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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인이라면 - 마리아(Maria) 리뷰

578 조회
2025.06.21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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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 명이 오리라

 

 가끔 보드게임 모임에 나갈 때 가장 애매했던 인원은 3인이었던 것 같다. 만일 2인이면, 정말 가까운 상대일 경우 흥미로운 2인플 워게임을 하거나 파티가 쫑나도 그러려니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3인은 파티가 부서지기도 애매하고, 그렇자니 진행하기도 조금 모자란, 그런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대부분의 보드게임은 4인플을 기준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3인 모임은 참으로 계륵 같았다.

 

 이런 마음을 아는지 보드게임계에서도 3인 고정을 타겟으로 둔 게임 또한 간간히 발매되곤 했다. 그러나 그게 좋은 걸까?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4인 최적 게임에 눈길이 더 가곤 했다. 3인 전용 게임은 애써 3인을 만들어야 하는데, 굳이 3인을 맞춰가며 그 게임을 즐겨야 할까? 그건 뭔가 모순 같았다. 3인 게임을 하기 위해서, 가장 애매한 인원인 3인만을 모아야 한다니. 그래서 그런지 오히려 4인 이상도 가능하지만, 3인이 최적이라는 게임들이 더 선택을 받았던 것 같다.

 

 대표적으로 그런 게임은 쓰루 디 에이지스와 르 아브르가 있었다. 4인, 혹은 5인까지 가능하지만 3인이 최적이라는 그 오묘한 게임들. 아무래도 다운타임이 상당히 긴 게임류가 이런 포지션을 잡은 것 같다. 2인은 대결구도라 적당히 다인플이어야 할 것 같은데 4인 이상은 너무 오래걸려. 그럼 3인이지!

 


(3인 하면 르아브르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3인 모임은 간간히 성사되었다. 4인 모임이었다가 피치 못할 사유로 누군가 불참할 때, 황금 같은 날에 아무리 인원을 긁어 모아도 3인이 전부일 때 등. 아무리 거부하려 해도 3인 게임에 대한 수요는 분명 있었다. 열 번 모임에서 한 번 꺼낼까 말까 한 정도일지라도. 그러다보니 3인이 플레이 할 때 가장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는 게임은 필요했다. 3인이 베스트라는 게임도 분명히 좋은 게임이지만, 처음부터 3인 전용 게임을 상정하고 제작한, 그것이 갖는 오묘한 밸런스가 고픈 순간이 있기에.

 

 그런 의미에서 출시 한 지는 꽤나 오래 되었지만, 3인 게임 중에 수작이라 소문이 자자한 그 게임을 드디어 영접할 기회가 왔다.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을 배경으로 둔 '마리아'가 그 주인공이다.

 



(마리아)

 

 

 

2. 마리아 테레지아, 그리고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

 

 이 시대에 대해 아는 바는 많이 없지만, 마리아 테레지아는 얼핏 들어본 바가 있다. 오스트리아의 명성을 다시 한 번 떨치도록 만든 군주이자, 신성로마제국 황제인 프란츠1세의 부인이기도 했던 그녀. 마리아의 국정수행의 각론까지는 자세히 알지 못하지만, 수많은 자식을 잉태한 몸으로 국정을 돌보던 군주였다는 것과, 프랑스 대혁명으로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의 어머니라는 사실 쯤은 알고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의 어린 시절 초상화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B%A7%88%EB%A6%AC%EC%95%84_%ED%85%8C%EB%A0%88%EC%A7%80%EC%95%84#/media/%ED%8C%8C%EC%9D%BC:Andreas_Moeller_-_Erzherzogin_Maria_Theresia_-_Kunsthistorisches_Museum.jpg))

 

 마리아의 배경이 되는 전쟁은 오스트리아 왕위 계승 전쟁이다. 간단히 이야기하면 마리아 테레지아를 군주로 만들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꽤 많은 노력을 들였던 것 같다. 국사조칙 등을 통해 살리카법이나 승계순위 같은 장애물을 극복하기 위해서 애썼다고도 전해진다. 다만 당시 왕실의 상속은 엄청난 이권을 수반했기 때문에, 이에 반발한 바이에른과 그에 동조한 작센, 그리고 앙숙이던 프랑스, 마지막으로 프리드리히의 프로이센 등은 결국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치르게 된다.

 

 특히 프로이센은 당시 오스트리아령 슐레지엔 지방에 눈독을 들여, 이를 침공하며 본격적으로 전쟁이 시작되었기에, 갓 합스부르크 가문을 이끌게 된 마리아는 이 골치아픈 대외상황을 타개해 나가야 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영국이 오스트리아와 동맹관계였기 때문에 영국을 위시한 하노버, 네덜란드 등의 국본군이 참전하여 홀로 무쌍을 찍는 지경에까지는 이르지 않았다는 점 정도가 위안일까.

 


(프리드리히 2세(속칭 프리드리히 대왕). 그는 왜 슐레지엔을 탐하였는가. 참고로 우리가 흔히 접한 사진은 노년의 사진이다. (출처 : https://ko.wikipedia.org/wiki/%ED%94%84%EB%A6%AC%EB%93%9C%EB%A6%AC%ED%9E%88_2%EC%84%B8_%28%ED%94%84%EB%A1%9C%EC%9D%B4%EC%84%BC%29))

 

 당시 상황을 간결하게 설명하기란 참 어려운 것 같다. 필생의 숙적 프리드리히와의 대결 또한 한 편의 거대한 스토리가 되어 이후까지 진행되니 말이다. 십 수년 뒤 발발한 7년 전쟁을 보면 아니, 프로이센과 다시 전쟁하는 것 까지는 알겠는데 얼마 전까지 적이었던 프랑스는 어떻게 오스트리아랑 동맹이 됐대? 하는 생각이 든다. 국제 정세는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그러다 보니 프랑스로 시집 간 마리 앙투아네트의 심경은 어땠을지, 당시 프랑스 시민들은 그녀를 어떻게 바라보았을지도 어느 정도는 짐작 할 수 있다).

 

 한편 앞서 설명한 당시 오스트리아의 상황 이외에도 프로이센은 어쩌다 육군 강국이 되었으며, 슐레지엔 지역에는 무슨 꿀을 발라놓았기에 호시탐탐 그 지역을 침공하려 하였는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는 어째서 선제후국의 선거로 선출되는지 등을 미리 알면 더욱 재미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러한 점이 게임에 어떻게 녹아있는지 비교하는 것도 게임을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여튼 18세기 격변하는 유럽사의 중앙에 놓인 마리아의 심경을 체험하고 싶다면 이 게임이 제격이라 생각한다.

 

 

 

3. 3인 비대칭 워게임

 

 플레이어는 각각 오스트리아, 그리고 프랑스와 바이에른, 마지막으로 프로이센과 작센, 국본군을 맡아 게임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면 지극히 정상이다. 위의 설명으로는 오스트리아와 국본군이 같은 편인데 왜 프로이센을 맡은 사람이 국본군까지 맡아 플레이 하는걸까 싶기 때문이다. 이 지점에서 이 게임의 첫번째 묘미가 생긴다. 프로이센 플레이어는 한 편으로는 오스트리아와 맞서면서도 다른 한 편으로 국본군을 맡아 프랑스를 견제하는 중책을 맡는다. 한 마디로 균형의 수호자라고나 할까?

 



(마리아 초기 세팅. 바라보는 플레이어 기준 왼쪽 보헤미아 지방에서는 프로이센을, 오른쪽 플랑드르 지방에서는 국본군을 맡아 플레이한다.)

 

 예를 들어 프로이센과 프랑스가 신나게 오스트리아를 두들기다보면 누가 먼저 승리할지 알 수 없는 치킨게임이 발생한다. 오스트리아 입장에서는 두 전선을 모두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오스트리아가 프로이센을 막게 되면 상대적으로 전선이 느슨해진 프랑스는 손쉽게 승리할 수 있다. 그래서 프로이센 플레이어의 입장에서는 국본군을 강하게 운용하여 프랑스를 견제해주어야 한다.

 

 게다가 맵은 두 갈래로 갈라져있다. 크게 보헤미아 지방과 플랑드르 지방으로 나뉘어있는데, 실질적으로 프랑스군 이외에는 이 경계를 넘나들며 전투를 치르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있다. 그래서 국본군과 프로이센군이 만나 전투를 직접 치를 일이 없다. 이런 맵의 구성 때문에 위와 같은 3인 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렇듯 미묘한 지형과 진영의 역학관계가 맞물려 참 기묘한 밸런스의 3인 게임이 탄생했다.

 

 

 

4. 진행 방법

 

 이 게임의 한 라운드는 대략 아래와 같은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먼저 정치단계를 실행한 후, 오스트리아 플레이어는 훗사르를 배치한다. 그리고 프랑스와 바이에른이 진행하고, 다음은 프로이센과 작센, 마지막으로 오스트리아와 국본군이 액션을 취하면 한 라운드가 종료된다.

 

 이런 식으로 세 라운드가 진행되면 겨울단계가 찾아오고, 잠깐의 소강기와 더불어 증원을 하게 된다. 게임은 자신의 풀에 놓인 토큰을 전부 사용하게 되면 자동으로 승리하며, 모든 라운드가 끝날때까지 모든 토큰을 사용하지 못하면 각 겨울단계마다 기록해둔 토큰의 수량이 가장 적은 사람이 승리하게 된다.

 

 라운드 중 생소한 지점이 두 군데 있다. 바로 정치와 훗사르. 정치단계는 이탈리아, 작센, 러시아와의 통교를 비교적 단순하게 나타내었는데, 가령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와 가까워질수록 프랑스의 장군이나 전술카드를 제한하고, 반대로 프랑스와 가까워지면 오스트리아를 견제하게 되는 식이라고 보면 된다. 여튼 정치단계에서는 정치카드를 두 장 펼쳐놓고 전술카드로 블라인드 경매를 진행하게 된다. 전술카드의 숫자가 가장 높은 쪽 부터 정치카드의 방향을 조정하거나 패스한 뒤 다음 정치를 위해 전술카드를 아껴두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정치단계 진행 중에는 신성로마제국 황제 선거라는 재미있는 이벤트도 있다. 이 이벤트는 오스트리아 혹은 프랑스의 승점을 얻는 데, 캐스팅보트는 대개 프로이센이 가져간다. 그래서 선거의 막후 활동도 상당히 중요하다.

 


(정치 카드. 위의 역사적 설명을 스킵하고 보면, 아래 실질적 변경은 간단한 기호로 나타나있다.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547839/maria))

 

 훗사르는 오스트리아가 가진 고유의 유닛인데, 적군의 보급을 어렵게 하는 유닛이라 보면 된다. 총 두 개를 배치 할 수 있는데 이게 엄청난 활약을 한다기보다는, 상대의 전술카드를 소진시키는, 상대의 계획을 어느 정도 뒤틀 수 있는 견제라고 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프로이센군의 남하를 저지하려는 듯한 훗사르. 다만 보급로를 완벽하게 차단할 수는 없었다.)

 

 그렇다면 각 국가의 액션 단계는 어떻게 될까? 먼저 전술카드를 뽑고, 현재 배치된 장군에 보급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한다. 이후 이동 액션을 마치게 되는데, 이동 액션 중 상대의 요새를 점령할 수도 있다. 요게 승점이 나오는 큰 지점이니 요새를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획득할 수 있을지 잘 생각해야 한다. 또한 막무가내로 이동하면 보급 등에 영향을 줄 수 있으니 보급로가 막히지 않도록 신경도 써야 한다. 이후 모든 이동이 끝났을 때 적군과 인접한 장군이 있다면 그 병력 간에는 전투가 일어나게 된다. 전투 및 후퇴까지 종료된 후에는 마지막으로 소급 점령된 곳이 있는지 한번 더 체크를 하게 된다.

 

 이 게임에서 특이한 점은 보급이 있고, 장군은 보급에서 6칸 이내로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보급이 어떤 방법으로든 끊겼다면 장군은 병력을 점차 잃게 되며, 상대의 요새를 점령할 수 없는 상태가 된다. 요게 생각보다 강렬해서, 보급이 제대로 안되면 엄청 피곤해진다. 보급 때문에 대군으로 한 번에 적의 심장부를 지를 수도 없다. 보급의 이동력은 장군보다 느리기 때문에 보급에 발을 맞추면 움직임에 제약이 생긴다. 게다가 보급기지가 많은 것도 아니라, 다른 장군들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 한다. 잠깐 한눈을 팔게 되면 상대의 병력이 보급대를 공략하거나 보급로를 막을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호탕한 기동이 없을지언정, 이 요소가 이 게임이 가진 재미 중 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스트리아군의 보급창 공격으로 보급이 막힌 프로이센군.)

 

 전투는 의외로 간단하다. 그냥 서로의 병력을 확인하고 열세인 측 부터 전술 카드를 내어가며 전투력을 올린다고 보면 된다. 마치 세키가하라의 그것처럼 열세에서 우세가 되면, 열세인 상대가 다시 전술 카드를 낸다. 그래서 패배한 측이 전투력의 차수만큼 병력을 소진시키고 후퇴하면 그걸로 종료이다. 다만 한 전투에서 모든 전술카드를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각 지역마다 어떤 전술카드를 내야하는지 표기되어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플레잉카드의 문양인 스페이드, 하트, 클로버, 다이아몬드가 맵에 그려져 있는데, 자신의 군대가 있는 지역에 해당 문양이 그려진 대로 카드를 내면 된다.

 

 간단하게는 이게 룰의 대략적인 설명이지만, 심화룰로 가면 당시 시대상황과 어우러진 잔룰이 존재한다. 가령 슐레지엔을 차지한 프로이센의 휴전 제의라든지, 작센의 배신이라든지. 게다가 이 게임은 동맹에게 전술카드를 지원 해주는 보조금개념도 있고, 협상을 하는 등의 행위도 적극적인 룰로 구현되어있다. 전투를 잘 하면 좋지만, 그것만이 능사라는 아니라는 의미라고 생각하면 좋다.

 

 

 

5. 쉬운 워게임을 찾는 사람이라면

 

 이 게임도 분명 워게임이지만, 몇몇 잔룰을 빼면 난이도는 하급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간단하다. 전투의 방식도 그렇고, 일일히 뭔가를 따져가며 복잡한 연산을 취하는 게임도 아니다. 그렇다고 주사위를 굴려 운을 탓할 만한 요소도 없다. 물론 카드 운은 존재하겠지만, 결국 이 상황은 어느 정도 실력으로 극복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만일 내 손에 다이아 카드가 많은데, 나는 다른 지역에 있다면 해당 지역에서 싸울 것이 아니라 다이아 지역으로 상대를 유도하는 전략도 가능하다. 직접적인 전투력은 병력보다 전술카드에 의존을 많이 하게 되니, 상대의 카드를 많이 소진시킨 후에 전투를 거는 방법도 꽤나 주효하다.

 


(전술 카드.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533169/maria))

 보드에 기물이 많이 드러나있지 않아 일견 볼품이 없어 보일 수는 있으나, 의외로 전투 자체는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단순한 전투 방식 안에서도 나름 긴장감을 유지하는 것이 참 신기하다. 상대의 핸드에 유효한 카드가 있을까 없을까 하는 심장의 조임이 있는 편이라, 전투의 공백이 그다지 느껴지지 않는다.

 

 또한 전투의 승패 중 중요한 요소가 있다. 바로 패배를 받아들이는 방법에 대한 룰이다. 만일 두 방면에서 전투를 치러야 하는데, 한 전투에서 상대가 강대한 준비를 한 것 같다면, 전술 카드를 마구 질러 패배하느니 적당한 패배에서 손을 털고 다음 전투를 대비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손실은 패자의 손에서 결정난다는 뜻이다. 가령 현재 상태가 -5 정도의 차이로 내가 불리하다 하자. 그런데 가용할 수 있는 손패는 4, 8, 9 가 있다고 하면 8이나 9를 내어 내가 승리를 가져오는 방법도 있지만, 일부러 4를 내어 -1 차이로 패배를 인정한 후 다음 전투를 대비하는 것이 더 좋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이와 관련하여 reserve 카드는 일종의 조커와도 같은 카드인데, 모든 문양에 대응하고, 숫자는 1~8까지의 수 중에 아무거나 선택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무조건 8을 불러야지 다른 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아슬아슬한 패배를 맞추기 위해 다른 숫자를 선택하는 것도 꽤나 의미 있는 선택지 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 협상 등에서 묘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기도 하다. 당연히 정치카드를 펼치는 룰 상의 정치도 중요하지만, 상대 간에 구두로 갱신하는 조약 등도 상당히 중요하다. 가령 상대에게 서로 병력을 무르기로 약조한다든지, 2턴 간 공격 안할테니 병사를 어디로 후퇴시켜달라든지. 이 게임은 꽤 넓은 범위의 조약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 통상적으로 오스트리아는 전선이 두 곳이기 때문에 전쟁만으로 모두를 이기기는 상당히 어렵다. 그래서 각국과의 외교 줄타기가 전투 못지 않게 중요하다.

 

 이 게임이 갖고 있는 짙은 테마성도 칭찬해줄 요소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시기에 관심이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18세기 격동의 유럽 역사에 관심이 있다면 재미있게 몰입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이 게임의 전작이 무려 프리드리히인데, 오히려 시대적 배경은 마리아의 이후인 7년 전쟁을 소재로 하고 있다. 프리드리히와 마리아는 플레이 방식도 비슷하니, 이후의 프로이센을 체험하고 싶다면 프리드리히로 이어서 플레이하는 것도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

 


(프리드리히(2011년판).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1064931/friedrich-anniversary-edition))

 

 마지막으로 이 게임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장점은 역시 3인 게임이라는 것이다. 이 게임도 2인 플레이가 가능은 하지만, 애초에 3인 플레이를 염두해두고 제작했기 때문에 그냥 3인 게임이라고 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3인이 플레이를 기준으로 미묘하게 밸런스 등을 맞추어 두었기 때문에, 평범한 다인플 게임을  3인이 즐기는 것과는 확실히 다른 매력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쉬운 3인 워게임 없을까 싶은 사람들에게 권할 수 있는 좋은 게임이라 생각한다.

 

 

 

6. 하지만

 

 그렇다면 이 게임이 완벽하냐. 당연히 그런 게임은 없다. 이 게임이 좋은 게임은 맞지만, 뭔가 아쉬운 것들이 있다. 마치 맛 좋은 생선에 가시가 걸리듯 아, 이건 좀 싶은?

 

 먼저 이 게임이 가진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점 부터 짚어보자. 일단 이 게임에서 병력은 모두 숨겨진 채로 움직이게 된다. 보급이 끊기거나 전투에서 패배해 병력이 손실된다든지, 증원으로 늘어난다든지 하는 일련의 과정으로 병력은 끊임없이 변화하게 되는데, 이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 바로 기록지에 병력을 기입해야 한다. 뭔가 여기서부터 모양이 빠지기 시작한다. 그래. 그것까지는 그렇다 치자. 근데 기록지가 보이지 않는다. 뭔가 두툼한 종이가 묶음으로 들어있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 뭐야! 가만 보니 이거, 기록지를 룰북에서 오려야 하네? 근데 그런 기록지는 달랑 두어장 들어있다고? 백번 양보해서 참조표로 들어있었다면 이해라도 하겠다만, 이걸 정말 오려서 게임 할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있을까? 필연적으로 이 게임을 즐기려면 보드게임긱 같은 곳에서 시트를 다운 받아 출력해야 한다. 그것도 여의치 않다면 A4용지나 연습장을 꺼내어 표를 대충 그린 후 사용해야 한다. 개인적으로 보드게임 구성물은 박스 안에 들어있는 것 자체로 완결성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런 외부 준비물이 필요한 것들은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

 


(이 시트가 룰북에 붙어있다. 이걸 그려서 해야 하나? (출처 : https://boardgamegeek.com/image/1303562/maria))

 

 또한 3인 게임인 것이 대체불가능한 장점이라고 언급하였지만, 인원의 제약이라는 것이 마냥 장점이라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명이 있으면 암도 있는 법. 이 게임을 하고 싶어도, 3인이 딱 모이지 않는다면 굴러가지 않는다는 단점이 꽤나 크다. 3인 게임이라는 굴레는 이 게임이 가진 장점이자 독특한 포지션임과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분명 2인 룰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위와 같은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 게임은 2인 룰이 가능하다는 것이지, 온전한 게임으로 즐기기에는 분명 3인 플레이가 전제 되어야만 한다고 보기 때문에 2인 플레이를 위해서 이 게임을 꺼내는 일은 좀처럼 없으리라 생각한다.

 

 아, 이 게임은 개봉 후 컴포넌트에서도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일단 동일한 전술 카드 덱이 4개가 있다. 처음에는 각 플레이어마다 덱을 나눠갖고 쓰는건가 싶었다. 근데 그러려면 3개여야 하지않나? 아, 프로이센과 국본군은 각각 덱 1개씩 굴리는 거구나. 그런데 알고보니 그게 아니라 그냥 덱 4개를 순차적으로 사용하는 게 전부였다. 덱 카운팅을 막거나 누군가 좋은 카드를 쥔 채로 사용하지 않아 덱이 순환되지않는 단점을 상쇄하는 방법이긴 하겠지만, 굳이 4개나 같은 덱을 만들 필요가 있었을까? 뭔가 좀 더 세련되고 좋은 방법이 있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게다가 토큰은 필요 수량 이외에 훨씬 더 많은 것 같았다. 넉넉하면 물론 좋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많이 남으면 내가 세팅을 잘못한 것 같잖아.

 

 이제 게임 내적인 요소를 보면 워게임치고는 조금 아쉬운 점이 있었다. 이 게임에는 지형이나 장군, 부대 등의 부가효과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오로지 장군의 이름은 총대장을 결정하는 데 필요한 요인일 뿐, 전투력과는 전혀 무관하다. 게임 구조 상 그럴 수 밖에 없다는 걸 이해하긴 하지만, 네임밸류에 따라 전투력의 차등이 있었다면 좀 더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어 말하자면 이 게임에서는 산악지형이라든지, 방어에 유리한 장소라든지 하는 지정학적 이슈가 없다. 그래서 요충지나 그런 개념이 아니라 오로지 전술카드를 잘 소화 할 수 있을만한 장소에 포진하는 것이 전술 개념의 전부였다. 물론 그것 또한 지형의 영향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직사각형의 그리드 가운데 그려진 하트무늬보다는 산악지형, 숲지대, 요새 방어 등과 같은 좀 더 현실적이고 그럴싸한 지형 효과가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이건 아쉬움일 뿐 큰 단점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지형 등 복잡한 요소를 추가할 수록 접근성이 떨어지기도 하니, 적절히 타협을 보았다는 정도로 생각하자.

 



(좀 더 다채로운 전장의 구성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리고 앞서 언급하였지만, 시대적 배경에 빠져들면 정말 재미있을만한 요소가 많다는 것은, 반대로 이 시대에 관심이 없다면 이 게임을 접할 만한 유인이 없다는 말과도 같다고 본다. 누가 이 게임을 억지로 떠먹여주지 않는다면, 테마에 관심 없는 누군가가 덜컥 구매할만한 마음이 들까?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18세기 중반 유럽의 왕위 계승 전쟁이 메이저 장르도 아니기에.

 

 그리고 이 게임은 진영마다 재미 포인트가 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프로이센+국본군과 오스트리아 플레이어는 개성이 또렷함에 반해 프랑스 플레이어는 그 맛이 조금 덜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국본군, 오스트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티격태격하는 상황이 있긴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그것과 비교하면 조금은 밋밋한 느낌이라고 해야할까?

 

 마지막으로 이 게임은 2009년에 출시되었기 때문에 요즘은 물량을 구하기 꽤나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 해외 몰에서는 아직 판매하는 곳이 있긴 하겠지만, 이 게임이 재판 가능성을 낮게 보기 때문에, 절대적인 수량도 부족하지 않을까. 그리고 오래 전 게임이라 그런지 최근 유행하는 게임들과도 궤가 약간 다르다. 다채롭고 풍성한 컴포넌트를 보다가 뭔가 휑한 것 같은 컴포넌트의 게임을 보면 이게 다야? 싶은 느낌이 분명히 들 법도 하다.

 

 

 

7.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때 3인 워게임은 마리아라는 이야기가 오갔던 적이 있다. 명작이라는 입소문도 떠돌았던 적이 있다. 요즘도 간간히 즐기는 분들이 있는 것으로 안다. 훗날 승리와 비극이라는 3인 워게임의 명작이 출시되었지만, 그럼에도 마리아를 찾는 사람들은 꾸준히 있다.


(3인 워게임 장르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승리와 비극.)

 

 명작은 세월이 지나 다시 찾아도 명작, 확실히 그만한 맛이 있다. 십수년이 지난 지금 즐겨보아도 구식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이유. 미려한 일러스트와 간결한 룰, 풍부한 게임성, 승부처가 될 수도 있는 협상의 즐거움, 카드 한 장에 희비가 갈리는 쫄깃함까지.

 

 또한 상대 보급을 끊고 대승을 거두거나, 뼈 아픈 패배를 당해 국토가 유린당하는 모습을 보며 외교로 국면을 타개하려는 상황까지. 이 게임을 하고 난 이후에도 여운이 상당히 길게 남았다. 선택의 아쉬움일 수도 있고, 영광의 순간을 되새기기 위함일 수도 있다. 이 게임을 즐기고 나면 여러 장면의 스냅샷이 생각보다 진하게 남는다.

 

 개인적으로 이만한 재미를 주는 3인 게임은 정말 흔치 않은 것 같다. 오히려 이 게임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3인 모임을 구성하고 싶다는 충동까지 든다. 그래, 이제는 3인 모임이 두렵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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