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전차군단 Panzer Corps]은 일본에서 만들어진 2차 대전 배경의 헥스 워게임입니다. 워게이머 모임에서 입문용 워게임으로 추천받았는데, 정보를 보니 웨이트가 고작 1.88밖에 되지 않아 놀랐습니다. 모임 장소에 게임을 소개해주신 예테보리 님이 오셔서 얇은 종이 박스에서 깨알 같은 헥스 격자가 그려진 달력 종이 맵을 꺼내시는 것을 보고 2차로 놀랐고, 새끼 손톱만한 카운터(종이 딱지)들과 그것을 집기 위한 핀셋을 꺼내시는 것을 보고 3차로 놀랐습니다.
규칙은 정말 간단합니다. 하르코프 공방전 시나리오를 플레이했는데, 소련군의 선공으로 매 턴 소련군과 독일군이 번갈아 차례를 진행합니다. 유닛마다 전투력과 이동력이 있고, 먼저 각 유닛이 이동력만큼 이동을 할 수 있는데, 지형마다 이동에 필요한 이동력이 다릅니다(평지는 1, 숲은 2, 개천을 건널 때는 +1, 강을 건널 때는 +2 등). 또한 한 유닛의 주변 헥스는 통제구역(ZOC)이라고 해서 적의 통제구역에 들어가면 이동에 제약을 받습니다.
이동이 끝나면 유닛마다 최대 1번 공격을 할 수 있는데, 공격 유닛들의 전투력 합과 방어 유닛들의 전투력 합의 비율을 보고 주사위를 굴려 전투결과표(CRT)에 따라 결과(공격자/방어자 후퇴, 공격자/방어자 제거 등)를 처리합니다. 이때 후퇴할 헥스가 적의 ZOC밖에 없다면 유닛이 제거됩니다.
마침 펼쳐진 맵의 오른쪽(동쪽)에 앉은 제가 소련군, 예테보리 님이 독일군을 플레이했습니다. 승패는 8턴이 끝났을 때 양측이 점령한 도시와 제거된 유닛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36:41로 패배했습니다. 유닛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눠 북서쪽의 하르코프와 동남쪽의 보로실로프그라드를 동시에 공략했는데, 세 그룹으로 나눠야 했던 것 같습니다.
보로실로프그라드 전선
하르코프 전선
종료 시 지도
플레이 시간은 2시간 가까이 걸렸지만, 배우기는 정말 쉬웠습니다. 간단하면서도 지형, CRT, ZOC 등 기초적인 규칙은 다 있어서 입문하기 좋은 작품이라는 말이 절로 이해가 되더군요. 더 어려운 워게임들에는 여기에 없는 보급 등의 개념이 추가된다는데, 다음에는 좀 더 높은 난이도의 워게임에 도전해봐야겠습니다.
워게임은 어렵다는 생각에 못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저처럼 도전해보세요!
핀셋과 전사자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