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혼자만 새로운 게임을 찾아보고, 룰연구(?)도 해가면서 소소한 자기만족의 시간들이 쌓이다보니, 집사람에게 천덕꾸러기 찬밥 취급만 받아오던 게임들에게 참 많이 미안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둘째가 자라면서 저와 비슷한 성향에 게임에 대한 흥미도 높고, 취향도 맞아서 간단한 파티게임부터 최근에는 전략게임에 이르기까지 ^^ 새로운 다양한 게임을 같이 시도해보고 있습니다.
초등학생 아드님과 함께 돌려봤던 게임들을 꼽아본다면 일꾼놓기(주사위) “트루아” “에버델” “케일러스” “메이플 밸리” “프레타포르테” “서쪽 왕국의 성기사” “알라딘의 용” “라퓨타” / 엔진빌딩 “스플랜더” / 덱빌딩 “엘데니아” / 타일놓기 및 경매 “플로렌스의 제후” “버건디의 성”, “아크로폴리스” / 영향력(협잡 등) “왕좌의 게임” “엘 그란데” “울브즈” “이클립스” “코스믹인카운터” “GKR: Heavy Hitters” / 그 유명한 푸에르토리코 / AP 시스템 “티칼” / 주식테마 “블랙먼데이” “어콰이어” “샤크” / 호러물 “상자 아이” / 마피아류 “아발론” “가짜 예술가 뉴욕에 가다” “사보타지” / 트릭테이킹 “스컬킹” “스페이스 크루” / 셋콜렉션 “벼룩서커스” / 문명테마 “세븐원더스” “템푸스” / 추상전략 “쿼리도” “아발론” / 2인전용 “세븐원더스 듀얼” “랩터” "스카이팀" / 협력 “안도르의 전설” “포비든 아일랜드” “라이징5” “마블 유나이티드” 등 그 동안 함께 해왔던 시간들이 떠오르는데.. 게임 하나하나에 함께 플레이했던 인원들과 그 당시 일화들을 떠올려보면 정말 갑자기 행복해지는 기분입니다.
그냥 사진 몇 장으로만 남겨두곤 했었는데, 더 늦기 전에 차근차근 리뷰를 작성해서 보관해두는 것도 앞으로 저 뿐만 아니라 아들에게도 의미가 있을 거 같아서 간단하게나마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우선은 구매시점과 플레이 시점 사이가 가장 길었고 참여인원도 6인이나 되었던 게임, 왕좌의 게임 본판(1판)과 확장 “왕들의 충돌”입니다.
(캐슬 블랙)
아드님을 포함한 6인을 꽉채워서 플레이할 수 있게 되는데 15년이 더 걸렸던 거 같습니다.
물론 그간 시도할 엄두를 내지 못했던 것도 있었지만, 플레이 성향이 맞는 인원을 구하기도 어려웠습니다.
(비운의 주인공 에다드 스타크)
게임 맵의 남동측 끝부분에 위치한 마르텔가문(오렌지색)을 배치하면서 그렇게 감개무량할 수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끝도 없는 협잡과 음모, 배신으로 진행하기에는 위험요소가 많았습니다. 원작 자체의 스토리와 구조를 잘 구현한 게임이기에 당연하게도 배신과 음모가 플레이어들 사이를 마구 헤집어놔야 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자칫 이번 한번 플레이로 다시는 맴버들을 볼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해왔습니다;;; (몇몇 모임에서 더러 그런 경우를 목도해온터라)
그래서 모임 전부터 게임의 테마인 협잡과 배신, 음모를 뒤로하고 팀플 양상으로 가닥을 잡아봤습니다. 팀플레이에 몰입하게 되면, 상호작용이 다소 격화되더라도 개인대 개인이 아닌 단체대 단체로 진행되어 감정적인 대립이 상대적으로 감소될 수 있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결과적으로는 “왕좌의 게임” 두 번째 모임으로 2차전까지 성사시킬 수 있었습니다.
(팀별로 철의 왕좌와 까마귀토큰 등의 위치에서 전략적으로 상위를 점유하기 위해서 권력칩 투입 팀회의 진행)
그럼 팀을 어떻게 나누느냐가 또 다른 문제였는데, 각 가문들의 병력 초기 셋팅이 끝난 후에 6명의 맴버들과 상의해서 동서대립으로 구도를 정리해봤습니다. 북측의 스타크(흰색)와 중앙부 서측의 라니스터(붉은색), 그리고 남서측 티렐(녹색) 가문 등이 서군(west side) / 그레이조이(검정)가문과 바리테온(노랑), 남동측의 마르텔(오렌지색) 가문 등을 동군(east side)으로 나누었습니다. (물론 남북 길이방향으로 길쭉한 맵의 특성상 동서구도 외에는 선택의 여지도 없긴했습니다.)
맵의 구조상 북측 스타크가문(흰)은 남측으로 인접한 그레이조이(검정)와 고착된 전선을 형성한 채로 병력을 모으면서 공격의 기회를 엿보는 폭풍전야였고, 중원의 라니스터(붉)가 적극적으로 그레이조이(검정) 뒷꽁무늬를 공격해나가려는 형국이었습니다. 이에 바리테온(노랑) 가문이 마르텔(오렌지)과 협공으로 티렐(녹색)을 압박하는 초중반이 진행되었습니다. 거기에 치열하게 명령칩들이 놓이면서 각 팀들은 상대를 요격하느라 정신이 없고, 게임 내내 팀별로 작전회의가 진행되는 바람에 예상보다 플레이 시간이 오래 걸렸습니다.
점령지역의 보급에 맞춰서 병력을 소집하는 와중에 북쪽의 와이들링 침입에도 대비해야해서 최소한의 권력칩 보유를 유지해야하는 상황과 동시에 어느 방향으로 진격루트를 정해서 협공할지에 대한 고민들이 고스란히 녹아들은 명령칩들이 맵에 전부 놓이면 하나하나 뒤집으면서 이번 라운드, 전장이 될 위치에서 공방에 참여할 가문들은 전투를 위한 가문카드 선택에 고심이 이어집니다.
출시된 지 20년도 넘은 구판 게임이지만 플레이에 참여한 구성원들 대부분이 “HBO 왕좌의 게임” 시리즈 애청자분들이었던 터라서 더욱 몰입할 수 있었던 거 같습니다. (물론 19금 영드였기에 아드님께는 새로이 각 가문과 와이들링의 침입에 대한 최소한의 배경을 설명하는데 적잔은 시간이 할애되었습니다;;;) 게다가 팀을 위한 플레이라는 미명하에 악랄하고(^^) 집요한 인터랙션이 난무했지만, 우려했던 심각한 마상없이 서로 팀원의 가문을 지원하고 지원받으면서 5~6시간을 훌쩍 넘긴 것 같습니다. 다들 시간이 이렇게 빠르게 흐른 것에 세삼 놀라며 다음 2차전을 기약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구성원들이 좀 더 익숙해져서 원작(“얼음과 불의 노래” - A Song of Ice and Fire)의 순리대로 “피의 결혼식”과 같은 배신과 협잡으로 서로 뒤통수를 때리고 또 얻어맞아 하나의 가문만 남게 되는 “1:1:1:1:1” 의 게임을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