화가 있다. 이 것은 아주 좋은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것이다."
이 게임은 작년 연말에 계약을 진행하고 그렇게 일사천리로 제작이 진행되었습니다.
게임은 기존의 '던전 365'에서 많이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우선 게임 타이틀이 '365 어드벤쳐: 더 던전' 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 변화는 매월 규칙이 추가 된다는 것입니다. 각 월말이 되어 캘린더의 새로운 페이지를 넘기면 새로운 규칙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펜데믹레거시의 실시간 버전이라고 해야할까요? ㅎ)
이 것이 새로운 '던전 365', '365 Adventures'입니다. 역시나 크리스마스 선물이 컨셉인 것이 확실합니다. ㅎ
타이틀을 보면 흥미로운 점은 메인 타이틀이 '365 Adventures' 이며 'the Dungeon'이라는 서브타이틀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 '365 Adventures: the Dungeon'을 시작으로 '365 Adventures'의 세계관은 확장 될 예정입니다.
출판사 SWAF의 홈페이지를 보면 내년 2026년의 버전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https://365.sorryweare.fr/en/)
그리고 이미 2027년까지 계획중에 있습니다.
2025년 말에 발매 되는 2026년 버전에는 기존의 던전버전에서 크툴루 버전이 추가 됩니다.
저는 이미 8월 말에 2026년 던전버전 시즌2의 규칙을 만들어 출판사에 전달했으며, 출판사와 조율하며 규칙을 편집중입니다.
지난 10월초 독일 에센에서 영문판이 판매 되었습니다.
SWAF의 모든 스텝들이 제가 만든 게임의 티셔츠를 입고 활동하고 계신 모습들을 보니 감동이었습니다. ㅠㅠ
여기까지가 '던전365'의 최종결과물이 나오는데 10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지금도 힘들게 보드게임을 만들고 계신 작가님들에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미완성 된 아이디어들이라도 계속 쌓아놓다보면 언젠가 새로운 아이디어와의 결합으로 완성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년에는 '365 어드벤처'의 한국어판이 발매될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해 한국 보드게임작가분들에게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