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달간 즐긴 게임들 정리 및 후기 : 대구 코드(COD) 보드게임 동호회
요즘은 후기나 개봉기 등 여러 가지 글들을 꾸준히 올리시는 분들을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렸을 때 일기 몇 줄 쓰는 것도 귀찮아했던 걸 생각하면, 그보다 훨씬 긴 글을 일정한 텀을 두고 계속 올린다는 건 정말 힘든 일입니다. 물론 그걸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돈에 관련된 것이고. 오랜만에 후기글을 쓰면서 든 생각이었네요.
모임을 연지 5달이 되었고, 많은 일들이 있었습니다. 다행인건 생각보다 그 이상으로 모임이 안정적으로 운영되고 있고 보드게임인구가 많이 늘어났다는 사실이죠. 앞으로 즐길 수많은 게임을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설레지 않을 수 없네요. ^^
이번 후기에는 지난 4달 동안 저와 저희 모임에서 즐긴 게임들 중 기억에 남는 10여 가지의 주제들로 게임들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후기란 게 사실 긴 글을 다 정독하기가 쉽지는 않잖아요. 오늘 소개해드리는 게임 중에 여러분이 즐기지 못한 게임이 있으면 어떤 느낌일지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고, 좋은 정보 얻어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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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브라스(랭커셔&버밍험) : 가장 많이 플레이된 게임(11회)
브라스는 저희 모임에서 4달간 가장 많이 플레이된 전략게임입니다. 테포마의 아성을 짓누른 게임이죠. 더욱 놀라운 건 이 게임이 완전한 신작이 아니라 디자인이 새롭게 변경된 게임이란 점입니다. (물론 버밍험은 약간의 규칙 수정과 새로운 맥주 시스템이 도입되어 신작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 게임에 대한 가장 많은 질문 중 하나가 ‘둘 중에 하나만 산다면 뭘 사야 하나요?’인데, 저는 비용과 공간이 충분하다면 둘 다 사서 즐기시란 추천을 드리고 싶고 굳이 정말 하늘이 두 쪽 나도 하나만 사고 싶다면 버밍험을 추천드립니다. 모임에서는 버밍험 7회, 랭커셔 4회 플레이되었습니다.
5~6가지의 액션들 중 각 턴에 알맞은 액션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득점이 갈리며, 간단한 룰 속에 감춰진 머리 아픈 수싸움의 게임입니다.
긱웨이트 3.7점대의 어려운 난이도에도 불구하고 자꾸만 하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게임으로 랭커셔와 버밍험 중 하나만 한다면 다른 하나가 계속 생각날 것만 같네요.
2. 카베르나 케이브vs케이브 : 2인 전략 게임의 혁명
우베 작가의 게임들 중 아그리콜라, 카베르나, 르아브르는 2인 전용 전략게임이 존재합니다. 그 중 제가 해본 게임은 아그리콜라와 카베르나 2인용인데, 아그리콜라는 본판과 비슷한 느낌을 주는 반면 카베르나 2인용인 케이브vs케이브는 본판 카베르나와는 확연히 다른 시스템과 재미를 줍니다. 개인적으로는 우베작가의 전략게임을 싫어하는 편이고 소장도 하지 않고 있으나 케이브vs케이브는 2시대 확장이 입고되자마자 바로 구매했을 정도로 애정하고 있습니다.
어렵지 않은 룰 속에 적당한 인터렉션과 키우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플레이때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도전해 볼 수 있는 좋은 게임입니다. 본판만으로도 충분히 재밌지만 2시대 확장을 넣을 경우 그 재미가 3배로 늘어나니 반드시 확장까지 같이 즐겨보시기 바랍니다.
우베 특유의 자원 모자람, 액션 모자람의 빡빡함이 이 게임에서는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3. 스탁파일 : 주식 테마의 끝판왕
테포마나 아그리콜라, 푸에르토리코 등 판매량이나 평점 등을 고려했을 때 그 재미와 작품성이 증명된 게임이 있는 반면, 잘 알려지지 않았으나 큰 재미를 주는 게임도 분명히 존재합니다. 종류가 몇 만 가지나 되는 보드게임 세계이니 당연한 얘기겠죠. 죽을 때까지 모든 보드게임을 해보는 것은 불가능할 것입니다.
스탁파일이 그 포지션의 게임인 것 같습니다. 출시된 지 몇 년 되지 않았으나(2015년) 유명세를 타지 못했고, 장터에 매물도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주식 테마의 게임들 중에 가장 테마를 잘 살려서 플레이하게 한 게임이 아닐까 싶습니다. 거기에 경매시스템을 게임의 핵심으로 만들어 실력이 있어야만 게임을 이길 수 있게 만든 좋은 전략게임입니다. 딱 1판 했는데 강렬한 인상을 주어 장터나 쇼핑몰에 매물이 풀린다면 구입할 게임이네요. 한글판으로 나와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고 파는 타이밍이 중요한 주식의 특성을 너무나 잘 살린 게임으로 시작부터 끝까지 재밌다는 말을 10번은 했던 것 같네요. 구하기 힘든데 혹시 파실 분 없나요?
4. 크라스 카리어트 : 익숙함 속에 참신함
카드로만 구성된 게임은 수없이 많습니다. 그 말인즉, 카드로만 구성해서 만들 수 있는 시스템도 많다는 것이죠. 많은 종류의 카드게임만큼 졸작도 많지만 오랜만에 브릿지 게임으로 훌륭한 카드게임이 나왔습니다.
내 손에 있는 카드를 털어야 한다는 것. 앞 턴의 카드보다 높은 족보로 카드를 내야 한다는 규칙은 그동안의 카드게임과 유사하지만 내가 받은 카드의 순서를 바꾸지 못한다는 규칙으로 인해 기존의 카드게임의 전략과는 그 궤도를 달리하여 새로운 재미를 줍니다. 요즘 같은 대한글화시대에 한글판으로 나올 것이 거의 확실시되네요.
트리플을 만들 때의 쾌감과 똥패가 들어왔을 때의 관리가 핵심인 게임입니다.
5. 테라포밍 마스 : 이 게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이번 기간에는 브라스에 플레이횟수가 밀리긴 했지만 그래도 테포마는 테포마입니다. 8번 플레이되었고 솔로플까지 합하면 10번이네요. 할 때마다 새로운 시스템으로 승부하므로 무궁무진한 전략성을 주기에, 하면 할수록 다음번엔 이 기업으로 하고 싶다, 다른 맵으로 하고 싶다, 다른 빌딩으로 하고 싶다 등에서 리플레이성을 찾는 게임입니다.
확장이 추가되면서 달라진 점은 매번 확장 때마다 카드가 추가되는데 추가되는 카드만큼 게임의 양상이 달라지고 그만큼 카드운빨이 심해지는 경우도 있어서 나름대로 숙련자와의 격차를 줄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아직 개척기지 확장에도 익숙해지기 전인데, 혼돈확장까지 나오니 뭔가 조잡한 느낌은 지울 수 없고 테포마를 싫어하는 사람과의 거부감은 더 올라갔을 거라고 생각되네요. 호불호를 줄이는 것도 좋은 게임이 갖추어야 할 특성인데, 그래도 이 정도면 단점을 감수하고라도 전략게임에서는 혁명적인 성공이라고 봐야겠죠. 보드게이머라면 한번쯤은 해봐야 하는 게임이죠.
6. 콘코디아 : 익숙한 시스템 속에 깊이있는 전략성
최근 한글판이 확정된 콘코디아입니다. 플레이한 시기는 한글판이 나온다고 확정되기 전인데, 한글판이 나올 것이라고 예상이 쉬웠을 정도로 재밌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동안 말만 많이 들었지 대체 얼마나 재밌길래 그러는지 싶었는데, 정말 재밌었습니다.
게임은 카드를 내려놓으면서 액션을 하고, 썼던 카드를 핸드로 다시 가져와서 플레이하거나 카드를 구입할 수 있기에 결국 액션관리를 잘해야 하는 게임입니다. 더불어 점수를 내는 루트가 몇 가지가 있기에 한 가지 컨셉을 잡고 꾸준히 뻗어가야 하며, 카드마다 목표점수가 있기에 그것을 자신의 테크와 얼마나 잘 부합하느냐가 핵심입니다.
지도를 돌아다니면서 건물을 짓고 자원을 받는 등 기존의 게임에서 쉽게 볼만한 시스템이 대다수이지만 그 속에서 전략의 깊이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시스템 자체는 잘 연결되어 짜여 있었습니다. 웬만큼 게임한다는 분들은 반드시 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7. 픽토매니아 : 그리자. 그리고 맞추자.
텔레스트레이션과 비교가 되는 픽토매니아입니다. 저는 텔레스트레이션을 해보지 않았지만 픽토매니아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림을 잘 그려야 유리한 게임은 맞지만, 그림을 못그리더라도 특징만 잘 잡아 다른 사람이 맞출 수 있게만 해주면 되기에 잘 만든 게임이라고 생각되네요.
물론 다른 사람들은 빨리 그린 다음 맞추려고 하는데 나만 늦게 그려서 남아있으면 대충 그리고 맞히려고 급급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해서 아쉽기도 합니다. (근데 ‘갈등’, ‘욕망’을 그리라고 하면 난감하잖아요. ㅋㅋ)
새로 오시는 신입분들은 무척이나 좋아한 게임이었고 보드게임 입문자나, 게임 중간에 필러게임으로 훌륭한 게임이었습니다.
8. 후지 : 분명 협력해야 이기는데 배신자가 있는 것만 같다.
폭발하는 후지산의 등산객이 되어 마을까지 힘을 합쳐 대피해야 하는 테마의 게임입니다. 주사위 + 협력이라는 점 때문에 전략게임을 좋아하는 저 또한 거부감은 들었지만 기존의 협력게임과는 조금은 다른 변수를 보여주어 괜찮은 재미를 주었습니다.
다른 변수는 딴 건 아니고, 모든 사람이 같이 얘기를 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습니다. 협력게임 특성상, 신입이나 친하지 않으신 분들은 자칫하면 게임 끝까지 얘기는 잘 못하고 게임이 흐르는 대로 따라가는 경우가 허다한데, 이 게임은 자신의 주사위의 결과를 비공개로 하고 이동하는 곳에 가도 되는지 안 되는지를 반드시 얘기해주면서 같이 가야하기 때문에 같이 즐길 수밖에 없도록 만들어 놓았습니다.
더불어 게임 자체가 어렵지 않고, 나 살려고 남 피해주는 경우도 나오기 때문에 실제로 재난상황이 일어났을 때 겪을 법한 상황을 잘 살려놓았습니다. 결국 한 명 죽으면 끝나는 게임인데도 나는 꼭 살고 싶은 그런 느낌이 있기에 원치 않는 딜레마에 빠지게 되기도 합니다.
깊은 전략성은 아니고 협력의 장점을 느껴보시고 싶으신 분들에게 구입 추천드립니다. ^^
9. 레드7 : 일곱 가지 무지개색의 머리 아픈 하모니.
레드7은 구입 후에 몇 달간을 모셔만 둔 게임입니다. 그 모셔둔 기간이 아깝게 느껴질 정도로 재밌는 게임이었는데, 자기 턴에 카드를 내려놓지 못하면 지는 게임입니다.
자신의 덱에 내려놓으면 점수를 쌓을 수 있고, 공용덱에 내려놓으면 턴 기준을 바꿀 수 있는데 그 기준을 바꾸는데 여러 가지 규칙(색깔, 숫자, 홀수, 스트레이트 등)을 잘 고려해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논리력을 요구합니다.
일반룰과 상급자룰이 있는데, 일반룰만으로도 충분한 재미를 주며, 해본 사람들은 반드시 상급자룰(카드 위에 아이콘 등을 이용합니다.)을 해보고 싶을 정도로 또 해보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게임입니다. 카드게임 좋아하시는 분들에게 추천드려요.
10. 아줄 - 신트라의 스테인드 글라스 : 알록달록 화려함은 증가, 전략성도 증가
기존 아줄의 단점을 보완했다고 느껴지는 아줄2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아줄1의 경우 2인플을 처음 즐기고 구입했다가 다인플을 플레이한 다음 바로 처분하였는데, 다인플의 경우 다음 수가 너무 운적인 요소가 많아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 마이너스였습니다.
하지만 아줄2의 경우 2,3,4인플 모두 비슷한 재미를 주었고 장인의 존재로 인해 패스가 가능한 점, 각 라운드마다 보너스 타일 존재 등 기존의 아줄1과는 조금은 다른 차별성과 업그레이드를 보여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도 아줄 자체가 전략게임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간단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에 완전히 아줄을 바꾸었다고 보기는 어렵고 역시나 가볍게 즐길 게임이라고 결론 짓게 되네요.
11. 기프시리즈 : 인쉬, 기프, 퓽트, 짜르, 쩨르츠, 드본
이번 기간 동안 기프시리즈를 많이 해보았습니다. 각 게임마다 간단한 인상을 알려드릴게요.
● 인쉬 – 오목 + 오델로. 직접적이고 간단한 룰로 인기 많은 이유를 알겠더군요.
● 기프 – 기프시리즈의 원조인 것 같은데 가장 늦게 구입할 듯 하네요. 애매했습니다. 4목을 완성시키는게 핵심인데, 좀 더 전략을 찾아봐야겠네요.
● 퓽트 – 시스템이 가장 신기했습니다. 다음 기프시리즈 중 가장 먼저 구입할 것 같습니다. 타일을 배치하고 연결하는 게임인데, 타일에 있는 점(퓽트)을 잘 살피면서 가야해서 저한테는 가장 재밌었고 간단하지 않았습니다.
● 짜르 – 인쉬만큼 룰이 직접적이었고 말을 따먹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쩨르츠 – 잘 움직이고, 잘 없애야 합니다.
● 드본 – 잘 움직이고, 잘 쌓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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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 4달간 즐긴 게임들 중 인상 깊었던 게임들이었습니다.
후기를 쓸 때는 여러 가지 의미가 포함될 것인데, 저는 되도록 많은 분들에게 각자가 해보고 싶고 그래서 사고 싶은데 뭔가 애매한 느낌이 들 때 구입결정에 도움이 되도록 글을 쓰고 싶습니다. 많은 분들이 정보를 얻어가셨으면 하고, 댓글로도 문의해주시면 아는 한에서 답드리겠습니다.
대구 코드(COD)모임은 매주 주말 정모가 열리는 모임입니다.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많은 분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보드게이머분들이라면 누구나 참여가 가능합니다. 웬만한 보드게임카페 저리가라 할 정도로 많은 게임을 보유한 분들이 많으니, 보드게임을 배우고 싶거나 같이 할 사람이 없으신 분들에게는 최고의 모임이 될 거라고 자부합니다. 대구에 계신 많은 분들의 참여를 바라겠습니다. ^^
모임 오픈카톡 : https://open.kakao.com/o/gcqWkI8
모임 블로그 : https://blog.naver.com/cod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