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델CE의 배송 재개 신청에 대한 소회
안녕하세요. 우보천리입니다.
얼마전 결정된 에버델 CC의 펀딩으로 한동안 보라가 시끌(?)했습니다.
덩달아 제 마음도 시끌했죠.
워낙 에버델이 여기저기에서 좋은 게임이라는 평이 많았고,
작년 6월 아브락사스의 불시의 재고 떨이에 홀랑 넘어가 쓰버델을 구매한 저로서는(확인해보니 7월 말이었네요. 더 슬프다.)
얼마 안 되어 로터스프로그게임즈가 판권을 획득하고 CE 출시를 발표하였을 때 패닉에 빠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내가 상투끝을 잡았구나.....하는 울며겨자먹기의 심정으로 들어간 선주문이 8월 말이었습니다.
그리고 해가 넘어가 애초에 2월로 예정되었던 에버델은 속절없이 미뤄지더니
입고 소식과 함께 뜬금없이 전해진 완전판 펀딩 결정.....
선주문 당시에 분명
별도의 완전판 없이 CE의 순차 출시 후 빅박스로 마무리되는 출시 계획이 안내되었고
당시 선주문량에 준하여 향후 확장 출시량을 정할 것이기에
가급적 이후 확장 구매 예정자는 선주문에 참여해달라는 권고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완전판 펀딩 결정이 발표되었을 때 약간 부아가 치밀기도 했지만
더 좋은 가격, 더 좋은 구성이라는 조건과, 원퍼블리셔의 방침 사이에서 좌충우돌했을 개구리의 고뇌도 한편으로는 이해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그러했듯이 완전판 펀딩에 들어갈 요량으로 배송 보류 신청을 해두고,
며칠 사이 곰곰이 생각해보니 주저하는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습니다.
쓰버델을 가졌을 때에도 미니확장조차도 집어넣어 플레이하기 귀찮아했던 제 습성상
과연 풀확이 게임을 즐기기 위한 필요조건일지 확신이 안 서더군요.
그럼에도 좋은 구성과 가격, 저토록 예쁘고 다시 없을 완전판 획득의 기회를 날리기에는
저의 콜렉터 기질이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나는 보드게이머인가? 콜렉터인가?"
이에 대한 물음은 코로나 즈음 본격 입문한 뒤,
지난 3년 남짓의 세월 동안 육아의 격전 속에 쉬이 몸을 누일 틈조차 부족했던 저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이었습니다.
보유 게임의 90%에 육박하는 개봉노플 비율에도 불구하고
코로나와 육아라는 운명같은 고난은 좋은 핑계거리였습니다.
그래서 이제와서 돌리지도 못한 게임을 무리해가며 사들이는 건
언젠가 여건이 된다면 그동안 모아놓은 좋은 게임들을 한껏 풀어내어 즐기리라던 다짐이 무색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완전판은 저에게 갖추어두기 위한 물건인지 정말 플레이하기 위한 물건인지 고민하면서
제가 보드게이머가 되고 싶은지 콜렉터가 되고 싶은지 선택해야 할 기로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하루 종일 고민하다가 방금 전 개구리에게 배송 재개 신청을 했습니다.
저에게 35만원의 돈은 부담스럽지만 지출 불가능한 규모는 아닌데
조만간 쏟아질 또 다른 기대작을 선택하는 데에는 부담을 줄 정도는 되더군요.
거기에 더해서 앞으로 1년을 또 오롯이 기다려야 하고
환불을 신청하든지 배송을 받아 선주문판을 처분해야 할 부담을 떠 안아야 하는 상황에 생각이 미치니....
내일 아침에 저는 마우스를 클릭했던 제 오른손을 부여잡고 후회 가득한 통탄을 토해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애써 마음을 다잡고 이미 보내버린 이메일을 번복하지 않고자 소회를 남깁니다.
내일의 제가 쉽사리 되돌리지 못하도록.
# 어려운 일이겠지만 에버델 디뽐 가득한 댓글을 남겨주세요.(물론 선주문판은 제 책장에 꽂혀있을 겁니다.)
# 인연이 된다면 중고로 구매하든지 누군가 가지고 있는 분에게 부탁하여 해볼 기회가 있겠죠.
(이런 마음으로 비뉴스를 구매하지 않은 걸 지금도 후회하고 있기는 합니다. ㅠ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