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 Men Nefer
머나먼 지구 반대편에는 이집트를 생명으로 적셔주는 강, 나일 강이 있습니다.
아프리카 곳곳의 물줄기가 모여 이루어진 나일강은 마침내 그 하구에 이르러 알렉산드리아라는 항구도시를 통해 세상과 이어졌죠.
그리고 영광에서 조금 더 위쪽.
장대한 신전에서 파라오가 신에게 제사를 올리고, 시장에선 금과 곡식, 진귀한 공예품들이 넘쳐나던 도시가 있습니다.
교역의 길목이자 신과 인간이 만나는 문명의 관문,
항상 상인들과 여행객, 사제들로 북적이는 이 곳은 고대 이집트의 첫 수도이자 파라오의 찬란한 도시, 멤피스입니다.
안녕하세요! 오늘은 보드게임 이야기하러 온 양서류 개굴이입니다.
오늘 이야기해볼 게임은 고대 이집트의 수도인 멤피스를 주제로 한 전략게임, 멘 네페르입니다.

▲ 곧 10월 페스타에서는 한글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1. 어떤 게임이냐면요,
일꾼놓기 전략게임입니다.
플레이어들은 일꾼과 석판을 보드 위에서 이리저리 배치하면서 할당된 행동을 하고요,
시대가 종료되면 수행한 행동에 따라 승점을 받습니다.
이렇게 진행하다가 3개의 시대가 끝나면 승점 높은 사람이 승리. 평범하죠?

▲ 이 친구들을 배치하면서 노는 일꾼놓기 께임입니다. (출처 : BGG)
2. 시스템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자면요,
일꾼놓기 게임을 이야기할땐 언제나 "이 게임만의 일꾼놓는 개성"을 먼저 말씀드리고 있어요.
멘 네페르에서 각 플레이어는 시대마다 총 9번씩의 행동을 하게 됩니다.
그냥 9개의 일꾼이 주어지는건 아니고요 이걸 3-3-3으로 쪼개어서 사용하게 되고, 이게 멘네페르의 개성이자 아이덴티티입니다.
멘네페르의 개인보드에는 3명의 수습생이 있고 각 수습생 슬롯마다 석판 타일을 하나씩 짝지어 놓습니다.
이후 차례가 되면 세 가지중 하나를 고르는데요
1) 수습생을 메인보드의 태양의 집으로 옮기면서 짝지어진 석판 타일의 행동을 수행하고 석판 반납
2) 태양의 집으로 옮겨둔 수습생을 옆칸인 달의 집으로 옮기면서 칸의 행동을 수행
3) 1번에서 반납한 빈 칸에 새 석판을 메인보드에서 보충하며 있던 칸의 행동을 수행
이렇게 3개입니다.
수습생이 3명이니까 1) 번에서 세 번 보낼 수 있고요, 2)번에서 세 번 옮길 수 있고요, 3)번에서 세 번 채울 수 있어서 3-3-3이에요.
▲ 왼쪽 사각형에 놓으면서, 그 후 오른쪽 사각형으로 옮기면서 액션을 하게 됩니다. (출처 : BGG)
일꾼이 개인보드에서 메인보드의 태양의 집으로, 그리고 태양의 집에서 달의 집으로 순환하기 때문에
남과 겹치는 액션칸이 있다면 잽싸게 선점해야 하는건 당연한 이야기이고,
누군가 먼저 액션을 선점했다면 달의 집으로 방을 뺄때까지 다른쪽에서 호흡을 돌린다거나 하는 선택지가 흥미로웠습니다.
역으로 누군가 꾸역꾸역 방뺄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내가 여유가 있다면 나도 슬렁슬렁 넘기면서 안빼주고 버티는것도 재미있구요.
이렇게 싸움이 벌어지는 태양의 집은 다섯개의 행동칸으로 구성됩니다.
그 중 네크로폴리스와 신전, 피라미드에서는 직접적으로 점수와 관련된 행동들이 수행되고요,
스핑크스나 나일강은 내 점수트리를 보조해주거나 미션을 달아주는 등의 보조행동의 느낌입니다.
각 행동들은 수행할수록 레벨업을 하게 되어 효율이 좋아지다보니
저 점수행동 세 가지를 고루고루 잘 하는 게임은 아니고요, 보통은 한개를 주력으로, 하나를 보조 정도로 달리게 됩니다.
더불어 대부분의 행동들은 적게는 열 개 정도, 많게는 스무개 가까이의 혜택 풍선이 제공되는데요
이 혜택들은 선점개념이 있기 때문에 각 행동들의 효율을 높여 고득점 혜택을 먼저 뽑아먹는 그림을 그려나가야해요.
▲ 석관을 배치하면 왼쪽과 아래쪽의 타일에 표시된 점수를 시대 종료마다 받을 수 있습니다. (출처 : BGG)
▲ 피라미드를 건설하면 트랙에 표시된 점수가 시대 종료마다 나오고요, (출처 : BGG)

▲ 신전에 들어가면 오벨리스크 오른쪽의 점수를 시대종료마다 받게됩니다. (출처 : BGG)
3. 게임을 하며 어떤 인상을 받았냐면요,
보통 일꾼놓기 게임이라 하면 빡빡하다는 이미지가 강하죠?
남들이 들어가려는 칸에 칼같이 알박기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게임 내내 "아오 거길 왜" 라는 상호작용이 잦잖아요.
멘 네페르의 경우 다른 사람의 일꾼이 들어간 칸도 사용할 수 있긴 한데요, 대신 일정부분의 자원을 지불하게 되어있습니다.
자원은 들어가려는 칸에 일꾼이 얼마나 있느냐에 따라 다르고요,
풀방에 비집고 들어가는것만 아니라면 그렇게까지 게임 플랜을 망가뜨릴만큼 큰 페널티는 아니에요.
하지만 최적화해서 플레이하는게 고득점을 노릴 수 있단건 당연하니만치, 되도록이면 이런 일은 만들지 않는게 좋긴 하죠.
거기에 4인 기준 12개의 일꾼이 쓰이지만 태양의 집은 5칸이라 자칫 빡빡해보일 수 있지만
앞에서 언급했듯 어차피 기다리면 누군가는 방을 빼기 때문에, 이런걸 고려하면 그렇게까지 숨막히는 것도 아니라는 느낌이었어요.
요약하자면 적당히 복작거리는 일꾼칸에, 적절한 페널티를 지불한다면 어디든 비집고 들어갈 수 있고,
각자 점수 뽑아먹을 영역을 정해서 각각의 영역에서 점수 풍선을 터뜨리는 게임이었습니다.
▲ 이 게임은 하나를 선택하면 보통 두개정도 쥐어줍니다. (출처 : BGG)
대부분의 행동이 병렬적으로 이루어져있기도 하고, 행동 한 번에 효과가 보통 두어개씩 딸려있기 때문에
"뭘 하기 위해 뭘 미리 해두고" 이런 사고를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그보다는 저 두어개의 효과들의 교집합을 최대한 만들어서 올려나가야하는 방식의 사고를 요구하죠.
그렇기 때문에 게임 내내 "이번엔 이걸 꼭 해야해!" 라는 식으로 손발이 얽매인단 느낌은 없습니다.
내가 A와 B에서 점수를 내고 있는데 석판중에 A, B효과를 동시에 주는 석판이 깔렸다?
가져오면 물론 좋지만, 아니더라도 A,C 하고 B,C해서 차근차근 쌓아올린다는 선택지도 있으니까요.
물론 이런짓은 안하면 안할수록 좋지만, 어찌되었든 C, D를 한다는 선택지만 피하면 된다는 얘깁니다.
그리고 보통 나에게 맛없는 선택지는 해당 트리를 타는 분들이 집어가기 때문에 순환이 어느정도 보장되어있어서
앵간히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삐그덕거리면서도 엔진을 굴릴 수 있는 맛이었어요.
물론 그렇다고 마냥 머리를 비우고 손 가는대로 할 수 있는 게임은 물론 아니고요,
3개의 액션중 1개를 담당하는 석판이 지속적으로 20개 가량 순환하기 때문에 액션의 30%는 굉장히 유동적입니다.
사실 멘 네페르의 정수는 이 석판의 순환을 잘 고려해,
적절한 석판을 적절한 타이밍에 거두고, 적절한 타이밍에 푸는 마이크로 컨트롤에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물론 저는 게임을 얕게 하는 편이라 그때그때 맛있어보이는 석판을 집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쁘지 않았습니다.

▲ 결국 얘네들을 잘 가져오는 사람이 반발자국씩 앞서나갑니다 (출처 : BGG)
또 하나 작지만 인상깊던 부분은 선 결정 방식.
멘 네페르가 널널한 게임이라곤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일꾼놓기 게임이니까 먼저 놓는 사람이 유리한건 사실입니다.
그리고 이 턴오더를 점수의 역순으로 부여하기 때문에, 점수가 낮은 사람이 선턴을 잡게 돼요. 요런 부분은 좋은 부분이죠.
한가지 용서가 안되는건 피라미드 타일 적층방식.
왜 저걸 저런식으로 쌓아둬야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디자이너를 묶어놓고 하루종일 이것만 쌓으라고 하고 싶었어요.
형광색 낭낭한 개인컴포도 저는 별로였어요. 시인성을 위해 선택했다면 어쩔수 없지만 뭐.
▲ 저같이 수전증 있는 분들은 세팅할때부터 진이 빠집니다. (출처 : BGG)
4. 마치며
처음 메인보드를 펼치면 위대한 도시의 이름값만큼 수많은 요소들로 채워진 보드에 말문이 막힐 수도 있을거에요. 저도 그랬거든요.
하지만 실제로 플레이해보면 대부분의 아이콘이 여기저기서 중복되고, 행동 영역별로 매커니즘이 유사한 부분이 많아서
두어바퀴정도 플레이하니 걱정보다 어렵지 않게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일꾼놓기 게임들처럼 밥먹이는 요소가 없으니 필요가 없으니 플레이어에게 특정 행동을 강요하는것도 없고,
일꾼이 늘지도 않으니 처음부터 끝까지 한결같은 템포로 진행되는것도 나름 잔잔하니 좋았어요.
남들보다 더 높이 올라가고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기보다는
주어진 27번의 행동기회속에서 자신의 상황에 맞는 톱니바퀴들을 찾아서 끼워넣는 퍼즐 느낌이 좋았습니다.
물론 그 와중에서도 고득점을 노리기 위한 디테일한 사고도 충분히 가능했고요.
오늘 이야기는 여기까지 할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남은 하루도 보내시고, 다음에 또 좋은 게임 소개를 들고 찾아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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