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룸헤이븐 번역 기금 모집 -현황 및 번역 샘플-
우리는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들이다.
당신이 세상의 끝자락에 놓인 #글룸헤이븐까지 흘러 들어온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이 단순한 사실이 변하는 일은 절대로 없다. 배가 텅 빈 상태로 싸울 수 있는 용병은 아무도 없다.
그래서 ‘#잠자는 사자’ 여관에 죽치고 있던 당신에게 #젝세라가 찾아왔을 때. 그러니까 그 새빨간 망토 위로 당신이 십 년은 먹고 살기에 충분한 금붙이를 걸친 그 #발라스 여자가 금화 열 개를 지불하고 도난당한 자기 상품을 찾아오라고 말했을 때…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당신은 그 돈으로 외상값을 지불하고 있었다.
“그놈이 중요한 문서를 훔쳐갔어.” 붉은 피부의 상인이 말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그녀의 꼬리는 불안해하며 요동친다. “그놈이 당할 짓에는 요만큼도 관심없으니까, 그냥 내 물건을 찾아오라고.”
#젝세라의 설명을 들어보니, 뒷골목의 깡패들 몇을 두들겨서 도둑이 숨은 은신처를 찾아내는 정도로 손쉬운 일이었다. 하긴 대갈통 몇 개 부수는 방법을 모르고서야 #어스름 항구에서 용병 행세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니까 당신의 행선지는 #검은 무덤이다. 꽤나 사랑스러운 곳이 아니겠는가.
#1
도입:
언덕은 찾기 어렵지 않다. #새 장터 쪽의 정문을 지나 짧은 여행길에 오르면, 시체숲의 경계 즈음에서 꼭 밑에 쥐새끼가 들어가 있는 융단처럼 솟아오른 언덕을 볼 수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그 둔덕은 검은 흙으로 만들여져 있는 것이 보인다. 잡초가 무성한 작은 입구에 자리잡은 닳은 돌계단이 당신을 어둠 속으로 인도한다.
계단을 내려가면서 당신은 아래에서 뻗어나오는 빛을 보고 안도한다. 안타깝지만 그 빛과 함께 풍겨오는 악취는 실수로라도 착각할 일이 없을만치 분명한 죽음의 냄새다. 당신은 계단의 아랫단을 밟아 내려오면서 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진절머리 나는 장소에 야영지를 세울 수 있을지를 고민해본다. 해답은 눈 앞에 있었다. 거친 살인자 한 무리가 썩 유쾌하지는 않은 태도로 갑작스러운 당신의 등장을 맞이한다. 뒤쪽에 선 녀석이 당신이 찾던 놈의 인상착의와 들어맞는다.
“이 불쌍한 녀석을 손봐주라고.” 그 자가 방으로 빠져나가면서 말한다. 당신은 복도를 지나 왼편의 문으로 물러나는 그의 실루엣만을 겨우 눈에 담는다.
“좋아, 자기 귀중품을 직접 바치러 오는 멍청이를 만나는 게 흔한 있는 일은 아니거든.” 덩치 큰 강도가 녹슨 칼을 뽑으며 미소짓는다. “금방 죽여줄게.”
농담하고는. 그런 게 있었으면 애초에 이 구덩이로 내려오지도 않았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