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빌 레거시 후기입니다. (노스포)
지난 토요일 미니빌 레거시를 플레이하였습니다.
아직 보드라이프에 후기가 없는 것 같아서, 월요일 출근 후 루팡 활동을 미니빌 레거시 후기 작성으로 시작해 봅니다.
*** 간단 요약 ***
1. 플레이 인원 : 4명 (유로보드게이머 3명, 비보드게이머 1명), 추천 인원 4명(2, 3인 비추)
2. 플레이 시간 : 시나리오별 30분~50분, 총 10개 시나리오, 짬짬히 쉬는 시간 포함 약 7시간반 정도 소요(식사시간은 제외)
3. 게임 시스템 : 기본적으로 미니빌 본판과 동일 + 시나리오가 진행되면서 이외 시스템들이 추가됨
4. 게임 스토리 : 아주 유치하지만 아주 귀여움. 스토리나 테마에 대한 몰입은 기대할 부분이 없음. 그냥 아주 귀여운 동화를 읽는 느낌.
5. 전체적인 소감
- 미니빌 레거시의 핵심은 게임이 진행될수록 하나씩 하나씩 추가되는 시스템과 추가 요소들. 박스를 열 떄마다 추가되는 모듈들로 헉 귀엽다, 헉 신기하다, 헉 깜찍해! 이런 말을 하게 되면서, 10번의 미니빌을 매번 새롭운 느낌으로 할 수 있게 함.
- 게이머와 비게이머 모두 즐겁게 즐길 수 있는 라이트 레거시 게임
- 다만 주사위 운빨 자체에 대한 혐오감을 가진 수준이라면 즐거운 게임 진행이 어려울 것
- 주사위 극혐 성향 게이머만 아니라면, 경쟁심이 너무 심해 운빨로 지는 게 너무 억울한 게이머만 아니라면 누구에게도 추천할 수 있음
- 강력한 몇 가지 전략이 있다는 건 아쉬움. 건물 밸런스를 조금 더 세밀하게 조정했다면 충분히 더 밸런스 맞는 게임이 될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듦.
*** 아래는 그냥 일기이니 심심하신 분들만 읽으세요~!
일단 저는 레거시 게임이 처음이었습니다. 일전에 팬데믹 레거시 시즌 1과 2 모두 사놨다가 밀봉 중고로 판매한 이력이 있습니다. 배우자를 포함하여 친구들과 즐기고 싶었지만, 배우자와 하려니 베우자는 어려운 게임, 복잡한 게임, 그것도 십수 시간 계속해야 하는 게임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심했었고, 그렇다고 배우자 빼고 저 혼자 친구들과 레거시를 하려니 제가 너무 눈치가 보여서... 그냥 레거시는 내 팔자가 아니겠구나 하고 그냥 팔아버렸어요.
배우자는 스플렌더, 티켓투라이드, 카르카손 정도를 '가끔 해주는' 비보드게이머입니다. 일전에 퍼스트클래스를 한 번 가르쳐줬다가 대실패한 이후에 조금이라도 게이머 성향의 게임인 것 같으면 아예 같이하자는 말을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미니빌은 예전에 재미있게 했었거든요. 주사위를 굴리고, 건물을 사고, 건물을 활성화 하고. 물론 엔진을 어떻게 만드냐에 따라 이기고 질 가능성에 차이가 많이 생기지만, 결국 미니빌은 주사위 게임이다 보니 전략적인 엔진빌딩과 레이싱으로 승리를 노리는 것보다는 주사위 결과를 보며 하하 호호 웃고 떠드는 게 핵심인 게임이잖아요.
처음 미니빌 레거시라는 게임이 나온다고 하길래 헉, 이게 말이 되는 조합인가! 싶었습니다. 미니빌 이라는 단어와 레거시 라는 단어의 조합은 뭔가... 소리 없는 아우성, 예쁜 가이아, 운빨 비딸게임, 세팅쉬운 쓰루 뭐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미니빌 레거시라니, 앞뒤가 말이 되나? 그리고 든 생각은 이거라면 배우자와 할 수 있는 레거시 게임이겠구나 였습니다. 레거시 게임을 한 번도 못해본 입장에서 '게임을 물리적으로 훼손하며 진행하는 1회성 게임'에 대한 로망을 언제나 가지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지난 페스타 때 미니빌 레거시를 사들고 배우자를 설득하기 시작했습니다. 미니빌 해봤지? 그 미니빌이랑 똑같대. 어려운 거 하나도 없을 거야. 그냥 주사위 굴리고 돈만 벌면 되는 게임이야. 레거시라고는 하지만 한 판에 30분 정도밖에 안 되니까 하루 바짝 하면 엔딩을 볼 수 있어서 성취감도 있을 거야.
결국 같이 하겠다는 허락을 받아내고 같이 게임을 하겠다는 친구 둘을 지난 토요일 집으로 초대했습니다. 배우자를 제외하고는 저와 친구들 모두 기본적으로 유로게임을 좋아하는 보드게이머들이었고, 참고로 미니빌 레거시를 끝낸 다음에는 셋이서 아침까지 가이아를 했습니다.
친구들이 도착한 토요일 오후 3시에 드디어 게임 박스를 개봉했습니다. 일부러 개봉부터 같이 하려고 비닐도 뜯지 않고 있었거든요. 게임을 열고 설명서 첫 장을 펼치자 배경 설명과 이야기 진행이 시작되더라구요. 첫 번째 시나리오는 기본적으로 기존의 미니빌과 거의 같은 게임입니다. 본판과 아주 약간 다르게 개인보드판이 주어지는데요, 사소한 몇 가지 요소 말고는 거의 같습니다. 미니빌을 한 번도 안 해본 분들이라도 게임 설명서를 읽으면서 바로 게임이 진행이 가능합니다. 룰북만 건너뛰지 마시고 꼼꼼히 읽으시면 에러플의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입니다. 저희는 오히려 미니빌 룰 다 안다고 건방지게 건너 뛰며 읽다가 시나리오 종료 조건 하나를 틀려서 시나리오를 종료했다가 소소하게 롤백을 했습니다^^;;
만약 이대로 10개 시나리오가 진행되었다면, 아마 시나리오 3이나 4 쯤에서 게임 지겨우니 그만하자 라는 말이 나올법도 했을 거에요. 그런데 위에 간단 요약에도 썼듯이, 이 게임의 핵심은 하나씩 추가되는 시스템과 모듈들이었씁니다. 시나리오가 하나씩 진행되면서 박스를 하나씩 열게 되는데요, 박스를 열 때마다 정말 너무 너무 귀여운 모듈들이 추가됩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귀여운 요소들을 정말 좋아하는데, 스토리도 말 그대로 귀염뽀짝이고, 추가 모듈들이 작동하는 모습이나 생김새 자체도 정말 귀엽습니다. 정말 박스를 하나 하나 깔 때마다 미소가 지어지는? 우와 귀여워!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느낌이었어요. 어떤 요소인지, 어떤 스토리인지, 어떤 시스템이 추가되는지 이런 것들은 모두 스포 요소라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정말 귀여움이라는 것이 폭발합니다...!!
3시부터 시작해서 7시까지 6개인가 시나리오를 쉼 없이 달리고, 2시간 동안 저녁을 먹으며 술도 한잔 하고, 9시부터 다시 게임을 시작해 밤 12시반에 끝이 났습니다. 확실히 뒤로 갈수록 모듈이 많이 추가되다 보니, 그리고 종료 조건이 어려워지다보니 시나리오당 시간이 더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참 게임 구성을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게, 좀 더 하면 지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들 때 정말 딱 깔끔하게 게임이 끝나요. 만약 12개 시나리오 정도만 되었어도 많이 지쳤을 거 같아요. 그런데 10번째 시나리오가 끝나자 다들 아주 보람차게, 즐겁게, 후련하게 게임 종료를 했습니다.
미니빌의 기본 시스템 자체가 주사위 운빨이 본질이다 보니, 이에 대한 거부감이 너무 심하면 게임이 어려우실 거에요. 하지만 미니빌이 뭐 얼마나 전략적인 게임이라고, 라는 생각으로 귀여운 스토리, 귀여운 등장 요소들을 있는 그대로 즐기며 웃고 떠들며 게임하면 더할나위 없이 즐겁게 플레이 가능하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성인들끼리 했지만, 초등학생 자녀를 두신 분들은 같이 4인 가족이 같이 게임을 하셔도 정말 즐겁게 하실 것 같아요. 특히 저는 초등학교 저학년 조카들이 그렇게 떠오르더라구요. 조카들이 하면 참 좋아하겠다 싶어서요.
주사위 게임이라 해도 주사위 2개를 둘리다보니 결국 확률이 높은 숫자와 낮은 숫자가 있는데, 확률 높은 숫자에 강력한 건물들이 매우 싼 값에 배치되어 있는 경우가 있어서 이건 좀 아쉬웠습니다. 강력하다면 확률이 더 낮거나, 값이 더 비싸거나 했어야 하는데, 왜 굳이 이렇게 강력한 상태로 뒀을까 하는 건 좀 아쉬웠어요.
게임 플레이 시작할 때부터 후기를 올리려고 작정했었어서 사진도 많이 찍긴 했는데, 이건 도저히 뭐 하나 사진을 올릴 수가 없네요. 모든 게 다 스포라^^;; 우와 이게 추가돼? 이건 완전 ***** 시스템이네 이걸 여기 넣다니! 이런 재미가 매우 큰 게임이라 뭐 하나라도 스포가 되면 안될 거 같습니다^^;
또 물론 레거시 게임이 끝난 후에도 일반 게임으로 게임 플레이가 가능합니다. 몇 가지 요소는 훼손되어서 재활용이 어렵지만, 대부분의 요소는 훼손이 없기 때문에 본판에 확장모듈 골라서 추가하는 형식으로 게임이 가능할 것 같아요. 또 시나리오별로 건물카드들이 다양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마치 도미니언 카드 골라서 하듯이 미니빌 레거시 일반 게임도 건물들 골라서 시장을 만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하루 또는 일박이일로 날잡아서 가볍게 하실 수 있는 훌륭한 패밀리 레거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라이트 유저 아니라 하드 보드게이머라 해도 주사위나 파티 게임 즐겁게 하시는 분들이라면 매우 즐겁게 하실 거 같아요. 비보드게이머인 제 배우자와 하드게이머인 제 친구들, 저까지 넷 다 매우 즐겁게 게임을 마무리했습니다. 만약에라도 시즌2가 나온다면 주저없이 사서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