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표지만 봐도 진지하고 어려워보임(근데 생각보다는 할만함)
GBoH 시리즈는 옛날 고대 전투를 모사해보는 전술단위 전쟁게임으로, 이전에 시리즈 중 카이사르를 친구와 재밌게 했던 기억이 있어 하나씩 모으고 있습니다. 그 중 15탄, 호플리테가 작년 말인가 올해 초쯤에 2쇄를 찍어서 구매를 했다가 최근에 기회가 되어 돌려보았습니다.
매 게임마다 시나리오북에 다양한 전투들이 들어있고, 매 전투마다 실제 역사적 고증에 따른 세팅과 특정 진영의 유불리, 플레이 타임, 특수 규칙 등이 적혀 있습니다. 특정 시나리오는 반대편이 절대 이길 수 없을 정도로 이 밸런스가 심해서, 승률이 엇비슷한 전투를 제외하고는 역사전투체험 하는 느낌이 더 큰 거 같습니다. 저는 그 몰입도가 상당해서 아주 마음에 들었었네요 ㅎㅎ
시리즈 전체가 룰이 거의 비슷한데, 룰 자체가 꽤 어려운 편입니다(gmt 난이도 6). 큰 틀은 비슷한데, 역사적 고증을 위해 매 시리즈마다 규칙들이 조금씩 달라서 이게 또 스트레스입니다. 뭐가 다른지 확인하려면 결국 룰북을 또 확인해야되고, 다른 시리즈랑 헷갈리는 일도 많더라구요.
호플리테의 특징은 호플리테 팔랑크스 보병이 많이 나온다는 점과 기원전 2500년 전의 고대 전투를 다뤄서 그런지 턴 순서가 턴 마커를 뽑는 순서로 돌아가서 한 쪽이 연속으로 턴을 가지는 등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점 등이 있겠습니다. OC, Tribune/Legate, SC 등 지휘체계가 복잡하던 카이사르와 달리 지휘체계가 비교적 간단하고 전투 규모도 대부분 크지 않아서 입문에 좋을 것 같아 이번에 룰 설명 하면서 게임 진행해보았습니다.
마라톤 전투 세팅 완료. 파랑이 페르시아, 보라가 그리스.
솔직히 이 게임에 들어있는 시나리오 중에 마라톤 전투 빼곤 하나도 모르겠어서 마라톤 전투로 세팅하고 준비해봤습니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더 드물거라 생각하는 전투인데, 약간의 과장이 섞여 있지만 마라톤 달리기의 어원이 된 전투기도 합니다. 페르시아의 그리스 원정에서 페르시아가 병력을 둘로 쪼개 마라톤과 아테네 본진으로 나누었는데, 그리스군이 마라톤에서 페르시아군을 박살내고 아테네로 그대로 달려가 아테네까지 지켜낸 걸로 알고 있습니다. 병종의 종류도 별로 많지 않아 설명하기 그나마 용이했고, 시나리오 북에는 그리스가 7:3 정도로 유리하다 적혀 있길래 제가 페르시아를, 상대 분이 그리스를 가져갔습니다.
시나리오 특수 규칙으로 페르시아 지원군이 4턴부터 맵 아래쪽에서 일정 확률로 나타날 수도 있는데, 오늘은 구경도 못했습니다.
돌진 ㄱㄱ
그리스는 호플리테 중보병 + 호플리테 팔랑크스 중보병에 약간의 척후병으로 이루어져있고, 페르시아는 경기병, 경보병 및 궁수, 척후병 등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장비로만 보면 호플리테의 압승으로 보입니다. 첫턴은 잘 모르겠기도 하고 생각보다 궁수가 사거리가 얼마 안되는지라 전진 배치를 하면서 시작했습니다.
결과는 페르시아가 완전히 박살이 났습니다. 호플리테 중보병들은 갑옷이 튼튼해서 화살도 잘 안들어가는데, 근접해서 맞붙는 순간 충격전투에서 경보병/경기병들이 버텨낼 수가 없습니다. 그리스는 그나마 병력이 적어서 소모전에 들어갈수록 위험할 순 있겠는데, 페르시아가 병력이 압도적으로 많지도 않아 이기기 쉽지 않겠다 싶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프린트가 잘못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력한 그리스 리더와 맞붙다가 페르시아 리더가 사망해서 대체리더로 약화되고 지원군도 안 오는 걸 보고 5턴만에 항복을 했습니다. 보통 리더 능력이 4/2/1 정도 인데 그리스 리더 하나만 7/8/3이라는 괴물같은 능력치.. 왠지 에라타 카운터 나올것같습니다.
효과적인 싸움을 하려면 호플리테가 기동이 힘들고 측방과 후방이 약하다는 점을 노려서 궁수들을 산개해 뒤를 노리거나, 지원군이 올 때까지 최대한 뒤로 빼면서 시간을 끌다가 지원군과 함께 공격하는 게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저처럼 머리나쁘게 싸우면 승률은 9:1 정도로 보입니다.
에페소스 전투 세팅. 파랑이 페르시아, 초록/보라가 그리스.
며칠 뒤 밤중에 커피 마시고 잠이 안 오길래 생각나서 혼자 세팅하고 솔플 돌렸습니다. GboH 시리즈는 gmt 솔플 점수도 7-8점으로 아주 높게 측정되있어서 좌뇌우뇌플로도 아주 재밌게 즐길 수 있습니다. 에페소스 전투는 기원전 5세기경 이오니아 반란 때 페르시아가 군대를 끌고가 반란을 진압하고 도망치는 그리스 부대를 추격하여 맞붙은 전투입니다.
고증할만한 사료가 별로 없어서 완전 평원 위에서 일정 공간 이내에서 자유롭게 세팅 후 전투를 할 수 있는데, 저는 전술적인 머리가 없기 때문에 시나리오북에 그려진 예시대로 세팅 후 시작했습니다. 마라톤 전투와 엇비슷하게, 그리스는 호플리테 팔랑크스 중보병과 약간의 척후병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페르시아는 가벼운 무장인 건 동일하지만, 전차, 경기병, 척후병, 경보병, 궁수, 중기병까지 다양하게 구성되어있으며 병력차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이번엔 페르시아에 빙의해서 페르시아를 응원하면서 진행해보았습니다.
페르시아 경기병들이 팔랑크스 우익을 지나가면서 화살로 견제
그리스 팔랑크스들은 처음 전진할 때 주사위를 굴려서 질주(run)/속보(trot)/걷기(walk)가 정해지는데, 주사위가 이상하게 나와서 개판으로 달려가는 그리스군의 모습입니다. 심지어 아군이랑 척후병과 부딪혀서 피해까지 입으면서 달려갑니다; 페르시아 경기병들이 그리스군 우익을 화살을 쏘면서 지나갑니다. 기동성이 떨어지는 팔랑크스들은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습니다.
마라톤 전투에서 봤던 것처럼 그리스군이 화력은 압도적이지만, 여러곳에서 화살과 창을 던지면서 달려드는 페르시아군이 물량으로 찍어누르면서 전투력을 소모시키니 답이 없습니다. Harrassment & Dispersal 같은 전술을 쓰면 좀 더 효과적으로 두드려팰 수 있을 것 같은데, 지휘관(내 두뇌)의 역량 부족으로 각이 안보여서 계속 돌려깎으면서 그리스군을 단순한게 두들기만 해도 하나둘 패주하거나 제거되면서 페르시아가 승리를 가져갑니다.
카이사르에선 패주한 아군을 재집결시키는 게 비교적 쉬웠는데, 호플리테에서는 주사위굴림 10면체에서 0-2 정도 나와야 성공이니 많이 어렵네요. 고대전투라 훈련되지 않은 점을 반영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팔랑크스는 재집결 실패하면 바로 제거되서 즉시 승점을 제공해줍니다;

타나그라 전투 세팅. 회색/초록이 스파르타, 보라가 아테네. 좌/우측의 한칸짜리 카운터가 테살리아 기병대.
기세를 살려서 한판 더 해보았습니다. 그리스 타나그라 라는 곳에서 아테네와 스파르타 군이 거의 처음 맞닥뜨린 전투라고 합니다. 스파르타 팔랑크스가 좀더 훈련이 되어서 강력하지만, 아테네 군이 물량에서 훨씬 많아 밸런스는 둘이 엇비슷하다고 합니다. 테살리아 기병대가 변수인데, 역사상으로는 아테네 군에서 갑자기 스파르타 군으로 배신하였고 결국 스파르타가 이겼다고 하네요. 이 시나리오에서는 스파르타가 일정 확률로 테살리아 기병대를 자기 부대로 배신시킬 수 있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팔랑크스 격돌
이번에는 양군 모두 크게 진열을 흐트러트리지 않고 맞붙습니다. 먼저 중앙의 스파르타군이 돌진해서 아테네군과 격돌이 있었습니다. 지휘관의 역량(두뇌) 문제로 중간에 구멍이 뻥뻥 뚫려서 싸우지 못하는 병력들도 생깁니다; 테살리아 기병대는 스파르타군의 뒤를 노립니다.
뒤를 노리는 기병대와 먼저 패주하는 아테네 병력
두 병력들의 무장은 완전히 동일한데, 부대의 질(Troop Quality, TQ)가 아테네군이 5-6, 스파르타군이 6-7로 약간 더 높아 훨씬 잘 버팁니다. 그래서 서로 초반 전투는 아테네가 좀 더 불리해 보입니다. 하지만 테살리아 기병대가 배신은 안하고 스파르타의 뒤를 치면서 완전히 달라집니다. 이것이 망치와 모루!?
압도적인 피해를 받은 스파르타 좌/우익
카운터 위에 올라간 숫자가 받은 데미지인데, 후방을 공격받아 데미지를 두배로 받으며 좌우익이 각각 12/15점이라는 큰 피해를 입습니다. 그리스 팔랑크스들은 패주할만큼 데미지를 받아도 버텨내기(?) 판정을 성공하면 계속 살아날 수 있는 괴물들인데, 이정도 피해는 팔랑크스에게도 어렵습니다.
테살리아 기병대의 뒤늦은 배신
양옆을 돌려깎기 당하려는 순간 테살리아 기병대가 스파르타 편으로 갑자기 배신해서 완전히 박살나는 건 막아주었지만, 부대 우익을 담당하던 스파르타 본대가 먼저 전멸해서 기운이 빠졌는지 연이은 주사위 난조로 스파르타 부대들이 연이어 패주하기 시작하고, 그 부대들을 추격해서 전멸시키면서 아테네가 먼저 목표 점수를 가져가면서 승리를 거머쥡니다.
괜히 gmt 솔플점수 8이 아니라 솔플도 굉장히 재밌었습니다. 규칙서도 꽤 긴데다 계속 봐야할 참조표도 많아서 진행이 쉽지는 않지만(아마 에러플도 많았을 것으로 보임), 카이사르보다는 훨씬 편하게 진행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역량 문제로 특정 전술들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게 아쉽네요. 종종 돌리면서 역량을 쌓아가고 싶은 멋지고 재밌는 게임 시리즈 입니다. 옛 전투들을 체험해보는 게 재밌을 것 같으신 분들께는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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