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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미트 후기 -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가?

1,359 조회
2025.12.10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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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리뷰는 아스모디 코리아로부터 제품을 협찬을 받아  작성됐습니다.>

 

1. 서론

 

   현대 사회가 직면한 가장 근본적인 역설은 유한한 시스템 내에서의 무한한 성장 추구입니다. 18세기 토머스 로버트 멜서스는 식량 생산량의 산술급수적 증가와 인구의 기하급수적 증가 간의 불균형을 지적하며, 필연적인 멜서스 트랩(Malthusian Trap), 즉 인구 압력으로 인한 총체적 빈곤 상태로의 회귀를 예견했습니다. 하지만 기술의 진보로 인한 농업생산력 증대,  선진국 인구증가량의 자발적인 감소 등을 예측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실화되지 않았던 이론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유한성의 공포는 대중문화에까지 투영되어, 영화 소일런트 그린, 어벤저스의 빌런 타노스, 로버트 랭던의 인페르노 등 다양한 작품에서 멜서스 트랩의 이론을 부분적으로나마 이용해서 다루고 있습니다. 기술의 발전과 출산율의 감소로 인해 더 이상 기아를 걱정해야 할시기는 아니더라도 성장과 자원의 한계에 대한 불안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멜서스적 가설이 주로 식량과 인구에 초점을 맞췄다면, 1972년 로마 클럽에 제출된 '성장의 한계(The Limits to Growth)' 보고서는문제를 훨씬 복잡한 시스템으로 확장했습니다. 이 보고서의 기반이 된 것이 바로 월드 3 모델(World 3 Model)입니다. 이 모델은 인구, 산업 자본, 식량 생산, 환경 오염, 그리고 비재생 자원이라는 다섯 가지 핵심 요소의 동역학적 상호작용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분석했습니다. 월드 3 모델은 이 변수들이 현재 추세대로 지속될 경우, 21세기 중반에 이르러 자원 고갈, 오염 심화, 식량 위기 등의 복합적인 요인으로 인해 인구 및 산업 시스템이 급격히 붕괴하는 '오버슈트와 붕괴(Overshoot and Collapse)' 시나리오가 발생할 것임을 수치적으로 경고했습니다. 이 모델은 성장의 절대적 한계를 계측한 최초의 체계적인 시도였습니다.   

 

                                                                       

 물론 월드 3모델 또한 그 한계점을 지니고 있습니다. 미래를 너무 비관적으로 바라보았고, 기술혁신을 간과한 부분이 적지않습니다. 50년 내에 화석연료가 다 떨어질 것이라고 예측했지만, 기술의 발전으로 채굴할 수 없었던 화석연료까지 캐낼 수 있기 때문에 지금시대에서는 화석연료의 고갈을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재생자원과 신기술, 자원사용의 효율화가 이루어진 지금의 사회에서 산업시스템의 급격한 붕괴를 걱정하기에는 너무 심한 걱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무방합니다.

 그러나 여전히 지구는 화석연료에 의존한 경제 및 사회시스템을 가지고 있고, 세계 각국의 연결이 더욱 끈끈해져 한 국가의 변화가 다른 국가들에게 연쇄적이고 비선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게다가 기후의 변화가 현실화되어 이전과는 다른 기후에 적응하고 있지만 이러한 변화가 얼마든지 가속화되어 돌이킬 수 없는 지점에 이를 수 있다는 위기감은 여전히 현실에 존재하고 있습니다.

 

 

2. 리미트 보드게임


 

 리미트는 1-6명이 즐길 수 있는 전략 보드게임입니다. 긱에 나온 정보로는 베스트인원 4~6명이고 플레잉타임은 인당 30분정도며 긱 웨이트는 3.44입니다. 룰을 읽고 플레이 해본 결과 긱의 정보가 대략적으로 정확한 듯 싶습니다. 문명, 정치, 경제 카테고리를 달고 있습니다. 카드를 이용해서 문명을 발전시켜나간다는 점에서 세븐원더스나 쓰루 디 에이지스, 현대문명의 정치와 경제 사회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헤게모니가 떠오르긴 하지만, 게임의 주요 매커니즘은 리미트만의 독특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게임의 주요 테마는 앞서 소개한 월드 3모델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1850년부터 2060년까지의 기간을 7라운드로 나누어 한정된 자원의 제약을 받는 세계 시스템 안에서 하나의 국가를 맡아서 다른 국가와 경쟁하는 것을 그 목표로 삼고 있는게임입니다. 일반적인 유로게임들이 게임의 주요 매커니즘을 만든 후에 거기에 알맞은 테마를 붙이는, 소위 말하는 테마는 그저 거들 뿐인 게임들이 많은 반면에 리미트는 게임의 테마가 게임의 핵심 매커니즘과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또한 룰 난이도가 3.44정도로 꽤나 높은 편이긴 하지만 테마에 알맞은 룰들이 많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지 않다는 점이 굉장히 큰 장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서 인구의 최상위계층과 최하위 계층의 생활수준의 차이만큼 사회불안이 올라간다는 잔룰은 한번 듣기만 해도 바로 이해가 될 정도로 테마에 알맞고 명확했습니다. 

 그리고 리미트라는 제목에 걸맞게 한정된 자원내에서의 국가운영을 핵심적인 주제로 삼고, 게임 내에서 발생하는 여러 위기에 대응하는 것을 게임의 핵심요소로 삼고 있습니다. 인구수에 증가에 따른 국가 내의 식량과 자원요구랑에 비해, 세계에서 생산할 수 있는 자원의 양은 한계가 있기 때문에 얼마나 균형잡힌 국가를 운영하느냐가 승패를 좌우합니다. 이렇게 이야기하면 뭔가 플레이어별로 각자 행동하는 소위 말하는 솔리테어게임(벽겜이라고도 합니다)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세계시장의 자원의 시세변동과 다른플레이어에게 직접 작용하는 수많은 종류의 카드들 덕분에 굉장히 활발한 플레이어간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게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게임의 진행방식과 특징

 

 세대라고 불리는 라운드를 최대 일곱번 진행하게 되며, 이후 각자 점수를 계산하여 승패를 나누게 됩니다. 최대 7라운드라고는 하지만 세계 위기가 네 번 발생하면 해당 라운드까지만 진행하고 게임을 종료하게 됩니다. 세계 위기는 한 번 발생하게 되면 다른 세계위기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기 때문에 7라운드까지 진행하는건 보통 어려운 일이고 그 전에 게임이 종료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한 세대는 3단계로 나뉘는데 정치단계, 사회단계, 국제단계입니다. 정치단계에서 플레이어는 각각 카드를 사용해서 비용을 지불하고 그 효과를 적용합니다.  정치카드는 세 더미(사회, 군사 및 경제, 생산)로 나뉘며 시작 카드 4장에 원하는 더미에서 가져온 카드 1장을 포함해서 라운드에 사용할 카드를 결정합니다. 카드는 즉시효과카드와 지속효과카드가 있는데 즉시효과카드는 라운드 끝에 다시 손으로 돌아옵니다. 지속효과카드는 보통 게임이 끝날 때 까지 그 효과가 적용이 되며 비용을 지불해서 버릴 수 있는 카드도 있습니다.

<개인 컴포넌트와 세 종류의 카드덱>

 

 사회단계에서는 정치단계에서 실행했던 정책들이 효과를 보는 단계입니다. 국가의 수치에 따라 식량을 소비하고, 산업자원을 소비하고, 인구도 늘어나며 세금도 걷고 어쩌면 반란을 진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참조표를 살펴보며 각자가 동시에 진행하게 되는 단계이며 플레이어의 의사결정이 필요하지 않은 단계입니다. 일반적으로 정치단계에서 정책을 결정할 때(카드를 사용할 때) 사회단계에 어떤 방식으로 변화가 되는지를 살피며 카드를 사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다음으로 국제단계에서는 위기가 발생할 수 있는데 각각의 위기마다 발생이 되었는지를 살펴봅니다. 위기의 종류는 금융 위기 환경 위기 군사위기가 있는데, 금융위기와 환경위기가 군사위기를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이 굉장히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위기가 발생하면 모든 플레이어에게 마이너스 효과를 부여하며, 위기상황이 일어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미친 플레이어는 가장 큰 페널티를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군사카드들의 경우에 굉장히 좋은 즉발효과를 가져오지만, 만약 군사위기가 발생한다면 그러한 좋게 받은 효과를 반납할 만큼 페널티가 큰 편이었습니다. 

<개인판과 참조판>
 

 리미트 보드게임만의 특별한 부분이라면 제일 먼저 자원의 부족을 들 수 있습니다. 먼저 화석 자원같은경우에는 플레이어당 8개를 가지고 공용 공간에는 2+플레이어당 2개만 두고 게임을 시작합니다. 그치만 국가가 조금만 발전하게 되면 라운드 당 3~4개는 그냥 쓸만큼 요구량이 늘어나게 되어, 기존 보유량만으로는 급격히 고갈이 찾아오게 됩니다. 게다가 각각의 자원들 마다 부족하게 되었을 때 국가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가 다 다르며 그에 따른 디메리트를 적용해야 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성장이 오히려 독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참조표에 적절하게 표시되어 있음)

 두 번째로 카드 사용방식의 독특함이었습니다. 덱빌딩과 유사하지만 조금은 다른느낌으로 덱이 아닌 매 라운드별로 사용할 정책카드풀을 만들어나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즉시효괔카드들은 사용하면 라운드 끝에 다시 손으로 돌아오며, 매 라운드마다 정책카드덱 중 하나를 골라서 1장을 채워나가기 때문에 국가를 어떠한 방식으로 운영할지 잘 고민해서 카드들을 골라야 했습니다. 가장 낮은 단계에서도 위에서 5장을 보고 1장을 고르는 방식이며, 고르지 않은 카드들도 버리지 않고 다시 덱 아래로 들어가기 때문에 운의 요소가 크지 않았습니다. 또한 카드 뒷면의 색으로 다른 플레이어가 어떤 정책카드풀을 고르는 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 카드를 보고 대처할 수 있거나 미리 준비를 할 수 있었습니다. 빨간 카드를 많이 들고 있고 카드도 빨간색에서 뽑는다면 군사력을 증강하는 방식으로 대처하는 느낌입니다.

 

<재미난 효과의 카드들>
 

 세 번째로는 테마입니다. 게임의 진행방식이나 점수계산방식 등은 일반적인 유로전략게임의 형태를 띄고 있지만, 월드3시스템내에서의 국가운영이라는 이 게임의 테마가 룰이랑 굉장히 잘 어우러지고 있어서 억지스럽지 않고 게임의 몰입도와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서 정책결정(정책카드를 뽑고, 정책카드 핸드수의 제한 같은 경우)은 상류층의 생활수준에 비례해서 달라지지만, 인구증감이나 식량소모 세금등은 중산층의 생활수준에 좌우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부분이었습니다. 또한 라운드의 끝부분에 상류층과 하류층의 생활수준의 차이에 비례하여 사회불안이 올라간다는 부분은 잔룰이지만 듣기만 하면 바로 기억이 날만큼 적절한 룰이었습니다. 이런 게임의 테마들이 룰 하나하나에 잘 녹아들어 있어서 게임을 설명하는 데에도 크게 어렵지 않고, 듣는 사람들도 쉽게 기억하며, 또한 플레이하는 내내 낄낄대며 웃을만큼 즐거운 부분이었습니다.          

 

 

4. 플레이 소감

 사실 게임을 플레이하기 전에 룰만 보았을 때는, 모든 플레이어가 동일한 시작점에 동일한 카드덱을 사용하고 사회단계같은경우에는 동시진행으로 게임이 이루어지기때문에 아마도 소위 말하는 벽겜 느낌의 게임이지 않을까 하는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플레이어에게 상호작용하는 다양한 효과의 카드들과, 시장게임판에서의 자원 및 세계은행의 요소, 그리고 다양한 세계위기에서의 플레이어들의 선택에 따라서 굉장히 다양한 변수들이 많기 때문에 게임 플레이하는 내내 치열한 경쟁과 상호작용 협동과 대결이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인구수를 적당히 늘리고 영토를 보충하여 국가 내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려고 노력했지만, 같이 플레이하던 다른 사람의 경우에는 시장에서의 자원판매 및 시세조작을 통해 획득한 많은 자금으로 국가를 운영해 나갔고, 또또다른 사람은 군사력으로 경쟁자들을 견제하는 방식으로 게임을 진행해 나갔습니다. 다른 플레이어의 정책과 행동을 살펴 자신의 국가를 운영하는 방식을 결정하는 부분이 굉장히 자연스럽고 몰입이 되며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였습니다. 

 또한 리미트라는 제목에 걸맞게 중반부부턴 여러 자원들의 부족이 일어나게 되는데, 이에 맞추어 성장을 조절하고 카드를 통해서 미리 대비하고 준비하며, 혹은 다른 사람에게 오염을 떠넘긴다거나 하는 부분이 여타 게임에서 보기 힘든 재미있는 부분이었습니다. 보통 공통의 위기가 있는 경쟁게임들이 이 위기의 요소를 잘 조절하지 못해서, 반협력부분이 삐그덕대는 경우가 많았는데 리미트에서는 게임 요소와 재미 테마적인 부분에서 중요하면서도 재미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여 게임하는 내내 긴장을 유지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최종점수는 국민총행복+재정력+영토+군사력으로 측정하며 자신이 보유한 오염토큰과 위기토큰은 감점이 되는 부분이었습니다.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 고루 득점해야 하고, 특정한 테크가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에서 플레이어의 위기대처능력이 중요한 부분이라고 볼 수 있었습니다.  

 

5. 마무리

 보통 국가단위로 운영하는 게임들이 전쟁을 위주로 플레이가 된다거나, 플레잉타임이 굉장히 길다거나, 쓰루처럼 수천년의 기간동안 운영하는 등의 형식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리미트는 현대사회의 국가시스템을 거시적 관점에서 바라보고 있으며, 테마의 현실성이 무척 뛰어나다는 점에서 굉장히 독특하면서도 재미있고 참신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뛰어난 테마구현력만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략게임으로서의 재미 또한 뛰어나서 긴장감있는 상호작용 넘치는 전략게임을 좋아하는 플레이어라면 충분히 만족할만한 재미를 주는 게임이었습니다. 

 종이박스로 컴포넌트들을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으며 최대 6명까지 플레이를 지원하는 부분도 굉장한 장점입니다. 또한 1인플도 게임시스템과 잘 어울리기 때문에 연말에 전략게임에 목마른 보드게이머들을 충분히 만족시킬만한 좋은 게임입니다. 게임의 장점이 너무 많아서 하고싶은 말이 많았는데 잘 전달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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