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 안와서 끄적여 본 어느 귀찮은 언더월드 복귀유저의 경험담
안녕하세요. 귀찮은 언더월드 유저 곰맨입니다. 언더월드를 팔았다가 다시 복귀해서 재밌게 즐기고 있는 터에, 언더월드 유저들도 들어나고, 최근 언더월드 입문글 개정판도 올라왔는데, 뭔가 경험담 비슷한 걸 올리면 입문 고려중이거나 관심 있는 분들께 조금은 도움이 되지 않을까싶어서 끄적여 봅니다.
성질 급하신 분들도 계실테니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리파, 구울, 벤시 중 하나 사라.’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싱겁죠? 그럼 갑니다.
-언더월드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보드 게임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미니어처 게임들에 관심이 가게 되더군요. 워해머는 이미 이쪽 바닥에서는 가장 유명한 게임이지만, 미니어처 게임에 들어가는 비용, 시간, 피, 땀, 눈물 등을 익히 알고 있어서 쉽사리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언더월드를 사게 된 이유는?
작년인가, 메피스톤님의 언더월드 가이드 글을 읽고 ‘우선 비용이 얼마 안들 것 같으니 이걸 갖고 놀다가 천천히 워해머라는 게임을 알아가보자’라는 생각에 2판 나이트볼트와 1판에서 가장 생김새가 마음에 들었던 드워프와 쥐돌이 친구들을 구매했습니다.
솔직히 구매전에는 최약체중 하나인 걸 몰랐던 드워프놈들
-단점부터 부각되다.
언더월드에서 가장 중요하고 재미있는 부분이 덱만들기인데, 여기에는 큰 단점이 있었습니다. 당시1,2시즌 합쳐서 열개가 훨씬 넘는 수의 워밴드가 있었는데, 내가 원하는 카드들이 각 워밴드 확장 한팩에 한 장 내지 두 장씩 들어있다는 것. 내가 좋아하는 워밴드를 사도 그걸로는 게임에 이기는게 상대적으로 어렵기때문에, 결국엔 그 카드 한 두장 때문에 25000원정도 하는 확장팩을 몇개씩 더 사고, 또 다른덱을 만들기 위해 추가 구매하는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게임즈워크샵(워해머 제작사, 이하 ‘지땁’)의 지갑털이수법을 파악했죠. 다행이도 전 매직돈개더링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코어 박스와 확장팩을 뜯자마자 감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 저는 워해머 본게임이라고 할 수 있는 판타지쪽 에이지 오브 지그마에서 사용할 군대도 하나 마련했습니다만 언더월드보다 비용이 적게 들었습니다. 기존에 미니어처게임을 즐기던 분들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멋진 모델들도 사고 본게임보다 짧은 시간으로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으로 다가왔을지는 모르나, 미니어처 게임에 대해 무지한 저에게 있어서는 부담으로 다가왔고, 워해머라는 게임의 장벽을 낮췄다는 지땁의 정책에 동의할 수는 없었죠.
그러니까 이 카드 한 장 때문에 최약체 워밴드를 울며 겨자먹기로 사야된다는 게 맘에 안든다고
-후회의 탑
덱메이킹에 대한 부담과 간단하게 조차 돌리기에 부족하게 만든 게임에 대한 실망감 때문에 같이 게임을 돌리는 파트너마저 등을 돌리게 되고, 결국엔 알음알음 모았던 녀석들을 처분합니다. 물론 지금은 땅을 치고 후회중ㅋ
25200원 주고 샀었는데...
-그리고 복귀
그리고 대망의 3시즌, 단일덱(확장박스 하나)으로 충분히 강하고 즐길수 있다는 평이 들려오면서, 한 번 속는셈치고 3시즌 확장친구들을 덜컥 구하고 조립하면서 카드를 한 번 훑어보는데, 확실히 그랬습니다. 28800원(3시즌에서 가격인상이 있었습니다.)짜리 팩 하나로 어줍잖은 덱들을 압도할 수 있겠더라구요. 지땁이 미쳤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속 이러면 지갑털이 못 할텐데 말이죠. 작년말에 열렸던 단일덱 토너먼트에서 3시즌 친구들이 엄청난 파워를 보여주는 걸 보면서, 이제는 좀 내가 원했던 그 게임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3시즌 단일덱 최강이라고 평가받는 늑대고블린 친구들. 입문, 재입문용으로 적극 추천합니다.
-메인 게임이 되다.
지금은 파트너와 함께 서로 단일덱으로 치고받고 있습니다. 보통 주말에 EPL 축구 경기를 보면서 하는데, 전반, 하프타임, 후반까지면 3판2선승할 시간이 딱 됩니다. 이제 서로 상대의 덱을 파악했기 때문에 회차를 거듭할수록 운영과 심리전의 묘미가 더해져서 한층 박진감이 넘치는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물론 주사위는 나를 항상 배신하지.).속는셈치고 같이 해준 파트너도 자연스럽게 다른 워밴드에 관심을 갖게 되더라구요. 아주 바람직한 현상이 아닐 수 없죠. 그리고 제가 기대했던 모습이기도 하구요. 참고로 언더월드는 3-4인 공식 다인플 및 6인까지 가능한 하우스룰도 있는데, 1대1과는 완전 다른, 권모술수와 협잡이 판을 치는 게임으로 탈바꿈합니다. 이게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게다가 확장룰로 봐도 괜찮을 용샤님의 다인전, 팀전 및 레이드 규칙도 있습니다. 뽕 뽑죠.
곧 출시되는 브루트 오크 친구들, 아 이건 살 수 밖에 없겠다.
-마치며
이렇게해서 애증의 게임이 현재 메인게임으로 등극하면서 다른 게임은 손대지 않는 상황까지 와버렸습니다. 혹시 언더월드를 초창기에 하셨다가 저와 비슷한 이유로 등을 돌리신 분들이 있다면, 한 번 정도 기회를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겁니다. 그만큼 계속 발전하고 있는 재미있는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그나저나 글 올리는게 너무 힘드네요. 항상 좋은 글 올려주시는 분들 대단하십니다. 귀하들을 리스펙트합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 전합니다. 그럼 안녀엉~
이라고 할 줄 알았나요? 원래 가장 중요한 부분은 마지막인 겁니다.
부록. 언더월드 입문시 궁금한 것들. 실제로 제가 궁금했던 점을 현 시점의 제가 답변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비용은 어느정도 드나요?
코어박스 64800원 - 워밴드 2개와 게임에
필요한 주사위, 토큰, 보드가 들어있습니다. 만약 모임에 안가시고 지인과 둘이서 즐긴다면 필수로 구매하셔야 됩니다.
최소비용 28800원 - 확장 워밴드 한 개. 워밴드 모델과 전용카드, 공용카드가 들어있습니다. 대강 조립하셔서 모임에 나오시면 곧장 플레이 가능합니다. 룰 모르는 상태에서 덜컥 사버렸지모얌? 경험자들은 당신에게 룰을 알려주면서 쾌락을 느낍니다. 이것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선택구매 기프트팩 32400원 - 1시즌 카드들 중 일부를 다시 사용할 수 있게 부활시켜주고, 개인용 판때기와 토큰들이 들어있습니다. 이건 남한테 선물 받으면 좋음.
-3시즌 워밴드들이 그렇게 좋아요?
다음은 최근에 올라온 워밴드 티어표입니다. 1티어중 2개, 2티어중 1개가 3시즌 친구들입니다. 이건 개인이 만들 수 있는거라 각각 다르긴하지만
거의 모든 표에서 3시즌 친구들중 구울, 벤시, 늑대고블린 친구들은 S,A에 분포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이 친구들은 별도의 덱메이킹이 필요없을 정도입니다.
-도색은 필수인가요? 똥손인데...
절대 아닙니다. 저도 도색 안하다가 몇개월 지나고 스프레이 정도만 뿌리고 하다가, 이제 간신히 무기만 칠하는 정도인걸요. 아무도 뭐라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도색에 관심을 보이는 순간 지갑 좀 털릴 각오는 하셔야됩니다. 대신 요즘 물감이 정말 좋아서 대충 칠해도 그럴듯하게 나옵니다. 이건 제가 보증해요.
제 거의 모든 모델은 이정도에서 도색이 끝나있습니다.
이것이 저의 도색력의 최대치입니다. 원래는 무기 날붙이정도만 칠하는데, 시간이 남아서 여유 좀 부려봤습니다 훗
-하다보니 다른 카드도 스까서 쓰고 싶은데, 자금이 여의치 않아여...ㅜㅜ
한글화 자료를 살짝 편집해서 프린트해서 쓰세요. 저는 프록시를 적극 권장합니다. 프록시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되려 적극적으로 덱메이킹을 하는 귀하를 리스펙트.
-우선 맛만이라도 보고싶은데, 홀몸으로 모임 가도 될까요?
지역과 시간만 맞는다면 풀팩션 보유자들이 환영해드릴겁니다. 미리 하고 싶은 친구들이 뭔지 얘기해주세요. 대신 남의 모델을 소중히 다뤄주시는 매너는 있어야겠죠?
-친구랑 입문하고 싶은데, 같이 가도 될까요?
손잡고 오세요~
-결론적으로 워해머 언더월드는 어떤 게임인가요?
워해머 언더월드는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오늘도 내일도 언더월드 하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