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마산책#8] 삶과 온실 가스

extub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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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8-25 오후 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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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잔물이야 어떻든지 간에)

테마를 깊이 있게 게임에 반영하는

디자이너 비딸 라세르다.

그의 작품 중에서

칸반, 갤러리스트, 비뉴스, 리스보아는

많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그러나 CO2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죠.

이 게임이 큰 인기를 얻지 못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하나로 '테마가 별로 매력적이지 않다'는 점입니다.

오늘 <쥬>님의 CO2 게임 소개글을 읽으며 영감을 받아,

이 덜 주목받는 게임의 테마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약 10여년 전,

장거리 운전을 하고 나면 흔히 경험할 수 있던 일이 있었습니다.

자동차 앞 범퍼가 벌레들의 시체로 가득 차 지저분해지곤 했죠.

<벌레 잡지 마세요, 자동차에게 양보하세요> 구글펌

의도치 않게 곤충들에게 피해를 준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면서도,

그로 인해 세차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번거로움이 사라졌습니다.

장거리 운전을 해도 범퍼에 붙은 벌레들의 사체가

거의 없어진 것입니다.

혹시 벌레가 적게 서식하는 경로로 다녀온 걸까요?

아니면 이제는 고속도로 주변에서 곤충들이

덜 서식하게 된 걸까요?

곤충학자 브래드퍼드 리스터가 푸에르토리코의

엘 윤케 열대우림을 연구하여 발표한 연구는

곤충 수 감소의 문제를 전 세계에 환기시켰습니다.

그는 산림이 잘 보존된 이 지역에서 약 30년에 걸쳐

곤충 수를 비교했는데,

그 결과 곤충의 생물량이 약 98%! 감소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산림 훼손, 토양과 공기, 해수의 오염이 거의 없는

이곳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특히 땅과 밀접하게 생활하는 곤충들이 큰 폭으로 줄어들었고,

연구자들은 지난 30년 동안 숲의 온도가

평균 2도 상승한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땅 온도의 상승은 이보다 훨씬 컸을 겁니다.

현재까지의 지식으로는 지구의 온도 상승 외에

이런 변화를 설명할 수 있는 원인은 없습니다.

곤충의 감소는 이들을 먹이로 하는 이 지역의 다양한 종들,

예를 들어 새의 90%, 개구리의 65%, 도마뱀의 30%의 개체 수 감소로 이어졌습니다.

우리는 '대멸종의 시대'를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생물 다양성의 감소 속도는 인류 역사상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이는 지구에서 있었던 다섯 번째 대멸종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또한 지구 기온 상승은 빙하의 녹아 내림, 해수면의 상승, 인류 거주지의 축소, 인구 밀집화, 전쟁으로 악순환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구 온난화가 과장된 거짓이라는 비판도 존재합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기후 변화는 인간이 초래한 것이 아니다'라는 주장입니다.

이들은 지구 온도가 주기적으로 변동해 왔으며,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온도 상승은

빙하기 이후 자연스러운 과정이라고 주장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전대통령은 2017년 당선 직후 파리기후협정에서 미국이 탈퇴하기로 결정한다>

태양의 흑점 활동, 지구의 공전 주기 변화, 대양의 대순환 해류 변동 등이

지구 온도 변화의 주요 원인이라는 것이며,

인간의 산업화로 인한 영향은 미미하다고 봤습니다.

이 비판자들은 기후학자들이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과장된 경고를 하고 있으며,

인구 증가와 자연 훼손을 혐오하는 단체들의 음모,

그리고 산유국들에게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켜

이익을 취하려는 수단으로

지구 온난화를 인간의 책임으로 돌리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기후 변화 회의론자들은 유엔 산하 기후단체인

IPCC의 데이터와 예측 모델이

비과학적이며 오류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실제로 초기 IPCC의 데이터 수집 과정에서

일부 잘못된 자료가 사용된 것이 밝혀졌고,

그 결과 보고서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비판과 음모론은

2007년 영국의 공신력 있는 방송국 BBC의

(외주) 다큐멘터리를 통해

대중 사이에서 더욱 널리 퍼지게 되었습니다.

<우리를 안심시켰던 BBC의 다큐멘터리> 유튜브 캡쳐

이들은 자연적인 지구 온도 상승이 먼저 발생하고,

그 결과로 온실가스가 이차적으로 증가했다고 주장합니다.

이들은 태양의 흑점 활동이나 지구의 공전과 자전의

미세한 각도 변화가 지구 온도 상승의 주된 원인이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인간 활동이 없던 시기에도,

빙하기 이후 간빙기 동안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서

따뜻해진 해양이 CO2를 덜 흡수하게 된 적이 있습니다.

온난화는 토양 내 미생물 활동을 증가시켜

유기물의 분해로 CO2를 방출하게 만들고,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빙하가 녹아 얼음 층에 갇혀 있던

온실가스가 방출됩니다.

요약하면, 지구로 도달하는 태양에너지의 상승이 문제이지,

온실가스의 증가는 그 부산물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들의 주장대로 태양으로부터 오는

열 에너지양이 상승해 지구 온도가 올라가는 것일까요?

NASA의 데이터는 이와 다릅니다.

지난 50년간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은 에너지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구에 도달한 태양에너지(노랑)는 1960년 이후 하향추세이다. 반면 지구 기온은 급상승하고 있다(빨강). 기온의 엄청난 상승 속도가 핵심이다. 지구 역사상 가장 드라마틱한 온도상승은 이 만년에 걸쳐 5도가 상승한 시기인 '팔레오세-에오세'. 이 시기에도 1도 상승에 평균 4000년이 걸렸다. 반면 산업혁명 이후 2000년까지 200년간 지구 기온은 1.2도 상승했다>

기후 변화 회의론자들의 주요 주장은

최근의 여러 연구에 의해 반박되었습니다.

초기 IPCC 보고서에서는

‘기후 변화가 인간의 책임일 수도 있다’거나

‘인간 활동이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2022년 제6차 IPCC 보고서는 더욱 확고해졌습니다.

이제는 ‘기후 변화는 명백히 인간의 책임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지구 온난화를 주제로한 연구들은 가파르게 많아졌다. 여러 양질의 연구들은 지구 기온 상승이 인간의 활동에 의한 것이 과학적 사실임을 명확히 했다>

IPCC의 접근 방식은 과학적이었습니다.

초기에는 기후 변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 때문이라는

것에 의심과 가능성만을 제기했지만,

관련 증거들이 점차 누적되면서

이제는 확실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온실가스 증가와 기후 변화의 주범이라면,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온실가스를 만들어내고 있을까요?

단순히 공산품을 생산하고, 택배로 배달하며, 소비하고,

교통수단을 이용해 이동하는 것에만 국한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먹는 것을 볼까요?

예를 들어, 식용 닭 한 마리는 일생 동안

약 2.5kg의 메탄가스를 방출합니다.

메탄가스는 온실효과가 CO2보다 훨씬 강하고, 오래 지속되므로,

이는 약 50kg의 CO2에 해당합니다.

이 양은 차량 한 대가 약 1,000km

(서울-부산 왕복 약 860km)를

주행할 때 발생하는 CO2량과 비슷합니다.

식용 소 한 마리가 배출하는 온실가스는 이보다 훨씬 더 많습니다.

<치킨, 미안하다 사랑한다>

사실상, 인간이 일생 동안 먹고, 소유하고, 누리는

모든 것들이 온실가스를 발생시킵니다.

이로 인해 한 개인이 평생 동안 배출하는 CO2는

약 1,000에서 2,000톤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개인이 텀블러를 사용하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외식을 줄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노력들이 실제로 얼마나 큰 효과를 낼 수 있을까요?

만약 우리가 원하는 물건을 사지 말고,

육류 소비를 중단하며, 친구들을 만나지 말라고 한다면,

과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를 따를 수 있을까요?

“CO2에서 플레이어들은 에너지 회사의 경영자가 되어 각국 정부의 요구에 부응해 재생에너지를 개발한다. 새로운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기반시설을 구축하며, 이를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발전소를 건설하고 숲을 조성한다. 그 와중에 과학자들로 하여금 연구를 진행하고, 로비스트들의 기대를 맞추며, 에너지 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

흥미로운 점은 게임이 기본적으로 플레이어 간의 경쟁이면서 협력의 요소도 있다는 것이다. 증가하는 세계 인구의 에너지 수요에 맞춰 재생에너지를 개발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하면 기후재난이 발생하고 화석연료 발전소가 추가로 건설된다. 만일 그로 인해 이산화탄소 농도가 2050년까지 500ppm을 넘기면 게임은 모든 플레이어의 패배로 끝난다.” (쥬 님의 리뷰에서 따옴)

<300ppm이라니, 행복해요> 긱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