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보드게임에 입문한지 어언 2년차가 된 밍즈입니다.
기지개를 켜고 깨어나는 기쁨들이 손에 닿을 듯, 봄이 가져다주는 선물로 마음이 포근해지는 나날입니다.
다만 다소 뜬금없이 이렇게 글을 적게 된 것은, 주먹구구식으로 즐겨온 이 취미를 좀 더 가다듬고 또 기록하고 싶다는 생각이 문득 든 탓입니다.
제가 소장하고 규칙 설명도 하고 실제 경험해봤던 게임들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이름하여 '오운 시리즈(Own Series).'
그리고 제가 소장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인이나 모임원을 통해 경험해본 게임들을 돌아보고 평가하는 '해줘 시리즈.'
이렇게 두 개의 큰 틀을 가지고 이야기들을 적어내려가고자 합니다.
평가항목은 크게 아트, 세팅, 테마, 재미, 리플로 잡았습니다.
오늘은 오운 시리즈 대망의 첫번째 게임-세티:외계 지성체를 찾아서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1.프로필
웨이트:3.77
작가:토마스 홀렉
원작사:체코게임즈
퍼블리셔:보드피아
지금 이 순간에도 긱순위가 놀랍도록 상승하고 있는 화제의 그 게임입니다.
가성비 보드게이머의 든든한 친구-다이소 보관함과 박스 크기를 비교한 사진입니다. 앞으로도 비교시 등장할 녀석인데, 박스 크기에 대해 대략적으로 가늠하시는데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현실주의풍 작화가 주를 이루는 가운데, 공상과학 특유의 몽환적인 분위기가 기분 좋은 무게감을 선사합니다. 해당 작화와 정말 잘 어울리는 주제인데다 과하지 않고 깔끔해서 시인성이 좋습니다. 색감도 쨍해서 빼어나게 아름다운 수준이라고 평할 수 있겠습니다.
10점 만점에 10점을 주지 않을 수 없군요.
세팅은 기술타일들을 섞고 배치하는 부분이 가장 번거로운 작업입니다. 위 사진은 오거나이저가 사용된 것이지만 지퍼백이나 보관함을 사용한다면 더 번거롭겠습니다.
다만 그 뿐, 다른 부분은 그다지 번거롭다는 느낌은 받지 못했습니다. 데이터 토큰을 일일이 놓는 작업은 다같이하면 금방하는 수준이고 태양계 보드를 조립하는 작업도 숙달되면 뚝딱뚝딱 끝나버립니다.
세팅이 없는 수준이다-10점
세팅이 거의 없다-8~9점
세팅이 이 정도면 쾌적하다 6~7점
세팅이 번거롭다 4~5점
세팅이 고웨이트에 반영되지 않나 싶다 2~3점
세팅이 역하다 0~1점
기준에서 봤을 때 세티는 7점을 주고 싶습니다.
2. 테마&기작
'SETI'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이 게임은 우주를 관측하고 탐사해서 얻은 정보들을 처리함으로써 외계 지성체를 찾는 것을 주요 테마로 하고 있습니다.
그 테마를 구현함에 있어서, 실제 우주기술과 연구에서 영감을 받은 부분은 당연하게 여겨지면서도 몹시 흡족스러운 부분입니다.
게임적 허용과 공상의 영역을 존중하되, 현실에서의 정합성을 최대한 늘리는 방식으로 섬세하게 다루어진 모습입니다.
충실한 자료 조사와 더불어, 자칫 지나칠 수 있는 단어 선정에 대해서도 엄밀히 짚고 넘어가는 부분 또한 작가가 가지고 있는 우주에 대한 열정과 관심이 고스란히 담겨있습니다.
태양 가까이 공전하는 행성들이 먼 행성보다 공전 주기가 짧은 부분과, 소행성군에 진입할 때가 아닌 빠져나올 때 이동력이 더 소모되는 부분 등, 게임에서의 기작들이 현실에서의 정합성을 지키면서 테마와 연계되는 부분은 감동적이기까지 합니다.
테마 점수는 10점, 그 이상도 주고 싶을 정도네요.
3.재미요소
세티는 5 라운드라는 한정된 차례 안에 한정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보다 높은 점수를 획득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빡빡하다고 느낄만큼 자원은 부족한데 탐사선 발사, 이동, 궤도선, 착륙선, 근거리 항성 스캔, 기술 개발, 카드 사용 등 자원이 필요한 곳은 넘쳐납니다.
영리하게 수입을 확보하고 네 가지 사용처의 카드를 적절히 사용해내더라도 보통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원 관리에만 매몰될 순 없습니다.
근거리 항성 스캔에서의 영향력 싸움, 궤도선 및 착륙선의 최초 보상, 위성 선점 가능 여부, 기술 개발의 최초 보상 및 공전에 따른 영향, 외계종 흔적 선점요소, 점수 획득에 따른 금색 종료 보상 조건 선점 등등.
다른 플레이어가 선점하기 전에 내가 한 발 더 빨리 움직여서 보다 좋은 보상을 획득해야 합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다. 바짝 엎드려서 수입을 확보해 놓자.'
'엎드릴 때가 아니다. 누가 채가기 전에 내가 먼저 먹어야 해.'
'지금이다! 드가자! 영웅호걸들의 시간이다!!'
'....지금 맞아..? 지금 맞냐고..!'
'화성 갈끄니까↗↗↗↗'
'위성에서 방 빼!! 제발!!!'
다른 플레이어와의 상호 작용이 역하게 과하지 않은 와중에 끊임없이 고민거리가 되어주고 그것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에서 적잖은 즐거움과 기쁨을 줍니다.
자원 관리 또한 앞서 빡빡하다고 언급은 했지만, 고통스럽고 피로한 측면보다는 운영상의 즐거운 고민거리로 다가오기 때문에 게임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정도입니다.
다만 저는 세티가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고 생각할만큼 이번에 나올 확장에 대한 기대가 아주 큽니다.
아쉬운 스캔 액션에 대한 조정, 새로운 외계종, 비대칭 능력 등 세티라는 작품을 완성시켜줄 멋진 퍼즐 조각들이 눈앞에 아른거리고 있단 말입니다.
때문에 현시점에서의 재미 점수는 8점입니다.
리플 점수는 6점입니다. 많은 양의 카드에서 기대되는 기본적인 리플성과 태양계 보드의 무작위 배치, 상호작용-특히 공전 요소에서 가점이 있지만 신규 외계종의 부재가 리플성에 지대한 영향을 주는 만큼 감점도 크게 주었습니다.
4.마치며
신작 출시가 뜸한 요즘에 세티는 제게 정말 한줄기 빛과 같은 작품입니다.
제 최애 게임은 원래 아나크로니였는데요, 세티로 바뀌었습니다.
제가 오랜 기간 보드게임을 해온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확장이 기다려지는 게임은 처음이고 이후에도 없을 것 같습니다.
홀멘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