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도 1월부터 약 3개월 정도의 보겜 후기입니다.
24년도는 보드게임에서 멀어졌던 시기였습니다. 현생이 워낙 빡빡해서 도저히 에너지를 쓸 수 없었고, 게임도 그만큼 적게 샀던 시기입니다. 그런 보겜 암흑기를 의외의 타이밍에 빠져나오게 됐네요.
우연찮게 20~30대 초반 친구들과 스터디를 이유로 자주 만나게 되었는데 주기적으로 저희 집에서 모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곁다리로 친목도모를 위해 보드게임을 꺼내기 시작하면서 나름 3점대 게임까지 같이 하게 되었습니다.
즉, 메인이 보드게임은 아니지만 순수하게 흥미가 생겨서 계속 플레이를 하게 된 모임입니다.
1) 백로성
첫 출시 때 사놓고 1인플만 두어번 해보고 묻어놨던 백로성. 이번에 3점대에 게임도 곧잘 따라오는 친구가 있어서 2인플로 하게 되었습니다. 재밌어서 연달아 4판 정도를 했네요.
소감은 생각보다 훨씬 훌륭한 게임이라는 겁니다. 아마도 3인플을 하면 더 재밌을 것 같습니다.
말차 확장은 본판을 제대로 안 돌려봐서 구매를 안 했는데, 본판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한 게임이었습니다. 단 9번의 행동 선택과 유기적으로 콤보를 만들어내기 위한 치열한 고민이 어우러져서 즐거웠습니다.
강점은 짧은 게임타임입니다.
직전에 르아브르를 했는데 비슷한 면이 있어요. 일꾼 놓기이고, 콤보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이를 통해 점수를 쥐어짜는 것. 워낙 르아브르가 훌륭한 게임이지만 워낙 호흡이 긴 게임이잖아요. 장시간 쥐어짜다 보니 하고 나면 진이 빠지는 느낌이 드는데 그 반대편에 있는 게임이 백로성이었어요.
적은 기회를 살려서 점수를 쥐어짜고 나면 다음 판은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한판 더'를 외치게 됩니다. 어쩌면 르아브르를 재밌게 하면서도 살짝 채워지지 않았던 부분을 절묘하게 매꿔주는 기분이랄까요?
이런 부분이 강점일 수 있고 다른 사람에겐 불호가 될 수 있지만, 잘 맞는 사람에게는 정말 재밌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입니다.
2) 아르낙 본판 + 탐험대장
2인플, 4인플 모두 재밌게 했던 아르낙. 4인플 할 때 3인은 이번에 처음 전략적인 게임을 접하는 친구들이었습니다. 이런 친구들에게 3점초반대의 게임을 권하는 게 말이 안 되지만, 일단 1명은 먼저 한판을 해봤고 너무 재밌다고 좋아했습니다. 그래서 다른 두 명도 같이 하게 된 건데요. 다들 즐겁게 게임을 했습니다.
일단 4인플 할 때는 본판만 했고, 다른 한 명과 2인플 할 때 탐험대장을 했습니다.
유물, 아이템 카드의 텍스트를 소화하는 게 다소 버겁긴 하지만 초심자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3점대 게임이라는 점에서 일단 저 스스로도 살짝 놀랐고요. 다들 재밌게 했습니다.
탐험대장에서는 처음으로 탐험가를 해봤는데 강력하더라고요. 하지만 한끗 차이로 계속 꼬이면서 큰 점수차로 신비술사를 한 친구에게 져버렸습니다. 그 친구는 재밌어 했지만 저는 답답한 한판이었네요;;
3) 트라야누스
3인플로 돌린 트라야누스. 언제나 꺼낼 때마다 룰을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정작 게임을 시작하면 별 무리 없이 돌아갑니다.
트라야누스도 생각보다 플레이타임이 길지 않아서 맘에 드는 게임이고요. 다만 만칼라와 선택지가 많다는 점에서 머리를 상당히 아프게 하는 게임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점수는 따박따박 들어오기 때문에 피로감은 적게 쌓이는 건 장점.
저 외에 다른 두 명은 초플이었지만 박빙이었습니다. 겨우 제가 1등을 했네요.
4) 문명의 시대
PC로 1인플 돌려보고 바로 구매를 한 문명의 시대. 너무 테마성이 안 느껴져서 예전부터 몇 번이나 살까 말까 고민 하다가 구매를 미뤘던 게임입니다. 하지만 최근에 1인플 돌릴 수 있는 사이트가 있다는 걸 알고 해보고 바로 게임구매까지 이어졌네요.
백로성에서 느꼈던 부분을 또 느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짧은 플레이타임과 콤보를 만들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부분이 맘에 들었습니다. 최근 플레이한 두 게임 때문에 저의 취향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네요. 무엇보다 문명 테마는 제가 좋아하는 거라서요. 게임 자체가 재밌다는 걸 알게 되자 구매를 망설일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문명의 시대 심플, 깔끔해서 참 맘에 듭니다.
5) 블로커스
가볍게 자기 전 즐겼던 블로커스. 실력과 운의 비율을 어느 정도로 잡아야할까 싶어 저는 무지성 플레이를 하고, 상대는 치열하게 고민하며 플레이해봤습니다.
결과는 저는 조기에 리타이어 됐어요. 운이 절대적일 거라는 저의 예상이 크게 빗나갔습니다. 나름 실력의 요소가 있는 게임이었네요.
6) 시타델
5명... 인원이 애매해서 꺼냈던 시타델. 나름 재밌게 했습니다만 한 두명은 너무 처참하게 망해서 좋은 평을 받지 못 했습니다.
7) 티켓투라이드 유럽
티켓투라이드가 이렇게 오래 걸리는 게임이었나요? 5인플을 하니 2시간 가까이 걸렸습니다. 재밌게는 했지만 새벽까지 이어져서 꽤 피곤했네요. 그래도 초심자들과 하기에 이만한 게임이 없긴 합니다. 분위기 훈훈해짐.
8) 태양신 라
개인적으로 꼽는 최고의 게임 중 하나. 5인플은 잘 안 하는데 5인플로 돌렸습니다.
이 게임은 참 절묘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게임의 각 요소가 디테일이 제대로 살아있을까 싶은 게임이에요. 크니지아 박사도 이 정도까지 계획하고 만들었을까? 아니면 만들어놓고 보니 이렇게 되어버린건가? 참 신기한 게임입니다. 밸런스도 꽤나 좋고요.
다들 재밌게 했습니다.
9) 카트라이더 레이싱
이건 모임에서가 아니라 친구네 방문했다가 그 집 아들내미와 함께 했던 게임. 마트에 진열되어 있는 건 많이 봤는데 해본 건 처음이었습니다.
생각보다 레이싱 요소가 잘 살아이있고, 각 아이템이나 차량의 개성이 살아있더라고요. 다만 차량의 밸런스가 좀 잘 맞았다면 더 재밌는 게임이 됐을 것 같습니다.
워낙 다시 되돌아 가고 하는 요소가 많다보니 생각보다 게임 시간은 오래 걸리네요.
10) 어콰이어
가장 호응이 폭발적이었던 게임은 어콰이어였어요. 다들 감탄을 하면서 플레이를 했습니다. 보드게임 한 두 개 익숙해졌다면 영업용으로 꺼내기 아주 좋은 게임.
11) 스컬킹
한판 한정으로 가장 강렬한 재미를 주는 게임이 아닐까요? 두 번하기에는 묘하게 진빠짐.
12) 스컬
스컬킹 이어서 스컬. 간단하지만 블러핑의 묘미를 느껴보기에 좋은 게임입니다.
13) 차가운 그녀가 눈을 뜨기 전에
가장 많이 돌리는 게임 중 하나. 다양한 요소가 어우러져서 즐기기 좋은 게임입니다. 마피아, 추리 등의 요소가 적절하고 적은 인원이 해도 훌륭하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합니다.
다들 깔깔 웃으면서 한판 더를 외쳤습니다.
14) 옛날 옛적에
게임적인 요소는 포기하고 플레이어들을 뒤집어지게 만드는 게임으로는 1등. 다들 웃다가 지쳤습니다. 게임은 다소 허무하게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지만 별거 아닌데도 무지하게 웃겨요.
게임이 계속 돌아가면서 결국 게임을 구매하게 됐습니다.
이번에 구매하게 된 게임들. 오랜만에 샀네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