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아레나 협력 게임 소개 (2) - 트랭퀼리티
이번에 소개할 게임은 2020년에 나온 협동 게임인 트랭퀼리티입니다.
'Tranquility'라는 단어의 의미는 고요, 평온이라는 뜻인데,
게임 컨셉은 '트랭퀼리티'라는 이름이 붙은 배를 타고 험한 바다를 건너 낙원이 있는 수평선 너머로 향하는 과정을 담고 있다고 하네요.
아기자기한 소품이나 카드 일러스트가 참 분위기를 잘 살리는 것 같습니다.
게임에서 사용하는 카드는 1부터 80까지의 숫자 카드 1장씩과, 플레이어 수만큼의 시작 카드, 그리고 종료 카드 5장입니다.
사용하는 카드를 모두 섞은 뒤 사람 수에 맞게 카드 더미를 나눠서 각자 따로 쓰게 됩니다.
여기서 숫자 카드와 종료 카드만을 먼저 섞고 나서 카드 더미를 나누고, 시작 카드는 따로 빼둔 뒤에 플레이어마다 시작 카드가 1장씩 들어가게 각각 섞어넣습니다.
규칙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먼저 8x8 그리드에 이런 모양으로 카드 세팅을 하고, 표시된 빈 칸에 카드를 놓게 되죠.
가운데의 6x6 칸은 숫자 카드를, 왼쪽 아래 및 오른쪽 위의 빈 칸은 각각 시작 카드와 종료 카드를 놓는 자리입니다.
게임이 시작되면 모든 플레이어는 숫자 카드를 1장 골라 규칙에 맞게 원하는 곳에 놓을 수도 있고,
놓고 싶은 카드가 없거나 카드를 놓을 수 없는 상황이면 손에서 카드 2장을 뒷면으로 버릴 수도 있습니다.
숫자 카드를 놓을 때는 2가지 규칙이 있는데, 먼저 카드는 무조건 오름차순으로 놓아야 합니다.
그러니까, 시작 카드를 놓는 자리에 가까운 왼쪽 아래보다 종료 카드를 놓는 자리에 가까운 오른쪽 위로 갈수록 숫자가 커져야 된다는 뜻입니다.
위의 이미지를 보시면 75 카드를 놓으려고 하는데 45 왼쪽에 놓을 수 없는 게 보이실 겁니다. 75는 45보다 더 큰 숫자니까 45의 왼쪽에는 놓을 수 없겠죠.
그리고 2번째 규칙은...
카드를 놓고 싶은 자리 양 옆에 다른 카드가 없는 곳이라면 그냥 손에서 카드를 놓기만 하면 됩니다.
그렇지만 놓고 싶은 자리 옆에 다른 카드가 이미 있다면 그 카드의 숫자와 놓으려는 카드의 숫자 차이만큼 손에서 카드를 뒷면으로 버려야 합니다.
혹시 양옆에 모두 카드가 있다면 차이가 더 큰 쪽으로 계산합니다.
위의 그림처럼 76의 바로 옆 왼쪽에 75를 놓게 된다면 서로 1 차이가 나기 때문에 카드를 놓은 뒤 1장을 버려야겠죠.
손의 카드를 버린 뒤에는 5장이 되도록 새로 뽑습니다.
참고로, 손의 카드는 놓으려는 카드를 포함해 5장뿐이기 때문에 5 이상 차이가 날 경우 옆에 카드를 놓을 수 없습니다.
게임이 진행되다보면 수평선에 태양이 뜬 배경에 '시작'이라고 적혀있는 '시작 카드'를 뽑게 될텐데요,
아직 시작 카드가 나오지 않았다면 왼쪽 아래에 시작 카드를 무조건 내야 합니다.
시작 카드가 나오면 즉시 모든 플레이어가 손에서 합계 8장의 카드를 뒷면으로 버려야 되는데,
아까부터 계속 카드를 '뒷면으로 버린다'고 언급한 점에서 유추하신 분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트랭퀼리티에서는 기본적으로 상의가 금지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시작 카드를 내고 카드를 8장 버려야 할 때가 유일하게 플레이어끼리 의사소통이 가능한 시점입니다.
8장을 누가 어떻게 버릴지는 플레이어끼리 알아서 결정합니다. 서로 균등하게 버리든 한명이 더 많이 버리든 상관없습니다.
8장 버리기가 끝나면 각자 5장이 되도록 손의 카드를 다시 보충합니다. 아마 버린 8장과 낸 시작 카드까지 포함해서 총 9장을 뽑게 되겠죠.
다만 손에 들 수 있는 카드 수의 합계가 10장인 2인 게임의 경우 시작 카드가 나오면 각자 즉시 2장씩을 더 뽑은 뒤 카드를 버리게 되고, 솔로의 경우 8장을 더 뽑습니다.
물론 이 경우에도 카드를 다 버린 뒤 패가 5장이 되도록 보충하는 건 같으니, 뽑는 카드의 수는 9장이 아니라 좀 더 줄어듭니다.
이 상황에서는 손에 있는 카드 중 놓을 수 있는 카드가 아무것도 없으니까 2장을 뒷면으로 버린 뒤 차례를 넘겨야 합니다.
이렇게 카드를 계속 놓다 보면 중앙의 36칸이 모두 채워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었을 때 '종료'라고 적힌 종료 카드를 오른쪽 위에 내면 게임에서 승리합니다.
종료 카드는 손에 들고 있어도 빈 공간이 남아있다면 낼 수 없고, 가운데의 칸을 모두 규칙에 맞게 채워야만 낼 수 있습니다.
종료 카드를 내지 못한 채 한 사람이 카드 더미와 손의 카드가 모두 떨어져 자기 차례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면 패배합니다.
(손에 카드가 1장만 남았을 때에 카드를 낼 수 없어 2장 버려야 하는 상황이 와도 패배입니다)
규칙이 간단하면서도 머리를 쓸 요소가 군데군데에 있는 게임입니다. 시간도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아레나 기준으로 10분 내외?
인원수도 솔로부터 5인까지 지원하기 때문에 사람 수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적당히 돌리기 좋습니다.
이제 아래부터는 기본적인 전략과 난이도 상승용 추가 규칙에 대한 설명이 포함되어 있으니 직접 전략을 탐구하고 싶으신 분들은 스크롤을 내려주세요.
트랭퀼리티는 '숫자는 오름차순', '옆에 카드가 있으면 숫자 차이만큼 카드 버리기', '1명이라도 카드 더미와 손의 카드가 모두 떨어지면 패배'가 핵심입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숫자를 안정적으로 놓아 전원의 카드가 비슷한 속도로 소모되도록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게임 초반부의 모습입니다.
숫자가 사이에 구멍이 뚫린 줄무늬처럼 가운데의 세로줄 3개에만 듬성듬성 늘어놓아진게 보이실텐데요, 이건 카드를 놓을 때의 효율을 최대한 올리기 위해서입니다.
하나하나씩 옆으로 카드를 늘어놓으면 카드를 3장 놓을 때 2번 버려야 하지만, 양 옆의 칸에 카드를 놓은 뒤 가운데에 카드를 끼우면 카드를 1번만 버리면 되니까요.
숫자를 이런 식으로 빈 칸에 놓을 때는 일종의 기준을 세울 수 있습니다.
1부터 80까지의 숫자를 36칸에 놓아야 하므로, 칸마다의 숫자 차이는 평균적으로 80 / 36 = 2.22,
6칸으로 구성되는 한 줄에는 대략 80 / 6 = 13.33장의 카드 중 6장이 들어가는 셈입니다.
그걸 계산해서 오른쪽 세로줄을 아래부터 순서대로 13/26/40/53/66/80으로 잡으면 대략 어느 숫자를 어느 즈음에 놓는게 안정적인지 파악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서로 30 - ○ - 32 처럼 2 차이가 나는 숫자를 1칸 떼고 놓는 건 보통은 좋지 않은데,
왜냐면 다른 플레이어가 뭘 버렸는지 알 수 없기도 하고, 혹시 그 자리에 들어갈 숫자가 카드 더미 아래쪽에 있다면 막판에 카드를 놓기 매우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반적으로는 최소 3 이상, 상황에 따라서는 6 이상까지도 서로 차이가 나도록 가운데 칸을 비워두게 됩니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일반론이고, 손의 카드가 잘 들어맞아서 바로 가운데 공간을 메울 수 있다거나, 딱히 낼 게 없다거나 할 때는 달리 대응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카드를 낼 때는 자기만 낼 수 있거나 그럴 가능성이 높은 카드부터 우선적으로 내야 다른 사람의 차례를 낭비하지 않을 확률이 올라갑니다.
가령 위의 예시에서 자기가 31을 들고 있다면 그거부터 내는 게 좋겠죠.
혹시 다른 중요한 카드랑 겹쳐서 31과 그 카드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 올 수도 있으므로...
덤으로, 종료 카드의 경우 모두 5장밖에 없기 때문에 인원수가 늘수록 관리를 신중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혹시 위의 게임 설명할 때에는 보이지 않던 각각 왼쪽 세로줄과 손에 있는 특이한 카드를 눈치채셨나요?
트랭퀼리티에서는 여러 카드를 추가하거나 빼서 난이도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가장 쉽게 난이도를 올리는 방법은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섞는 숫자 카드 80장 중에서 일부를 무작위로 빼두는 겁니다.
(룰북에서는 4장부터 시작해서 2장씩 늘리다가 최고 난이도는 12장까지 빼도록 되어있습니다)
그러면 카드가 떨어지는 속도도 빨라지고, 어떤 카드가 빠졌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카드를 놓을 때의 위험도 커집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너무 운빨에 맡기는 경향이 강하다 생각해서 이 변형룰은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왼쪽 줄에 있는 카드는 암초(Jagged Rocks)인데, 암초가 놓인 가로줄에는 카드를 놓을 수 없고, 암초는 차례마다 카드를 뽑기 직전에 다른 가로줄로 이동합니다.
위의 이미지에서 한 가로줄에만 카드를 못 놓게 표시된 건 그 줄에 암초가 있기 때문입니다.
가로줄이 채워지면 더 이상 그 줄에는 암초를 놓을 수 없게 되고, 가로줄 4개를 모두 채우면 암초를 버려서 기본 게임처럼 진행합니다.
암초는 자기 차례가 끝나기 직전에 옮기므로,
다음 자기 차례에 카드를 놓고 싶은 줄에 암초를 놓아서 다른 플레이어가 자기 차례 직전에 그 줄에 암초를 옮기지 못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른 규칙으로는 커다란 오징어 다리들이 그려진 크라켄처럼 보이는 '바다 괴물'(Sea Monster)이 있습니다.
이 카드는 섬 카드와 종료 카드를 섞을 때 함께 섞어넣지만, 일단 뽑히면 일반적인 방법으로 버릴 수 없습니다.
그러니까 다른 카드 옆에 카드를 낼 때나 카드를 2장 버리고 차례를 넘길 때, 또는 시작 카드를 내서 손의 8장 버려야 할 때 바다 괴물을 버릴 수는 없습니다.
이 카드를 처리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미 중앙의 36칸에 놓인 카드 중 하나를 '파괴'해서 바다 괴물과 그 카드를 같이 버리는 겁니다.
이렇게 바다 괴물을 놓는 건 특수 행동이 아니라 자기 차례에 카드를 놓는 것과 동일하게 처리하여 바다 괴물을 놓은 뒤에는 차례가 다음 사람으로 넘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카드 더미에 바다 괴물이 잠들어있을 때는 상관없지만 처리하지 못한 바다 괴물이 손에 남은 채로는 가운데 칸을 다 채워도 종료 카드를 놓을 수 없습니다.
이 경우 종료 카드를 놓으려는 사람이 나올 때 바다 괴물이 있는 사람은 바다 괴물을 공개한 뒤 게임을 계속 진행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카드는 뽑히면 버리지도 못하고 손만 차지하면서 게임을 질질 끄는 짐이 되기 일쑤라서 가능한 한 빨리 처리하는 게 좋습니다.
그래서 이 카드를 손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 하면...
초반부에 뽑히면 이미 놓인 카드 중 버려도 안전해 보이는 카드 하나를 집어서 함께 버리면 되지만, 후반부에는 남은 카드도 많지 않으니 조금 애매해집니다.
위의 경우에는 해결이 쉬운 케이스인데,
손에 31 카드가 있고 중앙에 32 카드가 이미 깔려있으므로 32 옆의 29 카드를 파괴하면 그 자리에 바로 31을 놓아서 최소한의 피해로 바다 괴물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바다 괴물을 자력으로 처리할 수 없는 경우에는 적절한 조건이 맞는 카드가 나오길 기다리거나,
바다 괴물이 두세장씩 있거나 게임이 극후반에 달해서 여유가 없을 경우 숫자에 여유가 있다고 판단되는 카드 사이를 파괴하는 게 그나마 낫습니다.
바다 괴물은 기본적으로 3장, 난이도를 더 올리려면 4장이나 5장까지 넣을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뽑히면 독특한 효과를 적용하는 폭풍 카드나 폭풍을 가라앉히는 나침반 카드, 난이도를 내리는 와일드 카드,
기본 게임과는 다른 피라미드나 아치형 배치 등 다양한 변형룰이 존재합니다.
다만 아레나에는 섬 카드 무작위 제거, 암초, 바다 괴물만 실장되어 있어서 이런 규칙들을 써서 즐기고 싶으면 실물을 사서 해야겠네요.
트랭퀼리티는 기본 게임 난이도는 낮은 편이지만 다양한 규칙을 추가해서 난이도를 조금씩 높일 수 있는 게임입니다.
하나비처럼 서로의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상의할 수도 없는 게임이다보니 인원수가 많을수록 난이도가 올라가긴 하지만,
기본 난이도가 적절하다보니 그리 큰 문제는 아닙니다.
솔로 게임으로서도 2020년 BGG 순위권에 든 좋은 게임이라 관심 가신다면 꼭 한번 해봤으면 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