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와 마녀 III
펜과 레카는 긴 탁자의 벤치에 앉았습니다. 까마귀는 날아올라 오두막 지붕 가장자리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킬라가 이제 함께 앉으려는 찰나, 레카가 말했습니다.
"저기 또 한 명의 지친 여행자가 오는구나. 그에게도 생선 수프 한 그릇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또 다른 남자는 커다란 갈색 농부 망토를 입고 있었고, 따뜻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후드를 깊숙이 눌러 쓰고 있었습니다. 그의 구부정한 자세는 자세히 보니 자연스럽지 않았습니다. 마치 젊은 남자가 일부러 나이가 들어 보이려는 듯했습니다. 그는 막 오두막에 도착했지만, 여기서 쉴 생각은 없는 듯 보였습니다. 그는 방해받지 않고 자신의 길을 계속 가는 것이 중요해 보였습니다.
'저 사람은 뭔가를 숨기고 있어.' 킬라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어두운 후드 아래 가려진 눈으로, 우리를 날카롭게 지켜보고 있는게 틀림없어.'
킬라는 여행자에게 다가가 가장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그를 저녁 식사에 초대했습니다. 그 남자는 처음에는 거절했지만, 킬라의 매력에 결국 설득된 듯 보였습니다.
이제 네 사람은 탁자에 둘러앉았습니다. 킬라는 자신을 소개하고, 레카와 손님인 펜도 함께 소개했습니다. 모두, 새로온 사람이 주저하고 있는 것을 눈치챘습니다. 리버랜드에서는 낯선 사람들과 만났을 때, 자신을 먼저 소개하지 않는 것은 매우 무례한 행동으로 여겨졌습니다.
“저는 호고라고 합니다. 그저 하인일 뿐입죠.” 마침내 남자가 입을 뗏습니다..
“혹여, 제가 결례를 범했다면 실례했습니다. 저는 어렸을 때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더 놀랍군요, 호고. 일개 하인이라는 사람이 ‘결례를 범하다’ 같은 표현을 사용하네요. 그것도 그렇게 정돈된 문장을 쓰면서 말이지.”
펜이 말했습니다.
“오해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그저 눈에 띄어서 그렇게 느끼시는 겁니다.”
“저는 아들이 생선 수프를 얼마나 준비했는지 보고 오겠습니다.” 킬라는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습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드는 데, 그게 뭘까?'
킬라는 이미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이해 안되는 상황도 다른 시각에서 보면 풀린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킬라는 잠시 오두막 안을 들여다보았습니다. 야니스는 큰 냄비의 생선 수프를 잘 저어주고 있었습니다. 킬라는 아까는 아무렇게나 벽에 기대어 두었던, 지팡이를 손에 쥐고, 몇 걸음 물러서서 탁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을 관찰했습니다.
펜과 호고는 서로를 마주 보고 앉아 있었습니다. 둘 다 긴장한 듯 보였고, 서로 눈을 떼지 않고 있었습니다. 호고는 레카에게서 얼굴을 숨기려는 듯 부자연스러운 자세를 취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왼손으로 망토를 가슴 앞에서 잡고 있었고, 오른손은 망토 안쪽에 있었습니다. 그곳에는 또 다른, 더 큰 물건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펜의 오른손은 느슨하게, 그러나 결코 우연히가 아닌 듯 자신의 칼 손잡이를 쥐고 있었습니다. 킬라는 공기의 흐름이 심상치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바라는 어디에 있을까요? 마지막으로 봤을 때는 오두막 가까이 있었습니다. 지팡이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물의 정령 바라는 킬라의 시야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킬라는 알고 있었습니다. 바라는 일순간에 물웅덩이로 변했다가 다시 원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것을요. 킬라는 탁자 근처, 오두막 벽 가까이에 있는 물웅덩이를 의식하며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나는 북쪽에서 내려왔습니다.” 펜은 여유로운 어조로 이야기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감시의 숲에서는 벌써 1년 넘게 법정에 세우려는 배신자를 찾고 있다고 합니다. 호고,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시오?”
“감시의 숲이 그렇게 넓지는 않지요.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누군가를 찾지 못한다니.”
호고가 대답했습니다. 그리고 급히 덧붙였습니다.
“저도 그렇게 들었을 뿐입니다. 직접 가본 적은 없습니다.”
“정말 놀랍군. 나는 그 반대일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요. 물론 이런 일에서는 쉽게 착각할 수도 있지.”
“사람은 절대 섣불리 판단을 내려서는 안되지요.” 호고가 동의했습니다.
“그말이 맞네. 그래서 나는 당신이 망토 안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보고 싶은걸. 혹시 그게 검은색 옷이라면, 당신이 내게 10골드의 가치가 있는지 판단하기가 훨씬 쉬울 것 같으니까.”
“이제 수프 가지고 갈게요!” 야니스가 오두막 안에서 외쳤고, 곧 문가에 나타났습니다.
“당장 집안으로 들어가렴!” 킬라는 그를 향해 날카롭게 소리쳤습니다.
“하지만 왜요...”
펜과 호고는 동시에 벌떡 일어섰습니다. 호고는 테이블에서 물러서며 자신의 망토를 벗어던졌습니다. 망토 아래로 그는 실제, 검은색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 위에는 검은 가죽 흉갑을 착용하고 있었고, 흉갑에는 나무의 형상이 새겨져 있었습니다. 허리춤에 있는 화살통도 검은 가죽으로 만들어졌으며, 짧은 화살들의 깃털마저도 검은색이었습니다. 그에게서 검은색이 아닌 유일한 것은 그의 젊고 약간 교활해 보이는 얼굴과 망토 아래 숨기고 있던 물건, 그것은 장전된 아크발리스타였습니다.
펜은 이미 칼을 뽑아들었고, 왼손에는 단검의 칼날을 쥐고 언제라도 호고에게 던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호고가 조금씩 뒤로 물러나자, 펜은 상대방에게 거리의 이점을 주지 않기 위해 그를 따라갔습니다. 거리의 이점은 사수에게 우위를 제공하기 때문입니다.
“엄마, 저 사람들 뭐 하는 거예요?” 야니스가 물었습니다.
킬라는 경악에 휩싸였습니다. 그녀의 아들이 무거운 냄비를 든채 오두막에서 나와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펜과 호고 사이, 아크발리스타의 화살과 던져질 준비가 된 단검, 그 중간에 서 있었습니다.
킬라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몇 걸음 만에 펜과 호고 사이를 뛰어들었습니다. 그녀는 달리면서 자신의 지팡이를 어루만졌습니다. 지팡이의 끝이 밝게 빛났고, 두 남자는 잠시 동안 눈이 부셔 앞을 볼 수 없었습니다. 놀라 당황한 까마귀는 지붕에서 날아올라 자줏빗 풀숲으로 사라졌습니다.
킬라는 생선 수프를 든 야니스를 오두막 안으로 밀어 넣고 문을 세게 닫았습니다. 펜과 호고가 간신히 눈을 뜰 수 있게 되었을 때, 킬라는 더 이상 그 자리에 없었습니다. 대신 그곳에 서 있는 것은 다른 젊은 여인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매우 이상해 보였습니다. 그녀는 살과 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었고, 그녀의 몸과 옷은 - 만약 그것을 '몸'과 '옷'이라고 부를 수 있다면 - 마치 물 위에 비친 거울처럼 끊임없이 움직이는 듯 보였습니다.
그 이상한 여인은 미소를 짓는 것처럼 보였지만, 그 미소는 죽음을 예고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킬라, 리버랜드의 수호자입니다!” 킬라는 단호하고 권위 있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 앞에 서 있는 이 존재는 물의 정령 '바라'입니다. 그녀에게는 사람의 목숨따위,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당신들은 모두 손님으로서의 규율을 무시했고, 내 집에서 무기를 꺼냈습니다. 더 나아가 내 아들을 위험에 빠뜨렸습니다.”
킬라는 잠시 말을 멈추고 두 남자가 자신의 처지를 깨닫도록 시간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는 계속 말했습니다.
“당신들은 분명히 이런 이야기를 들어봤을 겁니다. ‘내가 셋까지 셀 동안 무기를 바닥에 내려놔라’ 하는 이야기 말입니다. 나는 항상 그게 과장된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난 하나만 세거든요.”
그리고, 킬라는 단호하게 소리쳤습니다.
"하나!"
아크발리스타, 칼, 그리고 단검이 땅에 떨어졌습니다.
“저... 아직 허리띠에 단검이 하나 더 있는데.” 호고가 급히 말했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꺼내고, 땅에 내려놓겠소.”
“좋은 생각이네요!” 킬라는 동의했습니다.
짧은 소리와 함께 단검은 다른 무기들과 함께 바닥에 놓였습니다. 킬라는 레카를 바라보았습니다.
“자, 이제 어떻게 할 건가요? 이 모든 걸 당신이 계획한 거 맞죠?”
“너는 나를 너무 안 좋게 보는구나, 킬라. 나는 그저 그렇게 될 가능성을 생각해 본 것뿐이란다. 하지만 실제로 이렇게 된 건 오직 펜과 아르본의 책임이지. 아, 소개하마. 검은 옷을 입은 남자의 이름 아르본이라고 한단다. 그는 감시의 숲에서 탈출한 전직 수호자란다. 내가 읽고 쓰는 법을 가르칠때만 해도 아직 어린 아이였기 때문에 못 알아보길 바랬지. 내 제안은 이렇단다. 우리 다섯 명 모두가 이 테이블에 앉아서, 너의 생선 수프를 맛있게 먹는 거야”
작자 : 피터 구스타프 바르흐샤트
※ 한국어판의 용어를 기준으로 사용하였으나,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의역이 상당수 포함되었습니다. 특정 명칭등은 차후 수정될 수도 있습니다.
원문: https://legenden-von-andor.de/die_hueterin_und_die_he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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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안도르 이야기㊱ - 수호자와 마녀 II - 「킬라의 이야기」
후: 안도르 이야기㊳ - 수호자와 마녀 IV - 「킬라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