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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리 보드게임 책자 발행 후기 + 동아리 보드게임 레이팅
1,648 조회
2016.03.19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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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에도 저 말고 다른 선배가 동아리 보드게임 책자에 대해 글을 썼던 적이 있는 것 같지만...
일단 발행 기념으로 써보겠습니다.
제가 가입되어있는 동아리는 실제로는 보드게임 동아리가 아닙니다.
다른 종류의 취미, 학술 동아리인데 한 선배가 보드게임을 가져오기 시작한 걸 계기로 대략 4~5년이 흐른 지금은 이 사람 저 사람이 보드게임을 구매해서 웬만한 보드게임 카페보다도 많은 보드게임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명목상으로는 보드게임 동아리가 아니니만큼 홍보를 보드게임으로 할 수도 없고, 드물게 보드게임을 주로 하는 동아리인 걸 알고 들어온다고 해도 실제로 파티게임이 아닌 보드게임을 알고 들어오는 사람은 제로에 가깝다고 보아도 될 겁니다.
요즘 저희 학교는 동아리가 너무 많다보니, 어떤 동아리든 간에 신입 유치 및 동아리 유지가 너무나도 힘든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에 저는, 기존 멤버들이 너무 어려운 게임을 들이대서 신입이 혼란스러워하다가 여긴 내 동아리가 아닌가베... 하고 나가는 것을 꽤나 많이 보았습니다.
더 심각한 경우는 기존 멤버들이 압도적으로 잘 하는 게임을 시켜서 털어먹은(ㅠㅠ) 탓에 신입이 지기만 하다가 어깨가 축 쳐져서 나가는 경우도 있었죠. 작년에 처음 동아리에 와서 크레이지 타임을 하다가 기분 상해서 나간 신입 분의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질 않네요...
여하튼, 올해는 그런 가능성을 줄이기 위해 신입생을 위한 보드게임을 추려볼까 하는 생각을 일단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뱅!이나 할리갈리, 아브라카 왓?!, 바퀴벌레 포커 등등... 쉬운 게임을 추리다가 남자친구에게 태클이 들어왔습니다. 그렇게 일부 게임만 추려놓으면 신입들이 "아, 그 게임 말고 다른 게임은 너무 어려워서 하면 안 되는 거구나."라고 느낄 가능성이 있다고...
그래서 결론적으로 만들어진 게 바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도 정리되어있고, 보다 심화된 게임들도 한눈에 보고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보드게임 책자입니다.
책은 요렇게 예쁘게 컬러 프린트로 나왔답니다.
위쪽 사진은 유의사항 아이콘인데, 기준은 보드게이머가 아닌 일반 동아리 신입생이다보니 기준의 허들이 많이 낮은 감이 있습니다.
예시로, 플레이타임은 60분만 넘어가도 길다고 치고, 컴포는 부루마불보다 많기만 해도 많다고 합니다.
참, 이 유의사항은 '너굴너굴'님의 초보자에게 들이대선 안 되는 게임 게시글에 크게 영향을 받았습니다. 글을 통해서나마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책자를 만든 이후에는 기존 멤버들에게는 일단 처음 온 신입에게는 무슨 게임을 해보았는지 묻고, 해본 게 없다면 절대, 절대로 유의사항이 있거나 난이도가 중급 이상인 게임은 들이대지 않도록 당부해두었습니다. 물론, 신입이 원한다면 뭐든 시켜줘야겠지만요.
(며칠 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입에게 마작을 들이대는 선배가 있어서 응징했습니다. ㅡㅡ.)
신입들이 책자 펄럭펄럭 넘겨보면서 "이거 재밌어보여요~" "저 티츄 들어봤어요. 해보고 싶네요." "앗, 저 리코쳇 이거 알아요!" 하는 걸 보면 흐뭇합니다. 올해는 작년보다는 동아리에 뼈를 묻을 신입이 많을 것 같은 기분입니다!
특히 한 신입 분이 "저 농사 게임... 해본 적 있는데, 무지 재밌었는데... 기억이 안 나요. 아 맞다 이거! 아그리콜라에요!" 할 때는 두근두근했습니다.
작년 2학기는 정말 신입생 농사가 흉년이었죠. ㅠㅠ. 홍보는 잘 돼서 온 사람은 많은데, 아무도 제대로 대해주질 못 해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천천히 보드게임을 쉬운 것부터 했다면 얼마든지 지금쯤 같이 놀고 있었을지도 모르는 신입들이었는데...
이 책자를 만들기 시작할 당시에는 보드게임이 150종 정도였는데, 또 꾸역꾸역 늘어서 지금은 160종이 넘어가네요!
보드게임을 열심히 구매하는 몇몇 선배들, 그리고 이 책자 제작하느라 일주일 넘게 고생한 동아리 회원 다섯 분에게는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지만, 긱의 레이팅 기준을 참조해서 우리 동아리 내부에서도 레이팅을 해보기로 했답니다.
레이팅은 참여하고 싶은 동아리 회원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지만 참여하기로 한다면 자신이 해본 게임에 대해서는 충실하게 해주어야 한답니다.
보드게임 긱과는 다르게 보드게임을 제대로 파는 사람들이라기보다는 보드게임을 자주 즐기는 학생들이 가볍게 매기는 레이팅이라는 느낌입니다.
팔까 말까 고민되는 보드게임의 판매 여부를 결정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줄 보드게임을 고를 때 도움이 될 것 같다고 생각해서 시작해보았습니다.
또한, 깨알같이 동아리 사람들 서로가 아직 안 해본 보드게임을 알 수 있기에 안 해본 보드게임을 하나하나 해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여하튼, 오늘도 저는 동아리방에 보드게임을 하러 갈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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