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때 중절모가 나타났다 - 인체인 아트워크 개발일지(스압주의)
안녕하세요 디미디움의 일러스트레이터(였던) Odang입니다.
여러분들이 이걸 읽으실 때쯤이면 전 이미 디미디움에서 끝을 알 수 없는 휴직을 시작한 뒤겠죠…
사실 지금도 휴직 중입니다만, 개발일지를 쓰라고 끌려나왔습니다.
<인체인> 의 아트 제작기입니다.
인체인은 처음부터 중후한 흑백의 코믹스풍 카드를 제작하자, 라는 생각으로 제작에 들어갔기에 전체적인 컨셉은 비교적 빠르게 나온 편입니다.
인물 일러스트
처음 러프로 잡았던 느낌이 나쁘지 않았기에 각 인물 그림들은 최종본에서도 거의 그대로 가져갔죠
(인체인의 테스트 플레이를 해본 뒤 처음으로 잡았았던 러프. 헤어스타일과 복장은 미미하게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스파이는 눈에 띄면 안되기 때문에, ‘카지노’ 라는 배경에 잘 녹아드는 인물과 직업들로 캐릭터들을 구성했습니다.
순서대로 딜러, 신사, 청소부, 숙녀, 경호원, 웨이터입니다.
손님으로 위장한 셋은 앉아있고, 직원으로 위장한 셋은 서있네요. 서비스직이란…
이후 아트의 완성을 어떤 느낌으로 잡고 갈 것이냐에 대해서는 조금 더 고민이 있었던 편입니다
(예시로 희생되었던 딜러입니다.)
가장 처음으로 나왔던 카드 시안입니다.
이런 선화 느낌이 괜찮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그렸던 것인데, 선 자체가 다소 지저분해보여 마음에 들지 않았습니다.
좀 더 방향성을 확고하게 하기로 합니다.
선이 지저분하다면 아예 연필 선 느낌으로 가보면 어떨까? 하고 그려봤습니다.
저는 마음에 들었지만, 팀 내에서의 반응은 그다지… OTL
작은 카드로 인쇄했을 때 질감이 잘 표현되지 않고 뭉쳐보인다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세번째 시안입니다. 선을 보다 정돈된 톤으로 잡고 들어가고, 채색은 그라데이션으로 처리했습니다.
강한 선이 다소 눈에 거슬리고 인물이 흐릿하군요.
최종적으로 낙찰된 아트 스타일입니다.
3번 시안의 선스타일을 쓰되, 채색은 1번에 더 가깝습니다. 강한 흑백 대비와 함께 외곽 광원을 줘서 인물이 배경과 확 떨어져 보이도록 했습니다.
스타일이 잡힌 이후 다른 캐릭터들을 그리는 것은 빠르게 진행되었습니다.
(완성된 아트들)
체인을 할 물건을 올릴 받침대가 필요하기에 캐릭터들마다 책상이나 트레이 따위가 함께 있습니다.
경호원, 신사, 숙녀는 같은 테이블에 앉아있네요. 딜러 앞에서 한 판 하고 있는 모양입니다.
사실 캐릭터들의 눈을 그릴지 말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봤었습니다만…
(두둥)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물건 일러스트
인체인의 물건들은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만큼 각각의 특징이 강한 동시에, ‘카지노에 잠입한 스파이’ 라는 컨셉에도 어울려야 하며,
6명 중 어떤 캐릭터가 가지고있어도 이상해보이지 않아야 합니다.
그렇게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 총 12종의 물건과, 각 물건에 대치되는 색깔을 뽑았습니다.
(카지노에서 꽤나 멋진 시간을 보내고 계신듯한 숙녀)
위에서 보였다시피 인체인에서 물건은 고유의 색으로 구별되기 때문에 색이 잘 보일 것이 핵심적입니다. 때문에 인물만큼 강한 음영이나 선느낌을 주는 것은 곤란하죠.
하여 물건의 그림을 완성으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선을 이용한 묘사는 최소한으로 하고, 면적을 위주로 표현하기로 합니다.
그렇게 해서 나오게 된 아트 스타일.
검은색으로 외곽을 따고, 내부는 약간 더 어두운 톤으로 형태를 나누었습니다.
간결하면서도 한눈에 알아보기 쉬운 그림을 위해 노력했네요.
(좀더 깔끔하게 멋진 시간을 보내신 숙녀입니다.)
대부분의 물건들은 구분의 용이함을 위해 서로 다른 카드에서도 동일하게 생겼지만,
모자같이 위치상 혼동하기 어려운 사물의 경우 캐릭터의 개성을 조금 챙겨주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모든 캐릭터가 같은 모자를 쓰고 있다면 이상할테니까요.
(카지노를 덮친 중절모파의 습격)
각 캐릭터에게 어떤 모자를 매칭시켰는지 보시는 것도 쏠쏠한 재미일 것입니다.. ㅎㅎ
배경 일러스트
중요한듯.. 중요하지 않은듯… 게임의 매커니즘과는 아무래도 관련없지만 aesthetics… 라는게 있으니까요.
개발 초반까지는 모든 카드의 배경이 같았습니다.
(한창 러프를 그릴 때 썼던 저도 뭘 그린 건지 알 수 없는 배경)
이후 인물 일러스트를 다듬는 작업을 하면서 거기에 맞춰 배경도 새로 그렸습니다.
이 배경을 파노라마 뷰로 그려서 6개 구획으로 나눠 각 캐릭터에 넣어주자! 라는 계획이었는데.. 배경이 너무 답답해보였습니다. 어쩐지 카지노보다는 키오스크 있는 카페같고..
결국 해당 배경은 포기하고 캐릭터별 배경을 따로 그리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모인 6개의 쁘띠배경)
배경이 모두 다르지만 같은 공간이라는 느낌을 주기 위해 기둥의 디자인을 동일하게 하고, 천장 무늬와 조명도 통일했습니다.
어느 캐릭터에게 어떤 배경이 들어갈까요?
펀딩 페이지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패키지 일러스트
카드까지는 게임성과 가독성을 위해 포기해야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간지라던가.. 가오라던가.. 그러나 패키지는 그런게 없습니다.
사고싶을 정도로 [멋짐] 이 목표인 그림이니까요.
그러면서도 실제 게임과 아주 동떨어져있지는 않아야 하기에….
게임의 핵심인 사물들과 스파이를 함께 보여줄 수 있는 멋진 패키지를 고민하다보니
다양한 종류의 사물들이 스파이에게 건네어지는 구도가 괜찮겠다 생각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20세기에 가까운 흑백톤의 아트스타일을 살리기에도 좋을듯 했습니다.
그렇게 나온 러프. 싸바리 박스의 옆면까지도 팔이 이어질 것을 감안하고 그렸습니다.
이때쯤엔 이미 아트스타일이 확정된 상태였기 때문에, 디자인이 확정나고서는 곧장 일러스트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이런식으로 물건의 고유색을 그대로 넣을까도 싶었습니다만..
보기에 구려서 도저히 안될 것 같았습니다. 결국 포인트 칼라를 하나만 남겨두고 흑백으로 밀기로 합니다.
붉은 벽돌 ver.
붉은 신사 ver.
때로는 더하는 것이 아닌 덜어내는 것이 중요하기도 한 법… 최종적으로는 묘사를 대폭 줄이는 대신 강렬함을 챙긴 패키지로 하기로 합니다.
가운데로 시선을 끌기 위해 신사의 흑백 대비를 강하게 주고, 면적을 시원시원하게 뺀 뒤, 손들은 어둡게 한번 깔아주고 가운데에만 밝은 톤을 줬습니다.
이후부터는 이번 프로젝트의 편집/제작 담당인 PM님의 몫이므로 토스하겠습니다.
아참, 이렇게 제작한 게임 <인체인> 은 현재 텀블벅에서 펀딩 진행중입니다!
스파이들의 비밀스러운 코드 찾기 게임 <인체인>!
펀딩도 둘러보고 가세요!
https://link.tumblbug.com/bg2Gh0EDmz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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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보드게임콘 개인작가존에서 실제 게임을 시연해보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