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프라인」 영어 규칙서 까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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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6.17 01:02

들어가기에 앞서

이 글은 현재 킥스 후원자 배송이 한창 진행 중인 경제 보드게임 「파이프라인」의 영어 규칙서를 까는 글입니다. 킥스 코멘트, 긱 포럼 등을 통해 확인한 오탈자 및 규칙서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한 규칙에 대해서 서술하고, 이 규칙서가 어떤 부분이 개선되었어야 하는지를 적어보려 합니다. 아직 「파이프라인」을 플레이하지 않은 킥스타터 후원자 분들의 룰 이해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별빛바다 한국어판이 제가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개선되어 나오면 더욱 좋고요.)

킥스 영어판 실물 규칙서와 보드게임긱에 2019년 2월에 업로드된 규칙서 파일을 기준으로 합니다. (이 둘이 같은 버전이라 알고 있습니다.) 영어판이 기준이므로 개인 유저가 번역한 한국어 규칙서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저는 다른 분이 번역한 「파이프라인」 규칙서를 읽어본 적조차 없습니다.)

p.2-3 구성물 목록

규칙서 : $1 토큰 33개, $5 토큰 25개, 탱크 타일 58개

실제 : $1 토큰 32개, $5 토큰 26개, 탱크 타일 59개

이건 그냥 단순한 오탈자거나 펀치보드 판형 변경 등이 원인일 겁니다. 그리고 구성물 개수에 민감할 종류의 구성물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건 이해합니다.

시장 덮개 타일(Market Overlay Tiles)

규칙서 : 6개 / 실제 : 12개

이건 까여야 합니다. 인원수에 따라 메인 보드에 놓아 시장에서 사용하는 슬롯의 수를 조절해주는 타일이라서 개수 및 사용법이 중요한 타일이거든요. 큰 거 6개, 작은 거 6개 합쳐서 12개가 맞습니다. 그리고 이 타일들은 여섯 줄 아래에서 한 번 더 까이게 됩니다.

p.4-5 게임 준비 (메인 보드)

2. 라운드 마커 준비
Year 1의 첫번째 칸과 Year 2, 3의 첫 번째 칸은 생긴 게 다릅니다. Year 1은 원 안에 엑스(X) 모양으로 선이 그어져 있고, Year 2, 3에는 달력 표시가 붙었죠. Year 1의 가위표는 게임 시작 시 여기에 라운드 마커를 놓으란 뜻이고, Year 2, 3의 달력은 매년 혜택을 받는 업그레이드 효과를 받는 걸 잊지 말라는 뜻입니다. 룰북에는 이러한 표시의 설명이 없고 긱 포럼을 통해 확인했습니다.

3. 원유 시장 및 정유 시장 준비

플레이 인원이 4명보다 적으면 시장 덮개 타일을 쓰라는 말도 있습니다. 근데 이 타일을 정확히 어느 칸에, 어느 면으로, 어떤 기준으로 놓아야 하는지 아무런 설명이 없습니다. 물론 많은 보드게임이 비슷한 방식으로 인원수에 따른 게임판 조정을 하기에 설명이 없어도 어렵지 않게 놓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외부의 도움이나 경험 없이 규칙서 하나만으로도 해결할 수 있어야 하기에 이 부분은 굉장히 아쉽습니다.

4. 주문서 준비

4인용 게임인데 5인용 세팅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4가 맞습니다.

13. 평가(Valuation) 타일, 카드 준비

처음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탱크에 있는 정유의 가치 (1)', '파이프라인의 가치 (2)', '탱크 타일마다 $10 (3)'의 세 개의 평가 카드를 사용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근데 실제 게임 박스 받으신 분은 아시겠지만 '탱크 타일마다 $10' 카드는 번호가 4번입니다. 긱에 달린 답변을 보면 인쇄된 카드쪽이 오타로 보입니다. (참고로 인쇄된 카드 3번은 '3레벨 업그레이드마다 $100' 카드입니다.)

p.7 정유시장 1, 2, 3

정유시장에서 석유를 사고팔 때 팔기를 먼저 한 다음 사야 한다고 되어 있는데, 판매에 대한 설명보다 구매에 대한 설명이 먼저 나옵니다. 뭐, 이건 구매 과정이 복잡하지도 않고 판매 설명도 바로 아랫줄에 나오니 괜찮긴 합니다만...

문제는, 룰북을 첫 페이지부터 순서대로 읽었을 때, 이 시점에서 원유나 정유를 어디에 어떻게 보관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안 된다는 부분입니다. 5쪽의 개인 보드 준비 과정에서 '탱크에다가 등급별로 석유를 보관하게 된다.'고 간단한 설명을 해뒀지만, 이건 완전한 룰 설명이 아닙니다. 정유시장 액션 오른쪽 그림 예제까지 보면 대략 감은 잡을 수 있지만, 기본 규칙과 원리에 대한 설명 없이 예시만 있는 건 좋은 설명이 아닙니다. 분수에 대한 설명도 안 하고 갑자기 삼 분의 이를 보여주고 사용하면 감은 잡을지언정 정확히 이해할 수는 없는 법이죠. 제대로 된 규칙서라면 예시를 읽지 않고도 그 내용이 완전히 설명되거나, 예시는 설명을 보완하는 정도에 머물러야 합니다.

어찌어찌 맥락 등을 통해 대략적인 보관 규칙을 파악한다 하더라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는 의문도 있습니다. 여기까지 순서대로 규칙서를 읽었을 때 '하나의 탱크 타일에는 같은 색의 석유만 보관해야 하는지, 아니면 하나의 타일에 섞어서 보관할 수 있는지'를 전혀 알 수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이게 이 규칙서의 가장 큰 흠이라고 봅니다.

그래서 석유 보관 규칙이 어디 나오느냐 하면, 한 페이지 뒤인 8쪽에 있는 탱크 구입에 대한 설명에서 나옵니다. 정유시장 액션을 하는 데 반드시 알아야 하는 정보를 완전히 설명하지 않은 상태로 넘어가고, 그걸 다른 액션 두 가지를 더 설명한 뒤에 나오는 탱크 구입 액션에서 설명하고 있죠. 탱크를 구입하는 이유가 석유를 보관하기 위함이므로 여기에서 설명한 것 같은데, 그 석유를 가져올 때는 아무런 설명이 없으니 개념을 연결시킬 때 어려움이 작용합니다.

저는 탱크의 사용법을 게임 진행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일종의 기본 개념으로서 설명해주거나(석유의 종류와 등급을 설명할 때 같이 설명할 수 있곘죠.), 아니면 정유시장, 원유시장, 탱크 구입 세 군데에 모두 집어넣어서 반복학습 및 어디서든 확인이 가능한 게 베스트라고 봅니다. 지금처럼 특정 액션 아래에 넣어놓고 끝낼 게 아니라요.

p.8. 업그레이드

업그레이드 설명 마지막에 보면 '각 해가 시작할 때 보너스를 제공하는 업그레이드는 그 플레이어의 그 해 첫 턴에 보너스를 받는다.'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아니, 그러면 beginnig of the year라는 표현을 쓰면 안 되지.... at the beginnig of each year라고 하면 해 시작할 때의 refresh phase보다 앞 같잖아...

p.9 파이프 네트워크 가동하기

마지막 문단에 보면 you may only run each pipeline once per TURN'이라는 말이 있는데, once per ACTION이 맞다고 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Human Resource Lv.3 업그레이드나, Machine Upgrade Lv.1~3을 이용하여 한 턴 동안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여러 번 가동하는 게 가능하거든요. 긱에서 작가 답변을 받은 부분입니다.

Appendix 1 업그레이드 카드

정부 업그레이드

Lv1을 보면 'Immediately receive 2 Gov Pipe tiles from an open quadrant'라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전 사분면 중 한 곳에서 다 가져오는 거구나, 했는데... 여러 개 섞어도 된다고 합니다. 그럼 왜 an open quadrant라고 한 거냐!!! 카드는 제대로 써놓고(immediately receive two Gov pipe tiles) 왜!!! ...아무튼 Lv2, Lv3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매 해 시작 시(at the beginning of each year) 받는 혜택이 적혀 있습니다. 근데 이 '매 해 시작 시'가 구체적으로 '이 업그레이드를 보유한 플레이어에게 새로운 해의 첫 번째 턴이 왔을 때'라는 건 업그레이드 액션에만 설명이 있고, 어펜딕스에서는 해당 설명이 없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게임 중 카드의 효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면, 어펜딕스 한 쪽만 보지 굳이 업그레이드 액션 설명까지 찾아보진 않겠죠? 'at the beginning of each year'라는 워딩 자체도 맘에 안 들지만, 이 워딩의 설명을 어펜딕스가 아닌 다른 곳에서 하고 있는 건 더 맘에 안듭니다.

공방(Shops) 업그레이드

Lv2, Lv3 카드를 가져오면서 여러 개의 파이프 타일을 받을 때, 두 개 공방의 파이프 타일을 섞어서 가져올 수 있습니다.

공방에서 파이프 타일을 사올 때는 항상 2개나 4개를 사오므로 남는 파이프 타일도 짝수가 됩니다. 그런데 공방 업그레이드에 의하여 공방에 홀수 개의 타일이 남는 경우가 있습니다. 공방에서 파이프를 살 때 반드시 2개 또는 4개를 사오라고 되어 있어서 공방에 타일이 1개 남으면 파이프를 못 사오겠구나, 했는데... 1개 남았으면 2개 비용 내고 1개 사올 수 있고, 3개 남았을 때도 4개 비용 내고 3개 가져올 수 있다고 합니다.

드문 상황인 건 알겠지만, 그래도 좋은 규칙서라면 이러한 드문 상황까지도 설명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공방 업그레이드가 있을 때만 발생하는 드문 상황이므로, 어펜딕스의 공방 업그레이드 근처에 적어놓으면 좋았겠네요.

글을 다 쓰고 다시 읽어보면 너무 트집잡은 건가 싶기도 하네요. 쓰고 싶은 건 이것 말고도 많았는데, 어제 축구 보고 잤더니 너무 졸려서 어느 게 트집이고 어느 게 정당한 비판인지 슬슬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그래서 굵직한 것만 남기고 다 쳐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