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서 계속
침울한 분위기 속에서 렉스가 입을 열었다. "대장… 여긴 예상보다 너무 위험해. 빨리 임무를 마무리하고 귀환하는 쪽이 안전할 거야."
케인은 망설였다. 허공을 응시하던 그의 시선이 굳어졌다. "그래… 우선 맥스는 데이터를 추출한다. 나머지는 연구실에서 쓸 만한 물품이 없는지 더 수색을 진행한다. 실시."
맥스가 묵묵히 단말기에 손을 얹는다. 데이터 추출이 완료될 즈음, 조용히 그를 둘러싼 팀원들이 응급 키트 7개를 들고 돌아온다.
"이걸… 조금만 더 일찍 찾았더라면…"
케인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단지 꽉 쥔 손만이 그의 분노를 보여줄 뿐이었다.
렉스가 조용히 말했다. "자책하지 마, 대장. 어쩔 수 없는 일이었어."
케인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일단 마지막 실험실을 향해 이동한다."
일행은 붕괴된 구역을 넘어 1동으로 진입한다. 내부는 이전보다 상태가 양호했다.
"1동은 2동보단 상황이 나은 것 같아. 아직 전력도 있고, 이 정도면 안전해 보이는걸?"
그러자, 마치 그 말을 기다린 듯 어딘가에서 괴성과 함께 쿵쾅거리는 발소리가 몰려온다.
"…입조심하지."
렉스가 자조적으로 웃었다. "하… 그래, 이 입이 방정이지."
투두두두두둣!
순식간에 괴물 무리가 몰려든다. 그 속도는 이전보다도 훨씬 빨랐다.
"어라, 대장… 이거 이상한데?"
맥스가 외친다. "이놈들 너무 빨라!"
크르르르르륵!!
그 순간, 정찰병 하나가 하르트를 향해 날아든다.
"으아아아아!!"
하르트가 괴물들과 함께 벽 쪽으로 날아가며 소리친다. "먼저 가라!"
케인이 그를 향해 달려가려 하자, 렉스가 그의 멱살을 붙잡고 소리친다.
"대장, 알잖아! 우린 임무를 완수해야 해!"
"이런 젠장… 또다시 잃을 수는 없단 말이다!"
렉스의 눈빛이 흔들린다. "그럼 여기서 같이 개죽음 당하자고? 우리를 위해 희생한 거야. 그걸 알면… 살려고 노력해!"
케인은 숨을 깊게 들이쉰다. "…그래. 네 말이 맞다. 실험실은 바로 옆이다. 이제부턴 달린다. 알겠나?!"
"예, 써!"
실험실에 도착했지만, 또다시 잠긴 문이 그들을 막아선다.
"여기마저 잠겼다니… 내가 어서 열어볼게, 조금만 버텨!"
렉스가 조작을 시도하는 사이, 괴물들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으윽, 조금 더 빨리 해줘! 우리만으론 역부족이야!"
그 순간, 정찰병 하나가 뛰어들고, 케인이 몸을 날린다.
퍼억—!
괴물과 케인이 동시에 쓰러진다.
"대장!"
총성이 몇 발 울리고, 정찰병 두 마리가 쓰러진다. 그 사이에 케인의 몸이 피에 젖어 누워 있다.
"이번엔… 지켰군…."
렉스가 이를 악문다. "대장… 미안. 임무는 반드시 완수할게."
맥스가 그의 팔을 잡아당긴다. "가야 해! 아직도 놈들이 몰려드는 소리가 들린다구!"
"그래… 알겠다…"
마지막 실험실에 들어선 둘은 재빨리 데이터를 추출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예상대로, 정찰병들이 곧 몰려온다.
포위당한 상태. 맥스가 씁쓸하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게 끝인 것 같다."
렉스가 어깨를 으쓱한다. "그러게. 결국 임무는 실패로구만. 거의 다 왔는데…."
"이게 뭐라고… 다들 그렇게 희생해버린 걸까."
렉스는 샷건을 들며 씩 웃었다. "그래도 갈 땐 가더라도… 한 마리라도 더 길동무 삼겠다!!"
"으아아아아!!!!"
30시간 후, 자르곤 IV 행성 궤도. 무인 수송선 내부.
[시스템 알림: 임무 할당시간 초과. 복귀 인원 0명. KIA 4명 MIA 2명. 임무 실패로 간주. 자동 귀환 시스템을 작동합니다.]
텅 빈 함체 안, 조용히 궤도를 이탈하는 우주선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