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케이프 테일즈: 로우 메모리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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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스토리가 강조된 방 탈출 게임 시리즈 ‘이스케이프 테일즈’의 첫 번째 게임 ‘어웨이크닝’에 이어,
두 번째 게임 ‘로우 메모리’를 아내와 플레이해 보았습니다. 
- 로우 메모리.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어웨이크닝이 별로여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는데, 로우 메모리에 들어 있는 (서로 다른 인물의 시선으로 플레이하게 되는) 스토리 북 세 개 중에 처음 두 개는 너무너무너무 재밌어서,
‘드디어 스토리가 강조된 방 탈출 게임 걸작을 찾았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더군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렇게 재밌는데 보드게임긱 유저평균평점이 왜 6.8밖에 안 되는 거지??’
라는 의문이 들기도 했고 말이죠. (저한테 별로였던 어웨이크닝은 7.2로 방 탈출 게임 중에서는 준수한 편이거든요.)
그런데, 세 번째 스토리 북으로 플레이해 보니 낮은 평점이 바로 이해 가더군요; 진짜 너무너무 멋진 게임인데, 많이 아쉬웠습니다ㅠ 좀 더 자세한 이야기를 위해 어웨이크닝에서 아쉬웠던 점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1. 어웨이크닝의 아쉬웠던 점
지난 리뷰에서 어웨이크닝의 아쉬운 점으로 아래의 세 가지를 꼽았는데요,
1) 선택을 자주 하지만, 선택에 대한 근거가 없다. 2) 스토리가 진행되지 않고 냄새만 풍기다 갑작스레 끝난다. 3) 문제의 개연성은 좋지만 난이도가 너무 떨어져 성취감을 느낄 수 없다.
작가들이 이러한 점을 의식이라도 한 것처럼, 로우 메모리에서는 (제 입장에서 봤을 때) 많이 개선했더라구요!
2. 선택의 근거
먼저, 뭔가를 선택할 때 관찰력을 발휘하거나 현상황을 바탕으로 추론함으로써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어, 꼭 필요한 문제만 골라서 풀면서 빠르게 진행할 수 있었는데, 덕분에 게임 진행이 무척 쾌적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3. 어웨이크닝의 플레이 경험과 규칙 개정
다음으로 이 게임의 스토리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어웨이크닝이 별로였던 이유에 대해 잠깐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보드라이프의 후기나 보드게임긱의 커멘트를 읽어 보면, 어웨이크닝에 대한 평가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특히, 스토리에 대한 평이 좋은데, 저와 아내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고 말씀 드렸죠; 그 이유는 아마도 (다회플을 통해 분석해 보지는 않았지만;) 어웨이크닝의 경우 플레이어의 선택에 따라 플레이 경험이 많이 달라질 수 있어서가 아닐까 합니다. 예를 들어, 저희처럼 여기저기 두루 탐색하지 않고 빠르게 진행한 경우엔 스토리의 많은 부분을 놓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인지, 로우 메모리에서는 규칙이 약~간 바꼈는데, (규칙 설명서 6페이지 ‘어웨이크닝과 달라진 점’) 제가 보기에 이 개정 덕분에 플레이어가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스토리의 큰 줄기는 놓치지 않게 바뀐 거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게임을 진행하는 동안 스토리 진행이 느리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말이죠.
그런데, 진행속도도 속도지만 스토리 그 자체도 좋았습니다.
4. 스토리
대단한 스토리는 아닐 수 있지만, 일단 저희의 호기심을 상당히 자극했고, 한편으로 앞으로의 전개를 예상해 보는 재미도 있어서, 흡사 추리게임을 플레이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추리와 방 탈출을 좋아하는 저희에겐 당연히 취향 저격이었고 말이죠.
스토리의 결말은 좀 아쉬웠지만, 저희는 자기가 예상한 결말에 대해 이야기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도 했네요.
로우 메모리의 스토리가 꽤 괜찮은 것처럼 썼지만, (보드게임긱의 커멘트를 읽어 봤을 때) 이 부분은 아무래도 취향을 많이 타는 거 같습니다. 박스 일러에서도 느낄 수 있지만, 어웨이크닝이 판타지(?)라면 로우 메모리는 사이버펑크 느낌 살~짝 나는 SF거든요.
5. 문제의 난이도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로우 메모리는 어웨이크닝의 두 가지 아쉬운 점을 잘 보완했지만, 너무 쉬웠던 문제의 난이도를 올리면서는 좀 오버하는 바람에 게임을 망치고 말았습니다ㅠ
처음 두 개의 스토리 북에서는 난이도를 어웨이크닝 보다 살~짝만 높혀서, 경쾌하게 풀리면서도 성취감을 살짝 느낄 수 있는 정도의 적당한 난이도를 유지했는데, 세 번째 스토리 북에서는 거의 폭주라고 할 정도로 난이도를 갑자기 끌어 올리고 만 겁니다; 게다가, 난이도 높은 문제들이 대체로 암호해독과 비슷한 느낌이라 사람을 굉!장!히! 피곤하게 만듭니다. 암호해독(혹은 규칙 찾기)라는 게 원래 한 번에 짠~ 하고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막연한 상태에서 이런저런 다양한 시도를 해 본 끝에 해결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물론 정말 멋진 문제들도 있었지만, 그냥 포기하고 답을 보게 만드는 이런 답답한 문제들이 게임을 망쳤더라구요ㅠ
보드게임긱의 커멘트에서 “두 문제는 그냥 답을 봤다.”는 표현을 몇 번 봤는데, 아마 이런 문제들일 거 같네요.
6. 단점
끝으로 자잘한 단점을 몇 개 더 지적하고 싶습니다.
먼저, 게임을 모바일 웹으로 진행했는데, 이 모바일 웹이 좀 불안했습니다. 스토리 북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 경우도 있었구요. (그래도, 치명적이지는 않았습니다.) 어웨이크닝을 플레이할 때는 전혀 문제 없었는데, 좀 이상하더라구요.
둘째, 카드를 보면서 문제를 푸는데, 경우에 따라 엑시트처럼 구성물이 있었으면 할 때가 있더라구요. 카드만 보고 풀기엔 너무 불편한 문제가 간혹 있거든요.
셋째, 퍼즐이라고 하기 보다는 수학 문제라고 할 만한 문제가 좀 있었습니다. 그것도 한~참 풀어야 하는 문제로 말입니다. 그래서, 문제가 취향에 안 맞는 분도 계시겠더라구요. 저는 뭐 좋았지만 말이죠.
7. 마무리
로우 메모리는 난이도 조절에 실패한 후반부의 문제들만 제외하면, 제법 괜찮은 스토리와 경쾌하게 풀 수 있는 문제가 잘 어우러진 정말 멋진 게임으로, (제가 플레이해 본) 스토리가 강조된 방 탈출 게임 중에 단연 톱으로 꼽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힌트를 안 보고 모든 문제를 풀려고 하기 보다는 (저와 아내는 보통 이렇게 플레이하거든요;) 도무지 감이 안 오는 문제는 적당히 힌트를 보면서 진행하시면 더욱 재밌게 즐기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물론, 난이도 높은 문제를 선호하신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말이죠. (개연성은 상당히 좋습니다!)
한편, 7시간에 걸쳐 플레이한 걸 생각하면 (어웨이크닝은 4시간) 컨텐츠가 풍부한 게임으로, 굉장히 인상적인 문제도 몇 개 있어서, 양과 질 모두 만족스러운 게임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아쉬운 점은 좀 있었지만, 스토리가 강조된 방 탈출 게임의 가능성을 충분히 보여 줬기에, 다음 게임인 ‘웜우드의 아이들’이 너무 기대됩니다. 
- 사진 출처: 보드게임긱
로우 메모리에 관심 있는 분에게 도움이 됐길 바라면서, 글을 마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