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RICLES(페리클레스) 플레이 후기 겸 리뷰
안녕하세요, 베크렐입니다.
GMT 사의 Great Statesmen 시리즈 게임인 페리클레스 :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플레이하고 후기 겸 리뷰를 남깁니다.
이번 모임에는 4명이 참석하였습니다.
아테네 귀족파 : gmt
아테네 민주파 : 야구조아
스파르타 아기아드 왕가 : rgm179
스파르타 에우리폰티드 왕가 : 베크렐
시나리오는 Pentecontaetia (50년간) 1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선택하였고, 룰북을 번역하신 rgm179님의 룰설명을 듣고 게임에 들어갔습니다.
저와 gmt님은 이 게임을 처음 해보는 상황이라 룰설명을 들어야만 했고, 룰설명은 1시간 조금 넘게 걸렸습니다.
시나리오의 초기 세팅 모습입니다.
아테네는 귀족파가 여당(집권당)을 차지하고 있으며, 스파르타는 아기아드 왕가가 세력을 잡고 있습니다.
(당으로 구분되는 아테네와 달리, 당시 스파르타에는 당이 없는 대신 여러 왕이 있어 각 왕가들끼리의 세력 다툼이 있었다고 합니다.)
Great Statesmen 시리즈의 다른 게임으로는 처칠이 있는데, 제가 처칠을 플레이해보지 않아서 비교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맵은 전체적으로 두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오른쪽에는 그리스 주변의 지도가 그려져 있으며, 각 박스(갈색 또는 파란색)는 당시에 존재하던 여러 폴리스들이 위치한 전역(Theater)을 나타냅니다.
한 국가의 두 플레이어들은 맵의 오른쪽에 위치한 민회(Assmbly) 보드에서 안건을 가져와 토의를 하게 됩니다.
이후 가져온 안건을 해결하거나 맵의 전역에 배치한 후 순서대로 해결하여 군사를 이동시키고, 전투하거나, 여러 다른 행동들을 수행하게 됩니다.
민회(Assembly) 보드에 위치한 붉은색(스파르타)과 파란색(아테네) 육각기둥들은 스트라테고스(Strategos) 토큰들로,
어떤 안건을 처리할 때 필요한 장군(혹은 그 안건에 동조해주는 군중) 등을 의미합니다.
즉, 특정 안건을 강력하게 수행하고 싶은 경우 자신의 가림막 뒤에 스트라테고스 토큰을 많이 가져올 수록 유리해지는 것이 이 게임의 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트라테고스 토큰 더미 양쪽으로 나열되어 있는 카운터들이 이제 각 국의 두 플레이어들이 가져와 토의하게 될 여러 안건들입니다.
안건 중에는 일회용도 있고, 재사용이 가능한 안건들도 있습니다.
또한 아테네만 가지고 있는 안건도 있고, 스파르타에서만 처리할 수 있는 안건도 있습니다.
외교, 동맹, 군사, 신탁 안건은 전역에 놓인 이후 처리되므로 처리 시기가 늦으며, 그 외의 모든 정치 안건들은 정치 페이즈에 처리하게 됩니다.
정치 페이즈에 가장 먼저 처리되는 안건은 도편추방(Ostracism)으로, 야당과 여당을 결정하게 되는 중요한 안건입니다.
이 도편추방 안건을 획득한 야당은 바로 여당으로 전환됩니다.
이외에는 처리된 안건들의 토의 결과에 따라 연설 값을 계산하여 민회의 호의 마커를 이동시킬 수 있습니다.
상대국과 전쟁/평화를 할 것인지 처리하는 안건은 게임의 종료 조건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한 안건에 속합니다.
운동경기(Games)는 일종의 올림픽을 개최하는 안건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며, 평화시에는 영예(승점)를 높여주고, 전쟁중일 때에는 스트라테고스 토큰을 보충하게 해 줍니다.
이외에도 시민권(아테네), 식민지(아테네), 크립테이아(스파르타), 아고게(스파르타) 등의 안건이 있습니다.
위 사진은 스파르타의 두 왕가간의 안건 처리가 진행된 결과를 보여줍니다.
에우리폰티드 왕가는 군사안건을 4, 외교 안건을 3, 운동경기, 도편추방, 동맹 안건을 1로 끌어와 많은 안건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안건을 끌어 당기는데에는 두 세력이 각각 손패의 카드를 사용해 그 값을 비교하여 당겨올 수 있으며,
동점인 경우 위의 사진의 중앙에 있는 외교 안건과 같이 채택되지 못한 채 남아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중 도편추방에 의해 야당으로 시작한 에우리폰티드 왕가는 바로 여당으로 민회의 호의 마커를 당겨옵니다.
이후 평화(사진의 말이 흰색이면 평화, 검은색이면 전쟁) 상태에서 운동경기(올림픽)를 열었으므로 영예(승점)를 3 얻습니다.
이후 남은 안건들은 전역에 배치하여 전역 단계에서 처리할 수 있게 됩니다.
군사 안건은 군사 유닛(지상군, 해군)의 이동과 전투를 결정할 수 있으며,
동맹 안건은 각 국의 동맹 세력(아테네 - 델로스 동맹; 흰색, 스파르타 - 펠로폰네소스 동맹; 노란색)의 군사를 늘리는 등에 쓰입니다.
외교 안건은 아무 세력도 놓여있지 않은 중립 전역 등에 새 동맹 기지를 건설하는 등의 용도로 사용됩니다.
위 사진은 전역 안건을 각 전역에 쌓아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1차 펠로폰네소스 전쟁 시나리오에서는 코린트 지협(Isthumus of Corinth, 전역 5)이 굉장히 중요한 지역으로, 스파르타의 육상 진격의 첫 관문이기도 합니다.
전역에는 안건들을 영예 순서대로 쌓게 되며, 먼저 쌓은 안건을 나중에 처리하는 LIFO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따라서 먼저 안건을 배치하는 사람은 그 안건이 마지막에 처리될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배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코린트 지협에 아테네 측에서 마지막으로 군사 안건을 올려두어 먼저 군사배치를 실시하면,
스파르타는 평화 상태에서는 아테네군이 이미 진출한 코린트 지협으로 군사를 이동시킬 수 없게 됩니다.
따라서 아래쪽에 있던 스파르타의 군사 안건은 군사 이동을 시키지 못하고 스트라테고스 토큰만을 지불하여 펠로폰네소스 동맹군으로만 싸워야 하는 답답한 상황이 나오게 됩니다.
상대국가보다 많은 전역 안건을 확보한다면 마지막에 안건을 올려 선제권을 쥐는 것이 쉬워집니다.
이번 게임에서 스파르타는 이 순서 때문에 본국에 있는 저 강력한 지상군들을 이동시키지 못하고 답답해하게 되었습니다.
아테네의 전략적 실수가 드러난 장면입니다.
스파르타는 지상군이 다른 지상군들보다 2배 강력합니다.
물론 아테네는 해군이 다른 해군들에 비해 2배 강력한 장점이 있으나,
코린트 지협은 갈색 박스로 육상전을 우선 수행해야 하는 지역입니다(파란 박스인 전역은 해상전을 우선 수행).
아테네에서 스파르타의 육상 진출을 초장에 막고자 코린트 지협에 엄청난 수의 델로스 동맹군과 스트라테고스 토큰을 소비한 장면입니다.
스파르타의 경우 본국인 전역 6번에서 진출할 수 있는 곳은 아테네 본국(전역 7)과 코린트 지협 뿐이므로 육상전에 유리한 코린트 지협을 포기할 이유가 없습니다.
따라서 위의 사진과 같이 엄청난 수의 토큰이 한 자리에 모이는 핫 플레이스가 펼쳐진 것입니다.
전투는 각 토큰의 수를 세어 더하고, 거기에 덱의 맨 위에서 나온 카드의 수치를 합산해 각국이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이 전투에서 승패는 그리 크지 않은 수로 결정나게 되어 각 국의 피해는 많지 않았습니다.
전투 결과 육상전에서 승리한 스파르타는 여당은 제거한 적군 군사 유닛의 수의 2배만큼 영예(승점)를 얻고, 야당은 제거한 적군 군사 유닛의 수와 동일한 수 만큼의 영예(승점)를 얻습니다.
즉, 전투가 일어나 승리하게 된 경우 여당은 2배로 얻는다는 것입니다.
패배하는 국가는 여야 무관하게 잃은 유닛 수만큼 영예(승점)를 잃습니다.
따라서 이 게임의 룰은 플레이어에게 이길 전투에는 되도록 여당으로 참여하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스파르타의 강력한 지상군에게 패배한 아테네는 승점을 많이 잃고 자동 승리 조건을 체크하게 됩니다.
이 게임의 (영예, 승점) 자동 승리 조건은 다음과 같습니다.
어느 한 당파가 아래 조건을 모두 충족
1. 여당일 것.
2. 야당보다 영예(승점) 값이 높을 것.
3. 적국의 두 당파 중 하나보다 영예(승점) 값이 3배 이상 높을 것.
4. 야당과 합친 영예(승점) 값이 적국의 여야를 합친 값보다 높을 것.
이 승리조건을 만족한 에우리폰티드 왕가는 이 1차 펠로폰네소스 전쟁의 승리자가 됩니다.
이외에도 본토 침공을 통해 이루어지는 정복 자동승리, 아테네의 보급로가 끊겨 발생하는 곡물창고 승리 등이 있으나 흔하게 볼 수 있는 형태의 승리 조건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게임의 장점으로는,
이 게임은 넓은 맵에서 이루어지는 치열한 전투를 그리고 있지 않습니다.
각국의 여야 세력이 안건을 놓고 대립하는 와중에 적국을 이기고자 하는 공동 목표도 신경써야 하는 복잡한 정치적 상황을 다루는 데 특화되어 있는 게임입니다.
여태까지 아주 많은 게임을 해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특이한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게임은 거의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워게임보다 정치적인 싸움이 가미되어 이를 경험해보고자 하는 분께는 아주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또한 게임의 재미를 최대한 누리고자 한다면, 역시 4인플이 강제됩니다.
인공지능을 넣거나 1인플레이를 하면 썩 유쾌한 플레이는 아니게 될 것 같습니다.
게임의 단점을 굳이 적자면,
예상했던 것 보다 게임이 빨리 끝나는 점
(룰설명 1시간 반에 게임 플레이 1시간 반은 처음 해보는 경험이었습니다. 이는 다른 시나리오의 경우 다를 수도 있습니다)
전투가 다른 워게임들에 비해 추상화되어 한눈에 승패가 인식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한 한 게임 내에서 정말 다양한 활동(안건 처리, 전투 등등)을 수행하기 때문에 룰이 매우 난해합니다.
입문 시 헷갈리는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의 디자이너 마크 허먼씨는 고대사를 전공한 분으로 알고있습니다.
룰북을 번역하신 rgm179님의 말씀에 따르면 이 게임에 자신이 이 시대에 이만큼이나 관심이 많고, 지식이 방대하다는 것을 자랑하려는 의지가 보인다고 합니다.
해당 시대에 관심이 많은 분이라면, 이 게임을 도전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룰북 번역하신 rgm179님과, 같이 게임을 진행해주신 야구조아, gmt님께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