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이지 타임 리뷰
이번에 리뷰할 게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파티게임인 크레이지 타임입니다.
이 게임은 생각보다 유명하지는 않고 인기가 많은 게임은 아닙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시스템적인 오류도 많고 여기저기 단점도 많은 게임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게임을 하면서 느껴지는 즐거움은 다른 어떤 파티게임보다도 상위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말 한 판 하자마자 구매하고 싶다고 생각했으나 안타깝게도 절판된 게임이었습니다..
그 이후 보라 중고장터에 죽돌이처럼 대기하며 겨우 밀봉제품 하나를 구했을 정도로 재밌게 플레이한 게임입니다.
제가 느낀 이 게임의 매력이 무엇인지 리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이 게임만의 독특한 점
보통 파티게임이라는 이미지를 떠올려보면 '머리를 많이 쓰지 않는 게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느 정도는 사실입니다. 전략게임에 비하면야 확실히 생각할만한 요소가 적기 때문이죠.
이 게임도 처음에는 크게 어렵지 않아 보입니다.
일단 게임 설명을 듣고 나면 '조금 까다로운 할리갈리', '생각 좀 해야하는 순발력 게임' 정도라는 느낌이 듭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정말 머리를 많이 써야합니다. 제 친구들은 속칭 '사람 바보 만드는 게임'이라고 부릅니다.
이 게임이 여느 게임에 비해 독특한 점은 바로 '머리를 쓰는 파티게임'이라는 점인 것 같습니다.
심리전이나 블러핑을 하는 파티게임은 많지만 이는 플레이어간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 게임은 완전 정보게임이 된 상태에서도 상황을 해석하기 위해 끊임없이 생각해야합니다.
게임의 룰 특성상 자신이 무심코 한 행동이 하면 안되는 행동일수도 있다는 점이 끊임없이 플레이어를 괴롭힙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면 '그냥 머리아픈 게임 왜 하지?'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매력포인트는 그런 머리아픈 상황을 즐기는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분명히 취향이 타는 요소이지만 저와 제 친구들은 그런 요소를 정말 매력적인 요소라고 느끼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이 게임의 독특한 점은 게임 내에서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긴다는 것입니다.
이 게임의 룰 상 1등은 플레이어 중 한 명을 잠시 나가있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부분에서 밖으로 나간 플레이어는 전혀 정보를 얻지 못하게 되고 정보의 비대칭성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엄격한 시간의 관리자는 그런 비대칭성을 고려해주지 않죠.
이런 부분에서 게임은 꽤나 유머러스한 분위기를 연출하게 됩니다. '응. 너는 ~법칙을 어겼어'라고 말할 때의 그 재미는 잊을 수가 없죠.
2. 게임의 장점
사실 이 게임의 장점은 대부분 취향을 타는 부분이고, 이 게임의 독특한 점과 큰 다를 바는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게임에 느낀 첫 번째 장점은 굉장히 독특한 시스템이 주는 머리 아픈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할 때 이 게임은 '과부하의 법칙'이 없었다면 정말 재미없는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고 말을 하곤 합니다.
이 게임의 꽃인 과부하의 법칙 하나로 이 게임은 엄청난 매력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수많은 규칙이 얽혔을 때 모든 규칙을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규칙이 상쇄된다는 것은 굉장히 재미있는 규칙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로 느낀 장점은 파티게임의 요소인 유머러스함이 게임에 잘 살아있다는 것입니다.
머리아프면 짜증이 나고 하기 싫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게임이 재밌어집니다.
다른 친구가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머리를 싸매고 가만히 있는 모습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나옵니다.
'째-깍-째-깍'이라고 외칠 때 뇌정지가 오는 부분은 언제나 재미있습니다.
규칙을 모르는 친구가 규칙을 틀렸을 때 '도대체 무슨 규칙이야?'하고 알 수 없는 표정을 짓는다면 모두 즐겁게 웃게 됩니다.
이런 식으로 게임 자체에서 오는 유머러스함이 플레이어를 즐겁게 합니다.
3. 게임의 단점
이 게임의 단점은 사실 모든 장점이 다 취향을 탄다는 것입니다.
분명 작은 행동에도 깊게 고민하는 습관이 있는, 다른 말로 장고가 습관인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혹은 웃는 분위기에선 집중하지 못해 게임의 룰 신경을 잘 쓰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에게 이 게임은 정말 끔찍한 게임이 될 수 있습니다.
제 주변에 이 게임을 정말 싫어하여 '크레이지 타임 같은거만 하지 말자'하는 사람이 한 명 있습니다.
이 게임의 단점은 장점이 장점이 아닐 수 있다는 것 같습니다.
이 게임의 두 번째 단점은 사실 말하자면 매우 깁니다.
바로 시스템이, 과격한 표현을 쓰면 그냥 쓰레기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시스템에 너무 오류가 많고 룰이 전혀 다듬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런 예시를 몇 개만 들어보겠습니다.
1. 12가 가장 큰 시간인지 가장 작은 시간인지 적혀있지 않습니다.
2. '다음 플레이어'는 정시가 아닌 ~시 30분이라고 말합니다 라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모든 플레이어는'이라고 말하는 규칙이 있습니다.
그런데 크레이지타임 룰북에는 이전 플레이어가 말한 시간에 1시간을 더하여 말하는 것이 규칙입니다.
그렇다면 다음 플레이어는 한 시간을 더하여 말하는 게 맞습니까, 30분을 더하여 다시 정각으로 말하는게 맞습니까?
전자면 '다음 플레이어'와 '앞으로 모든 플레이어'의 텍스트는 아무런 차이가 없으며 후자라면 룰끼리 충돌이 생긴 것입니다.
3. 바닥에 깔린 카드가 0장인 경우, 선 플레이어를 무시하고 일부러 틀리는 행동을 해서 선을 가져오는 플레이가 유효합니다.
어차피 먹는 카드가 0장이기 때문에 일부러 틀려서 패널티를 받지 않고 '틀린 사람부터 게임을 시작합니다'라는 룰을 악용할 수 있습니다.
4. 어떤 특정 조건에 처한 사람만 '타임 스톱' 카드를 쳐야하는 상황에서 그 특정 조건에 처한 사람이 1명일 경우에는 게임이 그냥 진행됩니다.
그런데 그 1명이 가운데를 치기 전에 다음 사람이 차례를 진행했다면
그 사람이 틀린 것은 가운데를 쳐야하는 법칙인가요, 아니면 게임의 기본 순서인가요?
5. 위와 비슷한 경우로 한 사람이 시간을 두 번 말해야 하는 규칙이 있는 경우
그 사람이 틀린 것은 시간을 두 번 말하는 법칙인가요, 아니면 게임의 기본 순서인가요?
6. 2등이나 꼴등이나 똑같습니다. 한 번 1위한 뒤 한 번 나갔다 온 사람은 3라운드에 더 이상 게임에 진지하게 임할 필요가 없습니다.
7. 처음에 가지고 있는 카드를 전부 내버리고 '아 나 틀렸네, 5장 먹을게'라고 말하는 억지 플레이를 규칙으로 막을 수가 없습니다.
8. 시곗 바늘이 직각을 이룬다면이 '그림'을 의미하는 것인지 '시각'을 의미하는 것인지가 매우 불명확합니다.
9. 그림간 개수, 1~12시 개수를 직접 세어보면 지나치게 비대칭적입니다. 63장중에서 그림 개수로 나눠져서 +- 1~2 정도의 오차가 아니라 비율이 압도적으로 차이납니다.
적당한 비대칭성은 게임에 재미를 주지만 지나친 비대칭성이 특정한 룰의 빈도를 지나치게 높이거나 지나치게 낮추는 경우가 생깁니다.
솔직히 이 게임에 불명확하고 틀린 부분이 지나치게 많습니다.
물론 몇 개는 룰 악용의 문제이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이 그냥 협의하고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이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게 미완성인 룰을 쉴드칠 근거가 되지는 않습니다.
저는 이 게임을 평가하기를 '우연히 재밌게 만들어진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애초에 룰북에 '플레이어들끼리 적당히 상의하여 게임을 진행하세요'라는 문구는 이 게임의 완성도가 낮다는 증거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이 게임의 룰북을 제가 직접 만들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는, 적어도 위의 언급한 모든 충돌 요소를 제거하고 모순을 찾지 못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플레이어들 간에 '이건 어떻게 처리할까?'하고 게임 내에서 상의해야 할 요소가 지나치게 많습니다.
게임을 대충 한 게 아니고서야, 5~6명이 게임을 하다보면 분명히 의견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하게 됩니다.
4. 게임의 평가
게임은 확실히 재밌습니다. 하지만 정말 안 좋은 게임입니다.
이는 마치 얼마 전까지도 연재했던 드래곤볼 슈퍼라는 만화가 재미는 있지만 작품성은 별로라고 욕을 먹는 것과 비슷합니다.
룰 합의가 되지 않은 플레이어들끼리 보드게임카페에서 설명을 듣고 플레이를 한다면
이 게임은 게임성이 정말 쓰레기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이 룰을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 정리하고 저처럼 자신만의 룰북을 만들어서 게임을 한다면 게임은 훨씬 재밌어집니다.
애초에 룰북에 써있듯 플레이어들 끼리 적당히 합의하여 게임을 진행하는 것도 어쩌면 이 게임의 매력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