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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린님과 보드게임 후기

2,019 조회

2025.02.06 12:33

안녕하세요.

카린님으로부터 1박2일로 보드게임 하러 오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아 놀러 갔다가 왔습니다.

저나 카린님이나 신작들 플레이하는 걸 좋아해서 잘 맞아 떨어졌네요.

총 4인플로 진행되었고, 장소는 카린님네 아파트의 게스트하우스 스위트룸을 잡았습니다. 예약이 매우 빡셌다는 후문이...

테이블 크기가 제일 걱정이었는데, 더할나위없이 큰 사이즈의 테이블이었습니다.

6인테이블 중에서도 좀 큰 느낌이었는데 이 정도면 못 돌릴 게임이 없을 정도의 사이즈였네요.

첫 타자는 세티.

룰마 빼고는 모두 초플이었고, 느낌 가는 대로 적당히 플레이 해 보았습니다.

개인판이 더블레이어인건 마음에 들었는데, 메인보드의 둥근판이 고정되지 않아 움직이다보면 점수트랙을 침범할 수 있는 부분이 조금 아쉽긴 했습니다.

그리고 중앙의 조립식 회전판이 습기로 휘면 돌아가다가 걸리적 거릴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게임은 5라운드로 진행되는데, 기본적인 수입이 그리 풍족한 편은 아닙니다.

테포마와 비교를 하자면 테포마의 기본 돈 수입은 20원이고, 세티의 돈 수입은 3원입니다.

테포마 쪽이 좀 더 디테일하게 자원을 배분해서 쓸 수 있다면, 세티는 그 반대입니다. 단위가 큼직큼직하다는 느낌을 받았죠.

테포마처럼 돈을 써서 카드를 사용하고 카드에 적힌 액션이나 효과를 발동시키거나, 혹은 테포마의 기본프로젝트처럼 카드 사용없이 액션을 할 수도 있습니다. 테포마와 마찬가지로 카드를 사용하는 쪽이 효율은 좋습니다. 다만 내가 원하는 액션이나 효과가 늘 손에 잡히는 것은 아니라서 그 부분에서 운빨을 느끼실 수도 있겠습니다. 제 초플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저는 게임 내내 게임종료후 조건부 점수를 주는 카드를 손에 잡아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카드는 그냥 버려서 약간의 자원을 얻는 방식으로도 사용이 가능합니다. 그래서 카드운빨이 불합리한 정도로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카드 효과가 필요없으면 버려서 자원을 얻으면 되거든요.

가까운 시일 내에 또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던 게임이었습니다. 한글판 나오면 사세요.

두번째는 안드로메다 엣지.

저는 엘더베일을 아직 해본 적이 없습니다. 평점이 좋아서 한번 사볼까? 했다가도 주변에서 제 취향에 안 맞을거라 말려서 구매를 안 했었죠. 안드로메다 엣지가 엘더베일과 시스템적으로는 거의 비슷하지만 단점이 개선되었다는 얘기만 들었습니다.

엘더베일에서 전투시 주사위 1개만 굴린 사람이 주사위 5개 굴린 사람한테 이기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는 얘기는 들었고, 머리 속에서 상상해봤을 때도 충분히 종종 나올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엘더베일에서는 전투지역에 많은 병력을 투입하였을수록 주사위 값의 하한선이 정해집니다. 유닛이 3개인 사람은 주사위의 최저값이 3이 되는 셈이죠. 주사위를 굴려서 1,2가 나오면 3 이상이 나올때까지 계속 굴립니다. 그래서 이 타겟 밸류 값이 5(최대치)가 되면 굴린 모든 주사위가 5 또는 6이 되니 이길 확률이 상당히 올라가게 되지요. 물론 이런 보정 장치가 들어가더라도 충격적인 전투결과가 나올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매우 드물 것이고, 주사위 운빨을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도 이정도라면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프로모를 포함하면 종족 수가 상당히 많은데, 플레이 수가 쌓이면서 데이터가 누적되면 종족간의 밸런스는 분명 안 맞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가이아의 14종족 밸런스 맞추기도 어려운데 오죽할까요.

또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습니다. 하지만 세티만큼은 아니었어요.

만약 한글판이 나온다면 엘더베일을 갖고 계신 분들은 굳이 안 사도 될 것 같아요. 엘더베일에다가 전투시스템만 안드로메다 엣지 식으로 바꿔서 하세요.

끝나고 나니 새벽 4시라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위의 2게임만 한건 아니고 자잘한 게임들도 했었지만 큰것들만 소감을 남기겠습니다.

다음날 카린님의 개인 아지트로 이동해서 몸풀기용으로 Nova era를 플레이 했습니다.

얘는 문명 테마의 간단한 카드 게임류입니다.

기존의 역사의 흐름이라거나 문명의 시대를 대체할 수 있을만한 게임이라고 생각되네요.

시간상 3시대까지 완전히 다 플레이하지 않고 2시대까지만 맛보기 플레이를 했습니다만, 꽤 괜찮은 인상을 받아 소감을 좀 써봅니다.

아줄 세팅하는 것 마냥 트레이에다가 랜덤하게 뽑혀서 굴려진 주사위 3개씩이 올라가고, 플레이어별로 한 세트씩을 선택해서 그 라운드에는 그 3개의 주사위만을 사용해 액션을 하게 됩니다.

빨 초 노 파 주사위로는 눈금만큼의 자원을 얻거나, 혹은 디스플레이에서 카드를 가져와 바로 내려놓을 수 있는데, 이때 카드 색상과 주사위 색상이 일치한다면 그 눈금만큼 비용을 할인받습니다. 따라서 눈금이 높을수록 좋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가져오는 트레이에 있는 주사위 3개의 눈금합이 10을 초과하는 만큼 페널티를 받습니다. 그래서 일부러 눈금 총합이 낮은 트레이를 선택하기도 합니다.

검은색 주사위는 조금 다른데, 이 주사위로만 인물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눈금이 높을수록 좋습니다.

그리고 주사위 색깔이나 눈금에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액션들도 있습니다. 눈금이 낮은 1이나 2같은 주사위들은 이런 액션들로 처리하시면 좋은 것 같네요.

만약 한글판이 나온다면 가격대는 낮을 것이라고 생각되므로 한번 구매해보시는 것도 고려해볼만합니다.

다만 룰북이 좀 허술한 부분이 있었고, 개인보드 상에도 표현이 오해를 불러일으킬만한 부분들이 있어 아쉬웠습니다.

다음은 언컨셔스 마인드.

테마가 저에게는 생소했습니다. 룰북을 읽으면서도 잠재몽, 발현몽 같은 단어들이 한글로 적어놔도 생소하더라구요.

대충 꿈을 통해 심리 치료를 하는 테마구나 하고 넘겼습니다.

내 턴이 되면 일꾼을 놓거나, 회수하거나, 환자를 치료하거나 셋 중 하나를 하게 됩니다.

일꾼을 놓을 때는 말풍선의 꼬리를 액션칸을 향하도록 1~2개를 놓게 되는데, 내가 이미 어떤 액션칸을 향하게 일꾼을 놓았다면 일꾼을 회수하기 전까지 그 액션칸을 향하게 일꾼을 또 놓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일꾼을 놓았느냐에 따라 개인판에 있는 잉크팟 마커가 몇칸을 움직일지가 정해지는데, 잉크팟이 멈춘 위치에 따라 내가 얻는 효과들이 달라져서 상당히 많은 계획과 계산량을 요구하는 게임입니다.

일꾼을 회수하는 턴에는 추가로 장소보너스나 구역보너스를 획득할 수 있습니다. 구역 보너스는 아크노바의 업적같은 느낌인데, 초반에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들어가기 어려우니 장소보너스를 획득하게 됩니다. 각 장소바다 먼저 들어갈수록 가치가 높은 보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환자를 치료하는 턴에는 일꾼을 사용하지도 회수하지도 않습니다. 각 환자마다 배정된 꿈카드에 적힌 비용을 지불하고 보상을 받는 방식입니다. 여타 게임에 존재하는 계약서를 떠올리시면 되겠습니다. 보통 게임들에서 계약서 달성은 프리액션인 경우가 많지만 이 게임에서는 한 턴을 써야합니다.

환자는 어느정도 치료를 하면 그 환자가 제공하는 인게임 효과(패시브)나 종료후 조건부 점수를 제공해줍니다. 조금 더 치료해서 완치를 시키면 추가로 대량의 점수도 제공해줍니다.

엔진을 어떻게 구축할 지를 계획하는 재미가 뛰어난 게임입니다. 머리도 빠개지겠지요.

다만 플레이한 4명의 공통적인 의견이 '논문이 너무 강한 것 같다' 였습니다.

룰북을 다시 체크했지만 에러플은 아니었고, 숙련도가 쌓이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저숙련자들 사이에서는 비슷한 반응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세티만큼은 아니었어요.

끝나고 시간이 애매하게 남아 간단한 게임하고 파했습니다.

기차타고 내려와 집에 도착하니 밤 11시...그대로 뻗었습니다.

안 해본 게임들을 하는 것은 늘 즐겁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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