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학년에서 있었던 여러 보드게임 이야기들

차나한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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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30 오전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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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에는 6학년을 맡고 있습니다

이번 아이들은 제가 지쳐서 게임을 많이 못해줬더니

게임 보급이 좀 느린편입니다

게임을 많이 구비해놔도 알아서 하진 않습니다

모르는 게임을 룰북 찾아가면서 읽고 알아서 플레이하는 것은

아이가 아니라 어른들이라도 대단히 힘든일이지요 ㅋ

같이 해주면서 재밌는 게임들을 규칙을 설명해주어야 나중에 알아서 게임을 돌리는데

담임이 체력이 딸려서 안타까운 일이지요....

그래도 이번 학년은 특이한 사항으로

옆반 선생님들이 보드게임에 관심이 있는 편입니다

몇가지 기억나는 보드게임 관련 일화들이 있기에 적당히 썰만 풀어봅니다 ㅎㅎ

1. 러브레터 보급 썰(상)

학년 연수실에서 러브레터 플텍을 오랜만에 갈아주고 있었습니다

작년에 1년 내내 해서 아주 너덜너덜해졌더군요

다른 샘들이 웬일로 관심을 가집니다

"그거 무슨 게임이에요?"

"아... 러브레터라는 게임이에요"

"그렇지 않아도 학급운영비로 보드게임 사려는데 할만해요?"

"이건 갓겜이죠. 이 게임으로만 쉬는시간에 3판이나 할수 있고요.

잘 질리지도 않아서 작년에는 한학기 내내 했죠"

"이야 이건 그림이 참 맘에 든다"

"네 이게 일본 원작 게임인데 최초 디자인 버전이에요 ㅋ(카나이 팩토리에디션)"

"재밌어요???"

"한판 해보시죠 알려드릴게요"

옆에 있던 샘들까지 예상치 못하게 러브레터 4인플을 하게됐습니다

작년에는 아무도 관심을 안가져줬는데 감동이네요 ㅋ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더니 금방 습득하시더군요 ㅋㅋㅋㅋㅋ

병사로 지목하고, 공주 나올때 표정관리도 하고 반응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뭐 본인들은 게임에 큰 매력을 못느끼신거같긴했습니다만 ㅋㅋ

"이야~~ 이거 꽤 할만한데 애들이 좋아하겠어. 얼마야"

"만원 좀 넘죠"

"이거 카드가 몇장 안되는데 왜이리 비싸나???"

"아.... 그렇긴한데 만드는게 생각보다 귀찮거든요 ㅋㅋ 그냥 사는게 낫죠"

"세벌 정도 사면 되나??? 애들 많이 하려고할거같은데"

"전 두벌만 갖고 있는데요 많이 가질 필요는 없는거같아요"

"일단 그럼 두개만 사볼까? 어디서 팔어?"

"아... 그게 사실 매진입니다 재고가 안들어온지 몇달됐어요"

"아무데도 안팔아????"

"네ㅋ"

"지금 우릴 갖고 논거야???ㅡ.ㅡㅋㅋㅋ"

"하핫ㅋ 그래도 이거 신판으로 해서 조만간 다시 낸다고했어요"

"그런데 신판으로 나오면 그림이 바뀌지않나? 이거 그림이 마음에 드는데"

"네.... 그림이 바뀌죠...."

(20여일 뒤)

관심을 보이던 여샘이 연수실에서 뭘 꺼내더군요

러브레터.... "일본판"이었습니다

(구글 출처)

들어보니 일본옥션에서 해구하셨더군요..... 그것도 두개나 ㄷㄷㄷㄷ

일본판이긴하지만 이번에 카나이 디자인으로 새로나온거같은데

아주 만족스럽더군요

카드도 두꺼워서 고급 느낌이 나고, 무엇보다 한팩에 두세트가 들어있었습니다

직업도 추가됐고 이거 한글판으로 나오면 진짜 탐날거같더군요

보드게임 소개를 했더니 해구해오는 분이라 매우 반가웠습니다

그래서 제손으로 직접 플텍도 해드리고 윗박스 포장도 해드렸습니다ㅋ

현재는 그 반에서 아이들이 즐기고있지 않을까 합니다

2. 러브레터 보급 썰(하)

올해는 동아리를 보드게임부로 맡았습니다

초등학교의 동아리는 사실 큰 건덕지는 없습니다

뭐랄까 어느정도는 의무적으로 각 반별로 피구부, 영화감상부, 미술부 이런식으로 파트를 맡아

아이들을 받아서 하는것인데 1년에도 그리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보드게임부는 특히나 맡는 선생님들이 보드게임에 관심이 별로 없는 경우가 많아서

아이들에게 놀것들 가져와서 하게하기도 했습니다

저도 신규 교사일때는 멋도 모르고 이렇게 했는데 돌이켜보니 아쉬운 운영이더군요

일단 이렇게 하면 보드게임은 젠가 로보77 할리갈리 정도다 라는 것처럼

아이들이 진정한 세계에 대해서 모르고 넘어가기가 쉽죠

그래서 나름대로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이 보드게임의 인식을 바꿀 "기준" 게임의 보급이었습니다

"러브레터"였죠

학년 각반에서 모인 아이들이 모두 앉았습니다

"여러분은 각반에서 보드게임에 어느정도 관심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티볼, 영화감상 같은 것을 마다하고 여길 골랐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지금까지 보드게임부 동아리라고 한다면 적당히 게임하면서 놀고가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보드게임은 생각보다 그렇게 좁은 세계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올해는 내가 보드게임부를 맡았다.

그리고 나는 보드게임부에서 애들에게 대충 알아서하라고하고

의자에 앉아서 쉬는 사람도 아니고 게임에 환장한 사람이다.

그래서 여러분들에게 로보77 할리갈리 이상으로 알려줄수 있다.

이번 보드게임부에서는 아주 다양한 게임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진정한 보드게임의 넓은 세계를 경험했으면 좋겠다. 최대한 다양한 게임들을 즐길수있게 지원해주겠다."

세계에 보드게임이 (최소) 9만개가 있다는 말을 해주니

200개 정도 있지 않을까 하던 아이들이 엄청 놀라더군요

"선생님 그런데 오늘은 게임 안해요??"

"오늘은 러브레터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러브레터가 뭐에요?"

26명의 아이들에게 룰설명을 했구요~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건 처음이었네요 ㅋ

아이들은 처음이었겠지만 생각보다 규칙 설명을 잘들어주더군요

그리고 바로 게임 시작!

하하하하하하하 웃음소리가 끊이지않고

교실이 아주 시끄러웠습니다

그야말로 대박이었죠 초대박.

15분 정도 플레이하고 아쉽지만 그만.

바로 러브레터 제작에 들어갔습니다

교실에 가서 계속 플레이해야 보급이 되니까요

보드게임 제작용 6590 용지와 플텍을 미리 사놨구요.....(돈이 몇만원 깨지는 안타까운...ㅠ.ㅠ)

나름 열심히 만들더군요

완성작입니다

허접해보이죠? ㅋㅋ

저는 이걸로 얼마나 플레이할까 싶더군요

아무리 그래도 퀄리티가.. 흠

며칠뒤에 다른반 샘에게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애들이 아주 열심히 플레이하고 있다

자기가 만든 거에 굉장히 애착이 많은것 같다"

"러브레터 아주 좋은 게임인것 같다. 주변 친구들 불러서 쉬는시간에 자주한다"

음 이정도면 흡족한 보급인것 같습니다

참고로 보드게임부에서 스플렌더도 플레이하더니 아이들이

많이들 구입했더군요

3. 보드게이머의 피를 가진 학생

이야기에 앞서 IQ 테스트를 먼저 꺼내야겠습니다

제가 있는 학교에서 6학년을 대상으로 IQ 테스트를 얼마전에 했습니다

예전에 하던 방식대로 IQ 수치가 그대로 나오고요

각 분야별로 상위 몇 %인지도 나옵니다

물론 아이들은 IQ 수치를 알수없습니다.

예전부터 제가 궁금해하던 사항이

"만약 교사인 내가 이걸로 친다면 과연 몇이 나올것인가?"

였습니다

사실 말도 안되는 유리한 조건이죠 ㅋㅋ

애들보다 세월도 더 살았고, 비슷한 유형의 문제를 풀어본적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더 궁금했습니다

저도 응시를 했습니다

말이 초딩들 테스트지....

생각보다 시간이 엄청 없더군요

그리고 얼마뒤에 결과표가 나왔습니다

IQ는 139에

종합 상위 99.5%가 나왔습니다

물론 당연한 결과겠지요

이건 마치 K리그 출신 축구선수가 유소년 축구대회에 출전한 격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6학년 중에

1등이 아니더군요

다른 반에 있는 어떤 아이가 141로 종합 1위로 결과표가 나오더군요

흠 어른인 교사가 학생에게 지다니....

녀석 참.... 이름을 보니 S모군이었습니다

그반 담임샘도 인정하시더군요

"얘는 진짜 영특한 아이라서 그럴수있다"

그리고 며칠 뒤 보드게임 동아리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고전 명작이라는 게임들은 아무리 유명해도 꼭 하는 스타일은 아닙니다만

"카탄"은 호기심이 있었습니다

하도 여기저기서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해봐야겠다 싶더군요 ㅋㅋ

교실에 있는 카탄 하나는 어떤 아이들에게 건내주고 슬쩍 돌고있는데

다른 팀의 아이들이 카탄을 세팅하고 있더군요

어떤 아이가 집에서 가져왔다고 하면서 게임 설명을 자기가 해주겠다고 합니다

허허~~ 초등학생의 게임설명이라니 정말 훈훈하구나!!하고

슬쩍 들어보았습니다

그리고....

귀가 정화되었습니다

설명이 완벽하더군요

일단 게임 설명 도입부부터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이 게임은 먼저 한마디로 이러이러해서 어떻게 하는 게임이야. 승리 조건은 이렇게 하면 달성하는데 그 과정에서

이런 저런 것을 하는 재미가 있어"

"자 예를 들어 여기서...."

이녀석.....대단하다

"설명은 이정도까지하고 게임을 하면서 중간중간에 설명해줄게"

오 이런;;

중간중간에 궁금한 부분을 물어보는데 아주 군더더기가 없었습니다

"그런 경우는 그렇게 해요. 보통은 이러이러한 선택을 하죠"

더군다나 대단히 친절하고 이해를 못하는 아이들에게 인내심있게 지속적으로

안내해줬습니다 수업 종료까지 그 팀은 카탄을 시행착오 없이 완료하더군요

카탄을 이해하고 플레이만해도 초등학생치고 충분한데

설명을 어른보다도 훌륭한 퀄리티로 할수있다...... 놀랍더군요

뭐하는 녀석인지 궁금하더군요

"너 이름이 뭐니?"

S모군이었습니다

그때 납득했습니다

이녀석은 영재였습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중에 이녀석의 담임선생님(이분이 바로 일옥에서 러브레터 해구하신 분입니다)

에게서 다른 이야기를 들을수있었습니다

"러브레터는 처음엔 재미있어했지만 나중에는 전혀 안한다고 했다. 게임이 단순해서

쉽게 질린다는 평이다."

"사기꾼 나방은 굉장히 재미있어했다. 머리를 쓰는 게임은 아니지만

게임을 하면서 사기를 치는 과정에서 흥미를 느낄수있다고 했다"

"샘이 패치워크를 추천해줬지 않느냐? 그걸 S군에게 얘기해줬더니 규칙을 굉장히 궁금해하더라

부모님을 졸라서 보드게임방에 갔고 규칙을 알아왔더라. 그리고 나와 한판하면서 게임을 설명해주고

아주 깔끔하게 이겨버렸다. 쩝 7X7도 스무스하게 완성해서 점수 받아가더라...."

(보드게임부에서 근처에 있는 보드게임방 위치를 알려준적이 있습니다)

제가 종합적으로 평가한 결과

이 녀석은 헤비 게이머의 피가 틀림엇이 흐르는거같습니다

어떻게하면 보드게임의 세계에 좀 더 발을 들이게 할수있을지 고민입니다

전 헤비한 게임들까지는 취향이 아닌데 궁리해봐야겠네요 ㅋㅋ

다른 것들도 몇개 더있는데 스압도 있고 경험하는대로 좀더 추가해서

다음에 또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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