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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트게이머 무이입니다. 언락과 함께 방 탈출 보드게임의 양대 산맥인 EXIT는 시즌 3부터 ‘초보자 레벨’(beginners level)을 새로 만들었습니다.  사진 출처: https://bit.ly/3di2R3K
해외 쇼핑몰 중에는 위 사진과 같이 초보자 번들을 파는 곳도 있고 말이죠. (이 중에서 한국어판으로 출시된 것은 아직 ‘심해의 보물선’ 밖에 없습니다. 방 탈출 게임의 한국어판 출시가 너무 늦네요;)  초보자 번들에 속한 게임들의 긱 데이타. 2021년6월26일 기준
이번 글에서는 지난 번 ‘심해의 보물선’ 후기에 이어
아내와 함께 이 네 개의 게임을 모두 플레이한 후기를 적어 보려고 합니다.
※ 스포일러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플레이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받기 싫은 분께서는 뒤로 가기를 눌러 주시기 바랍니다~
(1) 방 탈출에 필요한 네 가지
제가 짐작하기로 방 탈출 게임을 하는데에는
관찰력, 눈치, 경험, 문제 해결력
이렇게 네 가지가 필요한데, 저는 관찰력과 눈치가 빵점인 반면 방 탈출 게임 에대한 경험과 문제 해결력은 아내보다 약~간 더 좋고, 아내는 관찰력과 눈치가 상당히 좋아, 서로의 약점을 보완해 가며 방 탈출 게임을 즐겨 왔습니다. (한국어판으로 출시된 언락과 EXIT 시리즈 중에는 ‘불길한 고성’만 남겨 놓고 있습니다.)
(2) 첫 번째 특징: “다음 장으로 넘어가선 안 됩니다!”
이제부터 초보자 레벨의 특징을 이야기해 볼 텐데요, 첫 번째는 책에 관한 겁니다. EXIT 시리즈의 여타 게임을 시작할 때는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다 훑어볼 수 있지만, 초보자 레벨에선 책을 펼칠 때마다
“중요! 암호를 풀기 전까지 다음 장으로 넘어가선 안 됩니다!”
라는 경고가 있어, 항상 지금 푸는 문제와 관련된 한두 페이지만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EXIT 시리즈 여타 게임에서 문제를 풀 때는 필요한 단서가 책의 몇 페이지에 있는 건지부터 판단해야 하는데 반해, 초보자 레벨은 그럴 필요 없이 한두 페이지만 보면서 바로 문제 해결에 돌입할 수 있습니다.
(3) 두 번째 특징: 수다스러운 문제
초보자 레벨의 문제엔 텍스트가 참 많습니다. EXIT 시리즈의 여타 게임이었으면 아무 말 없이 단서만 던져 줬을 법한 문제에도 이런저런 말을 많이 적어 놓은 거죠. 물론, 중요한 부분에는 애매하고 중의적인 표현을 사용해 문제를 바로 해결할 수는 없지만, 눈치 빠른 분이라면 텍스트의 의미를 재빨리 간파해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풀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그렇게 꼬아놓지도 않았습니다. 덕분에, 아내의 기여도가 압도적으로 높았고 말이죠.
(4) 세 번째 특징: 관찰력과 눈치가 더 중요
재밌는 것은, EXIT 시리즈의 여타 게임을 플레이할 때는 저의 역할이 약~간 더 컸다는 점입니다. (아내도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초보자 레벨은 경험이나 문제 해결력 보다는 관찰력과 눈치가 더 중요한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달리 말하면, 게임에 대한 접근성이 그만큼 더 좋아졌다고 할 수 있을 거 같구요.
하지만, 초보자 레벨에도 나름 어려운 문제가 있는데, 이런 문제들은 눈치만으론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5) 네 번째 특징: 친절해진 미끼
EXIT 시리즈를 플레이하다 보면 플레이어가 엉뚱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도록 디자이너가 미끼를 던져 놓은 것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문제를 보니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그럴듯한 (절대 틀릴 리 없는!) 아이디어가 떠올라, 문제를 푼 뒤 여유 있게 원판에 답을 입력했는데, 크고 검붉은 엑스자를 보게 된다... 뭐 이런 거 말입니다.  그럴 때엔 현실을 부정하며
‘뭐지? 카드 오류인가?’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데, 이때 자신의 아이디어에 계속 집착하면, 헛발질만 하다가 해답 근처에도 못 가 보고 결국에는 힌트와 정답을 확인하게 되고 마는 거죠. (이런 거 많이들 경험하셨죠? 저희만 그런 거 아니죠?;;)
초보자 레벨에도 디자이너가 던져 놓은 미끼가 있는데, 이게 EXIT 시리즈의 여타 게임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엉뚱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꾀어내는 게 아니라, 정답으로 인도하기 때문이죠.
조금 더 자세히 말씀드리면... 초보자 레벨에서는 관찰력과 눈치를 통해 자연스럽고 그럴듯한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결국 오답이 나오긴 하지만) 문제 해결에 있어 큰 진전을 이루게 되고, 아직 사용하지 않은 단서를 적용해 그 아이디어를 살짝만 바로잡으면 문제를 해결하게 될 때가 있다는 겁니다. (이 정도가 초보자 레벨의 나름 어려운 문제 수준입니다.)
여기서, 마지막에 아이디어를 살짝 바로잡는데에는 경험 혹은 문제 해결력이 약~간 필요했는데, 뭐 이런 식입니다.
‘이게 틀렸다고??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게임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
라는 생각에 머물지 않고,
‘방향은 맞는 거 같은데, 뭔가 빠뜨린 게 있나 보네? 그게 뭐지? 단서를 다시 살펴봐야겠어!’
라고 생각을 전환할 수 있어야 했다는 거죠.
(6) 재미
돌아보면, 저와 아내는 문제를 풀었을 때에만 방 탈출 게임의 재미를 느꼈더라구요. 문제가 안 풀리면
“와~ 이런 문제였구나. 진짜 기발하네. 이러니 못 풀지.”
가 아니라
“문제가 너무 어거지네~”
라는 말을 자연스레 하고 말이죠.
'풀리면 갓겜, 안 풀리면 똥겜.'
이라고나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초보자 레벨은 (방 탈출을 썩 잘하지 못하는 저희에게) 딱 좋은 난이도였고, 그래서 너무 너무 재밌었습니다.
네 게임의 난이도와 재미는 비슷비슷하긴 하지만, 굳이 조금 더 세분화해서 이야기해 보면, 최근에 나온 게임일수록 살짝 더 어렵고 게임도 살짝 더 재밌었던 거 같습니다. 단, ‘The House of Riddles’는 좀 너무 쉽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긴 했습니다.
(7) 마무리
정리를 위해 방 탈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을 아래와 같이 다섯 단계로 나누어 보겠습니다.
① 단서 수집: 관찰력을 동원해야 될 때가 많습니다.
② 단서 분류: 단서가 어떤 문제를 푸는데 필요한 것인지 짐작합니다.
③ 문제 선정: 공개된 문제들 중에 지금 풀 수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 판단합니다.
④ 단서 사용: 방 탈출 문제는 단서의 사용 방법만 파악해도 풀릴 때가 많습니다.
⑤ 퍼즐 풀기: 모든 단서를 사용하고서도 답이 안 나와서, 그야말로 퍼즐을 풀어야 할 때도 있습니다.
이렇게 봤을 때, 초보자 레벨은 ②, ③, ⑤단계 없이, ‘① 단서 수집’, ‘④ 단서 사용’만 하면 되기 때문에 문제를 해결하는데에만 집중할 수 있었고, 덕분에 방 탈출 게임의 재미를 액기스로 즐길 수 있었습니다.
한편, ‘① 단서 수집’ 단계에서는 관찰력이, ‘④단서 사용’ 단계에서는 텍스트를 읽고 그 진의를 파악하는 눈치가 중요하기 때문에, 관찰력과 눈치가 경험이나 문제 해결력보다 더 중요해졌고, 그런 만큼 방 탈출 초보자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게임이 되었습니다.
요약하자면, EXIT 초보자 레벨은 난이도가 낮은 EXIT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괜히 쓸데없이 꼬지 않아 방 탈출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를 맘껏 즐길 수 있는 너무 너무 재밌고 만족스러운 게임이었다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저와 아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 그렇겠지만) 영어 때문에 문제 푸는 게 힘겨웠던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해외에서 구매할 수 있는 초보자 레벨이 세 개 더 있지만, 해구는 포기하기로 했네요ㅠ
EXIT가 조금 더 쉬웠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 분들께 도움이 됐기를 바랍니다!
-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습니다! EXIT를 구성물 훼손 없이 플레이하기 위해 복사해 놓아야 할 구성물이 무엇무엇인지를 기록한 간단한 텍스트 자료를 보드라이프에 올려 볼까 하는데, 이렇게 하면 문제가 될까요?; 예를 들면 이런 겁니다. 예) 책 5, 6페이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