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자말없] 본격 프로모 때문에 쓰는 탐욕의 속물 리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하고, 프로모는 귀차니스트도 리뷰를 쓰게 합니다.
핸드폰 사진폴더에는 주차장 기둥사진밖에 없는 저이지만, 프로모때문에
게임 사진을 무려 1장이나 찍었습니다. 기왕 찍는 거 한창 플레이가 전개된
후에 찍었으면 좋았겠지만, 게임에 집중하느라 사진찍는 걸 잊을까봐
노파심에 초기 셋팅 후 시작 전에 미리 찍어두었고, 역시나 노파심이
적중해서 그 사진이 유일한 사진이 되었습니다.
목적은 달성해야 하니 일단 사진부터 투척하겠습니다.
협력게임 덕후의 남편으로 살아가는 사람으로써 죽자말없은 그냥 지나치기
어려운 게임이었습니다. 게다가 불타는 해적선에서 보물을 탈취해서 탈출한다는
테마 또한 매력적이었습니다. 대항해시대2에서 레이스 형제를 도시락처럼
달고 다니며 식량 떨어지면 까먹는 해적털이 해적이었던 저에게 해적선 털이
테마는 반칙이었죠.
팬데믹과 유사한 부분으로 인해 팬데믹의 해적선 버전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하지만 팬데믹과는 차별점을 두려고 노력한 흔적도 다수
보였습니다.
팬데믹과 비슷한 점
1. 캐릭터 & 액션포인트
각자 특수능력을 가진 캐릭터를 하나씩 잡고 진행하는 액션포인트 기반의
협력게임이라는 기본 뼈대는 팬데믹과 동일합니다.
2. 관리의 중요성
각자 캐릭터로 맵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지속적으로 관리를 빡세게
하지 않으면 뭔가가 걷잡을 수 없이 퍼지거나 터진다는 점 또한 팬데믹과
유사합니다.
팬데믹과 다른 점
1. 모듈러 보드
턴마다 방 타일을 무작위로 뽑아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매번 다른 형태의 해적선이 만들어집니다. 잠입한 해적선 내부를 탐사하는
느낌도 살리면서 리플레이성도 높여주는, 두마리 토끼를 잡는 부분이죠.
2. 아이템
캐릭터의 특수능력 외에도 캐릭터에 아이템을 장착해 추가적인 능력을
부여할 수 있습니다. 능력이나 역할과의 궁합을 고려해 알맞은 아이템을
선택할 수도, 상황에 맞는 아이템으로 그때그때 바꿔줄 수도 있습니다.
3. 화재 레벨 & 피로도 시스템
팬데믹의 질병에 해당하는 갑판원 토큰 뿐만 아니라 각 방의 화재레벨과
자신의 피로도까지 관리해야 하는 등 동시에 신경써야 할 부분이
많아졌습니다. 이동, 전투패배 시 피로도가 증가하고, 피로도가
증가하면 화재레벨이 높은 방은 진입이 불가능해지고 심지어 과로사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관리해줘야 합니다. 화재레벨이 현재
방보다 높은 방으로 진입할 때 화재레벨의 차이만큼 추가 피로도가
발생하기 때문에 인접한 방끼리 너무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적당히
조절해줘야 합니다.
4. 전투
질병토큰처럼 간단하게 제거할 수 있는 갑판원 외에도 공격력을 갖춰서
때려 잡아야 하는 전투원들이 존재합니다. 캐릭터 보유 공격력과
전투주사위 눈의 합이 적의 전투력과 같거나 그 이상이면 승리,
더 낮으면 패배입니다. 승리하면 아이템이나 보물을 떨구지만,
패배하면 피로도가 증가합니다. 그리고 이동 시 전투원과 조우하면 무조건
전투가 발생하기 때문에 이동경로를 방해하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5. 보물 약탈
팬데믹의 승리조건이 카드를 모아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것이라면,
죽자말없은 적을 처치하고 얻는 전리품 중 보물을 모으는 것이
승리조건입니다. 하지만 보물을 얻는다고 끝이 아닙니다.
불타는 해적선 바깥으로 무사히 들고 나와야 우리 것이죠.
보물을 들고 있으면 이동 제한이나 피로도 증가량이 늘어나는 부분은
테마도 살리고 압박감도 상승시키는 요소였습니다.
6. 액션 포인트 이월
자기 턴에 액션포인트를 다 쓰지 않고 턴을 종료하면 안 쓰고 남은
잉여 포인트 토큰이 다음 차례 플레이어에게 이월됩니다.
다음 플레이어 차례가 끝나면 받은 액션포인트 토큰은 반납됩니다.
액션포인트가 남는다고 굳이 효율 떨어지는 액션에 허비하기보다 더
효율적으로 써줄 다음 차례 사람에게 넘기는 전략적 선택이 가능합니다.
보물을 짊어진 동료가 빨리 빠져나갈 수 있게 액션포인트를 몰아줄 수도 있죠.
7. 캐릭터는 소모품이다
팬데믹에는 캐릭터 사망이라는 개념이 없는 반면, (레거시 제외)
죽자말없은 캐릭터가 서있는 방의 화재레벨이 6에 도달해서 불타
죽거나, 피로도가 한계에 달해 과로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캐릭터가 사망하면 게임에서 패배하거나 해당 플레이어가
게임에서 제외되는 게 아니라 남아있는 캐릭터중 하나로 재투입됩니다.
물론 사망 시 전리품을 드랍한다던지 하는 패널티는 있지만, 상황에 따라
능력이 필요없어진 캐릭터를 의도적으로 과로사시키고 교체하는 식의
전략적인 플레이도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부분인데, 불호라면 룰북에 제시된
변형룰 중 캐릭터 사망 시 즉시 패배룰을 적용하면 캐릭터 사망에 대한
긴장감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이와 같은 차별점으로 죽자말없은 팬데믹과는 확실히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비록 실패했지만 함께 한 4명 모두 재밌어하고 만족스러웠습니다.
플레이하면서 느낀 장단점을 정리해보자면...
장점
1. 높은 난이도
협력게임에 있어 높은 난이도는 장점입니다. 너무 싱거우면 다시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죠. 초플이라 가장 쉬운 난이도로 했음에도 알몸으로 불지옥에
던져진 것 같은 난이도였지만, 할거 다 하고 최선을 다해 뛰어서 겨우 끝이
보이려는데 아쉽게 패배한 느낌이라 다시 도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2. 신경쓸 요소가 많다
갑판원, 전투원, 보물운반, 화재레벨, 피로도 등등 관리해야 할 요소가
일반적인 협력게임에 비해 많습니다. 그에 따라 액션의 선택지가 다양하고,
기본 액션포인트도 5개로 팬데믹보다 많습니다. 그래서인지 턴마다 뭔가를
많이, 열심히 했다는 느낌이 듭니다.
3. 컴포
칼든 해적 모양의 플레이어 말, 애꾸눈 해골 그림이 그려진 갑판원 목재토큰,
피로도를 표시하는 개인보드, 고급진 색깔의 주사위 등 소소한 부분이지만
컴포 퀄리티가 좋은 편입니다.
4. 생각보다 적은 주사위 운빨
모든 협력게임은 랜덤성이 필수불가결한 요소입니다. 경쟁게임이라면
서로의 전략이 부딪치고 견제를 함으로써 많은 변수가 발생하지만,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뭉치는 협력게임에서는 시스템적으로 랜덤성을
넣어주지 않으면 변수가 발생할 수 없으니까요. 따라서 어느 정도 운이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장르입니다. 그런데 거기에 심지어 전투에 주사위를
굴린다는 점에서 '이거 운빨망겜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우려를 했는데,
생각보다 운빨을 타지는 않았습니다. 사전 준비만 철저히 하면 대부분의
적을 확실하게 제압할 수 있고, 가장 전투력이 높은 8짜리도 최대 66.6%
확률로 승리할 수 있으니까요.
단점
1. 잔룰
딜라이트의 텀블벅 펀딩 페이지에도 스스로 언급했던 단점이지만, 잔룰이
많습니다. 처음에 꺼내봤을 땐 룰북이 얇아 보이길래 만만하게 봤는데,
그림 비중이 적고 텍스트가 빡빡하게 차있었습니다. 위에서 장점으로 언급한
'신경쓸 요소가 많은' 부분으로 인해 그에 대한 잔룰이 많아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텍스트 분량이 상당함에도 디테일한 설명은 부족하여 에러플을
유발할 여지가 많았습니다.
2. 아이템의 능력이 밋밋하다
펀딩 페이지의 설명을 보고 기대했던 것은
[캐릭터 특수능력 수 x 아이템 특수능력 수]
에 해당하는 경우의 수만큼 다양한 능력 조합을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는데, 아이템의 능력 중 상당수가 액션포인트 1을 더 쓰면 할 수
있는 행동이라서 기대만큼 다양한 전략이 나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이템을 교체할 경우 액션포인트1에 해당하는 능력을 가진
아이템을 가져오면, 당장 교환한 턴에는 교환에 쓴 액션포인트1과
가져온 아이템의 능력이 서로 상쇄되는 셈이라, 딱히 이득이 없어
생각보다 활발하게 교체가 이루어지지도 않았습니다.
총평
로망을 자극하는 불타는 해적선 테마, 그리고 테마처럼 불타오르는
난이도로 도전 의욕을 불태우게 하는 게임입니다. 협덕이라면 꼭
도전해볼만한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잔룰 및 에러플은 플레이하면서 잡으면 해결되는 부분이고, 아이템의
아쉬움은 확장 추가로 해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