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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구매 (?) 리뷰

4,616 조회

2019.04.03 16:47

에버델님의 글(http://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26935&tb=board_community&id=&delivery=0&pg=1&game_id=&start=&b_category=&game_category=)에 자극받아 올려보는 3월 구매 리뷰(?) 입니다.

약 4개월을 버틴 인간이 같잖은 자기합리화를 거치며 무너져 가는 과정.

그리고 자신의 주문 내역을 보며 스스로를 까는 희귀한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평소엔 ~습니다 입니다 체를 썼지만... 새로운 느낌으로 써볼겸 ~다 체를 사용합니다.

정신 놓고 써서 기승전결이 뚜렷하지 않습니다.

=====

보드게임 경력 약 10년.

보드게임 리테일샵을 1분마다 새로고침하며 신상을 털어대길 몇 번째이나 반복했을까.

약 200여개의 리뷰를 써오며 다양한 게임을 접한 결과.

이제는 어느정도 경지에 이른 것인지 이것을 해도 저것을 해도 비슷하게만 느껴지는 무기력함. 허무함. 따분함.

갑작스럽게 찾아온 해탈. 그 경지에 도달한 그는 깨닳음을 얻고 가장으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그리고 자주 방문하던 온라인샵을 즐겨찾기 목록에서 과감히 삭제.

지난 크리스마스부터 4월초까지 무려 6개의 프로젝트를 완료하며 영혼의 마지막 조각까지 태우기 시작한다.

그렇게 4개월.

중고매장에서 떨이 게임만 두어개 구입하는걸로 스스로를 위로하던 그는...

마지막 프로젝트를 종료한 뒤 욕망를 누르는데 있어 한계에 도달했다는 것을 직감한다.

그래도 예전의 포스는 건재했는지 정신차리고 보니 의도치 않게 부부모임의 리더가 되어있었고...

이 순수한 영혼들이 계속 게임을 지르는 모습에 함께 결국 디아블로 속 영웅들 마냥 타락하고 말아,

아내에게 "난 일을 빡세게 했다. 그러니 게임을 지르겠다"고 선언하기에 이른다.

"구랭." 이라는 시원한 대답에 당황한 것은 덤.

친구들아 나에게 힘을 줘 - !!!! 무료배송 가자- !!!! 라고 외치며 주변 사람들에게 게임을 지르자고 설득하던 그는.

신용카드를 손에 쥔 채 온라인 리테일 샵을 휩쓸기 시작했다. 그 비장함은 가히 표현할 길이 없었는데.

오늘은 그 구매 당시의 생각과 결과를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스타렐름즈 확장.

그는 장바구니에 넣을 때부터 알고 있었다. 스타렐름즈는 재밌지만 이딴 확장은 필요하지 않았다는걸.

그러나 "4불짜리가 3불에 팔린다 => 퍼센티지로 치면 무려 25% 할인 => 이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라는

초차원적인 비약적 논리 끝에 장바구니에 넣고 스스로 만족한다.

실로 누가봐도 멍청한 실책 #1.

바보 같은 녀석.

사람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가장 높은 탑을 쌓으면 이긴다는 독특한 테마.

박스를 보자마자 "하하하핫 멍청한 커버구만. 운동회 하냐 - !! " 하고 박장대소하던 그는 무언가에 홀린 듯 리뷰를 찾아보고 생각보다 게임성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설마 이것은 숨겨진 진주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10인의 비밀결사단이 작성한 평을 살펴보았는데... (http://boardlife.co.kr/bbs_list_game.php?tb=board_brief&game_id=9641&bbs_num=9641)...

한참 엔드게임에 돌입하느라 바쁠게 분명한 어벤저스 멤버가 호평하는 댓글을 남긴 것을 발견.

타노스가 손가락을 튕겼을 때 '산다' '안산다' 중에서 '살아남는 쪽. 즉 산다(????)'으로 선택 되었나보다.

그러한 이유로 지르기로 결정.

좋은 판단 #1.

눈치 빠른 사람은 알 것이다. 중고매매 후기(http://boardlife.co.kr/bbs_detail.php?bbs_num=12992&tb=community_post&id=&delivery=0&pg=1&game_id=&start=&b_category=&game_category=)에서 이스탄불을 팔아버렸음을. 이 녀석이 눈치 빠르게도 빅박스 가격 < 이스탄불 본판 + 확장 + 확장2 인 것을 보고 빠르게 처분하기로 결단을 한 것이다.

그렇다면 이 의지박약아는 이 게임을 최애게임으로 뽑는가? 전혀.

그렇다면 왜 또 구매했는지 의아할텐데.

확장 이름이 모카 앤 박시시인데, 시시라고는 장시시(지금은 사라진 불법만화 사이트(...)) 밖에 모르던 그가 부르심님이 남긴 확장 한줄 호평을 보고 용케 지금까지 기억한 것이다.

아침에 뭘 먹었는지 기억도 잘 못하는 녀석치곤 쓸데없이 기억력이 좋았던 것이 구매에 영향을 주었다.

구매사유가 어쨌든 빅박스의 존재를 눈치채고 재빨리 본판 판매 => 빅박스 구입이란 정석적인 테크트리를 탄 것이 상당히 좋았다고 볼 수 있겠다.

훌륭한 판단 #2.

그런데 두번째 확장이 사실 쓸모가 없다는 평가를 나중에 접하고 좌절.

해외에선 유명한 타부( 금기어를 사용하지 않고 하는 스피드게임 )을 응용한 카드게임. 가끔 보담팀에서 뜬급없는 도발과 함께 자신들이 즐긴 게임 사진을 보내주는 경우가 있다. 이 녀석도 그런 게임 중 하나.

신기하게도 이런식으로 정보가 입수되는 게임들은 캐나다 리테일 샵에서 모조리 '재고 없음' 상태로 발견된다. 항상 느끼지만 보담 팀이 모조리 약탈하고 난 뒤에서야 슬그머니 정보를 뿌려주는 느낌. 보담에서 너굴너굴을 하이에나 정도로 생각하는 듯한 느낌적인 느낌.

어쨌든 이런 단어 게임을 좋아하는 편이라 본인은 좋은 판단 #3 으로 여기고 있다.

다만 한국어와 호흡이 잘 맞을지는 모르겠다고 우려하고 있는 듯. 푸른 색이란 단어만 봐도 푸르다, 푸르딩딩하다, 퍼렇다, 시퍼렇다, 눈탱이 밤탱이 색(?) 등 수많은 변형이 가능하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선인지 알 수 없기 때문.

왜 샀을까. 어차피 해주는 사람은 A 아니면 B 뿐인데. 그냥 있는거나 잘 굴릴껄.

싸다고 막 사면 안되는 이유 #2.

싸다고 막 사지 말자.

안하는 게임은 죽은 게임이다.

아이고 멍청한 녀석아.

동료가 원기옥을 모으는데 티끌만큼 도움을 준 슬리브 두 세트.

"게임엔 세월이 녹아있어야 하는 법이다" 라는 이상한 개똥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슬리브를 사지 않다보니, 이런것을 사는 친구가 그저 신기할 뿐.

왜 사는지 잘 모르겠는 상품 #1.

특정 방식으로 제작되어 세계에서 딱 1개만 존재하는 랜덤 덱을 구입하여 즐긴다는 컨셉이 신선하여 두 팩 주문.

몰랐던 사실인데 온라인에서 자기 덱을 등록하면 공식 홈페이지에서 온라인으로도 즐길 수 있다고 한다. 신기방기.

그러나 TCG 류의 게임을 할때면 고문덱, 덱말살 덱, 존버덱을 짜거나 한방에 상대를 찢어버리는 높은 타점의 덱을 좋아하는 변태같은 성향 때문에...

상대를 뚜까패는 높은 타점의 덱이 뽑히게 해달라고 간절히 빌고 있는 중.

평가하기 어려운 구매 #1.

이 놈의 Top 100을 살펴보면 언락이 항상 상위권인 것을 알 수 있다.

긴 말이 필요한가? 이 녀석은 언락 시리즈라면 프랜차이즈가 끝날 때까지 구입할 것이다.

잘산 게임 #4

원기옥을 모으는데 티끌만큼 도움이 된 게임 #2. 친구의 게임이라 무슨 게임인지 잘 모르면서도 일단 장바구니에 투입.

스티브 잭슨하면 먼치킨 밖에 잘 모르다보니 이것도 서로 치고박고 뚜까 패는 게임이 아닐까 싶다만......

아직 구매하진 않은 게임이지만... 이 게임 또한 보담 측에서 살며시 카톡을 통해 독을 흘려보내었다.

재밌다는 말과 함께. 그래서 여기저기 찾아보니 호평일색이다.

웬일로 예쓰(예쁜 쓰레기 게임)을 추천하지 않는가 했더니만 당연히 캐나다 대부분의 가게에서 품절 상태.

매물만 있다면 사고싶다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고 있으나,

아직 대뇌 한켠에 습관처럼 남은 '구매 절제'라는 쓸데없는 생각이 섣불리 결제 버튼을 누르지 못하게 하고 있는 것 같다.

아마도 산다면 4월에 구매할 듯.

====

4개월간 혼을 태워가며 구입 절제를 한 뒤 시원하게 질러본 소감은...

결국 그렇게 참고 참아서 지른게 고작 잘산 게임 절반. 사고나서 후회하는 게임 절반....

5글자로 구매 내역을 요약해보니 타노스 메타.

성공도 실패도 아닌 어정쩡한 구매.

그냥 평소에 정신놓고 막사던 때보다 더 효율적인 구매를 하지 못한 듯 하다.

그렇게 작정하고 사겠다고 마음 먹었다더니... 마음 한켠에 뿌리 박았던 절제 / 금욕 / 절약을 이겨내지 못한 것인가...

이러면 참은 것에 무슨 의미가 있는건가...!

눈여겨 보고 있는 게임이 있다면 그냥 빡세게 인형에 눈알 박는 부업이라도 해서 맛깔나게 지르자.

그게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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