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드게임 영업에 관해
'아조겜드보'님 글 읽고 댓글 달다가, 쓰다보니 너무 길어져서 새글 써봅니다.
많은 분들이 보드게임에 취미를 더해가는 과정에서 소위 말하는 '영업'이란 걸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 그랬습니다. 그리고 함께 할 사람이 필요하다 여기면서 동시에,
'이런게 있다는 걸 모르겠지?' '이렇게 재밌는 걸!' '재미를 알려줘야지' 등... 과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내린 결론은... 취향은 권해서 되는게 아닌듯 합니다. 상대방은 재미를 못느끼고 있는게 아니라 재미가 없는겁니다.
진정한 영업은 상대방이 '먼저' 궁금해 할때 비로소 시작되더라구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내 영업에는 성공했는데, 과정을 얘기 드리자면...
1. 기 : 몇차례 같이 해달라고 부탁 - 게임 룰 숙지 필수!
다만, 아내가 즐기고 있다기 보단 '해주는' 느낌이 들어, 이후 부담 되지 않도록 따로 부탁 안함.
2. 승 : 아내 티비 볼때 혼자 게임 펼침. 시위하거나 그런 느낌이 아님. 그냥 서로의 방식으로 쉬는... 아내는 티비 보고, 난 게임 갖고 노는~
게임을 한다기 보다 그저 설명서 읽고, 컴포 만지작 거리고 그야말로 노는거임
3. 전 : 그러던 어느 날, 아내가 먼저 얘기 꺼냄, '같이 해줄까?'
순간 너무 좋았지만, 최대한 자제하면서 '아냐, 괜찮아. 그냥 이것도 재밌음. 물어봐줘서 고맙습니다.'
4. 결 : 그러던 또 다른 어느 날, 아내가 다시 얘기 꺼냄, '해 달라고 하면 같이 해줌!'
이번엔 솔직히 얘기함. '사실, 같이 해주면 고맙지!!!'
이후, 아그리콜라 폭망, 아컴호러 ver2 똥망 등을 거쳐 결국 도미니언에서 뭔가 제대로 게임이 돌아감.
지금 생각해보면 스타팅 목록이 엉망진창 그자체였습니다. 룰도 다 숙지했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플레이 하게되면 잔룰 지옥에서 식은땀 뻘뻘...
그리고 초반엔 집에서 보단 조용한 커피숖을 많이 이용했습니다. 주말에 종종 도미니언을 작은 상자에 담아 다녔지요.
당시엔 커피숖에 간다는 거 자체가 아내에겐 아마도 플러스 알파였던 것 같습니다.
여기저기 다녔는데, 안산 한대앞쪽 '당나귀 다리'라는 곳 정말 자주 갔었네요. 지금도 있으려나?
여튼, 현재 아내는 룰 설명 가능한 '보드게이머'입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