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SDJ 올해의 게임 발표 직전!

3,132 조회

2016.07.15 13:38

금년도 SDJ (Spiel des Jahres, 올해의 게임)와 KDJ (Kennerspiel des Jahres)의 발표일이 사흘 앞으로 다가왔다. 1979년부터 해마다 1-2작품에게 주어진 이 상의 권위는 보드게임 업계에선 절대적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하며 보드게임 디자이너에겐 더할 수 없는 가문의 영광이다.이 상에 얽힌 이야기들 중 가벼운 몇 가지를 정리해 본다.

누가 크라머고 누가 토이버일까?

최다 수상에 빛나는 레전드, 크라머와 토이버

SDJ 최다 수상자는 Reiner ‘K’nizia와 함께 3K로 대변되는 Wolfgang ‘K’ramer와 ‘K’laus Teuber이다. 특히 크라머는 훌륭한 보드게임 디자이너들도 단 한 번 수상하기가 어렵다는 SDJ를 다섯 차례나 거머쥐었으며, 그 중 2회를 키슬링과, 1회를 울리히와의 공동저작물로 수상하는 이색적인 기록도 가지고 있다. (10개의 최종후보작 중 8개가 콜라보 작품이다.) 크라머는 무려 10여 차례나 후보작에 선정되는 등 그야말로 독일 보드게임, 나아가 세계 보드게임 역사에 남을 명실상부한 레전드기도 하지만 지금도 계속해서 새로운 게임을 디자인하는 왕성한 현역 디자이너기도 하다. 그에겐 나이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도 부족할 것 같다.

그에 반해, 카탄의 아버지 토이버는 단일 디자이너 작품으로만 SDJ를 4차례나 수상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현재는 아들과 함께 협업한 게임을 출판하는 등, 보드게임을 좋아하는 아버지라면 누구나 부러워할 남자가 되어 있다.

무관의 제왕 크니치아, 드디어 웃다

우리나라에 3김시대가 있었다면, 보드게임의 세계에는 3K시대가 있다. 이는 Kramer, Klaus Teuber, Reiner Knizia를 이르는 말이다. 이들 중에서도 단연 가장 많은 수의 게임을 디자인한 크니치아는 게임의 테마보다는 메카닉에 공을 들이는 디자이너로서, 현대 보드게임 스타일의 정립과 슈테판 펠드로 대표되는 후대 독일계 디자이너들에게 많은 영향을 준 인물이다. 하지만 그는 유독 SDJ와 인연이 없었다. 크니치아는 2004년에 이르러서야 처음으로 ‘인지니어스’를 통해 SDJ 최종후보작에 이름을 올렸는데, 안타깝게도 이 해는 알란문의 ‘티켓투라이드’가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기 시작한 해였다. 2006년에 자신의 작품 ‘블루문’을 개량한 ‘블루문 시티’로 SDJ에 다시 도전했으나, ‘푸에르토리코’의 작가 부부가 만든 ‘트완운트탁시스’에 밀려 또 다시 고배를 마시게 되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2008년, 삼수 끝에 ‘로스트 시티’를 다인플 게임으로 개량한‘켈티스’로 비로소 SDJ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 이듬해 곧바로 테트리스를 연상케 하는 퍼즐게임 ‘FITS’로 2년 연속 수상까지도 도전했으나 그 해는 ‘도미니언’이라는, 보드게임 역사상 둘째가라면 서러울 대혁명의 한 축을 그은 명작이 다시금 그의 수상 길을 가로막아 버리고 말았다.

획기적인 보드게임 메카닉의 산실

SDJ는 대대로 획기적이고 혁명적인 보드게임 메카닉의 산실이기도 하다. (정확히 말하자면 그런 작품들의 수상이 많았다.) Mayfair games 의 크레용 철도게임에 영향을 준 ‘Dampfross’, 최초로 보드판 외곽에 점수트랙을 배치한 ‘탑 시크릿 스파이’, 전략게임의 기틀을 다졌다고 평가받는 ‘카탄’, 영향력 게임의 아버지 ‘엘 그란데’, AP시스템의 ‘티칼’과 ‘토레스’, 타일놓기 게임의 르네상스를 가져온 ‘카르카손’, 덱빌딩의 시조 ‘도미니언’, 스토리텔링계 게임의 신세계를 보여준 ‘딕싯’, 참신한 카드 드래프팅 방식을 제안한 ‘세븐원더스’ 등 이후 수많은 유사작들을 양산하며 시대를 선도해온 게임들은 대부분 빠지지 않고 이 상과 그 영광을 함께해 왔다. SDJ가 단순히 인기투표가 아니라 나름대로 자격과 기준을 갖춘 심사위원들이 오랜 시간의 토론 끝에 결정하는 상이니만큼 이런 부분이 중요하게 작용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vs DSP (Deutscher Spiele Preis)

SDJ와 어깨를 견줄 수 있는 어워드를 꼽자면 역시 매년 10월 "신작 보드게임의 성지" 에센에서 발표되는 DSP(독일 올해의 게임상)를 들 수 있겠다. DSP는 선정 방식부터 SDJ와 큰 차이를 보이는데, SDJ가 전문가로 뽑힌 심사위원들이 서로 오랜 시간의 논의 끝에 선정하는 데 반해, DSP는 잡지, 보드게임 가게, 전문가들뿐만 아니라 게이밍 그룹들의 선호도 투표를 통해 선정한다. 아무래도 덕이 많은 마니아층의 지지를 더 반영하는 것은 DSP쪽이기 때문에, SDJ가 DSP와 차이가 큰 해는 많은 논란을 낳기도 한다. 이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라이너 크니치아의 작품들이다. 93년도 SDJ는 Richard Borg의 ‘블러프’가 수상했지만 그 해 DSP는 크니치아의 ‘모던아트’에게 돌아갔다. (블러프 4위) 98년에는 알란문의 ‘엘픈랜드’가 SDJ를 수상한 데 반해, 한 때 보드게임긱 1위를 호령하던 ‘티그리스 앤 유프라테스’는 크니치아의 명성을 드높이며 그에게 DSP를 안겼다. (엘픈랜드 3위) 토레스가 수상하고 한창 때 보드게임카페 필수구비게임이던 ‘샤를마뉴’와 ‘시타델’이 최종후보작으로 이름을 올렸던 2000년 SDJ와 달리, 00년도 DSP는 SDJ 최종후보작에도 없던 크니치아의 ‘타지마할’이 그 영예를 안았다. (토레스 2위, 샤를마뉴 7위, 시타델 순위없음) 2003년에는 디르크헨의 ‘알함브라’가 SDJ를 수상하지만 DSP는 역시나 SDJ에서는 최종 후보작에도 선정되지 못한 크니치아의 ‘아문레’가 차지했다. (알함브라 2위, ‘알함브라’의 디자이너 디르크헨도 97년 ‘쇼매니저’, 2000년 ‘메트로’, 2002년 ‘아틀란틱 스타’가 SDJ 추천작에 올랐지만 모조리 수상까지 가지 못했던 아쉬운 시절을 겪은 인물이었다. 그는 이후에도 05년 ‘알함브라의 정원’, 06년 ‘팀북투’로 SDJ 추천작에는 이름을 올렸지만 현재까지 최종 후보작에도 더 이상 들지 못하고 있다.) 반면 크니치아가 ‘켈티스’로 감격에 겨운 SDJ를 거머쥔 2008년의 DSP는 우베 로젠버그의 ‘아그리콜라’가 차지했고 ‘켈티스’는 DSP에서는 고작 8위에 그쳤다. 크니치아의 예를 들었지만 매년 이 두 상은 선정기준의 차이부터 후보작, 수상작의 차이를 보이며 흥미로운 비교가 되고 있는데 그런 점에서 올해 DSP도 SDJ와 어떤 차이를 보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2016 SDJ의 심사위원진

2016년의 영광은 누가 가져갈 것인가?

2016년 SDJ 최종 후보작은 ‘코드네임’, ‘카루바’, ‘임호텝’이다. 사실 많은 보드게이머들이 ‘코드네임’은 당연히 올라갈 것이고 수상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카루바’와 ‘임호텝’은 다소 의외라고 할 수 있다. 글쓴이도 ‘카루바’와 ‘임호텝’이 선정되기 전부터 나름대로 관심을 가지고 즐겨본 게임이기는 했지만 이들이 최종 후보에까지 들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매년 SDJ는 이런 의외성을 가지기 때문에 더욱 흥미롭기도 하다.

2016 SDJ, KDJ 주안점

최근 2년간의 SDJ 수상작 경향을 보면 다인플 게임이 단연 우세하다. 2014년 ‘카멜업’이 8인까지, 2015년 ‘콜트 익스프레스’도 6인까지 즐길 수 있는 게임이다. 수상작은 아니지만 14년 최종후보작이었던 ‘컨셉트’도 무려 16인까지 지원한다. 2016년 후보작 중에서 이처럼 많은 인원을 충당할 수 있는 게임은 ‘코드네임’뿐인데 과연 다인플 게임의 우세 경향을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반면, SDJ 수상에 중요한 지표가 되는 ‘플레이 적정 연령’ 부문에 있어서는 ‘코드네임’이 가장 취약하다. 다소 의외라고 느낄 수 있겠지만 ‘코드네임’은 역대 SDJ 모든 수상작들보다 (심지어 SDJ와 분화되어 전문가 게임을 지칭하는 KDJ의 수상작과 최종후보작들 모두를 살펴보아도) 가장 적정연령이 높은 게임 중 하나다. 코드네임의 적정연령은 14세인데, 역대 작품 중에서 14세를 적정연령으로 가진 게임은 2015년 KDJ 후보작이었던 ‘엘리시움’과 올해 KDJ 최종후보인 ‘팬데믹 레거시 시즌1’ 단 둘뿐이다. 공교롭게도 올해 가장 많은 이들이 최종 수상작으로 점치는 게임이 SDJ에 ‘코드네임’, KDJ에 ‘팬데믹 레거시 시즌1’임을 생각하면 과연 적정연령의 제약을 두 게임 모두가 극복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미 많은 어워드에서 ‘코드네임’이 ‘최고의 가족게임상’을 수상했으니만큼 적정연령이 얼마나 제한이 될 지는 미지수이나 홀로 고고한 원칙을 가진 SDJ이니 반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세차례 SDJ 최종후보작에 선정되었으나 번번이 수상에는 실패했던 뤼디거 돈은 결국 작년에 ‘이스탄불’로 KDJ 수상에 성공했는데 이제는 ‘카루바’를 통해 2년 연속 수상에 도전한다.

이미 마니아층에 있어서는 레전드 반열에 오른 인물인 체코의 블라다 크바틸과 아키올로지로 유명한 호주의 파트타임 디자이너 필워커-하딩은 처음으로 최종 후보작에 자신들의 이름을 올렸는데 사실 둘 다 디자이너로서의 명성은 높은 작가들이지만 SDJ에 있어서는 신인이니만큼 소위 ‘로열로더’가 탄생할 수 있을지도 지켜볼만한 부분이다.

SDJ는 보드게임 디자이너들뿐만 아니라 제작사들 간의 기싸움도 눈여겨 볼만한데, 역대 가장 많은 수상작들을 배출했던 전통의 강호 ‘라벤스부르거’나 ‘한스임글뤽’의 작품들이 올해는 모두 최종후보에 들지 못한 가운데, ‘코스모스’가 ‘안도르의 전설’로 KDJ를 따낸 이후 3년 만에 패권을 차지할 것인지, 처음으로 최종후보작을 배출한 ‘체코게임즈에디션’과 ‘하바’에서 승자가 나타날 지도 관심사이다. KDJ는 최초로 최종후보작을 배출한 ‘룩아웃 게임스’와 2014년 ‘컨셉트’와 ‘스플렌더’로 최종후보작을 처음 배출했던 프랑스의 거대 보드게임기업 ‘아스모디’ 간의 대전이 되었다.

SDJ, KDJ 최종후보작들의 타 어워즈 수상내역

최근 수상작을 발표한 ‘2016 Origins game fair’에서는 ‘코드네임’이 ‘최고의 가족게임상’을 수상했고, ‘2015 다이스타워 어워드’에서는 ‘타임스토리즈’가 테마게임과 신인 디자이너 부문, 그리고 가장 혁신적인 게임 부문에서, ‘코드네임’이 최고의 파티게임과 최고의 가족게임 부문에서, ‘팬데믹 레거시 시즌1’이 최고의 협력게임 부문과 대망의 ‘올해의 게임’ 부문에서 각각 수상한 전적이 있다.

끗...

이제 금년도 SDJ 발표가 100시간이 채 남지 않았다. 어떤 게임이 수상하든 7월 18일 베를린에서 발표될 게임들은 전 세계의 마트와 백화점 완구코너에 비치되어 오랜 시간동안 많은 이들의 관심을 사게 될 것이다. 바람이 있다면 보다 많은 이들이 쉽고 즐겁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이 선정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