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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Pathfonder Adventure Card Game 여러분 모두 TRPG 라는 게임 한 번쯤 들어보신 적 있죠? TRPG에 대해 이야기 하자면 오늘 밤을 새서 이야기 해도 부족하지만, 보드게이머들의 눈높이에 맞춰서 이야기하자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글룸헤이븐" 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플레이어 한 명이 마스터를 맡아 세계의 역할을 해주고, 해당 세계에서 플레이어들이 종횡무진하며 활약하는 아아아주 오래된 게임이에요. 마스터 라는 "플레이어"가 세계를 맡기 때문에 많은 TRPG에서는 액션의 한계가 없어요.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지나가던 마을 꼬마가 들고있는 사탕을 뺏어먹는다? 가능하죠. 다만 곧이어 근육 우락부락한 아버지가 달려와서 여러분들의 싸대기를 초음속으로 날리겠지만요.
이런 TRPG 게임중 가장 유명한 게임이라면 아무래도 던전즈 앤 드래곤즈 라는 게임을 빼놓고 말할 수 없을겁니다. 판타지 세계를 배경으로 하는 게임이에요.
이 게임은 판본이 바뀔때마다 규칙도 함께 잔뜩 바뀌는걸로 유명한데요, 당연히 이러한 과정에서 새롭게 발매되는 규칙보다 예전에 즐기던 규칙을 더 선호하던 유저들이 있기 마련입니다. 몇몇 회사들이 이런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DND의 구 판본 규칙을 토대로 새로 규칙을 다듬어서 다른 테마, 혹은 다른 세계관으로 일종의 스핀오프 규칙이 정식으로 발매되기도 했는데요, 하지만 이런 규칙들의 경우 본가의 규칙도 아닌데다가 어찌보면 구판 규칙의 인기에 단순히 편승한 경우도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좋은 평가를 얻기위한 허들이 좀 높습니다. 이런 와중에 DND 3.5 에서 4판으로 넘어가는 사이에 3.5의 밸런스를 잡고 꽤 큰 인기를 끈 규칙이 있는데, 이 게임이 바로 패스파인더Pathfinder입니다.
오늘 이야기 해 볼 게임은 이 TRPG 패스파인더를 카드게임으로 옮겨온 게임, 패스파인더 어드벤처 카드 게임입니다. 그럼 시작해볼까요?
▲ 강해져서, 용을 때려잡으세요.
메인이 되는건 4) 인데 세부적인 규칙을 다 들어내고 골조만 이야기한다면 이 게임은 <장소덱에서 카드를 뽑는다 - 주사위를 굴려서 처리한다> 의 반복입니다. 굉장히 단순한 메커니즘의 게임이에요. 하지만 이렇게 단순한 구조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꽤 재미가 있단 말이죠. 그럼 차근차근 이야기를 해 볼까요?
일단 이 모든 이야기를 하기 앞서 PACG의 가장 큰 특징인 덱 개념에 대해 짚고 넘어가야겠네요. 단순히 해당 시나리오에서 리타이어가 아니라 여분의 목숨(저희는 보험, 혹은 1UP 버섯이라고 이야기합니다만)을 쟁여놓지 않았다면 부활 자체가 불가능해요. 굉장히 아슬아슬하죠? 그렇다면 덱의 장수가 뭐 한 수백장쯤 되나 싶기도 한데, 고작 열 다섯장 남짓입니다. 아니 카드게임인데 열 다섯장만 쓰면 사망한다뇨 이게 대체 무슨 하드코어입니까?
당연히 이런 시스템을 뒷받침 하기 위해 패스파인더에서는 카드를 사용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이 있습니다. 이러한 활용방법들을 통해 이미 사용한 카드를 회수한다거나, 카드를 소모하지 않고 활용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덱을 운용해나가야 하죠.
간단히 예를들어 비전주문의 경우, 바바리안이 주문을 사용할 때엔 그냥 해당 주문을 저장고로 반환합니다. 이를테면 흔히 이야기하는 주문 스크롤의 개념이에요. 부욱 찢어서 일회용으로 쓰는거죠. 즉, 실패하더라도 회복 마법 등에 의해 재사용이 가능해요.
정리하기 전에 캐릭터의 성장에 대해서도 이야기 해 볼까요? 위에서 살짝 언급했는데, PACG는 한 번의 시나리오로 끝나는 게임이 아니라 여러 시나리오를 거쳐 스토리를 진행해나가는 게임입니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시나리오 사이에 캐릭터들이 성장하게 돼요. 이러한 성장은 크게 두 부류로 나뉩니다. 캐릭터에 피트, 이른바 승점점수를 쏟아부어 스킬을 찍어나가는 성장과 캐릭터의 덱이 변화하는 성장이에요.
피트를 통한 성장은 캐릭터 자체를 끌어올려주는 형태의 성장입니다. 흔히 RPG에서 이야기하는 스킬찍는 육성이라고 생각하시면 비슷하겠네요. 보통 시나리오 종료할 때 피트 라는 스킬점수를 1점씩 주는데 이걸 가지고 캐릭터의 주요 스탯을 올린다거나(클레릭의 지혜 주사위 굴림에 영구적으로 +1), 캐릭터가 약한 부분을 끌어올려서 보완한다거나(클레릭의 민첩 주사위 굴림에 영구적으로 +1), 아니면 적재적소에 사용 가능한 스킬(언데드형 적을 상대로 할 때 6면체 주사위 하나 추가)을 찍는다거나 하는 식으로 성장시키죠. 위의 성장이 스킬을 찍는 성장이라면, 덱을 변화시키는 성장은 RPG에서의 아이템파밍과 유사합니다.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새로운 마법이나 무기, 아이템이나 방어구 등의 다양한 유용품(Boons)을 획득하게 되는데, 이렇게 획득한 유용품들은 자신의 핸드로 들어오게 되어 해당 시점부터 바로 실전에 투입할 수 있습니다. 말 그대로 던전 탐험중 루팅한 템을 그대로 들고 싸우는 개념이에요. 더불어 덱 자체를 일시적으로 벌크업시켜서 맷집 자체도 늘어나는 효과도 있죠.
플레이어들은 이런 두 부류의 성장으로 캐릭터를 키워 더 높은 난이도의 시나리오에 도전할 수 있게되죠.
사실 아컴호러 카드게임 등 이러한 부류의 게임은 지금 시점에 와서는 그렇게 대단한 장르는 아니에요. 하지만 PACG의 경우 레벨업을 통해 어떤 스킬을 찍을지 고민하면서, 다음 전투에서 해당 스킬을 활용하여 게임을 진행해나가는 과정이라거나 시나리오 끝에 획득한 유용품을 놓고 각자 원하는 유용품을 배부받는 과정이 MMORPG게임의 그것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몰입가능하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단순히 내 캐릭터를 업그레이드 시킨다...는 개념 보다는 "새 아이템을" 나눈다, "새 스킬을" 찍는다 라는 이미지가 꽤 강해요. 이런건 확실히 유사한 장르의 게임에 비해 패스파인더가 가지는 특징입니다.
3. 게임의 장단점 하지만 결국 주사위게임인지라 운이 안따르면 똥망인건 매한가지긴 한데.... PACG에서는 주사위를 다양한 방법으로 보정하여 이 부분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주사위를 더 많이, 더 크게 굴릴 수 있는 본인의 스킬구성이나 아이템도 있지만, 꽤 높은 빈도로 주변 캐릭터들로부터 스킬을 보조받을 수 있어요. 클레릭이 축복을 내려주어 메인주사위 하나 추가하고, 드루이드가 동물친구들을 보내주고, 옆 지역의 레인저가 활로 함께 쏴주는 등 생각보다 이러한 수단이 많습니다. 그래서 이때다 싶을때에는 다같이 원기옥을 모아서 주사위를 한 여덟개정도 굴릴 수 있어요. 주사위에 취약한 분들께 이런 부분은 어느정도 강점. - 물론 저정도로 모아왔다면 다른분들의 다음턴이 조금 힘들어지긴 합니다.
위에서 이야기했지만 MMORPG를 옮겨온 듯한 플레이 경험도 강점입니다. 파티 맺어서 던전에 입장하고, 함께 딜하고 힐하면서 보스몬스터 잡고 전리품을 배부하고 레벨업 하고 뭐 이런 기분이었어요. 캐릭터랑 카드가 많다는것도 장점. 어지간히 즐기기 전엔 "오 이런 카드가 있었네?" 라는 얘기가 계속 나올 정도로 카드 수가 꽤 많습니다. 당분간은 질릴 틈이 없죠.
단점은...안타깝지만 굉장히 많습니다. 뭐부터 말해야 하죠?
일단 가장 큰 문제는 언어의 장벽. 개정판 기준 코어와 확장 합쳐 대략 천장 가까이의 카드에 텍스트가 영문으로 빽빼애애액- 하게 써있습니다. 물론 이런 게임의 경우 자주 쓰이는 키워드가 한정되어있기도 하고 나중에 이야기하겠지만 카드끼리 막 천차만별로 다른게 아니라서 어느정도 적응되면 영문으로도 진행이 가능하긴 해요. 하지만 규칙서나 시나리오 북의 경우는 다르죠. 영문이라면 조금 힘듭니다. 한글화를 하시거나, 영어에 숙련된 플레이어가 메인을 맡아주셔야 합죠. 다행히 한글화 자료가 존재하기는 합니다만..... 이것도 분량이 분량이다보니 중간중간에 오역이 있어요. 어느정도 영어 능력 필요.
다음으로는 규칙. 게임의 큰 흐름 자체는 어렵지 않은데 카드가 많다보니 카드끼리 상충되는 규칙도 많고, 용어도 굉장히 많아서 알아야 되는 규칙의 양이 꽤 많습니다. 이런 경우 다양한 예시를 룰북에서 제공해서 실제로 저런 예외가 쓰이는 예라거나 이런걸 좀 봐야하는데, 룰북 자체는 그냥 백과사전 느낌이에요. 규칙의 구성이 저러면 규칙서만 읽어서는 어지간히 규칙이 와닿지 않습니다. 메이지나이트가 그렇든 이 게임도 규칙서는 일단 주우욱 읽고, 어느 규칙이 어디 있다 라는것 정도만 체크하고 찾아가면서 게임하게 되더라고요. 아마 여러분도 캐릭터나 장소덱보다 규칙서의 색인을 더 많이 보게 될 거에요ㅋㅋ
더 이상의 확장이 나오지 않는다는 것도 단점. 이건 좀 미묘하긴 한데... 여러분들의 지갑을 보전할 수 있다는 장점으로 볼 수 있긴 해요. 그나마 다행인건 제작사인 PAIZO에서 운영하는 패스파인더 어드벤처 소사이어티에서 추가 시나리오를 유료로 판매하고 있다는 것. 확장까지 보유중이라면 해당 카드들을 이용해서 새로운 시나리오를 즐기실 수 있긴 합니다. 가격이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 해도 어디까지나 새로운 기믹의 새로운 이야기를 즐길 수 있다는 것 뿐이지, 새로운 아이템이나 새로운 주문, 새로운 적이 등장하지는 않아요. RPG게임에 새 템 추가가 안된다는건 단점이죠.
에, 카드가 많은 게임들이 으레 그러하듯 결국 카드끼리의 능력이 대동소이하다는 것도 단점. 계속 이야기했듯이 이 게임이 결국 곁다리 다 쳐내면 남는건 주사위밖에 없다보니 저레벨 카드와 고레벨카드의 차이는 단지 주사위를 뭘 굴리고 보정치로 얼마를 더해주느냐 정도의 차이입니다. 뭐 어느정도의 새로운 기믹이 등장하긴 하는데, 어느정도 테마에 맞는 플레이어의 상상력을 좀 확보해주어야 납득이 갑니다. 단순히 숫자로 접근하면 한없이 재미없어져요. 다른 게임들처럼 카드들 사이에 재미있는 콤보를 발견하거나 그런 게임도 아니다보니 그냥 숫자놀이가 되어버립니다. 어느 게임이 안그러겠냐마는 이런 게임은 테마에 좀 몰입을 해주어야 재미있어요.
아 그리고 한 박스 내에서도 카드 뒷면의 색깔에 차이가 있습니다. 슥 봐도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다르기 때문에 이런부분에 민감하신 분들은 구매하시면 안돼요. 여담이지만 저는 지난 가을 구매한 카드의 AS를 아직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홍홍.
위에서는 여러가지 단점을 이야기하긴 했지만, 그만큼이나 장점도 뚜렷한 게임입니다. 한글화라는 벽만 잘 극복하신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즐기고도 남는 게임이에요. 사실 지금 와서는...그래요. 같은 필드에 아컴호러 카드게임과 글룸헤이븐이라는 걸출한 녀석들이 떫! 떫! 하고 버티고 있기는 해요. 물론 PACG가 두 게임의 대선배격이긴 한데, 굳이 말하자면 두 게임의 중간 정도에 위치한 게임입니다. 아컴호러 카드게임처럼 즐기는 글룸헤이븐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 것 같네요. 판타지 테마면서 레거시가 아니라서 리플레이가 가능합니다. 기본판만 사면 본편 시나리오만 8개정도 되고, 확장까지 구매하시면 +24개입니다. 나쁘지 않죠?
개인적으로는 어디든 좋으니 제작사 하나 붙어서 개정 코어랑 확장을 한글화 해서 내주었으면 하는 게임 1순위입니다. 확장도 더이상 안나오니 차후 지원 부담도 적을테고요. 할 게임 찾고 계시다면, 그리고 글룸과 아컴호러 카드게임 사이의 어딘가를 찾으신다면(...) 구매 리스트에 당당히 올리셔도 후회하지 않으실겁니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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