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PF19] 몰아서 쓰는 모임 후기 (워해머부터 글룸까지)
부지런히 후기쓰는게 쉽지 않네요. 3월을 넘기면 영영 못 쓸 것 같아서 한달만에 후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지난번 후기 이후로도 우리 모임에서는 많은 게임을 했는데요~ 그 중 몇가지만 골라서 간단하게 후기 남겨보도록 할게요!
아래로는 후기에서 제외된 게임들 사진입니다. 한달만에 후기를 쓰니 모든 게임 기록을 남길 수 없어 사진이라도...!
1. 워해머 언더월드
지난번 후기 마지막에 예고했던 워해머 언더월드입니다. 한달동안 테스트플레이 1번, 2인플 2번 총 3번 해봤네요!
저는 매번 장미유령단으로 했고, 상대는 퍼랭이와 쥐였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워해머를 해보자며 함께 코어셋을 산 저와 ㅈㅇ님은 언더월드가 매우 마음에 들었어요!
한달동안 3번의 플레이는 둘이서만 했지만 기웃기웃 하는 보드게이머 두명을 포섭하여 오크와 활쟁이 팩션을 사도록 만들었습니다^-^ 영업도 성공적!
일단, 저는 워게임을 많이 해보지는 않았는데.. 지금까지 해본 바로는 취향에 잘 맞는 것 같아요.
작년에 가장 즐겁게 한 게임 중 하나가 루트인데!그래서인지 워해머 언더월드는 2인 루트를 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루트 겜주인이 ㅈㅇ님이고 가장 열심히 루트를 한 사람이 저네요!!
공교롭게도 워해머로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한 우리는 이 게임이 취향 저격입니다. 루트만큼 재미있는데 2인플이 좋다니.. 이건 엄청난 장점이에요. 그리고 루트보다 영업도 쉬움!
루트는 한 번 하려면 나빼고도 서로 다른 종족 특성을 다 이해하는 게이머 3명이 필요하거든요. 본인이 하겠다는 종족말고도 겜을 제대로 하려면 모든 종족을 다 설명해줘야 해서 겜 설명해주다가 시간이 다 가고... 설명하는 사람도 듣는 사람도 지치기 일수였음. ㅠ
그래서 자주 하고 싶어도 쉽지 않았어요. 모임 사람들한테 쉽게 하자고 들이밀기도 힘들고...ㅠㅠ
그에 반해 워해머는 일단 비대칭 종족 특성이 뚜렷하고, 팩션마다 개체수도 비대칭, 목표카드도 다르고, 액션카드 효과도 다르지만! 그래도 액션하는 방식은 모두 같습니다. 번갈아가며 1액션씩 한다. 그리고 1액션 사이 사이에 카드를 사용한다.기본룰이 정말 간단해요!
카드 효과 정도는 처음하는 사람도 읽어가며 할 수 있기 때문에 확실히 가르쳐주기도 편하고, 루트보다 훨씬 쉬운 게임이에요. 그러면서도 각 팩션의 개성이 뚜렷하고 비대칭이 확실히 느껴져서 재미있습니다!
첨에 작은 미니어처를 조립하고 한글화를 하면서.. 이거 피규어만 예쁜 게임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지기도 했습니다만! 그렇지도 않아요.굳이 운과 전략의 비율을 따져보자면 전략적으로 운영을 잘 해야 하는 부분이 훨씬 더 큽니다.
공격과 방어는 모두 주사위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주사위를 굴려도 똥손 강림하면 1대도 못 때리기도 하고.. 그렇기는 해요. 그치만 그게 승패에 절대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아요!
( 실제로 제가 여왕으로 2번이나 공격을 했고, 한번은 주사위 추가 카드까지 써서 더 많은 주사위를 굴렸는데도 다 처참하게 실패하기도 했었어요. )
그리고 4 액션 외에 액션카드를 이용한 추가 액션이 가능하기 때문에 손에 든 카드와 액션을 잘 연계시켜서 원하는 바를 이루어가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결국 승점이 많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기 때문에 한 마리 한 마리가 약해서 픽픽 죽더라도 이기기도 하고... 결론적으로 3라운드 종료단계가 되기 전에는 승부를 예측할 수 없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네요.
무엇보다 가장 좋은 점은 각자 덱만 짜온다면 만나서 1게임하는데에 30분이면 충분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고작 30분짜리 게임이 얼마나 깊이가 있고 재미가 있겠어? 그런 생각이 들 수 있는데...
해보실 수 있다면 꼭 해보세요! 루트가 재미있었다면 워해머 언더월드도 분명 재미있으실 거에요!
아..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있는데 자꾸 도색 뽐뿌가 옵니다.. 팔자에 없다고 생각한 도색....이러다가 몇달 뒤에는 보드게임보다 도색에 더 시간을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어요ㅠ
어제 고블린, 오크, 활쟁이, 트롤 팩션을 주문해뒀으니 다음에는 새로운 팩션으로 좀 더 다양한 게임을 해볼 수 있겠네요! 이 후기를 통해서 보라 분들뿐 아니라 이걸 보는 우리 모임 분들한테 워해머를 영업하고 싶어요. 워해머 하시고 싶어신 분들 카톡하세요~
2. 비블리오스
2인으로 경매 게임이 가능한 비블리오스입니다. 이 게임은 도서관에 고서를 채우기 위해서 책을 사고 잘 모으는 게임인데요.
두뇌 풀가동해서 카운팅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게 하는 것보다는 그냥 웃으면서 즐겁게 하는 게임인 것 같아요. 내가 이기겠다는 목표 의식보다는 지금 당장 상대방에게 똥을 주는게 꿀잼이었어요ㅋㅋㅋㅋ
첫번째 라운드에서는 내 차례가 되면 3번 카드를 드로우합니다. 한장을 드로우할 때마다 선택을 해야합니다. 1장은 내가 가지고, 1장은 상대방에게 주고, 1장은 2라운드의 경매를 위해서 묻어야 해요.
첫번째 카드를 보자마자 고민이 시작됩니다. 딱 봐도 똥카드가 나오면 웃으면서 상대한테 선물하면 되겠지만 애매한 카드가 나오면 주기도 아깝고 내가 먹자니 애매하고 묻을까? 이러면서 엄청 고민됨!
2라운드 경매는 묻어둔 카드들은 차례대로 펼치면서 책은 돈카드로, 돈카드는 책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경매 게임인데 저는 2라운드의 경매보다는 1라운드가 재미있었어요!
다른 사람들 게임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간단히 한 판 하기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3. 장미의 이름
제가 엄청 좋아하는 게임인 장미의 이름입니다. 오랜만에 했어요ㅠㅠ 이렇게 재미있는 게임이 왜 절판일까요.... ㅠ 사고 싶어요....
이 게임을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하자면 동명의 소설이 원작인 게임인데요! 영화도 있다고 하네요. 수도원에서 살인 사건이 일어납니다. 누군가 수도원장을 살해했어요.
플레이어들은 모두 수도원의 수도사가 됩니다. 우리는 모두 의심을 받고 있어요. 이 살인사건의 범인을 잡기 위해서 탐정과 탐정의 조수가 수도원으로 옵니다.
우리는 각자 정체를 숨긴 채 카드를 사용해서 수도원 이리저리를 다니면서 주어진 일도 하고~ 다른 수도사를 고발하기도 하고 그래요.
이 게임의 재미있는 점은 다른 마피아 게임과 다르게 정해진 범인이 없고 만들어간다는 점입니다. 수도원장을 죽인 범인은 결국 우리들 마음속에 있거든요~
다함께 합심해서 한가지 색깔의 의심포인트를 올리면 매 라운드마다 그 색깔의 범죄 포인트가 올라갑니다. 마지막에 그 포인트가 가장 높은 사람이 범인이 되는거에요!
플레이어외에 1명의 npc가 존재하는데 모두 그 npc의 색깔을 알 수 없어요. 만약 npc의 범죄포인트가 가장 높다면 2등을 한 플레이어가 범인이 됩니다.
결론적으로 1등은 없고 꼴지만 존재하는 게임이에요.
이 날도 무지 재미있었어요. 마지막에 서로 서로 정체가 뭔지 투표를 하는데.. 이 사람은 이 색깔일 것이다! 이걸 투표로 맞추는 거에요. 이 때, 정체를 들킨 만큼 범죄 포인트가 쭉쭉 올라갑니다.
1명에게 들킬 때마다 3포인트씩 올라가기 때문에.. 게임 도중에 내 색깔의 의심 포인트를 마음껏 내릴 수가 없어요. 그렇게 대놓고 행동하면 마지막에 범죄포인트가 12점이나 오를 수 있으니까요!
이 날 5명 중에 저랑 ㅅㅎ님만 나머지 4명의 정체를 다 맞췄어요. 그래서 저랑 ㅅㅎ님은 서로한테만 정체를 들켜서 3점씩 범죄포인트가 올랐는데요.. 재미있게도 저는 범죄포인트 꼴지를 했고(매우 선량함.) ㅅㅎ님은 범죄 포인트 1등해서 살인범이 되었습니다.ㅋㅋㅋㅋ
왜 둘이 똑같이 다 맞췄는데 누구는 살인범 엔딩, 누구는 선량한 수도사가 되는거냐고 항의하는 목소리가 컸지만 살인범의 이야기는 아무도 들어주지 않았음.
구하기 힘든 게임이니 누군가 이 게임을 하자고 하면 무조건 해보세요. 정말 꿀잼이니까요!! 제 최애게임 중 하나입니다!
4. 블랙 오케스트라
블랙 오케스트라를 했습니다! 이건 테마가 있는 팬데믹입니다. 모든 협력게임이 팬데믹같지는 않은데 이 게임은 딱 팬데믹같은 게임이었어요.
근데 테마성이 좀 더 짙은 팬데믹이죠! 우리는 나치를 암살하기 위해 작당모의를 하는 사람들입니다. 나치의 감시를 피해서 테러를 준비해서 나치를 암살하면 성공!
게임을 해보시면 알겠지만 하는 행동들이 팬데믹이랑 진짜 비슷해요. 자기 차례에 3가지 행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이나 카드랑 도구 파밍을 해서 필요한 걸 서로 만나서 교환해야 된다는 점이나.. 뭐 그런 것들이요.
그리고 플레이어의 행동이 끝나면 매번 사건카드가 펼쳐지고 다들 아시다시피 사건카드는 별로 좋지 않다는 점도...ㅠ
갈수록 상황은 순조롭게 악화됩니다. 열심히 거사를 준비하기는 했는데... 대체 언제쯤 나치 목을 따러 가볼 수 있는지.. 그 타이밍이 오기는 하는건지... 때를 기다리면서 존버해야 하는데.. 존버가 너무 힘듭니다.
팬데믹을 좋아하신다면 해보시는걸 추천해요. 테마가 잘 살아있는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도 추천입니다! 몰입도 잘 되고 룰 숙지 난이도도 팬데믹 정도의 난이도에요. 다만... 가장 쉬운 난이도로 해도 성공하기는 매우 어려움..ㅠ
테플로 1판하고 두번째 플레이도 함께 했는데.. 음.. 테플은 그렇다치고 두번째에는 거사를 치를 준비는 제각각 다 하고 있었는데.. 너무 어이없는 엔딩을 봐버려서ㅠ 다시 하자고 하면 할 의욕이 생길지는 모르겠어요.
협력게임인 만큼 내부의 적을 조심해야 합니다. 분명 다같은 혁명단 동료인 줄 알았는데 한 놈이 나치의 앞잡이 였던 것 같았음! ㅎ
눈물 한방울..ㅠ 또르륵... 어이없게 다같이 감옥 엔딩......
5. 글룸헤이븐
글룸 한글판이 나온다는 소식을 듣고.. 그동안 하자고 하자고 말로만 하던 글룸을 드디어! 해보자며.... 킥스로 샀는데.. 한글판 나오기 전에 안 해보면 너무 억울하다는 이유 하나로.. 열심히 한글화를 하고 룰북을 보고 드디어 글룸헤이븐을 시작했습니다!
게임 주인보다 저의 열정이 더 앞서서 제가 주도해서 룰북읽고 파티원 모아서 1을 시작했어요. 그 날 시나리오 2까지 일사천리로 성공!
게임을 해본 소감은 정말 재미있다는거? 괜히 1위하는 게임이 아니다?? 이런 당연한 소리는 제쳐두고 저는 그냥 얼른 다음 시나리오를 하고 싶어 죽겠다.. 이런 마음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그렇지는 않더라고요. 같이 게임한 4명 중에 ㄱㄹ님은 몹잡는 미니어처게임은 취향이 아니라고 하시고..(패스파인더가 더 재미있대요~ )
ㅈㅎ님은 테플 때는 전투 방식이나 룰에 흥미를 보이셨었는데.. 막상 시나리오 1, 2 하고 나더니 칠대륙보다 더 허무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구요.
음.. 저는 솔직히 아 이걸 컴퓨터 게임으로 하면 좋겠다 싶은 그런 마음은 있는데.. 컴퓨터가 착착 세팅해주는 거 하려면 그냥 pc게임하지 뭐하러 보드게임하겠나요. 그런 마음을 꾹꾹 눌러담고 있습니다.
세팅이 정말 많고 귀찮고.. 한 번 깔아두고 그냥 계속 이어서 하고 싶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너무 잘 알겠고.. 솔직히 게임하려고 세팅하는건 그래도 견디겠는데 끝나고 정리하는게 정말 ㅠ 핵귀찮..
챙겨넣을 것도 많고... 그래요. 정말 많아요. 근데 그래도 그걸 이겨내고 계속 계속 하고 싶을만큼 재미있습니다. 메나보다 간단하면서도 직관적인 전투 방법도 마음에 들어요. 잔룰도 메나보다 적어요.
한글판 나오면 글룸 같이 할 남자친구를 하나 구해야 할까봐요.. 집에 글룸용 테이블을 하나 사서 깔아놓고 2인플이라도 하게요... 글룸용 남친을 구해야 겠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시나리오 끝까지 해보고 싶은 게임입니다.
ㅠ하루나 반나절 정도는 시간을 내서 시나리오 두세개는 해야 성에 차는 게임인데.. 파티원들의 탈주로 인해 시나리오 3을 언제 할 수 있을지... 기약이 없어졌네요. 그래서 별에별 희한한 생각을 다 하고 있음!
근데 정말로 파티원 구하기가 힘들어서ㅠ 글룸용 남친이나 남편이 없는 한에는 영원히 글룸 시나리오 끝을 못 볼 것 같아요... ^-^ 씁쓸하고 슬픈 후기를 마칩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