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느낀 메이지 나이트는 어떤 게임?
안녕하세요, 진시월입니다.
얼마 전에 메이지 나이트 오거나이저의 도면을 공개했습니다.
생각보다 가공비가 세게 나와 출혈이 상당했는데요.(그래서 이번에 구매를 건너뛰는 게임들이 생겼습니다.)
이제 오거나이저까지 갖췄으니 뽕을 뽑아야죠.
시간관계상 솔플로도 몇 게임 플레이하지 못했지만
짧게나마 제가 겪어본 메이지 나이트의 인상에 대해 적어볼까 합니다.
1. 웨이트 4점대의 벽은 높고도 험하다. 하지만 허들을 낮추는 방법은 있다!
메이지 나이트 하면 '잔룰의 대가, 그렇지만 이를 상쇄시키고도 남을 매력.' 등의 수식어가 붙곤 합니다.
저 또한 그런 느낌을 지울 수 없었는데요.
보통 어느 게임을 처음 플레이할 때(편의상 테스트 플레이, 줄여서 테플이라 하겠습니다.) 룰북을 정독하고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인데요.
메이지 나이트는 오히려 룰북의 정독이 독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룰북을 정독하는 것만으로는 이 게임이 어떤 흐름으로 어떻게 흘러가는지 잘 와닿지가 않습니다. 이와 비슷하게 느낀 게임은 데오윈이 있겠네요.
일단 한번 겪어보고 룰을 다시 상기하면 왜 이렇게 하는지 충분히 납득이 되지만 테플 없이 룰북만 정독했을 때 게임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혼선이 생깁니다.
이는 잔룰이 많은 게임의 폐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보드게임을 영업하며 룰 설명을 좀 해보신 분들이라면 아실 겁니다.
대강의 흐름만 설명하고 본인들이 직접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룰을 익히는 것과 아닌 것의 차이를요.
메이지 나이트 또한 그 범주를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잔룰의 대가라는 수식어답게 깊은 범주에 속하고 있었습니다.
자세히 보시면 룰북에서도 일단 테플을 먼저 해보기를 권하고 있습니다.
첫번째 정찰 시나리오를 통해 대강 게임의 룰을 익힐 수 있게 유도하고 있는데요.
에러플을 몇 번 하더라도 흐름을 파악하기 쉽고, 그걸 익히고 나면 그 당므으로 넘어가기 손 쉬워집니다.
제 아무리 높은 마천루라 할지라도 벽돌 한 장부터 시작하는 법이니까요.
2. 나는 용사가 아니다.
메이지 나이트에는 기타 다른 rpg게임에서 선뜻 와닿지 않는 유닛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플레이어의 행동을 도와주는 역할 때로는 몸빵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친구들이죠.
저는 처음에 이 유닛에 대한 개념이 잘 안 잡혔습니다. 그동안 제가 즐겨왔던 rpg(보드게임 외 다른 것들까지)들은 용병을 끌고 다니기 보단 독고다이로 다니며 강해지는 풍의 게임을 즐겨왔거든요.
이런 점에 익숙해진 분들이라면 유닛에 대한 개념은 살짝 꼬아서 유닛=방어구의 개념이다라고 이해하면 접근이 쉬울 듯 합니다.
메이지 나이트에서는 유물카드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딱히 장비라고 할만한 게 없습니다. 그것을 대체하고 있는 것이 바로 유닛이죠. 좀 한정적이기는 하지만요.
이는 아마도 메이지 나이트가 단순히 용사가 마왕을 물리치는 류의 시놉시스를 가진 ip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생각됩니다. 어떻게 본다면 테마성을 살린 셈인데, 사람에 따라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유닛=방어구(장비) 라는 개념을 받아들였다면 멀게만 느껴졌던 유닛들이 이제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모름지기 rpg는 장비빨 아니겠습니까!
3. 나의 플레이가 나의 덱을 만든다.
메이지 나이트의 재미라면 덱빌딩 요소로 내가 강해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는 거라 생각합니다.
전투를 치르고 명성을 얻고 평판을 얻고 경우에 따라 상급액션이 들어오고 핸드제한이 늘어나고, 진행속도를 조절하고 덱 빌딩 하나 가지고 많은 것들을 신경 쓰게 만들어놓았습니다.
이 카드를 쓰고 덱빌딩을 한다는 점에서 보드게임에서는 클랭크가 떠올랐습니다.
비슷한 판타지라는 테마에 덱빌딩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개인적으로 스팀게임 중 하나인 slay the spire 라는 게임이 생각났습니다. 이 게임도 전형적인 덱벨딩 던전 크롤러 게임이거든요.
물론 빡빡하기로는 메이지 나이트가 한 수 위입니다.
4.펼쳐지는 맵에 의해 공개되는 토큰에 의해 일희일비하다.
메이지 나이트의 참재미가 바로 여기서 비롯되지 않을까 합니다.
공개되는 지도타일, 그리고 그 위에 놓이게 되는 토큰들. 마주하는 적들에 따라 웃고 울게 되는 상황들이 즐비합니다. 아직은 제가 초보이기 때문에 겪는 문제라고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여기서 비롯되는 랜덤성에 나의 덱을 운용해야하기 때문에 빡빡합니다. 하지만 그 빡박함에서 오는 딜레마가 바로 게임의 묘미가 아니겠습니까.
이런 점에서 저는 어렴풋이 엘드리치 호러와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왠지 메이지 나이트를 플레이하면서 다크한 분위기가 느껴졌거든요. 엘드리치 호러를 플레이할 때도 비슷한 경험을 했죠. 조우카드를 뒤집었을 때 등등 나를 예기치 못한 혼돈속으로 빨려들게 하는 것 같은 그 기분.
엘드리치 호러는 그게 크툴루라는 혹은 올드 원이라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어릴 적 보던 엑스파일에서 느꼈던 것 같은 미스터리함이었다면
메이지 나이트에서는 전쟁 중 내가 일개 부장이 되어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 상황을 마주친 것 같은 기분을 줍니다.
대표적인 상황으로 마을을 약탈해 내 핸드를 늘릴 것이냐, 아니면 다소 나를 희생하면서 고귀함을 지킬 것이냐의 갈등 등이 있겠네요.
뭐랄까 한편으로 비장하다고 해야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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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을 하자면 메이지 나이트는 전반적으로 클랭크+엘드리치 호러 같다는 느낌을 주는 게임이었습니다.
물론 메이지 나이트 고유의 매력을 내포하고 있으면서 말이죠.
생각해보니 그렇게까지 복잡한 게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네요. 단순히 숙지해야 할 요소들이 좀 많다는 거 정도?
하지만 문제될 건 없어보입니다. 조금 더듬거려도 룰북의 요약표를 보면서 진행하다보면 어느새 자연스럽게 척척 게임을 진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테니까요.
메이지 나이트의 유일한 단점을 꼽으라면...............
작게만 느껴지는 나의 테이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