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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각도에서 바라본다면 수천 년의 역사가 타인의 기분보다 자신의 기쁨이 압도적으로 중요했고, 시간은 타인의 기분을 중요시하는 쪽으로 매우 천천히 흐르다 근 10-20년 사이 급경사를 타고 변화하지 않았나 하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내가 당신을 이긴 이유는 단순히 내가 당신보다 뛰어나서가 아니라 단지 당신께서 살짝 경험이 부족했거나 놓진 부분이 있기 때문이고 그래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재 선택의 폭이 넓어진 시장에서 생존할 수 있는 게임내 상호작용의 형태라고 판단하는 것 같습니다. 보드게임 업계의 게임 체인저인 카탄은 당시까지 제가 즐긴 게임 중 가장 획기적이었고 아직까지도 가장 좋았던 경험을 준 작품을 꼽으라면 염두에 있지만 저와 같은 과정을 건너뛰고 온 사람들은 길을 막고, 끊고, 생산을 막고, 자원을 뺏고 뺏기는 상호작용에 난색을 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머릿속의 카탄이라는 게임은 상기 행동들에서 우위를 점하지 않고 순수 주사위 운 만으로는 이기기 너무 힘들기 때문에 승리를 위해서라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흐름(또는 공격)이었고 설령 게임에 대한 경험이 기분 나빴다 한들 뾰족하게 다른 수나 지금처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한 판 더! 그럼에도 한 판 더! 상황이 그렇다보니 게임의 수명이 상당히 길었고. 그 긴 시간동안 대중화에 성공할 수 있었던 특수한 사례라고 볼 수도 있지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량의 개량, 혹은 발전의 발전을 거치면서 가이오트님이 어느 영상에서 언급하신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같은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호불호가 강한 작품들을 만들기엔 판매량 부족이라는 경제적인 부담이 있을 테고, 고지식함이라는 오명 또한 싫기에 위험부담이 큰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요. 살짝 삐딱한 각도에서 보자면, 과거 한국 성인 남자의 평균 키가 170cm 이하였을 때 180cm 정도는 되어야 할 수 있던 운동이나, 직업, 혹은 입을 수 있거나 입었을 때 폼 나는 옷이 있었다 치면 그런 것 들이 멋지고 화려해보였을 확률이 높았으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들이 멋지다 한들 누구나 즐기고, 얻고, 입고 다닐만큼 대중적이진 않았다 봅니다. 평균값은 수치상으로 170cm 키의 남자들이 가장 많다는 해석이 가능하고 그것에 가까울수록 대중적이라고 보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중에 부족한 키에 깽깽발로,키높이 구두로, 혹은 옷 끝단을 잘라가며 흉내라도 내어보고픈 사람들이 있었을 테고 이야기를 보드게임에 접목하자면 제가 그런 사람이었던 듯싶습니다. 부족한 독해력에, 부족한 이해력에, 부족한 집중력에, 모든 것이 부족했지만 까치발로 서지않으면 180cm의 시선을 알 수가 없기 때문이였죠.하지만 그 시선이 너무 궁금하고 흥미로웠기 때문에 혹자는 비웃음 쳤을 수도 혹은 지금도 그러실 수도 있지만 저에겐 소중한 기억이자 경험이었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 많은 맞춤형들이 나와버렸고 심지어 한국 성인 남자의 평균 키는 174cm가 되어서 제 또래에 180cm의 키는 더 이상 예전만큼 큰 키라고 하기에는 애매한 상황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174cm 가 스탠더드이며 그들이 가장 대중적이게 되었고, 그들이 동경하는 키 또한 더 높게 되어버렸지요. 물론 이를 두고 수준이 높아졌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쩌면 그리 생각하고 싶지 않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나가버린 시대에 대한 아쉬움은 내 키가 더 이상 자라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과 같지 않나 생각합니다. 하지만 높다고 좋을 것도 낮다고 싫을 것도 없는 혹은 그 반대일 것도 없는 것을 알게 해줄 나이가 자라고 있는 것에 만족하고 낮은 곳은 숙여서, 높은 곳은 받치고 올라서서 바라보려고 노력 중입니다. 저 또한 점점 없어지는 상호작용이 아쉽지만 법고창신을 생각하고 오롯이 소중한 사람들과 그리고 가족들과의 시간만을 생각합니다. 페튼님이 가이오트님의 말씀에 공감하셨듯 저 또한 페튼님이 쓰셨던 글들에 많은 공감을 얻고 갑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

2022-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