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는 글
게임의 목적은 재미와 즐거움이다.
보드게임 입문 후 이 분야의 전반적인 상황을 어느 정도 파악한 일반 보드게이머들 중 대부분은 사실 워게임에 대해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은 듯 하다.
룰은 복잡하고 작은 피스들이 너무 많아 번잡한 것도 모자라 기본 3시간부터 10시간 이상의 장시간 플레이를 요구하는 마이너하면서도 매니악한 워게임이 바쁘고 스트레스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짬을 내어 게임의 즐거움을 추구하려는 분들에겐 상당히 부담스울 수 있기 때문이다.
(분명, 워게임의 장점과 즐거움이 명확하게 있지만 여기에서는 워게임에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입장을 처음 워게임을 기피하던 시절 필자도 충분히 공감한다는 차원에서 다소 과장되게 표현하였다.)
이 글을 통해 최근 심플 워게임을 표방하는 시도들 중에서도 단연 최고라고 여겨진 "로빈 후드 무용담" 게임을 소개하여 좀 더 많은 분들과 이 즐거움을 공유하고자 한다.
게임 소개
로빈 후드 무용담(A Gest of Robin Hood)은 잘 알려진 로빈 후드 테마로 친근하게 다가오면서도 상대적으로 쉬운 룰과 짧은 플레이 타임을 가지는 남녀노소, 친구, 연인,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는 패밀리형 워게임이다. (하지만, 전략의 깊이가 얕은 것은 절대 아니다.)
GMT games 에서 2024년 출시하여 현재 보드게임긱 워게임 순위 99위에 빠르게 랭크되었다.
https://boardgamegeek.com/boardgame/338376/a-gest-of-robin-hood
아울러 최근 보드게임 아레나에 정식 출시 되어 튜토리얼도 해볼 수 있기 때문에 관심있으신 분들은 쉽게 이 게임을 파악해 볼 수 있다.
https://boardgamearena.com/gamepanel?game=agestofrobinhood
게임의 평가
특히, 아래와 같이 자신들의 24년 출시 게임 1위라는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에 정말 해볼만 한 게임이라는 제안에 대해 좀 더 신뢰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비단 워게임 장르로 국한된 평가도 아니다.)
2024 Golden Geek Award
2024 Golden Geek Best Wargame Nominee
2024 Golden Geek Best 2-Player Board Game Nominee
Drive Thru Games
Top 10 Games 2024
Top1
Tabletop Turtle
The Best Board Games of 2024
Top1
Discriminating Gamers
Top Ten Medieval Games
Top1
게임 방법
게임은 라운드 당 7턴씩, 총 3라운드로 진행된다. 메인보드는 아래와 같고 좌측의 점수는 줄다리기 방식으로 최종 라운드 종료 시 어느쪽이 더 많은 포인트를 획득했는가가 승부를 결정한다. 실력 차가 많이 난다면 중간 라운드 종료 체크 시 포인트가 5이상이면 즉시 승리를 취할 수도 있다.
중앙의 노팅엄은 지방관 영역이고 그 위의 두 숲은 로빈 후드 영역이며, 나머지 영역은 지방관 지지와 로빈 후드 지지로 변경 가능한 땅따먹기 게임임을 짐작 할 수 있다.
코인게임의 개념과 동일하게 녹색의 육각형인 로빈 후드 동료, 메리맨들은 위쪽에만 마크가 있는데 평상 시에는 은신 중임을 나타내어 마크를 안보이게 아래로 향하게 두고 지방관의 하수인, 헨치맨들의 정찰행동에 의해 발각이 되면 마크가 보이는 쪽으로 놓아 노출되었음을 나타낸다.
메리맨 중에는 각 지방에서 매력을 발산하여 그 지역을 지방관으로부터 등돌리게 만드는 등의 특수 행동이 가능한 로빈 후드가 숨어있지만 지방관은 누구인지 모르며 은신된 메리맨들은 잡을 수 없는 시스템이다.
은신된 메리맨은 약탈 등의 액션을 하면서 노출이되거나 헨치맨의 정찰에 의해 발각되어 지방관의 생포 액션을 통해 감옥에 가게 되며 은신 중인 상태에서는 자신은 물론 로빈 후드와 캠프(베이스 기지)를 보호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치고 빠지는 전략이 중요하다.
※ 코인 게임 시리즈란 무엇인가?
COIN이란 COunter INsurgencies의 약자로 Volko Ruhnke가 만든 게릴라/반란, 비대칭 전투를 다룬 게임 시스템으로 유명한 게임으로는 Cuba Libre나 Fire in the Lake 등의 시리즈가 있다. 즉, 서로 다른 팩션을 가지고 현대나 역사적인(최근엔 미래까지도) 정부나 기득 세력 대 반란 세력과의 갈등을 다룬 게임이라 볼수 있고 우리가 잘 아는 헤게모니 게임 역시 코인시스템으로부터 착안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로빈 후드 무용담은 정확히 말하면 코인 시스템이 아닌 내부 및 외부 등의 갈등(Conflict)에 좀 더 초점이 맞춰진 새로운 ICS(Irregular Conflict Series)라는 시리즈의 2번째 작품이다.
(상업적 전략의 일환으로 기존 자동차 회사가 새로 브랜드를 만드는 개념이면서도 좀 더 넓은 테마를 다루려는 의도로 이해된다.)
문득, 이세돌 전 프로 바둑기사가 한 말이 생각난다.
바둑을 둘 때 딱 세수는 제대로 파악하려고 한다던.
즉, 지금 나의 수, 다음 상대의 수, 그리고 그 다음 나의 수 이렇게 세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변화된 주어진 상황에 대처한다고 한다.
로빈 후드 무용담에 딱 적용되는 얘기다.
첫턴은 항상 로빈 후드 먼저 진행하며 단일계략, 이벤트, 계략(보통3개까지)과 특수행동 중 하나를 선택하여 액션을 수행하는데, 액션을 많이 할 수 있는 뒤쪽을 선택할 수록 다음 턴에 후순위가 되는 방식이다.
그래서, 맨 앞의 단일행동을 선택하면 바로 다음 턴에 자신이 바로 액션을 또 선택할 수 있는 즉, 2번 연속 액션을 수행할 수 있게 되는 콤보가 가능하다.
예를 들면, 지방관이 메리맨을 잡기 위해서는 은신 중인 메리맨 지역을 정찰하여 메리맨을 발각하고 바로 다음 턴에 로빈 후드 플레이어보다 먼저 생포 액션을 수행해야하는데 로빈 후드 액션이 우선한다면 잠입 액션을 통해 발각된 메리멘은 다시 은신하거나 다른 지방으로 도망가 버리게 되는 구조이다.
여기서 이벤트라는 변수가 생기는데 매 턴 공개되는 이벤트 카드는 로빈 후드(상부)와 지방관(하부) 이벤트가 동시에 보여지기 때문에 액션 수행을 포기하고 이벤트를 발동할 가치가 있는지 아니면 상대에게 유리한 이벤트를 제거하는 차원에서라도 발동할지에 대한 고민과 선택이 필요하게 된다.
게임의 자원은 돈으로 지방관은 지방에 세금을 강압적으로 징수하여 노팅엄까지 무사히 운송해야하며 로빈 후드는 이 운송 마차나 지나가는 여행자 등을 약탈하는 방식으로 돈을 충당한다. 액션을 수행할 특정 지방마다 돈이 필요하기 때문에 감옥에 갇히는 위험을 무릎쓰고서라도 약탈하여 당연히 돈을 마련해야한다.
재밌는 것은 로빈 후드를 잡기 위해 일부러 세금을 운송하는 마차에 헨치맨을 위장시켜 함정을 놓을 수도 있기 때문에 적절한 블러핑과 심리전 그리고 주사위 운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약탈이 일어나는 곳이 메리맨과 헨치맨의 배치 상황과 함께 로빈 후드를 지지 하는 곳인지 지방관을 따르는 곳인지에 따라 확률이 다른 주사위를 굴려 약탈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에 무작정 주사위 운을 기대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다.
게임의 승패를 가르는 지지 포인트를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지방관은 세금마차를 안전하게 노팅엄까지 운송할 때마다 포인트를 얻고 로빈 후드는 이를 약탈해 저지하든가 더 많은 지역에 캠프를 세우고 지지도(반란)를 얻는 것이 핵심이다.
운송 마차는 매 턴 공개되는 이벤트 카드의 좌측 상단에 이동 칸수에 따라 이동한다.
강제징수는 돈을 확보하지만 지지도를 잃게 되고,
지지도를 잃은 곳에선 상대에게 유리한 주사위 굴림과 생포 시 두배의 헨치맨이 필요하게 되며 라운드 종료 시 현재 각 지방의 지지도의 분포에 따라 추가적인 지지도 변화가 또 일어나기 때문에 지방관은 라운드 초반에 강제징수(압류)해서 돈을 확보한 후 라운드 후반엔 다시 복종시켜 지지도를 돌리는 전략이 필요하다.
상대적으로 수적 열세인 로빈 후드는 약탈 액션에 돈이 필요없기 때문에 가급적 메리맨들을 여러 지방에 분산시켜 틈틈이 약탈을 일삼아 돈을 모으면서도 모여있다가 한꺼번에 감옥에 가지않도록 소위 찝쩍대는 전략이 유효하다.
특히, 약탈은 여행자 카드를 공개해 여행자의 전투력과 그곳의 헨치맨 수와 약탈에 참여한 메리맨 수에 현재 그 지방의 지지상황에 따른 주사위를 선택해 굴려서 얻은 숫자의 합으로 계산하기 때문에 예측 전략과 운과 성공했을 때의 짜릿함을 다 맛 볼 수 있다.
리뷰
필자는 코인게임을 좋아한다. 사실, 그렇게 많이 해보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코인은 플레이할 사람을 찾기가 무척 어렵다.)
코인의 장벽은 서로 다른 종족에 대하여 여러 개의 기본액션과 또 여러개의 추가액션으로 이뤄진 모든 액션과 게임 규칙을 다 알아야 하기 때문에 4인용 게임 기준으로 본다면 알아야 할 내용이 4배가 되는 것이 제일 클 것이다.
그러나, 이 말을 다른 한편으로 생각해 본다면 모든 플레이어가 룰마 수준으로 게임을 이해하고 적극성을 가지고 플레이에 임한다면 라이트한 게임에서 느낄 수 없는 엄청난 즐거움을 선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이 게임을 통해 코인의 매력을 슬쩍 맛보게하는 것도 아마 게임제작 의도 중 하나이지 않을까 싶다.
로빈 후드 무용담은 코인의 시스템을 차용했지만 코인과는 다른(실제로 코인이 아닌 ICS이다) 게임 방식을 추구한다.
리뷰는 다음과 같다.
친근한 테마를 입혀 정의로운 도둑과 악덕 탐관오리의 쫓고 쫓기는 상황을 잘 느낄 수 있고
깊이 있는 전략을 추구하지만
이에 반해 심플한 룰을 적용하여
누구와도 재밌게 플레이 할 수 있는 패밀리형 워게임이다.
나아가, 좀 더 하드한 보드게임을 갈망하는 게이머들에게 코인게임? 워게임? 뭐 별거 아니네라는 인식을 이끌어 줄 수 있는 게임이란 생각도 든다.
"로빈 후드 무용담"
정말 재밌으면서도 접근성이 훌륭해서 국내에서 좀 더 많은 분들이 이 게임을 아시고 즐기실 수 있기를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