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결산후기, 7월
절반을 넘었습니다. 7월이에요.
48회의 게임을 했습니다. 게임 횟수는 많은데, 대부분이 이미 썼던 게임이거나, 처음 접해서 많이 못 해본 게임들이라 별로 쓸 건 없더군요 헤헿.
8월부터도 계속 이런 식일 거 같아요. 용두사미의 느낌이 납니다. 그래도 끝은 내야죠.
이미지는 모두 긱에서 몰래 가져왔습니다.
스타 워즈 : 임페리얼 어설트 (Star wars : Imperial assault) 6회
묵직-한 던전 크롤링 게임을 하고 싶었습니다. 글룸헤이븐은 구하기도 힘들고, 구한다고 해서 하기도 힘들 거 같아서 대체할 게임을 찾다가요. 미국 사는 친구가 마침 한국엘 온다길래, 태평양 횡단 빵셔틀을 시켰습니다. 고맙다 짜식.
임페리얼 어설트는 스타워즈 영화의 4편과 5편 사이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스타워즈의 주인공들은 가끔씩 얼굴을 비춰주는 정도고, 우리는 조연들의 활약을 다루는 거에요. SF 배경의 RPG에도 거부감이 없다면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1:4 비대칭 구조를 갖습니다. 1측은 (보통 게임 주인이 합니다. 저는 제 운명을 받아들였습니다) 던전 역할을 하구요 (이 게임은 스타워즈니까 제국을 맡겠죠). 나머지 4는 당연히 영웅들입니다. 쉽고 재밌고 누구나 하고 싶어하는 역할이죠. 두들겨 맞기 전까지만요. 전작인 디센트와 다른 점은, 악역을 좋아하는 지지층 역시 두텁다는 것입니다. 스타워즈 팬들은 다들 다스베이더 좋아하죠? 그래서, 악역도 할만 합니다. 디센트 마냥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오버로드에서 스토리 읽어주는 사람으로 전직하는 일은 안 겪어도 돼요. 제국이 이길 수 있는 기회가 심심찮게 생깁니다. 웬만한 임무들은 끝나기 전까지는 끝난 게 아니라는 긴장감을 유지하고요. 그 때문에 주인공이 당연히 이기겠지라고 생각하고 게임에 임하면 큰 코 다쳐요. 아무것도 모르고 시작하면 첫 임무부터 실패의 위기를 맞게 될 겁니다. 메인 스토리의 긴장감 조절을 아주 잘 했어요. 한 끗 차이로 승패가 갈리는 경우가 흔했거든요.
제국 역할을 대신 맡아주는 어플이 있긴 합니다. 근데 어플과 본판은 스토리 진행이 다르고, 스토리 볼륨도 차이가 커요. 본판은 11개 미션을 하는데다 첫 미션을 빼곤 분기별로 다른 미션을 하게 되는데, 어플을 쓰면 고정된 5개 미션을 진행합니다. 어플도 매우 재밌지만, 1:4는 더 재미져요. 어플로 감을 익힌 뒤에 다섯명 모아서 각 잡고 해 봅시다.
글룸헤이븐 만큼은 아니라도 RPG로서 갖출 것은 다 갖추고 있습니다. 영웅의 성장, 스킬 습득, 아이템, 전장의 활용, 주 임무와 보조 임무, 적들도 성장하고… 세세하게 다 설명할 필요는 없겠죠. 컨텐츠는 풍성합니다. 레거시류 게임만큼은 아닐지라도 플레이 그룹마다 다른 역사를 쓸 것은 확실해요. 영웅으로 즐기는 네 명은 RPG 게임 하듯이 의기투합해서 제국을 무너뜨리는 데에 모든 것을 집중하면 됩니다.
이 게임이 제 첫 비대칭 게임이었어요. 저나 제 친구들은 모두 익숙하지 않았죠. 협력이면 협력이고, 경쟁이면 평등한 경쟁이었는데. 이 게임은 아주 새로운 경험이 됐습니다. 몇몇은 제국을 그냥 NPC 취급했는데, 몇몇은 제국을 경쟁 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임했습니다.
영웅들의 강점은, 문자 그대로의 강력함입니다. 하나 하나가 강하고 위력적이죠. 제국은 잔챙이들을 조직적으로 운영해야 하며, 무엇보다 정보의 비대칭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합니다. 제국은 시나리오를 알고 임무에 들어갑니다. 언제 어디에서 어떤 조건이 만족되면 어떤 일이 발생하는지를 미리 알고 있단 얘기죠. 반대로 영웅들은 그걸 몰라요. 몰라야 재밌죠. 제국의 함정에 영웅들이 걸려버리니까 반응이 둘로 나뉘더군요. 헤헿 걸려버렸넿- 어쩐지 너무 쉽더라 하는 쪽이랑, 이런 중요한 걸 왜 지금 알려주냐고 따지는 쪽으로… 미리 알려주는 거 아니라고 시작 전에 분명히 얘기했는데 흑흑.
결국 제 역량 부족인데, 이야기가 있는 게임은, 더군다나 진행자가 있는 게임은 몰입을 할 수 있게끔 유도를 잘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보드게임이지만, TRPG 하듯이 운영을 해야 훨씬 재밌을 거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야기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해 주고. 턱밑까지 숨통을 조이다가 지거나, 느슨하게 가는 듯 하다가도 몰아쳐서 이겨버린다던가, 사소한 규칙은 가끔 좀 무시해 주고, 더 즐겁고 더 인상적인 경험이 되도록 유도할 수 있지 않을까요. 아직 한글화를 안 해서 이야기 설명이 매끄럽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았네요.
영웅 쪽은 2~4인플이 가능한데요. 사람 수가 줄어들수록 남은 영웅들이 강해지거든요. 행동 턴 수와 최대 체력이 늘어나는데, 이 두 가지 만으로도 제국의 숨통을 옭죌 수 있습니다. 오히려 2인플일 때가 영웅 입장에서 훨씬 쉬워요. 제국 입장에서는 끌어올 수 있는 모든 역량을 총 동원해야 합니다. 5명 꽉 채워야 쫄깃쫄깃 하단 얘기죠. 물론 두 명이서 영웅 둘씩 잡고 해도 됩니다만.
전투는, 공격자가 공격 주사위를 굴리고 방어자가 방어 주사위를 굴리는 식인데요. 방어 주사위는 검정 하양 두 종류가 있으며, 이 게임의 모든 극적인 서사는 하얀 주사위가 만듭니다. 이 게임의 진정한 이야기꾼이죠. 공격 무효 면이 있기 때문이에요. 다스 베이더의 광선검! 응 회피. 그 공격이 성공하면 제국이 이기고, 실패하면 지는 아주 중요한 지점이었거든요. 주사위는 인간이 스스로 고통받기 위해 발명한 것이 틀림없습니다.
FFG사 특유의 자본주의 확장공세가 심각한 게임입니다. 본판만 갖고도 스무 시간은 놀 수 있지만 그래도 확장이 있으면 갖고 싶은 게 사람 심리죠. 물론 통장님께서는 여러분이 모두 갖는 것을 윤허하지 아니하실 겁니다. 정말 많아요. 피규어랑 추가 카드, 곁다리 임무를 주는 소소한 확장부터, 스토리라인을 늘려주는 빅박스 확장까지 아-주 다양하게 찍어내고 있습니다. 스타워즈는 풍성한 컨텐츠니까요. 본판 박스가 어마어마하게 큰데, 내용물은 얼마 없습니다. 처음 박스를 열면 바람 새는 소리가 “어디 한 번 확장으로 꽉 채워봐랔ㅋㅋ” 처럼 들려요. 지독한 놈들. 마음에 들어.
대칭 경쟁으로, 1:1 스커미쉬를 제공합니다. 각자 일정 부대 점수를 갖고 부대를 짜서 단판 국지전을 하는 거예요. 미니어처 게임이라 생각하면 되겠네요. 스커미쉬에서만 사용하는 다양한 카드, 전장과 임무가 준비돼 있습니다. 스커미쉬가 재밌으려면 피규어 확장을 많이 사긴 해야 해요. 부대와 덱 구성의 선택지가 많이 늘거든요. 빅박스 확장 둘 중 하나를 사시면 4인플까지 지원합니다. 정확히는 4인 임무를 지원해주는 거죠. 4인용 임무는 숫자가 별로 없습니다. 하신다면 1:1 위주로 하게 될 거에요.
TRPG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먼저 이런 게임으로 감을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습니다. 저는 관심이 있구요. 이 게임을 날 잡아 할 날을 기다리고 있어요.
저는 촐킨으로 도색에 입문했고, 이 게임 피규어들을 도색하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게임 한 시간보다 도색에 쓴 시간이 더 많은 거 같은데...?
윈터포지의 대장장이들 (Smiths of Winterforge) 4회
아이언 포, 아니 윈터포지의 대장장이 드워프가 되어 훌륭한 장비들을 만들어 팔고, 왕의 의뢰를 완수하여 가장 명성있는 대장장이가 되는 게임입니다.
재료를 사고, 뚱땅뚱땅 만들고, 경험을 쌓고, 번 돈으로 좋은 재료를 사서 좋은 장비를 만들고, 경험을 쌓고, 더 좋은 재료를 사서… 의 단순한 반복입니다만, 실제 게임은 조금 더 복잡하게 흐릅니다. 보드판에 방문할 수 있는 장소는 5 곳이에요. AP 셋을 갖고 시작하며, 이동하거나 장소에서 행동을 할 때마다 AP 하나씩 쓰는 거죠. 게임의 기본은 동선의 최적화에서 옵니다. 계획을 잘 세워야 해요.
5가지 장소는 시청/상점/대장간/선술집/은행 이랍니다. 시청에선 어떤 장비를 만들지 계약서를 받고, 상점에서 재료를 사고, 대장간에서 만들죠. 선술집에서는 여러 분야에서 도움이 되는 조수를 고용합니다. 은행에선… 대출과 상환을 하죠. 나에게 딱 맞는 금융상품을 추천 받아서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장비는 무기 방어구 장신구 세 종류가 있구요. 처음 시작하면 셋 중 두 개에 소질이 있거나, 단 하나 분야에 강점을 갖는 세팅으로 출발합니다. 그리고 무작위로 깔린 의뢰와 재료, 조수와 금융 상품을 보고 나에게 맞는 최적의 동선을 짜서 가야 합니다.
이 게임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주사위에요. 4 6 8 12면체의 네 종류 주사위가 있습니다. 오우! 멋지구먼. 장비를 만들기 위해서는 주사위를 굴려 그 합이 정해진 수 이상이 돼야 합니다. 값싼 재료를 쓰면 4면체 주사위로, 비싼 걸 쓰면 12면체로 굴리는 것이죠. 4면체든 12면체든 숫자는 1부터 시작하고, 주사위는 저를 싫어합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하군요. 다행히 그런 사람들을 위한 보완장치도 있습니다. 그건 나쁘지 않네요.
스플렌더와 아-주 다른 게임이지만, 스플렌더와 비슷하게 흘러간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가벼운 엔진 빌딩에 내 차례에 정해진 만큼 행동을 하고, 게임 종료 조건과 무관하게 엔진만 주구장창 키우는 플레이가 잘 나오거든요. 왜 그 1단계 보석들만 주구장창 사는 플레이가 초보자들 사이에선 자주 나오잖아요. 조금 익숙해지면 그제서야 이게 경주 게임이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시간싸움이에요.
스트레치 골로 주는 추가 모듈들은, 하나같이 써먹기 애매한 것들 뿐입니다. 그냥 스트레치 골이니까 뭐라도 넣어야지 하고 준 거 같아요. 테스트를 안 해봤나? 매력적인 게 하나도 없습니다. 그냥 모루 앞에서 망치질이나 계속 하고 말지.
계획과 실행, 확률 덕에 이론과 실제는 다르다는 것. 그것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 싸움이 되는 게임입니다. 자주 할 게임은 아니지만 언제든지 즐겁게 할 수는 있는 게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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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래로는 제 경험이 적어 많이 적지 못하는 게임들입니다. 흑.
위대한 달무티 (The great Dalmuti) 4회
인생의 쓴 맛. 달무티입니다. 저는 이 게임을 매번 5~6인플로 하다가 이번에 9인플을 했는데요. 훨씬 낫더군요. 아 내가 노예를 안 할 수가 있다니! 하위 두 명은 상위 두 명에게 자신의 가장 좋은 카드를 바쳐야 합니다. 상위 두 명은 주고 싶은걸 줄 수 있어요. 꼭대기에 계신 분의 명령은 절대적입니다. 본격 갑질 왕게임. 왁자지껄하게 놀 때는 또 이만한 게임이 없는 거 같아요. 갑질도 창의력이 뛰어나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펭귄 트랩 (Penguin trap) 3회
지구 온난화에 이 게임을 하기에는 마음이 너무 아파서… 펭귄이 불쌍하지도 않습니까? 그래도 저는 재밌게 했습니다. 내기 하기 좋은 게임이네요.
5분 던전 (5-minute dungeon) 3회
연습하면 더 잘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굳이 연습하고 싶지는 않은 게임이네요. 시간 제한을 걸고 하는 긴박한 게임은 더 재밌는게 많다 생각해요.
에볼루션 (Evolution) 1회
각자 종을 하나씩 갖고 시작해서, 가장 잘 먹는 종이 되면 됩니다. 종 하나에 진화를 넷까지 붙일 수 있고, 여러 종을 키울 수도 있어요. 주변 종들의 눈치를 잘 봐 가면서 밥그릇 싸움을 해야 합니다. 초식과 육식의 큰 갈래로 나뉘어서 눈치 싸움을 하게 돼요. 얕보이면 잡아먹히거나 밥그릇을 뺏긴다구요.
테마가 꼭 진화가 아니었어도 됐을 거란 인상을 받았어요. 오히려 문명 테마로 했었어도 상관 없었을 거 같네요.
마르코 폴로의 여정 (The voyages of Marco Polo) 1회
동쪽 나라로 여행을 떠나자! 마르코 폴로의 여정입니다. 주사위를 왕창 굴려서, 나온 주사위를 갖고 꾸역꾸역 여행다니면 되는 게임이에요.
규칙 설명을 다 듣고 나서, 케릭터 설명을 듣는데, 얘는 무난하게 좋아. 얘는 양심이 없는 애야. 얘는 이기적인 놈이여. 이 놈은 사기꾼이고, 얘는 소시오패스고. 이 자식은 싸이코패스나 다름 없어. 아니, 하나같이 사기꾼들밖에 없어요? 아주 마음에 드는군요! 밸런스를 못 맞출 거면 이렇게 안 맞추는 것도 나쁘지 않죠. 근데 또 게임이 은근히 잘 굴러갑니다. 놀라워랑.
저는 여행하는 것보단 방구석에 박혀 있는 게 더 좋아요. 돈이 없어서 많이 못 돌아다녔어요 흑흑.
라스트 윌 (Last will) 1회
먼 삼촌이 돌아가셨습니다. 삼촌의 막대한 유산은 조카들 중 돈을 가장 펑펑 쓴 사람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기시고요. 감사합니다, 삼촌.
돈 쓰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군요. 게임 내에서 보드게임을 살 수 있었으면 순식간에 탕진했을텐데. 사실, 돈 버는 것을 그냥 반대로 한 느낌이지 않나? 싶기도 한데요. 돈을 버는 것은 돈 버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잖아요. 이 게임은 돈 쓰는 속도가 점점 느려집니다. 부동산 테크를 탔었는데요. 마지막에 부동산을 처분해 남은 현금을 결국 쓰지 못했던 거죠. 어따 쓰냐 이걸.
발상은 재밌는데요. 그렇다고 해서 이 게임만의 특별한 점이 있었는가? 하면 그건 또 아닌 거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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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유한 게임이나, 옛날부터 해왔던 게임은 할 말도 많고 재밌는 일들도 많았는데요.
올해 들어 새로 접한 게임, 많이 안 해본 게임은 한 두판 만으로는 표현이나 정리를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쓸 얘기도 별로 없구요.
그러므로, 불행인지 다행인지 남은 하반기의 글은 점점 짧아질 것입니다. 허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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