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최악의 참사 Top 5

너굴너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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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3-29 오전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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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게임을 하다보면 정말 다양한 상황을 맞이하곤 합니다.

제가 들은 & 목격한 보드게임 최악의 순간 #5 를 재미삼아 적어보고자 해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적는거라 순서에 의미가 있진 않습니다.

#5 I think I broke him... (내가 그 사람을 완전 멘붕시킨거 같아... ) // 황혼의 투쟁

2주 전에 목격한 일입니다. BGW 모임에서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하고 있는데, 뒷 테이블에서 Mike 라는 중년의 남자가 한 젊은 남자애를 데리고 황혼의 투쟁을 가르치고 있더군요. 그런데 젊은 남자애의 동공이 격하게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속으로 "하하하, 황투 처음 배우면 그럴 수 있지." 하며 제 게임에 몰두 했지요. 어련히 잘 가르치겠거니- 하고 생각했거든요.

30분쯤 지났나?

다시 돌아보니 남자아이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Mike는 홀로 게임을 정리하고 있더군요. 곧 이어 저희에게 다가오더니 시무룩한 표정을 짓습니다.

너굴너굴: "무슨 일이야?"

Mike: "I think I borke him......(내가 그 사람을 완전 멘붕 시킨거 같아.)"

친구 A: "응? 어째서?"

Mike: "저 사람 보드게임 초보인데 여자친구랑 둘이서 할 게임을 가르쳐 달라고 하더라구"

모두 : "설마... 그래서 첫 게임으로 황투를 가르친거야?"

Mike: "응. 아주 좋아할 줄 알았지."

모두 : "여자친구랑 2인플 한다는데 왜 황투를 가르쳐;;;; 그건 워게임을 주로하는 너나 좋아하지ㅡ"

Mike: "2인 게임 중 갑오브갑은 역시 황투 아닌가? 솔직히 배우기 쉽잖아."

모두 : "걔는 걸음마 수준이었잖아;;;... 완전 초보자라구. 몇 턴이나 진행했는데 저렇게 가버린거야?"

Mike: "가르치는데만 40분쯤 걸렸어. 게임은 1라운드의 절반 정도 한거 같아. 그런데 너무 어렵다며 포기하더라."

모두 : "우리에게 조언을 구하지 그랬어."

Mike: "괜찮을 줄 알았지. 음... 저 친구 아마 다시는 안오겠지...?"

모두 : "...다시는 안오겠지."

Mike: "......"

네. 아는거라곤 모노폴리와 리스크 뿐이었던 초보게이머는 지금껏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답니다...

#4 Screw this! I"m going home! (ㅈ까!. 난 집에 갈거야ㅡ!!) // 워터딥의 군주들

지난 주에 있었던 일이죠. 남자 3 & 여자 1로 이뤄진 4인플 워터딥의 군주들에서 강제퀘스트를 몇 번 받은 Kim 이라는 여자애가 보드게임을 빡종(...) 하는 참사가 벌어졌습니다. 버건디를 하던 저와 제 친구들은 갑자기 뒷편에서 벌어지는 살벌한 대화에 O_O??? 하며 눈치만 보고 있었죠.

여자애 : "자꾸 나만 공격하잖아!"

남자애들: "그거야 게임의 일부니까 그렇지."

여자애 : "왜 다른 애들은 공격 안하는데?"

남자애들: "무슨 소리야;;; 지금 우리끼리 치고박고 난리치고 있는거 안보여?"

여자애 : "아, 됐어. ㅈ까. 난 집에 갈거야."

남자애들: "O_O..."

그리곤 정말로 덜컹 일어나더니 가방 & 과자를 싸들고 폭풍처럼 가버리더군요;;; 제 생에 처음으로 본 보드게임 빡종 사태였습니다 -_-;; 이 사태 전에도 이 여자아인 저와 다른 친구들과 함께 푸코를 했는데... 5인플이다보니 자원이 모자라는 사태가 발생했죠. 그때도

여자애: "뭐? 내가 콘을 못받아?"

남자애들: "응. 규칙이 그래"

여자애: "불공평하잖아!"

남자애들: "규칙이 그런걸 어떡하니. 자원 수량을 보면서 타이밍을 재는 것도 전략의 일부인걸."

여자애: "그건 그거고 이건 불공평 해!!"

남자애들: (우리보고 뭐 어쩌라고;;;;)

여자애: "무슨 이런 게임이 1위야. 집에 있는 푸코도 당장 팔아버릴거야. ( 궁시렁 x 1000 )"

이 때부터 모두가 이 여자애에 대한 신뢰를 잃고 있었는데... 결국 워터딥 사태로 인해 이 아이와 게임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확 줄어들었습니다. 게임은 그저 게임일 뿐인데 저렇게 화를 내다니요. 진심으로 화를 내는 바람에 사람들이 함께 놀길 꺼려하며 홀로 고립되는 사태가 벌어지지 않을까 우려가 되네요. 저도 많이 불편해졌구요...

#3 Fxxking Bullshxt! I"m not a bad guy! (씨X X같네 진짜! 난 나쁜놈이 아니라고!) // 타뷸라의 늑대

일요일에 열리는 River Market 모임에선 전설로 회자되는 Chris의 이야기입니다. 게임을 무료 기증해서 참 좋은 사람이란 평을 받았지만 승부욕이 워낙 강한 친구라 다들 좀 기피하던 편이었어요. 참사가 벌어진 이 날 타뷸라의 늑대를 함께 했다고 하더군요. 게임이 한참 진행되다보니 Chris가 점점 늑대로 몰리기 시작했는데, 자기 변호를 하던 이 친구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는가 싶더니....

쇼핑몰 전체가 우렁차게 울릴 정도로 테이블을 쾅ㅡ!!!! 내려쳤습니다. 그리고 엄청난 크기의 목소리로

"This is fxxking bullshxt !!! I"m not a bad guy!!!" (씨X X같네 진짜!!! 난 나쁜 놈이 아니라고!!!!)

폭발하고 말죠. 덕분에 게임은 공포 & 당황 & 어처구니 없음 & 민망함이 뒤섞여 엉망진창으로 흘러갔고, 주변을 지나가던 사람들이

"와... 깜짝이야. 쟤네 뭐냐?;;;"

"지금 겜하다가 화낸거 아냐? 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 저런 카드놀이 하다가 진심으로 빡친거야? 졸라 웃기네 ㅋㅋㅋㅋㅋㅋㅋ"

이런 비웃음이 쏟아졌다고 합니다 ㅡㅡ;;;

몇주 뒤 이 Chris라는 친구는 안나오기 시작했고... 미운 정이 든건지 다들 어찌 지내나 궁금해 하고 있답니다.

물론 다들 그 애가 안오길 바라는건 함정.

토요일에 Kim이 있다면 일요일엔 Chris 가 있는 셈이네요.

#2 You"re supposed to do this and do that! I will do it for you. (니 차례 땐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돼. 내가 해줄게.) // 포비든 데저트

이것 또한 Chris의 이야기 입니다. 일요일 모임은 유독 신입 플레이어가 자주 오는데... 비보드게이머의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대체로 그런 사람들이 오면 모두들 정말 최소한의 팁만 알려주고 스스로 판단하고 & 스스로 생각하며 즐길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Chris 군만큼은 달랐죠.

"You"re supposed to do this and do that! I will do it for you. "(니 차례 땐 이렇게 하고 저렇게 하면 돼. 내가 해줄게.)

그 날따라 머리 속에 사이가 강림한건지... 초보자들이 고민할 때마다 모든 초보자들의 기물을 혼자 다 "친절히" 움직여주며 "이게 최선의 수니까 이렇게 하면 돼. 어때 쉽지?" 하고 진행 했습니다. 덕분에 게임 내내 초보자들은 멀뚱멀뚱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무려 한시간동안요. 사실상 Chris는 혼자 게임을 끝내버렸고, 아주 해맑게 활짝 웃으며,

"우와ㅡ 한턴 차이로 탈출 했다!! 정말 아슬아슬 했어! 그렇지? 재밌었니? 다른 게임 소개해줄까?"

라고 물었다고 합니다.

그 초보자들은 다시는 모임에 안나왔다고 해요.

#1 Oops!(이런!) // 레지스탕스

이것도 과거에 RIver Market 에서 벌어진 일인데... 레지스탕스를 너무 좋아하던 친구가 한명 있었다고 합니다. 늘 친구가 가진 카피로만 하다가 큰맘 먹고 자기 돈으로 직접 게임을 구매했지요.

그리고 River Market 에 가져온 첫 날.

기분 좋게 비닐을 뜯고 규칙을 설명하던 그 순간,

초보자에 의해 대참사가 벌어집니다. 박스를 뜯은지 3분도 안되어서요 ㅡㅡ;;;

... 그 친구는 얼굴색이 확 바뀌었고... 정말 미안해하는 초보자에게 차마 화를 내진 못하고 "괜찮다"며 초보자를 다독이더니 혼자 화장실에 가선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_-;;; 욕을 하거나 울거나 둘 중 하나였겠지요. 이 사건 이후로 멤버가 보드게임을 가져오면 그 게임을 하는 동안엔 식사&음료를 가능한 제한하는 암묵의 규칙이 생겼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한 보드게임 참사(...)를 겪어보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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