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좋아하는 게임 Top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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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2.07 08:47

지난 주에 너무 리뷰를 달렸더니 약간 지치는군요. 리뷰를 써서 생기는 피로는 새로운 글을 쓰면 풀리는 법!

나는 좋아하지만 친구들이 함께 해주지 않는 게임 10개를 골라보았습니다.

순위는 딱히 의미가 없기 때문에 무작위로 배치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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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novation

RPG계에 먼치킨이 존재한다면 문명계엔 이노베이션이 존재한다고 할 정도로 매 라운드 혼란과 공포를 야기하는 카드게임입니다. 쉴새없이 까고 까이는 혼란이 벌어지다보니 압도적으로 유리하던 사람이 뒤쳐져있고 패배가 확실하던 사람이 뜬금없이 승리하는 경우도 간간히 일어나죠. 그러나 혼란 속에 질서가 있는 법. 승리 방법이 여러가지 있기 때문에 지금 상황과 카드를 충분히 이해한 상태라면 역전을 노릴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강한 딴지 요소와 그 특유의 혼란스러움 때문에 호불호가 극히 갈리는 게임이죠. 저는 이런 정신없는 환경을 꽤나 좋아하지만 제 주변 사람들은 너무 부담스럽고 지친다며 기피합니다 ㅠㅠ

Leaving Earth

본격 우주 시뮬레이션 게임이지요. 우주에 로켓을 날리기 위해 추진력과 무게를 계산하고 돌발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를 거듭하기도 하며, 우주 속에서 랑데뷰(로켓과 로켓을 잇는 작업)를 통해 자원을 보급하여 더 멀이 날아가는 등 우주 로망이 가득 담겨있는 게임입니다. 시뮬레이션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계산을 꾸준히 하게 되는데, 이 부분에서 웬만한 사람들이 다 떨어져 나갑니다. 로망이 가득한 테마에 비해 게임 자체는 너무 건조하고 답답하거든요. 게다가 인원이 많아질 수록 대기시간이 길어지기 때문에 최적의 인원은 2인. 많아야 3인 정도입니다. 전 로켓을 날린다는 그 과정자체가 너무 즐거운데 다른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가봐요.

Le Havre: The Inland Port

르아브르라는 이름을 등에 업고 나온 르아브르:내륙항 입니다. 기도하고 일하라 / 글래스 로드에 있는 자원관리 다이얼 시스템이 여기에도 존재하죠. 두 플레이어가 서로 경쟁적으로 건물을 구매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는 건물을 활용해 자원을 더 늘리고, 때로는 상대방의 건물을 이용하여 내가 이득을 보기도 하는 등 제법 괜찮은 수작이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게임 특유의 건조함 및 언제나 같은 순서로 등장하는 건물 때문에 변화가 적어서인지 이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네요. 저는 열심히 파고들고 싶을 정도로 괜찮게 생각하는 작품인데 참 아쉽습니다.

Bring your own book

책을 활용한 독특한 게임입니다. 문제가 발표되면 거기에 가장 걸맞는 문구를 찾아내고, 플레이어 중에 가장 좋은(혹은 웃긴) 문장을 찾아낸 사람이 득점하는 방식의 게임이죠. 책을 게임에 녹여냈다는 점도 재밌는 아이디어지만, 어떤 책을 이용하느냐에 따라 재미가 바뀌는 것도 제법 신선합니다. 다른 친구들이 어떤 책을 읽는지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해요. 아무래도 타 파티게임에 비해 재미가 오르락~ 내리락~ 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보니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아니면 큰 인상을 주기가 어렵더군요. 전 참 좋아하는데, 취향을 많이 타는 장르라 아쉽네요.

Bazaar

리빙어스와 마찬가지로 건조함의 끝을 보이는 추상게임입니다. 매 게임마다 다른 교환표를 세팅한 뒤, 자신이 가진 돌을 교환표에 따라 이리저리 교환하며 가장 효율적으로 점수를 모아야 하는 게임이죠. 저는 머리속에서 돌이 이리저리 나뉘어지고 바뀌며 최상의 방법을 찾는걸 좋아하는데, 이런 류의 게임이 그렇듯 취향이 너무 많이 갈려요. 게임이 반쯤 진행되면 다들 지쳐서 주사위만 굴리며 요행을 바라는데, 저만 주사위에 의지하지 않고 끝까지 머리로 승부하려고 합니다. 주사위에 울고 웃는 게임이 아닌데 모두 주사위만 바라보고 있는걸 보면 아쉬운 마음이 듭니다.

NaviaDrapt

쇼기와 소환개념을 합친 독특한 추상전략 게임이죠. 이런 게임이 다 그렇지만, 꾸준히 즐겨야 실력이 느는데 그 꾸준히 할 사람을 찾는게 대단히 어렵네요. 게다가 한명을 설득하더라도 실력이 비등비등 해야 재미도 있고요. 안타깝게도 제 모임 사람들은 2인 게임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지고 있어서 뭐라 설득하기도 어렵네요. 바자와 더불에 꾸준히 즐겨줄 싶은 사람을 꼭 찾고 싶은 게임 중 하나입니다.

Vivajava

얏찌에 테크트리를 섞은 독특한 주사위 게임입니다. 커피라는 테마는 크게 와닿지 않는데다 룰북이 좀 어렵게 쓰인 편이라 배우기 힘들어하는 분들이 계시는데, 게임 자체는 꽤 재밌게 잘 만들어졌어요. 블렌드(족보)를 만들어 꾸준히 점수를 만들것인가, 연구를 통해 더 나은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 연구를 종결시키고 능력을 점수로 교환할 것인가 하는 다양한 고민거리가 잘 녹아있는 좋은 게임입니다. 제 친구들은 그래봐야 야찌라며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좀 더 자주 돌아갔으면 하는 소망이 있네요.

배틀콘

몇 안되는 격투 보드게임 중 하나죠. 파일럿(플레이어)에 따라 같은 캐릭터가 똥캐가 되기도 하고 사기캐가 되기도 하는 등, 운의 요소가 극도로 적은 웰메이드 게임입니다. 제 성격에 맞지 않는 캐릭터를 고르면 정말 답답하게 느껴질 정도로 캐릭터 하나하나의 개성이 잘 살아있어요. 맵에 다양한 시나리오 카드를 이용하여 변화를 줄 수 있기도 하고, 버전에 따라선 둘이 함께 보스를 때려잡는거나, 태그 팀을 만들 수 등 다양한 변화가 참 매력적입니다. 이 게임 또한 실력차이가 크게 드러나는 게임인터라, 꾸준히 붙잡고 즐길 사람이 없다보니 좀처럼 돌아가지 않네요 ㅠㅠ

던전 트위스터

으~ 이 게임도 정말 재밌는데 아무도 같이 안해줘요. 두 플레이어는 던전에 들어간 몬스터들을 조종하며 상대방을 제압하거나 던전을 탈출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각양각색의 몬스터들을 조종하게 되는데, 던전을 회전시키거나, 좁은 문틈으로 들어가거나, 자물쇠를 따거나, 힘으로 모든걸 부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상대를 공략해야 하죠. 전투 시스템도 반지의 제왕:대결에서 쓰이는 카드 공개 방식이라 심리전이 필요하고, 상대방이 어디에서 어떻게 공격해올지 예측해야 하기 때문에 수 읽기도 중요합니다. 운의 요소가 매우 적기 때문에 결국 경험의 차이가 곧 실력의 차이로 드러나다보니 같은 플레이어와 꾸준히 즐기는게 중요해요. 그러나... 같이 즐겨주는 사람이 없습니다...ㅠㅠㅠㅠ 보드게임 아레나에 유료로 출시된거 같은데 거기에서 할까봐요.

Tabletop RPG (TRPG)

제가 스토리텔링을 좋아하는걸 아신다면 별로 놀라진 않으셨을거예요. 초등학교 6학년 때였나? 그러니 약 17년 전이군요. 우연히 D&D 클래식(아마 이게 맞을거예요)을 서점에서 발견했습니다. 빨간색 표지였던걸로 기억하는데, 팔락팔락 넘겨보다가 "우와- 이런 게임이 존재하는구나!" 하고 엄청 놀랐던 기억이 나요. 그때부터 TRPG / ORPG(online rpg) 사이트를 열심히 돌아다니며 규칙이나 리플레이 등을 찾아보며 돈을 모으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참 용돈을 모아 D&D 책을 처음 구매하곤 집에 오는 길에 참 설레었던 감정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그날 밤 이불을 깔아놓고 그 위에서 읽고 또 읽었어요. 그런데 책이 영 부실하게 만들어진 바람에 계속 페이지가 뜯어지는걸 보고 너무 안타까워 했었죠. 나중에 알고보니 고질적인 문제더군요. 열심히 공부한 뒤 동생과 친구 두어명을 이끌고 마스터링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참 허접한 이야기지만 그 경험이 그저 재밌고 즐거웠습니다.

그 추억보정 때문인지 지금까지도 TRPG 에 대해 아주 좋은 인상을 가지고 있으며 한국에 가면 아이들과 틈틈히 TRPG를 즐기곤 합니다. 물론 연기력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부끄부끄~하는 성격 때문에 "뛰어난 마스터다" 라고 불리긴 힘들어요. 그래도 대학 시절 공부가 너무 힘들 때마다 소설을 틈틈히 써왔던 경험 때문인지, 순간적인 재치 및 상황 묘사가 좋은 편이라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으로 몰입하는걸 보면 참 기쁩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다양한 보드게임을 하고 싶지만, 반드시 하나를 고르라면 전 스토리텔링 게임계의 시작이자 정점인 TRPG 를 고르고 싶군요. 마음 맞는 사람을 찾는게 쉽지 않지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