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와 마녀 II
"그럼 나, 막대기에 불 켜도돼요?"
야니스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그래, 물론이지. 하지만 이번에는 불 끄는 거 잊지 마라?"
야니스는 신이 나서 창고로 뛰어들어갔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레카가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물었습니다.
"막대기라니, 그게 뭐지?"
킬라는 속으로 작은 승리를 느꼈습니다.
‘레카도 모르는 게 있군!’
"야니스가 그렇게 부르는 거예요. 제가 물려받은 오래된 지팡이인데, 끝부분에서 빛이 나오죠. 어두운 창고에서 유용하죠."
"그러고보니... 나는 네 지팡이를 충분히 주의 깊게 본 적이 없구나. 내게 보여줄 수 있겠니?"
킬라는 창고로 들어가 야니스와 함께 다시 나왔습니다. 야니스는 커다란 솥과 접시 세 개를 힘겹게 들고 있었고, 킬라는 레카의 제안대로 이마에 기를라다를 착용한 채, 손에는 하얀 지팡이를 들고 있었습니다.
그 지팡이는 매우 밝은 색의 나무로 만들어졌으며, 거의 완벽한 직선 형태였습니다. 성인 남성 키만큼이나 길었고, 끝부분에는 여러 개의 가지가 엉켜서 마치 자연적으로 형성된 새장 같은 모양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무언가가 들어 있었습니다.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설명하기 어려웠지만, 놀랍게도 햇빛 아래에서도 선명하게 빛나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형태는 어디선가 흘러나와 다시 사라지는 작고 투명한 작은 폭포처럼 보였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밝고 맑은 빛이 뿜어져 나왔습니다.
"이게 바로 제 지팡이예요." 킬라가 말했습니다.
"어두운 길이나 창고에서 아주 유용해요. 그리고, 만약 비상시에는 이걸로 위험에서 나를 보호할 수 있지요."
레카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팡이를 좀 더 가까이 관찰했습니다. 하지만 직접 손을 대지는 않았습니다.
"손가락으로 지팡이를 일정한 방식으로 문질러야 하는 거지?" 레카가 조용히 말했습니다.
"그러면 빛이 켜지고, 또 다른 움직임으로 빛을 끌 수 있지. 그런데 항상 마지막에는 뭔가 안개 같은 잔여물이 남아 있지 않니?"
"당신이 이 지팡이를 제대로 본 적이 없다고 생각했어요." 킬라가 말했습니다.
"제대로 본 적은 없었지." 레카는 살짝 당황한 듯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그래, 사실 이 지팡이를 너희 어머니 손에서 한두 번 본 적이 있을 뿐이야. 그때 내가 알았더라면..."
레카는 스스로 말을 멈추었습니다.
"내가 한번 들어봐도 될까?" 그녀가 물었습니다.
그러나 곧 고개를 저으며 말을 덧붙였습니다.
"아니야, 그냥 네가 계속 들고 있어. 나는 이걸 손에 쥘 자격을 갖추지 않았으니."
레카는 킬라가 들고 있는 지팡이를 손끝으로 가볍게 만졌습니다. 그리고는 빠르고 복잡한 손짓으로 지팡이 위를 쓸어내렸습니다. 그러나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녀는 다시 시도했지만, 이번에도 아무 변화가 없었습니다. 레카는 한참 동안 깊이 생각한 후 세 번째 시도를 했습니다. 그러자, 빛이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마치 흐르는 물 같았던 형체가 서서히 사라졌고, 그 자리에 희미한 안개가 남았습니다. 그 안개는 지팡이 끝부분에 있는 갈라진 나뭇가지들 사이에서 조용히 머물러 있었습니다. 아마도 대충 본 사람이었다면 거의 알아채지 못했을 것입니다.
"지팡이를 빛나게 하면, 물의 정령도 항상 네 곁으로 다가오는 거니?" 레카가 물었습니다.
실제로 지금까지 강가 근처에서 조용히 머물러 있던 바라가 조용히 지팡이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녀는 지팡이의 빛이 완전히 사라지자 그 자리에서 멈춰 섰습니다. 킬라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내 생각엔, 너의 조상 중 한 명이 정말 흥미로운 삶을 살았던 것 같구나." 레카가 말을 이었습니다.
"이건 분명 단바르(Danwar)식 물의 마법 같아. 이곳에서, 그것도 단바르로부터 이렇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이런 마법을 보게 될 줄이야! 아마도 너의 조상 중 한 사람이 단바르에서 온 후 이곳에 정착했던 게 아닐까? 참으로 드문 일이야!"
레카는 지팡이를 다시 바라보았습니다.
"어쨌든, 이 지팡이가 바로 너희 가문이 대대로 물의 정령의 도움을 받아온 이유일지도 모르겠구나."
"그건 사실이 아니예요!"
야니스가 강한 확신에 찬 목소리로 외쳤습니다. 어린 소년 특유의 모든 걸 알고 있다는 확신이 담긴 말투였습니다.
"바라는 에토레를 사랑했기 때문에 우리 곁에 남아 있는 거예요! 에토레는 우리 증조할아버지의 할아버지였고, 그의 할아버지의 할아버지였어요!"
"그럴지도 모르지, 야니스. 그럴 수도 있어."레카가 부드럽게 말했습니다.
"둘 다 가능성이 있지. 어쩌면 두 가지 모두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겠구나. 하지만 한 원소의 정령과 인간 사이의 사랑이라니… 그건 마치 인간과 조약돌이 사랑에 빠지는 것만큼이나 희박한 가능성이야."
그러면서 그녀는 멀리 길을 바라보더니 말을 덧붙였습니다.
"그건 그렇고, 너희의 다음 손님 두 사람이 오고 있구나. 우리가 맞이해야겠어!"
실제로 두 남자가 서로 다른 방향에서 킬라의 오두막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북쪽에서 오는 남자는 긴 걸음을 내딛으며 다가오고 있었고, 그 주위에는 중간 크기의 검은 새, 아마도 까마귀일 듯한 새가 그를 맴돌고 있었습니다. 킬라의 오두막에서 그 남자의 모습이 보이는 순간, 새는 갑자기 높이 날아올라 오두막 위를 여러 차례 선회하며 주위를 자세히 살피는 듯 했습니다. 그리고 나서 까마귀는 남쪽으로 날아갔습니다.
그곳에서는 또 다른 남자가 천천히, 그리고 조금 구부정한 자세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당연히 저들이 누구인지 당신 이미 다 알고 있으시죠?"
킬라가 레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레카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습니다.
"미안하구나, 원래 더 많은 이야기를 해주려 했는데, 그 단바르식 지팡이에 정신이 팔려 버렸구나. 저 둘 중 한 사람은 자신의 출신을 감추려 하고 있고,다른 한 사람은 한때 맹세를 저버렸지만, 항상 진실만 말하는 자들보다 오히려 더 신뢰할 만한 사람이지."
"그럼, 세 번째 사람에 대해서도 무언가 들을 수 있을까요?"
킬라는 까마귀가 이제 남쪽에서 오는 남자 위를 선회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더니 그 새는 다시 북쪽으로 날아가, 같이 온 남자에게 돌아갔습니다. 그리고는 그 남자의 어깨에 가볍게 내려앉았습니다.
킬라는 저 까마귀가 그의 귀에 무언가 속삭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곧 스스로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그때, 레카가 말했습니다.
"세 번째 사람은 이곳에서 찾을 수 없는 것을 찾고 있고, 정작 발견한 것은 자신이 쓸 줄 모르는 것이란다."
까마귀와 함께 있던 남자는 강변 길을 벗어나,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 쪽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는 아마도 이제 막 스무 살을 넘긴 듯 보였습니다. 그의 얼굴은 부드럽게 곱슬거리는 붉은 머리칼과 짧게 다듬어진 수염으로 감싸여 있었습니다. 그는 갈색과 초록색 줄무늬의 튜닉을 입고 있었고, 어깨에는 가죽으로 만든 구겔(머리와 어깨를 덮는 의복)을 두르고 있었으며, 후드는 뒤로 젖혀져 있었습니다. 그의 의상은 몸에 딱 맞는 초록색 타이즈와 가죽 부츠로 완성되었습니다. 허리띠에는 칼과 뿔나팔이 달려 있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그는 정중하게 인사하며 가볍게 몸을 숙였지만, 그 눈은 절대 주변 사람들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제 이름은 펜이라고 합니다. 추적을 업으로 삼고 있소. 혹시 괜찮다면 여기서 시원한 물 한 잔 마시며 잠시 쉬어가도 되겠습니까?"
킬라는 레카를 바라보았습니다. 분명히 레카가 대화를 주도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레카는 오히려 킬라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환영합니다." 킬라는 손님에게 말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지친 여행자에게 줄 수 있는 게 물만 있지 않아요. 아, 물에 관한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킬라는 야니스에게 돌아서서 말했습니다.
"생선 수프를 큰 냄비에 옮기고, 물을 좀 더 부어 줄래. 그리고 작은 선반에 있는 다진 파와 야생 파슬리를 조금 넣어 주렴."
야니스는 마치 항상 재미있을 때만 나를 보낸다 라고 말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아무런 불평도 하지 않고 오두막으로 들어갔습니다.
작자 : 피터 구스타프 바르흐샤트
※ 한국어판의 용어를 기준으로 사용하였으나, 일부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의역이 상당수 포함되었습니다. 특정 명칭등은 차후 수정될 수도 있습니다.
원문: https://legenden-von-andor.de/die_hueterin_und_die_hex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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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안도르 이야기㉟ - 수호자와 마녀 I - 「킬라의 이야기」
후: 안도르 이야기㊲ - 수호자와 마녀 III - 「킬라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