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거의 나오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게임이 마침내 한국어판이 나왔네요..
서머너 워즈와 더불어 바로 Plaidhat Games의 또 다른 무한 확장 게임, 애쉬즈입니다.
LCG 중에서는 메더개와 같은 카드 배틀을 가장 감칠맛나게 구현했다고 생각하는 게임입니다.
FFG에서 나온 마딱, 아딱, 반딱 등도 훌륭한 게임들이지만 가끔 예전에 매더게를 즐기던 저로서는 오로지 전투에만 집중한 그 맛을 다시 느끼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다시 매더게나 다른 TCG를 하기에는 팩 까고 덱 짜고.. 무엇보다도 또 적합한 상대를 만나야하고.. 이런 진입 장벽 때문에 영 손이 가지 않더라구요.
그런데 그 카드 배틀의 묘미를 가장 잘 살리면서도, 솔로/협력까지 구성을 잘 갖춘 게임이 바로 애쉬즈입니다.
애쉬즈는 본래 듀얼 카드배틀을 위시로 개발되어 발매된 게임이었습니다.
1.0 버전으로 처음 발표되었다가 이후 룰을 재정비하고 디자인도 꽤 변경해서 2015년에 Ashes Reborn : Rise of the Phonixborn이 나왔죠.
듀얼 게임으로서도 애쉬즈는 꽤 괜찮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아래에서 더 서술하겠지만, 매더게의 마나(대지) 스크류, 키 카드가 안나와서 뭐 해보지도 못하고 패배하는 등의 단점에 대해 애쉬즈 나름대로 해법을 내놓았고, 그런 부분이 좋게 평가 받았었거든요.
하지만 듀얼 게임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었으니...
바로 같이 할 사람이 없으면 아무런 갓겜이 나와도 쓸모가 없었던 겁니다!
그러던 중에 Plaidhat Games에서는 Ashes Reborn의 솔로/협력 확장으로 2023년에 Red Rains : The Corpse of Viros란 확장을 내게 됩니다.
보스 덱을 집어넣어 플레이어들이 보스와 대결하게 하는데, 거기에 더불어 플레이어용 카드들도 조금씩 추가하는 방식이었죠.
그런데 이게 꽤 성적이 좋았는지, 이후부터는 꾸준히 Red Rains 확장들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나온 확장이 4개이고 이후에도 거의 분기? 반년 당 확장 1개씩 출시를 해왔으며 앞으로도 이와 비슷한 텀으로 신규 확장 출시를 예고하고 있죠.
확장에는 보스 1개, Aspect 2 덱, 그리고 플레이어 카드가 들어있습니다.
보스 1개에 딸려오는 Aspect는 각각 고유 덱으로 싸우기 때문에 사실상 확장 1개당 보스 2개가 들어있는 셈입니다.
애쉬즈에 대한 외적인 소개는 여기까지 하고, 본격적으로 어떤 게임인지 살펴 봅시다.
저는 애쉬즈는 듀얼로 해보지는 못했으므로, 솔로/협력 확장인 Red Rains에 대해서만 이야기해보겠습니다.
1. 기본적인 구조는 카드 배틀
매더게를 해보신 분들이라면 제일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원을 써서, 유닛들을 소환하거나 마법을 쓰고, 상대방 체력을 0으로 깎으면 승리하는 게임입니다.
Red Rains 확장 역시 기본적인 구조는 같습니다.
보스는 체력을 갖고 있고, 매 라운드마다 일정한 숫자로 유닛들을 뽑아냅니다.
이 유닛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플레이어를 공격하고 위협하지만, 매 라운드 끝에 생존해 있으면 보스에게 Red Rains라는 자원을 공급해줘서 보스를 성장시킵니다.
기본적인 보스 배틀 전경입니다.
라운드마다 보스의 행동은 주사위를 굴려서 결정하고, 그에 따라 유닛들을 뽑아내고 플레이어를 압박해 오기 때문에, 각 플레이어들은 적 유닛들을 제거하는 한 편 가능하면 보스에게도 데미지를 주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런데 적 유닛들이 그냥 살려두면 워낙 강한 효과를 발휘하는 애들이 많다보니, 될 수 있으면 이 유닛들을 제거하는 것을 1순위로 둬야 합니다. 그러다보면 마치 디펜스 게임하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2. 독특한 주사위 자원 시스템
매더게에서 가장 자주 비판 받는 시스템이 바로 대지를 이용한 마나 시스템인데요, 애쉬즈는 이 부분을 주사위 자원으로 변경시켰습니다.
매 라운드마다 플레이어는 주사위 10개를 던져 그 눈에 해당하는 자원을 얻게 됩니다.
주사위는 총 9가지 종류가 있고 각 주사위는 상급/중급/하급 눈이 있습니다. 상급 눈은 중급/하급 눈으로도 사용할 수 있으므로 가장 가치가 높습니다.
하급 눈은 모든 주사위가 똑같기 때문에 공용 자원으로 쓸 수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행동/카드 플레이에 이 주사위 자원이 필요하므로, 각 플레이어는 주사위 자원을 소모하면서 각각 행동을 치르게 되고, 이 주사위 자원이 다 소모되거나 하면 다음 라운드로 진행하게 됩니다.
주사위를 던져서 자원을 결정하게 되면 주사위 운빨이 너무 심한거 아닌가요?
운이 꽤 작용하기는 하지만 주사위가 10개나 되기 때문에 극단적인 대박/쪽박이 나올 가능성은 다소 작구요, 또 플레이 도중에 주사위 눈을 보정할 수 있는 장치도 있습니다.
주사위 종류가 9개라 했는데, 각 주사위마다 특성이 있나요?
주사위마다 상급 눈을 1개 소모하면서 할 수 있는 특수 능력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플레이어 캐릭터들은 특정 주사위 눈을 비용으로 해서 고유 능력을 쓰기 때문에 각 캐릭터가 선호하는 주사위도 서로 다르구요,
또 카드마다 요구하는 주사위 눈의 종류도 서로 다르기 때문에 덱을 짤 때 미리 이런 부분을 고려해서 짜야합니다.
주사위는 한 덱에 한 종류만 써야 하나요?
주사위는 원하는 구성으로 10개를 넣을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9종류 주사위 + 추가 1개를 다 써도 된다는 말이죠.
하지만 내가 구성한 카드 덱에 맞춰서 1~3 종 정도를 쓰는 것이 제일 좋아 보입니다.
주사위 10개를 자원으로 게임을 진행합니다. 하단 오른쪽의 카드는 해당 주사위의 고유 능력입니다.
3. 너 한번, 나 한번
매더게와 같은 게임들은 자기 차례에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행동들을 다 하고 상대방 턴으로 넘어가는 방식이 많았죠.
때문에 상대방의 턴 도중에 내가 카드를 써서 방해한다던가 다른 효과를 본다던가 하는 카드들도 많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효과가 우선되는지, 또 행동 처리 순서는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복잡한 룰이 뒤따르기도 했습니다.
애쉬즈에서는 한 라운드에 플레이어마다 턴을 번갈아 가집니다.
각 플레이어의 턴은 메인 행동 1번, 보조 행동 1번으로 구성되고 이 행동들을 쓰거나 패스를 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턴이 넘어가게 됩니다.
물론 특정 조건에서 상대방 턴에도 사용할 수 있는 리액션 카드도 있지만 그 종류가 제한되기 때문에 매더게에서처럼 인스턴트 카드가 서로 날라다니는 상황은 거의 나오질 않습니다.
4. 그 외의 독특한 기믹들
유닛 카드의 구성은 일반 카드 배틀과 비교적 동일합니다. 공격력, 체력, 카드 고유 능력이 있는 일반적인 형식인데요, 여기에 더해 회복력이라는 게 있어서 라운드가 끝나고 생존한 유닛들은 회복력 만큼 체력을 회복합니다.
또 애쉬즈에서는 Conjure라고 해서 바닥에 깔아두고 매 라운드에 계속 써먹을 수 있는 지속 마법 카드들이 있습니다.
특히 재밌는 부분은 이 카드들 중 유닛을 소환하는 카드들이 많다는 점인데요, 그러다보니 내 핸드에 유닛 카드가 없어도 미리 깔아둔 Conjure 카드로 유닛을 생산하고 이를 활용해서 라운드를 운용해 나갈 수 있습니다.
소진 토큰을 활용한 기믹도 재밌는게 많은데요, 각 유닛들은 한번 공격하거나 특수 능력을 쓰면 소진 토큰을 올려 행동이 끝났음을 표시하는데, 카드들 중에서는 이 토큰을 다른 카드로 옮기는 등의 능력도 존재하기 때문에 사용하기에 따라 한 라운드에 여러번 공격/행동도 가능합니다.
또 상대방 필드에 방해 유닛을 깐다던가, 자잘한 유닛들을 모아 큰 효과를 본다던가, 상대방 주사위 풀에 영향을 준다던가 하는 다채로운 기믹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이런 조합을 찾아나가는 부분이 매우 재밌습니다.
한참 솔플 중인 모습. 제 유닛 카드 위의 주사위는 플레이어 캐릭터 고유 능력으로 올려둔 겁니다.
캐릭터 마다 고유 능력이 서로 다른 부분도 재밌습니다.
5. 보스 전은 어떤가?
보스도 위에서 이야기한 틀을 거의 그대로 따르고 있습니다.
다만 보스는 별도의 자원 주사위가 없다는 점, 그리고 행동이 D12 주사위로 결정된다는 점 등이 다르겠네요.
행동이 D12 주사위로 결정되는 부분이 호불호가 탈 수도 있는데, 기본적으로는 유닛 1장 공개 + 부가 효과라 주사위 결과에 따라 편차가 엄청 크지는 않습니다.
다만 12 눈의 경우 효과가 꽤 강한게 많아 12만 연속으로 굴리게 되면 험난한 앞길을 보겠네요.
보스 유닛들은 공격하는 대상이 미리 지정되어 있고, 또 유닛들을 제거하면 유닛 레벨만큼 보스에게 피해를 입히기에 플레이어들은 우선 적 유닛을 제거하는데 초점을 둬야 합니다.
같은 보스라 하여도 Aspect 따라서 꽤 다른 양상을 보이기 때문에 어떤 Aspect를 두고 싸우느냐에 따라서 기믹이나 패턴이 꽤 다르게 느껴집니다.
보스 매트 위의 구성. Utimate 카드 위의 텍스트가 빼곡 합니다.
호불호 나뉠 부분
개인적으로는 단판의 카드 배틀을 즐기기에 이만한 게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만, 아쉬운 점이 없을 수는 없겠죠?
몇 가지 생각나는 아쉬운 점을 기재해 봤습니다. 취향에 따라서는 좀 클 수도 있고, 별 거 아닐 수도 있습니다.
1. 한 방 카드는 거의 없음
우선 타이밍에 맞는 카드 1장으로 전황을 역전시킨다던가, 불리한 상황에서 한 턴에 필드를 다 터트리고 상대방의 명치를 터트리는, 이런 짜릿한 맛을 기대하는 분에게는 다소 아쉬울 수 있습니다.
게임 자체가 나 한턴, 너 한턴 하면서 필드를 운용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기 때문에 한 방에 다 쓸어버리고 그런 건 없어요.(여태까지 못 봤습니다.)
2. 중후반에 큰거 한 방도 없음
매더게나 하스스톤의 경우 처음에는 저코스트 짤짤이, 후반에 마나/대지가 쌓이게 되면 고코스트 유닛이 나오거나 하는 일종의 기승전결이 있는데 애쉬즈는 초반-중후반이 비슷한 양상으로 흘러갑니다.
주사위 자원은 매 라운드 10개로 동일하고 카드 핸드만 계속 변경되기 때문에 초반 대비 중후반에 급격한 변경점이 다른 게임 대비 적습니다.
크게 달라지는 건 바닥에 깔린 지속 마법 카드가 점점 늘어난다는 것 정도겠네요.
3. 협력 요소는 크게 없어보이는 편
협력은 솔로를 나눠서 진행하는 방식입니다. 저한테 보스가 일정 유닛을 내보내고 파트너에게도 동일한 방식으로 유닛을 내보내서 싸우게 되는데요, 직접 해보지 않아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플레이어 간 협력을 이루고 호흡을 맞추고 그런 요소는 적어 보입니다.
각각 솔로로 플레이하고 그 결과에 따라 계속 진행해 나가는 느낌이 크네요.
4. 아트워크는 좀...
아트워크가 괜찮은 편이긴 한데, 군데군데 좀 많이 별로인 일러가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탑급은 아니고 그냥저냥 괜찮은 정도라 싶으네요.
몇몇 일러는 좀 양키 감성이 그득그득한 애들이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아래 캐릭터입니다.
이 일러를 보고 아무 감흥 없으셨다면 - 축하드립니다! 일러는 아무 장벽이 되지 않을 겁니다!
수염난 털보 아저씨가 포니테일을 땋고 윙크를 날리는 군요. 거기다 또 팔뚝은 매끈매끈하네요. 아주 깜찍발랄 그 자체입니다.
이처럼 좀 몇몇 걸리는 애들을 제외하고는 나쁘지 않은 편입니다. 딜라이트에서 이전에 셀링 포인트로 수려한 아트워크를 말씀하셨던데 전 반만 동의하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펀딩의 구성에 관하여
이번 펀딩은 제일 최근 킥스에서 진행했던 Ashes Ascendancy 신규 본판에 따른 펀딩입니다.
어센던시 구성을 보면 플레이어 덱 두개, 보스 덱이 하나입니다. 보통 보스 Aspect가 2개이던걸 생각하면 보스 볼륨이 다소 적네요.
아마 이전 본판은 오로지 대전용 구성이었고, Corpse of Viros 확장이 있어야 솔로/협력이 지원되던 걸 본판만 있으면 다 되는 걸로 바꾼 모양입니다.
뉴 플레이어 플러스는 어센던시 본판에 플레이어 디럭스 확장(플레이어 캐릭터 카드 + 주사위)을 다 포함시킨 버전으로 보입니다.
플레이어 캐릭터 풀을 더 늘리시고 싶으면 거의 필수적인 선택이 되겠습니다.
아쉬운 건 Red Rains 확장이 단 한개도 포함되지 않은 부분이네요.
플레이어 캐릭터 풀도 중요하긴 한데, 본판의 보스 1개로는 너무 적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도 딜라는 확장 잘 내기로 소문난 회사이니 이번 펀딩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조만간 추가 펀딩을 진행하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현재까지 나온 Red Rains 확장. 제일 오른쪽 아래는 발매 예정입니다.
아무튼 제가 좋아하며 수집하던 게임이, 그것도 한글판은 생각지도 않았던 게임이 나오니 매우 반가운 마음에 길게 적어봤습니다.
펀딩 고려하시는 분들께 도움이 되면 좋겠고, 딜라가 어서 다른 확장이랑 빅박스(사심 가득한 희망)를 가져오면 좋겠네요.
정말 재미있는 게임입니다. 특히 솔로 플레이어들에게는 카드 배틀 솔로로 가능하게 해주는 게임이 거의 없어요!
추가로 궁금하신 부분 올려주시면 아는 범위 내에서 답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