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오잉크 게임즈 본사 방문기!
안녕하세요 올린입니다.
그동안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느라 보드게임 관련 포스팅은 조금 뜸했었는데요. 오늘은 오래간만에 보드게임 관련해 조금 색다른 소식을 전해드릴까 합니다! 지난번에 도쿄에 방문했을 때 신주쿠의 옐로 서브마린을 소개 드린 것 기억하시나요?
<도쿄 신주쿠 보드게임 매장 '옐로 서브마린' 방문기>
https://blog.naver.com/alligafor/221238712491
해당 글에 이어 이번 포스팅은 #도쿄 #보드게임 #탐방 제2탄! 보드게임 마니아라면 누구나 알법한 유명한 곳!
바로 #오잉크게임즈 #OinkGames 본사 방문기입니다!
<오잉크 게임즈(OinkGames)>
일본의 오잉크 게임즈는 작고 가벼운 보드게임을 주로 만들지만 그 깊이는 결코 작지 않은 탄탄한 게임을 만드는 곳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는 인기 보드게임 개발사입니다. 오잉크 게임의 특징은 언어 요소가 거의 없고 룰을 배우기 쉬우며 가벼운 크기와 구성물로도 놀라운 재미를 준다는 것인데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오는 세계의 다양한 보드게임들 사이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잘 만들어 나가고 있는 몇 안 되는 브랜드 중 하나가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오잉크게임즈의 다양한 게임들>
오잉크 게임의 케이스에는 거의 모든 게임을 디자인한 한 사람의 이름이 쓰여있는데 알만한 분들은 다 아신다는 바로 그 게임 디자이너, 사사키 준(Sasaki Jun)의 이름이 쓰여있습니다. 그는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이런 다양한 게임들을 뚝딱뚝딱 만들어내는지 언제 한 번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던 와중에 마침 3월 초, 도쿄 오잉크 게임즈 본사에 방문할 기회가 생겼고 당시 미팅을 진행했던 내용을 이렇게 소개해봅니다. ^^
2월 어느 날, 오잉크 방문이 최종 결정되고 나서 제가 설정했던 방문 목적은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 흥미로운 게임을 만들어내는 오잉크 게임즈의 게임 제작 비법을 엿보고 오기!
두 번째, 일본 보드게임 시장의 구조와 진입 경로 파악하기!
세 번째, 제작 중인 보드게임 신작 '스시홀릭'을 시연하고 오잉크 디자이너의 피드백 받기!
이 세 가지의 미션을 중심으로 3월 초, 차근차근 미팅을 준비했습니다. 특히 일본어로 미팅이 진행되기 때문에 몇 주 전부터 일본어 회화 복습을 중점적으로 신경 써왔습니다.
시간이 흘러 드디어 3월 초 대망의 미팅 날, 저는 오잉크 사무실이 있는 하라주쿠 근처로 시간에 맞춰 이동하였고 결국 우여곡절 끝에(비도 오고 초행길ㅠㅠ) 약속했던 시간에 늦지 않게 딱 맞춰 귀여운 오잉크 마크가 있는 문 앞에 서게 되었습니다. (초행길도 잘 찾게끔 도와주는 구글맵 만세! 여러분 일본 지도는 구글맵이 최고입니다!)
<하라주쿠 근처의 오잉크게임즈 사무실 전경>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초인종을 누르니 잠시 후 사무실에선 메일을 주고받았던 카나야상이 마중을 나와 주셨습니다. 서글서글하고 인상 좋은 카나야상의 안내를 받고 드디어 오잉크의 아지트에 입성! 눈앞에 바로 보이는 건 큰 테이블 하나와 잘 정리된 각종 보드게임 재고들이었습니다. 특히 해외에선 구하기 힘든 트롤이나 오잉크판 모던아트가 눈에 띄었습니다. (역시 보드게임 회사는 재고 문제가 가장 크구나..!) 또한 웬만한 보드게임카페 못지않게 다양한 상용 보드게임들이 구비된 모습을 보며 이 회사의 사람들은 쉬는 시간마다 보드게임을 하지 않을까 하는 합리적 의심(이라고 하고 부러움이라고 읽는다)도 들기 시작했습니다.
<사무실 한켠에 잘 정리되어 있는 보드게임들>
온 사무실이 보드게임 창고가 된 현장을 둘러보는 와중에 잠시 후 사사키 준 디자이너와 이즈미다 히로코 디자이너가 회의실로 도착, 본격적인 미팅이 시작되었습니다.
<오잉크와의 미팅 요약 >
글의 편의를 위해 반말로 요약하지만 실제로는 존대로 진행되었음
O - 올린 / S - 사사키 준 / I - 이즈미다 히로코
<사사키 준 디자이너와 이즈미다 히로코 디자이너>
O. 한국에서 보드게임 및 모바일 게임을 만들고 있는 올린이라고 한다. 이렇게 시간을 내줘서 감사하다.
S. 오잉크게임즈의 사사키 준이다. 만나서 반갑다.
I. 오잉크게임즈의 이즈미다라고 한다. 비도 오는데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
O. 만나서 반갑다. 한국에도 오잉크게임즈의 팬들이 굉장히 많다. 한국에서는 오잉크를 보드게임 회사로 알고 있는데 오잉크게임즈는 정확히 어떤 회사인가?
S. 한국에 팬이 있다니 흥미롭다. 오잉크게임즈는 기본적으로 게임을 만드는 회사이다. 인원은 11명 정도로 대부분의 인원이 프로그래머이다. 오잉크는 주로 콘솔 게임이나 모바일 게임을 개발하고 있으며 보드게임을 직접 개발하는 인력은 본인(사사키 준)과 이즈미다씨, 두 명이다. 나머지 멤버들은 보드게임 생산이나 판매 등을 도와주고 있다.
O. 오호, 본인도 모바일 게임과 병행해서 보드게임을 만드는 사람인데 비슷해서 더욱 반갑다. 사사키 씨가 직접 아트웍까지 전부 하는 건가? 아니면 게임 아키텍처만 만들고 아트웍은 이즈미다씨가 맡아서 하는 건가?
S. 기본적으로 혼자 모든 일을 다 한다. 게임 기획부터 아트웍 제작까지. 1인 개발이라고 보면 된다. 이즈미다씨도 본인의 게임은 직접 모든 파트를 맡아서 하고 있다. 이즈미다씨는 오잉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게임을 출시한 경험이 있다.
O. (빨간색 박스의 게임을 보며) 그러고 보니 테이블 위에 처음 보는 게임이 있는데 이건 오잉크의 신작 게임인가?
<오카사 게임 마켓을 준비 중인 듀얼 클래시 포커와 가면맨>
S. 그것은 듀얼 클래시 포커라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이즈미다씨가 만든 게임인데 올해 오잉크에선 이즈미다씨가 디자인한 게임이 몇 개 더 나올 것 같다. 듀얼 클래시 포커는 4인 이서 2:2 팀전으로 승부를 가리는 게임으로 오잉크에서 처음 시도하는 인원수가 고정된 게임이다. 주말에 오사카 게임 마켓이 있기 때문에 그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O. 인원이 맞지 않아서 시연을 하지 못하는 부분이 아쉽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꼭 해보도록 하겠다. 오잉크는 그동안 흥미로운 게임을 많이 개발하고 출시한 게임 레이블로 유명하다. 특별히 오잉크만의 게임 만드는 방법론이 있을까?
S. 작업의 종류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퍼블리싱 작업. 기본적으로 오잉크에 게임을 내고 싶다는 의뢰를 받거나 오잉크가 맘에 드는 게임을 컨택해서 연결이 되면 게임의 재미는 공감이 된 것이므로 우선 게임의 기본 골격을 두고 컴포넌트나 제작 방법 위주로 조율을 하는 편이다. 두 번째는 사내에서 직접 개발하는 프로젝트인데 우선 재밌는 아이디어가 나올 때까지 매일 생각한다. 재밌다고 생각한 아이디어가 생기면 빠르게 프로토타입을 만들어 회사 멤버들이랑 테스트 플레이를 하고 이건 재밌는데?라는 생각이 들면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편. 게임 시스템이 완성되면 2주 안에 디자인까지 모두 완료해서 게임을 완성하는 편이다. 이 부분은 좀 빠른 편이라고 생각한다. 그 외 테스트 플레이나 아이디어 정제 과정은 다른 게임 회사들이 하는 방법과 비슷하다고 본다.
O. 그 얘기를 들으니 궁금한 것이 하나 더 있는데 오잉크의 게임들은 테마가 매우 좋은 편이라고 생각한다. 게임을 만들 때 테마를 정하고 세부적인 시스템을 만드는 편인가? 아니면 세부적인 시스템을 먼저 만들고 테마를 입히는 편인가?
S. 기본적으로 게임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개인적으론 시스템을 먼저 만들고 시스템이 완성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테마를 입히는 편이다.
I. 본인은 조금 다르게 테마를 먼저 잡고 세부적 룰을 만드는 편이다. 이번 게임도 그런 과정을 통해 나왔다.
O. 한국에서도 일본에 진출하고 싶은 디자이너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일본에 보드게임을 판매하려면 어떤 방법들이 있는가?
S. 우선 일본에서 열리는 게임 마켓에 참여하는 것을 추천한다. 최근 일본의 보드게임 시장은 큰 성장세에 있다고 본다. 매년 참여하는 업체들도 늘어나고 있으며 보드게임 인구도 많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본다. 게임 마켓에 부스를 내고 본인의 게임을 직접 파는 개인 제작자도 많이 늘고 있다. 게임 마켓은 일본에서 연마다 3회 열리는데 도쿄에서 2번 오사카에서 1번 정도로 열린다. 일본에서 보드게임을 만드는 거의 모든 크리에이터들이 참여한다고 보면 되고 여러 퍼블리셔들이나 큰 회사들을 비즈니스적으로 만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아 그리고 일본은 개인 제작자라도 게임의 질이나 퀄리티가 높은 경우가 많다.
<게임 마켓 공식 사이트>
I. 한국도 게임 마켓 같은 게 있는가?
O. 한국도 비슷한 행사가 있다. 연 4회 정도 개최되는데 보드게임콘과 보드게임 페스타가 그 둘이다. 그 외에도 지방에서 열리는 행사들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조금 아쉬운 게 꼭 행사 날짜가 일본 보드게임 행사와 겹친다. 그래서 일본의 게임 마켓에 참여하려면 한국 쪽을 포기해야 한다. 작년에도 5월 5일에 한, 일 양국에서 같은 날짜에 행사가 열렸다.
I. 다가오는 5월에 도쿄에서 행사가 있는데 이번에는 5월 말쯤에 행사를 한다. 한번 참여해보는 게 어떨지?
S. 아마 올해에 있는 행사는 모두 참가신청이 마감된 걸로 알고 있다. 내년을 노려보는 게 좋을 것 같다.
O. 5월 말이라면 한국의 보드게임 행사와 겹치지 않아서 시기가 참 괜찮은데 이미 마감되었다니 아쉽다. 미리미리 준비해서 내년에는 참여를 고려해보겠다. 혹시 게임 퍼블리싱 제안을 넣거나 요청할만한 일본 업체를 추천해줄 수 있는가? 한국에는 그런 정보들이 거의 없는 편이라 꼭 물어보고 싶었다.
S. 음.. 지금 생각나는 바로는 아크라이트, 뉴게임즈오더, 스고로쿠야 등이 생각이 난다. 해외 게임들을 일본으로 들여와 번역하고 출시하는 일도 많이 하는 업체들이다. 아 물론 오잉크게임즈에서도 좋은 게임 제안들을 받고 있다. (웃음)
아크라이트 게임즈
뉴게임즈오더(NGO)
스고로쿠야
오잉크게임즈
O. (초록색 게임을 보며) 이 게임은 웹에서 예전에 본 적이 있다. 사사키 준씨의 최신작으로 알고 있다. 혹시 어떤 게임인지 소개해 줄 수 있는가?
<오잉크의 최신작, 가면맨>
S. 좋다. 이 게임은 가면맨이라는 게임으로 만화적 표현이 쓰인 카드를 뽑아 각종 재료들로 얼굴을 표현하는 게임이다. 한 플레이어가 카드를 한 개 선택해 그에 맞는 얼굴을 만든다. 예를 들면 ‘도저히 용서할 수 없어!’라는 카드로 얼굴을 만들면 다른 사람들은 완성된 해당 얼굴을 보고 자신의 카드들 중에서 헷갈릴만한 카드를 한 장씩 제출한다. 공용 덱에서 카드를 3장 더 섞어 넣고 정답을 모두 공개! 진짜 정답인 것 같은 카드에 베팅한다. 정답을 맞힌 플레이어와 문제 제출자는 점수를 얻는 파티게임이다.
O. 얼굴의 표정을 다양하게 만드는 부분이 재미있다. 그런데 언어적 요소가 들어가 일본어를 모르는 사람은 플레이할 수 없는 게 아쉽다. 다른 언어로도 출시할 계획이 있는가?
S. 아마 다음 버전에선 일어뿐 아니라 아래에 영어도 들어갈 듯하다. 한국어 버전은… 팝콘상에게 부탁해볼까?^^; (오잉크의 게임은 한국에서 팝콘에듀를 통해 출시되었다.) 한국어 버전을 낸다면 해당 국가에서 주로 쓰이는 만화적 표현들이 들어가면 좋겠다.
O. 확실히 한국은 신조어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또 사라지는 나라인 것 같다. 나라별로 말장난들을 잘 사용하면 더욱 재밌는 게임이 될 것 같다.
S. 그런 부분도 한번 고려해보겠다.
O. 본인도 한국에서 보드게임을 제작 중인데 이번에 개발 중인 신작을 가져왔다. 테스트 플레이를 함께 해봐도 좋을지?
<현재 필자가 개발중인 보드게임 '스시홀릭'>
I. 안 그래도 계속 신경 쓰였다. 케이스가 엄청 예쁜 것 같다. 스시를 테마로 한 게임인가?
O. 스시 테마의 게임이다. 게임 이름은 스시홀릭. 작년에 낸 튤립홀릭에 이어 홀릭 시리즈 2탄이다.
S. 일본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좋아할 것 같은 디자인이다. 튤립홀릭은 예전에 본 적이 있다. 튤립홀릭도 게임이 굉장히 예쁜 것 같다.
O. 예쁘게 봐줘서 고맙다. 튤립홀릭에 이어 홀릭 시리즈 2탄인 스시홀릭은 가벼운 메모리 파티게임이다. 스시를 먼저 4개(3인 플레이의 경우) 만들면 승리하는데 깔려있는 재료 중에 샤리(밥), 와사비(고추냉이), 네타(위에 얹는 생선 및 여러 재료들)를 순서대로 찾아내는 걸 성공한 사람은 스시를 만들 수 있다. 일본에서 이런 스시 종류를 니기리즈시(손에 쥐어서 만드는 스시)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 재료를 모두 모으면 반드시 손에 올려서 스시를 만드는 모션을 취해야 한다. 이 부분이 키포인트다. 재료를 뒤집는 순서가 틀리면 타일을 다시 뒤집어 돌려놓고 턴을 넘긴다. 기본적으로 기억력이 중요하지만 그냥 생각 없이 플레이해도 왁자지껄 즐겁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S. 매력적인 룰이라고 생각한다. 반드시 해당 재료를 순서대로 오픈해야 하는 부분이 일반적인 메모리 게임과는 다른 재미를 줄 것 같다. 얼른 플레이해보고 싶다.
<스시홀릭 게임 플레이 후>
O. 게임을 플레이해 봤는데 어땠는지?
S. 상당히 재미있는 게임이다. 조금 더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 있으면 좋을 것도 같다. 예를 들면 밥 하나에 와사비를 여러 개 넣으면 점수를 조금 더 받는다든지 좀 더 도박적인 요소가 들어가도 좋을 것 같다. (잠시 골똘히 생각해보고) 그런데 생각해보니 좀 잔룰이 될 수도 있고.. 지금 정도 느낌이 적당한 것도 같다. 어린아이들이 플레이하기엔 좀 더 쉬운 쪽으로 정리가 되어도 좋겠다. 일본의 어머니들이 교육용으로 구매할 수도 있을 것 같다.
I. 사사키 씨의 말처럼 와사비를 여러 개 넣는 룰도 재밌을 것 같다. 스시를 직접 손에 쥐어서 완성하는 부분이 재밌다. 컴포넌트도 딱 스시 크기와 비슷해 굉장히 귀엽다. 그 부분은 의도한 건가?
O. 일부러 그런 느낌을 주려고 디자인했다. 게임의 컴포넌트를 카드가 아닌 타일로 만들고자 한 부분은 오잉크의 게임에서 영감을 많이 받았다.
S. 그렇게 말해주니 기쁘다. 개인적으로 타일에서 느껴지는 손맛을 좋아하는 편이고 오잉크에서 만든 게임들이 타일이 많은 부분도 그런 개인적인 취향이 반영되어 있다.
O. 스시홀릭에 등장하는 스시는 총 8종류가 될 것 같다. 마구로 에디션과 타마고 에디션에 등장하는 스시의 종류가 서로 다른데 디자인 중인 시안이 있다. 한번 보고 종류를 맞춰보시라.
<스시홀릭 네타(재료)시안>
I. (3번을 가리키며) 이건 사바(고등어) 인가?
O. 오 맞다. 한국에서 시안을 주변에 보여 줬을 때 가장 오답이 많이 나왔던 시안이 사바(고등어)인데 한 번에 맞춰서 놀랐다. 역시 스시를 자주 먹는 일본인이라서 잘 맞추는 건가.
I. 가장 처음 보인 게 사바(고등어)였다. 그런데 조금 헷갈릴 수는 있을 것 같다.
S. (8번과 4번을 가리키며) 이건 타코(문어)와 이카(오징어)인 것 같다.
O. 정답!
S. 나머지는 바로 알아볼 수 있을 것 같고.. (2번을 가리키며) 이건 좀 헷갈린다. 아나고(붕장어)인가?
O. 하하, 아까웠다. 그것은 우나기(장어)이다.
I. 듣고 보니 우나기(장어)처럼 보인다. 먹음직스럽게 생겼다.
S. 좋은 테마와 게임성을 가진 것 같다. 룰도 별로 더하거나 뺄 필요 없이 정리해도 좋을 것 같다. 게임은 언제 출시되는 건가?
O. 아마 3월 말부터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할 것 같다. 제품을 생산하게 되면 선물로 하나 보내주겠다.
S. 오 기대하겠다. 그런데 오잉크 사무실이 곧 이사를 가게 되니 주의 부탁한다.
O. 알겠다. 혹시 서울에 놀러 오면 연락 달라. 그때는 내가 대접하겠다.
I. 한국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 한 번쯤 놀러 가고 싶다. 한국에 가면 주요 관광지에는 일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많다는데 사실인가?
O. 아마 서울의 주요 관광지라면 괜찮을 것 같다. 일어 메뉴판도 있을 것 같고. 기본적으로 영어를 하면 더욱 편하다.
S. 한국에 딱 한 번 가봤는데 한국어를 전혀 못해서 좀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서울에 가게 되면 연락하겠다.
O.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줘서 정말 고맙다. 오잉크의 작업 과정과 일본의 보드게임 시장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다음에 또 만날 날을 기대하겠다.
S,I. 비 오는데 조심해서 돌아가고 남은 일정 도쿄에서 좋은 시간 보내길 바란다.
약 한 시간 반에 걸친 미팅이 끝나고 한층 친밀해진 두 분과 잡담을 조금 더 나눈 뒤 즐거웠던 도쿄에서의 오잉크게임즈 방문은 이렇게 마무리되었습니다.
(중간중간 아주 많은 잡담들이 있었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아 지면에 모두 옮기지 못한 부분 양해 바랍니다.)
제가 이번 미팅을 통해 가장 인상 깊게 느껴졌던 부분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2주 제작 프로세스에 관련된 것인데 이는 사사키 준 디자이너의 제작 방법으로 룰과 테마가 결정된 게임은 2주 안에 목업까지 완성한다는 부분입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보드게임의 수익률과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입니다. 보드게임에 들어가는 원가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바로 시제품 제작 비용(모든 컴포넌트들과 박스 제작, 포장비용 포함)과 디자인 제작 비용이 그것이죠. 이 중에서 시제품 제작 비용을 줄이는 것은 어느 정도 한계가 있기 마련입니다. 너무 단가를 줄이다 보면 컴포넌트의 질이 떨어지고 이는 곧 보드게임 품질 저하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반면에 디자인 비용을 줄이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입니다. 또 이는 직접 디자인을 할 수 있는 사람이면 더욱 큰 메리트가 있는 부분이죠. (물론 디자인을 잘 한다는 전제가 있어야겠죠?) 사사키 준씨와 이즈미다 히로코 씨는 본래 그래픽 디자이너로 직접 아트웍이 가능하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고 오잉크는 2주 완성 프로세스를 통해 이를 효율적인 방식으로 적용하고 있었습니다. 보드게임은 모바일 게임이나 콘솔 게임에 비해 큰 수익을 기대하긴 어려운 필드입니다. 지속적으로 게임을 만들고 살아남으려면 이런 효율적인 방법들을 사용해 우선 계속 게임을 만들어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두 번째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커져나가는 일본의 보드게임 시장 현황이었는데 한국도 물론 그렇지만 일본의 보드게임 성장세는 매우 빠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사사키 준 디자이너는 한국의 보드게임 시장의 현황을 물어보며 일본의 성장세는 근 몇 년 간 매우 빠르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연 3회 열리는 게임 마켓은 참여 부스가 유료임에도 소규모 보드게임 디자이너들도 활발히 참여, 빠르게 매진되는 경향을 보이고 매년 관람객 수도 늘며 일본 소규모 게임 레이블의 성장의 큰 토대가 되고 있다는 사실이 참 부러웠습니다. 어서 한국도 매력적인 소규모 보드게임 제작사들이 많이 늘어 보드게임 시장의 전체적 파이를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잉크게임즈는 처음 제가 생각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독특한 포지션을 가진 회사였습니다. 단순한 보드게임 회사인 줄 알았던 오잉크게임즈는 사실 콘솔과 모바일 게임을 주로 만드는 회사였고 보드게임은 오잉크의 다양한 라인업 중에 하나라는 점이 제겐 신선하면서도 매우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왔습니다. 바로 제가 몸담고 있는 순순스튜디오가 딱 비슷한 포지션의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순순스튜디오는 도트레인저스, 굽신, 트윈프린세스 등 모바일 게임을 주력으로 만드는 게임 스튜디오로 작년부터 튤립홀릭을 통해 처음 보드게임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따라서 비슷한 길을 먼저 개척하고 있는 오잉크 게임즈를 보며 많은 자극을 받았고 언젠간 이들처럼 저도 몇 년 뒤엔 한국 보드게임을 대표할만한 멋진 레이블을 키워나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의 매력적인 보드게임 회사, 오잉크게임즈가 앞으로 만들어나갈 흥미로운 신작들을 더욱 기대해보면서 이상 올린의 도쿄 오잉크게임즈 방문기를 마치겠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