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목요일 저녁부터 현충일인 금요일, 토요일, 오늘 일요일까지 4일 연속 모임에 나가 12개 게임을 즐겼네요.
목요일 - 알마마터
[알마마터]는 르네상스 시대 대학 총장이 되어 교수도 뽑고 학생도 뽑고 연구도 해서 학교의 명예를 드높이는 게임입니다.
사실 테마는 잘 안 느껴지고, 운 요소 없고 자원(책)을 사용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승점을 뽑아내는 전형적인 유로 게임이죠.
두 번째 플레이였는데 2위 하다가 게임 종료 후 승점을 많이 받아서 작은 점수 차로 이겼습니다.
금요일 - 마닐라, 스카우트, 해저탐험, 코바야카와, 라스베가스, 노 떙스
이날은 지인들과 짧은 게임 위주로 여러 개를 돌렸습니다.
예전에는 전략게임을 주로 하고 파티게임은 잘 안 했는데, 요즘은 골고루 하는 것 같아요. 누구와 하느냐에 따라 하는 게임도 달라지고요. 아무래도 모임에 나갈 때는 무거운 게임을 하고, 지인들과 할 때는 가벼운 게임을 하게 되네요.
[마닐라] 오랜만에 하니 각종 에러플 작렬하긴 했지만 역시 재밌더군요.
토요일 - 포인트 샐러드, 럭키 넘버스, 스플렌더, 버라지
늦는 분을 기다리며 짧고 가벼운 게임을 몇 개 즐겼습니다.
마지막 [스플렌더]는 시간을 의식하면서 다들 초스피드로 플레이해서 15분컷 한 것 같아요.
이날의 메인 게임은 [버라지]였습니다. barrage가 '일제 사격'을 뜻하는 줄만 알았는데 '댐'이라는 뜻이 있는 건 처음 알았네요.
버라지는 1930년대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바탕으로 댐을 지어 수력 발전을 하는 지배권을 놓고 경쟁하는 게임입니다. 산업혁명이 화석연료를 한계까지 소진시키며 기술 진보를 이루어낸 세계에서,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확보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었다는 설정입니다.
상류부터 물이 흐르다가 댐이 있으면 고이고 그것을 흘려보내면서 발전을 하고 다시 물이 하류로 흘러가는 시스템이 흥미로웠습니다. 상당히 무게감 있지만 규칙은 직관적인 편입니다. 일꾼 놓기에다 맵 선점 경쟁이 있어서 플레이어 인터랙션도 풍부한 편이고요.
일요일 - 바이마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전쟁·역사게임 모임에 처음 나가봤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오늘 모임에서 한 게임은 전간기 독일을 배경으로 한 4인 전용 비대칭 '워게임' [바이마르: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입니다. 전쟁을 직접 다루지 않는 이 게임이 워게임으로 분류되는 이유는 카드 드리븐, 영향력, 주사위 굴림 등 전형적인 워게임의 메커니즘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미소 냉전을 다룬 '워게임' [황혼의 투쟁]에 쿠데타가 있듯, 바이마르에도 준군사조직의 가두투쟁이 있습니다. 요컨대 바이마르에는 여론과 거리라는 두 가지 주요한 '전장'이 있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사회민주당(중도좌파), 중앙당(중도우파), 공산당(극좌파), 국가인민당(극우파) 중 하나를 맡습니다. 사회민주당과 중앙당은 공화국 체제를 수호하며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 목표고, 공산당과 국가인민당은 공화국을 전복시켜 조기에 승리를 노릴 수도 있습니다. 히틀러의 나치당에게 도움을 받으며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가 모두가 파멸에 이를 수도 있습니다.
오늘 게임은 공산당의 국가 전복 직전까지 갔으나 결국 중앙당과 연정으로 체제 수호에 성공한 사회민주당의 승리로 끝났습니다. 주사위가 잘 뜬 게 승리의 주 요인인 것 같아요.
노동자, 자본가, 중산층, 정부의 계급 투쟁을 다룬 4인 비대칭 게임 [헤게모니]와는 색다른 재미가 있었습니다.
통성명도 안 하고 게임만 한 걸 파하고 나서 깨달았네요.
평의회 2개가 세워지면서 공산당의 국가 전복 직전까지 간 4라운드
6라운드 후 게임 종료: 76점을 얻은 사회민주당의 승리입니다.
이렇게 기나긴 주말이 끝났으나 사실 내일 저녁 모임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랜만에 [CO2: 두 번째 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