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래스:버밍엄 / 데드 오브 윈터
일요일 휴일을 맞이해 오후 일찍 보드게임 모임을 가졌습니다
와이프의 부름에 다섯 시간 밖에(?) 게임 즐길 시간이 없었지만 그만큼 꽉 눌러 채운 재미가 있었습니다
(1) 데드 오브 윈터
저는 좀비물을 꽤 좋아하는 편입니다
<28일(주) 후> <새벽의 저주> <숀 오브 더 데드> <월드워Z> 등 세계적으로 유명한 좀비 영화들은 전부 챙겨보았고,
드라마 <워킹데드>도 넷플릭스 통해 시즌 7까지 정주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시즌은 크게 재미가 없어 시청 중단한 상태)
아! <데드셋>이라는 영국 좀비 드라마도 있는데, 그것도 꽤 재밌게 감상했습니다
데드 오브 윈터는 좀비물에서 흔히 보는 내러티브를 게임 시스템으로 적절하게 옮겨놓은 생존 게임입니다
개인의 이익을 챙기기 위해 동료들을 배신한다거나, 좀비에게 물린 것을 감추고 있다가 결국 자신도 좀비가 되어 동료들을 해치는 등
좀비 드라마, 영화에서 익히 보았던 사건들을 게임 적재적소에 시스템 중 하나로 잘 살려내고 있습니다
동료들을 배신하는 행위는 플레이어 중 한명을 배신자로 설정해 X맨 역할을 하게 하는 마피아게임의 시스템을 차용했고
같은 공간에서 한 사람이 좀비에게 물리면 나머지 사람들도 테스트를 받게 하는 건 협력 게임의 어떤 면을 꼭 닮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생존자들을 먹여 살리는 목표나 매 라운드 미션(잡동사니를 모아라, 약을 가져와라 등)들은 전략게임의 자원 관리 시스템의 향기가 나죠
여러 시스템을 아무렇게나 갖다 쓰지 않고 설정에 잘 어우러지게 짜깁기해놓아서 테마에 대한 몰입도가 높습니다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도전욕구를 자극하고 리플레이를 요구하게 되는 건 덤이고요
오늘은 게임의 여러 시나리오 중 하나인 '입이 너무 많다'를 선택해 플레이를 했습니다
제목처럼 생존자들을 먹여 살리는 데 초점을 맞춘 시나리오로, 지정된 라운드 수 동안 식량을 보충하며 버텨야만 승리합니다
초중반까지는 순조롭게 진행되던 이야기는 후반부에 대피기지에 한 데 모인 생존자 중 한명이 좀비에 물리게 되면서
대부분의 인원들이 주사위 굴림을 당하게 되었고, 여기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이 늘게 되면서 게임은 결국 패배했습니다
너무 허무하게 게임이 끝난 터라 한번 더 플레이하고 싶은 욕구가 강하게 와닿았습니다
(2) 브래스 : 버밍엄
저는 보드게임에 입문한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향하는 게임 장르는 전략형 유로 게임이고, 긱웨이트 3점 이상의 것들을 좋아합니다
향후 구입하고자 하는 게임들도 가이아 프로젝트, 리스보아, 칸반 같은 게임들인데요,
브래스 : 버밍엄이 저의 이런 희망사항에 발목을 잡네요
이 게임은 기본 규칙은 꽤 쉽습니다
카드를 버리고 몇가지 액션 중 하나를 택해 취하면 되는데요,
산업 타일을 건설하거나 연결로(수로/철로)를 짓거나 대출을 받거나 판매를 하거나 정보(와일드 카드)를 얻으면 됩니다
다른 행동들은 다 쉬운데 산업 타일이나 연결로를 짓는 과정, 판매(타일 뒤집기) 과정에서 잔룰이 적용이 됩니다
이 잔룰들이 다소 까다로워 게임이 중단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산업 타일을 지으려고 할 때 갑자기 잊고 있었던 잔룰이 떠오르며 '잠깐!'을 외치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말합니다 "각 지역에 빈 공간 중 단일 산업이 그려진 공간부터 먼저 지어야 해요, 그게 룰입니다"
그럼 사람들은 "아 그런거였어?" 라고 되물으며, 여태까지 자신의 머릿속에 세운 원대한 계획을 포기하게 됩니다
룰 마스터임에도 이런 세세한 부분을 먼저 챙기지 못하고 번번히 놓치게 되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 잔룰 덕분에 평균 난이도 또한 소폭 올라가는 게 아닌가 싶어요
그런 까다로움에도 불구하고 브래스 : 버밍엄은 재밌습니다
전략형 유로 게임 답게 자원 관리가 큰 줄기인 게임이지만, 이 게임은 단순히 자원만 관리하는 것이 아니고 '자원줄'도 관리해야 합니다
자원이 이동하는 곳을 어디로 트이게 하냐에 따라 승리와 패배의 기로가 왔다갔다 합니다
얼마 전에 플레이한 <오딘을 위하여>와 버금가는 재미였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버밍엄이 아주 쬐끔 더 재밌습니다)
딱 하나 이 게임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은 제품 퀄리티 입니다
철/석탄 큐브, 맥주통 큐브 컴포넌트는 준수한 편입니다만, 보드판과 타일은 내구도가 썩 좋지 못합니다
이 게임을 구입한 게 3주 전이었는데요, 박스 겉모서리에 굉장히 큰 흠집이 나 있어서 교환을 했습니다
그리고 교환을 받은 새제품은? 박스는 멀쩡했지만 습기를 먹었었는지 타일 겉면(표지)이 벗겨지더군요, 게임을 플레이하지 않았는데도요
타일이 엄마손 파이 같이 얇은 종이 여러장을 겹쳐서 만드는 것이라면, 제가 받은 타일은 그 겹치는 간격이 벌어져 조직감이 단단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풀로 붙여서 쓸까 했지만, 게임 시작도 못했는데 불량이 난 것이기에 찜찜하더라고요
그래서 지난주에 AS를 신청했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입니다
너무 마음에 드는 게임이라서 그런지 더욱 아껴주고 싶은 생각이 강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