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동화의 숲' 테플 후 느낀 소감 및 생각
안녕하세요 잨씨입니다.
후기보다 좀 더 자의적 의견이 많이 들어간 리뷰 및 가이드 이야기를 써볼까 합니다.
게임은 '그림동화의 숲'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겠지만, 킥스에서 그림동화 덕후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예쁜 미니어처들과 카드 디자인으로 성공리에 게임개발이 추진되었던 작품이죠. 막판에 딜레이라든지 게임 출시 이후 포지셔닝과 게임성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들이 없지 않아 있었기에 안타까웠지만, 저는 이미 사버린 터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었죠.
막상 받아봤는 데 정말 자체 박스 오거나이저 대단합니다. 군더더기 없이 딱딱 들어맞는 자체 오거나이저는 최상급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카드 디자인도 최상급이고, 개인 보드도... 컴포로 따지자면 이 게임은 정말 하늘을 찌를 만큼 높은 퀄리티를 자랑합니다.
언박싱 소감 각설하고,
몇몇 리뷰에서 볼 수 있었던 장단점 그리고 특징을 우선 말씀드리겠습니다.
장점:
- 높은 수준의 미니어쳐, 토큰, 건물 부품
- 그림 동화라는 컨셉
- 박스 오거나이저
- 높은 수준의 카드 디자인
- 인터렉션의 조화
단점:
- 포지셔닝의 애매함
- 가족 게임은 결코 아닌 것 같은 인터렉션 강한 게임성
- 타겟 공략이 이상함 / 플레이어 성향에 따른 피도 눈물도 없는 게임 분위기
- 시간의 가변성 (안 좋은 경우, 예상시간을 넘기는 기나긴 부동산)
- 반복적 패턴
- 쓰잘데 없는 몬스터 미니어처
특징:
- 높은 등급의 인터렉션 (=끌어내리기)
- 부동산 매매업자의 고충과 매력을 느낄 수 있음
- 어른 동화 나라의 건축가가 된 테마적 몰입도
리뷰 포인트 1 : 포지셔닝
서양 커뮤니티쪽에서의 이 게임은 '가족 게임'으로 좀 더 부각 - 예쁘니까요 - 이 된 감이 있지만, 그건 그쪽 문화가 엄빠랑 친구먹고 자기주장 의견 세게 할 수 있는 문화라 그런 것 같고요, 국내에서 어린 아이와 이 게임을 한다면... 약간 아이가 울 수도 있습니다. (쉽게 설명드리자면, 아이가 레고로 열심히 나름 멋진 집을 만들었는 데, 형이 와서 레고 떼어가고 집을 부수고 이런 느낌이랄까요.) 많이들 하셨을 법한 '카탄'보다 좀 더 쎈 인터렉션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타겟층을 잘못 잡으면 그러하다는 거지, 게임이 재미가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친구들과 한다고 치면, 이 게임은 제 입장과 기준에서는 꽤 재미있는 게임이며, 자주 할만한 게임이라고 생각 됩니다.
물론, 서로 잘 모르는 사람들끼리 하하호호하며 할 수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요.
(이 경우, '게임은 게임일 뿐, 현실까지 가져오지 말자'를 3번 복창 후 하면 됩니다.)
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약간 포지션이 4인 시타델 느낌입니다. 컴포나 홍보 영상을 보고 느끼셨을 법한 '아그리콜라'라든지, '미니빌'이라든지 하는 게임이 전혀 아닙니다. 주어진 배팅으로 자원을 얻고, 친구카드나 페이블 카드를 통해 유리한 조건과 환경을 조성하여 안전하고 많이 자원을 확보한 후, 집을 점차점차 늘리는 게임인데, 시타델이 생각나더라고요.
리뷰 포인트 2 : 게임과정
이 게임은 크게 [자원 획득] 단계와 [건축] 단계 두개의 Phase로 나뉘어 있고,
그 사이사이에 친구카드/페이블카드가 계속 개입이 되는 형국으로 진행이 됩니다.
두 단계 자체로 볼 때는 단순한 면이 없잖아 있어서,
어찌보면 게임이 패턴화되어 '이미 할 일이 정해진 걸 하는 느낌'이 간혹 초반에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라운드가 갈수록 획득하는 페이블 카드와 중후반부터 모습을 드러내는 친구카드로 인해 게임이 조금은 더 전략적이게 바뀝니다.
즉, 처음 플레이시 계획과 방향성을 이미 다 잡아놨다 치더라도, 나오는 카드들로 인해서 좀 더 유리한 쪽을 가변적으로 선택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특히나 인터렉션이 많은 터라, 원하는 바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으므로, 매사 '플랜B'를 계획하고 있어야 합니다.
생각할 거리가 라운드가 갈수록 많아진다는 점이 좋은 느낌으로 왔었습니다.
몇몇 친구카드와 페이블카드는 서로 만나거나 충돌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를 주기 때문에 그것도 (테마류 게임을 좋아하는 저로선) 유쾌한 사건들이었습니다.
가령 거인이 다가오는 놈들을 족족 다 걷어차려고 진흙탕에 들어섰는 데, '빨간 모자의 할머니'가 맵상의 모든 몬스터들을 농촌으로 호출하시는 바람에 거인은 머쓱해서 돌아가고, 남은 돼지들이 진흙탕에서 허겁지겁 진흙을 캐는... 뭐 그런 재미있는 상황도 있었고...
피노키오가 한 돼지 친구에게 붙어서 (심지어 자기가 고른 친구도 아님) '이 녀석 나무 캐러 숲으로 간데요!'라고 외쳤는 데 이게 '거짓말을 하는 녀석을 들이밀었군. 정말 나무 지붕이 필요해 보이는 데. 그렇다면 분명 저 거짓말쟁이는 거짓말을 거짓말 했을 거야...'라고 판단한 다른 돼지가 진짜로 나무 캐러간 돼지에게 검은 늑대를 보내 오두막 벽을 박살내버리는 상황도 있었죠.
여러 부분에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있었습니다.
리뷰 포인트 3: 군더더기
킥스의 묘미는 여러 스트레치골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겠죠. 프로모션을 진행하면서 제작사는 페이블 카드에 있는 '몬스터'들을 미니어처로 만들어 동봉하였습니다. 퀄리티도 좋고, 홍보로도 좋은 반응이었고 했는 데, 실상 게임에서 이들을 보기는 너무 힘듭니다. 그냥 카드로만 나타내도 충분해요. 괜히 몬스터 미니어처 놓고 뭐 하기에는 너무 등장시간이 짧습니다. (진짜 [자원 획득] 단계에서 살짝 등장했다가 그 단계 끝나면 퇴근해버립니다.)
좀 계륵같은 것들이 많습니다. 물론 그냥 장식용으로는 너무 예쁘죠.
차라리 2인플에서만 등장하는 주사위왕자(...)의 오토마 개인 시트를 만드는 게 게임 자체를 위해서는 더 나았었을 것 같은데 말이죠.
리뷰 포인트 4 : 리플레이성
아마 친구카드가 없었다면 리플레이성이 매우 떨어졌을 것 같아요. 물론 페이블 카드들도 큰 역할을 하지만, 든든한 친구 하나를 퍽(Perk)으로 가지고 후반전에 진입하면 어떤 카드냐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다릅니다. 전략도 많이 달라지고요. 초반(자원물색) -> 중반(건축 시작 및 페이블카드 사용 시작) -> 후반(친구카드 사용 시작)의 게임 진행 순서가 나름 명확한 데 페이블/친구 카드가 다양하고 다채롭다는 점에서 게임은 여러번 돌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리뷰포인트 5 : 게임시간
이게 아마 가장 우려가 되는 점일텐데요, 정말 1등을 잡아 뜯어먹으려는 부동산 매매업자들의 흉계로 인해 3채 집을 짓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딱 진짜 지붕만 올리면 이기는 데!!!! 하는 상황이 몇 라운드 갈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게 긴장감과 재미의 포인트일 수도 있지만, 스피디한 게임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후반전의 서러움이 익숙치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허나, 늑대를 만나 집이 폭파되지 않는 이상, 어떻게든 집들은 만들어지기 때문에 게임이 영영 안 끝나는 일은 (다행히) 없어보이더군요. 가벼운 마음으로 하겠다 싶으면 30분 정도로 좀 빨리 끝나는 편이고, '너 죽고 나 살자'식의 게이머가 있는 그룹이라면 1시간을 넘길 수 있습니다.
리뷰포인트 6: 접근방식
위에서 여러모로 이야기한 바대로, 이 게임의 접근방식은 조...금은 개발자가 홍보했었던 방향과 좀 다르게 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1) 게임에서 벌어지는 일은 나에게 벌어지는 게 아니라, 내 돼지의 동화마을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현실까지 와서 분노폭발하시면 안됩니다. 사실 모든 게임이 그렇잖아요?
2) [자원 획득] 단계는 말그대로 '배팅' 단계라고 봐야 한다: 이 단계가 딱히 재미를 유발한다기 보다는 이 다음 단계를 위한 자원 채취 정도로만 보고 빠르게 넘겨야 한다고 봅니다.
3) 재미는 페이블/친구 카드에서 찾기
4) 전략은 2~3방향으로 잡기: 이게 좀 핵심인데, 많은 게임들은 플레이어가 1개의 전략을 가지고 나아가도 어느정도 승리의 희망과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만, 이 게임은 1 전략으로는 남들이 쉽게 간파하여 골로 떨어질 수 있습니다.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가변적 전략을 가지고 플레이해야 레고같은 우리집 부서져도 자신의 멘탈까지 부서지지 않습니다.
<정리>
- 이 게임은 유쾌하지만 인터렉션이 강하기 때문에 [게임에 목숨 걸지 않는 사람], [게임 졌다고 울지 않는 사람], [롤플레이어], [테마 자체를 즐기는 사람]과 게임을 하는 것을 추천.
- 이 게임을 '4인 시타델'로 보면 맞음.
- 리플레이성은 친구/페이블 카드로 발생됨.
- [자원 획득] 단계는 배팅, [건축] 단계는 전략을 짜는 단계로 봐야 함.
- 1가지 계획만 가지고 임하기보다 플랜B, 플랜C를 가지는 게 재미를 더 살릴 수 있다고 판단됨.
- 킥스 컴포의 불필요성이 좀 있음.
- [이기면 장땡인 사람], [빠르게 끝내는 걸 좋아하는 퀵실버], [핀치 안 맞으면 게임 던지는 사람], [현실에서도 괴롭히는 사람]과는 비추.
결론적으로 리뷰들을 보고 우려했던 것보다는 꽤나 더 재미있었습니다. 분명 끼리끼리 모여서 돌릴만한 가치는 있다고 봅니다.
PS: 몬스터 미니어처 채색은 정말이지 그냥 자기만족성 감상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