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르 이야기㉖ - 까마귀의 선택 VI - 「펜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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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18:42

까마귀의 선택 VI

그렇게 펜은 아버지 그리고, 약혼자와의 관계를 완전히 끝내는 날을 맞이했습니다. 그는 반과 나데르를 소의 수레에 올라타도록 도왔습니다. 두 남자의 칼은 수레 뒤로 던졌지만, 아버지의 칼은 그가 지니고 있었습니다.

“우린 돌아올 거다,” 나데르가 위협적으로 말했지만 반은 고집스럽게 침묵을 지켰습니다.

“그 후는 어떻게 되는 거죠…?” 펜이 말했습니다.

“복수, 피, 살인… 세상에는 그런 것이 너무 많아요. 당신들은 최대한 빨리 나르네 강을 건너 초원으로 돌아가야 할 겁니다. 아마도 이 젊은 아가씨,” 그는 땅바닥에 묶여 있는 네야를 가리켰습니다.

“오늘 있었던 일을 금방 퍼뜨릴 테니까요.”

실제로 두 남자는 더 이상 위협하지 않고 그대로 떠났습니다. 펜은 다음에 도착하는 마을에서 그들이 상처를 치료받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현명하다면, 안도르 왕국과 최대한 멀리 떨어지기 위해 서둘러 떠날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수레가 시야에서 사라지자 펜은 네야에게 다가갔습니다. 그는 반항하는 그녀의 두 엄지손가락을 등 뒤로 묶어두었습니다. 이로 인해 네야가 고통을 느끼지는 않겠지만, 다른 짓을 못하게 막는 데는 충분했습니다. 펜은 그녀의 입을 막고 있던 재갈을 풀어준 뒤 몇 걸음 뒤로 물러났습니다.

그 사이, 모라르는 숲 바닥에 웅크리고 앉아 두 사람의 행동을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재갈이 막아왔던 모든 말들이 이제 네야의 입에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나왔습니다. 처음엔 비난으로 시작된 말들이 점차 욕설로, 그리고 욕설은 결국 위협으로 이어졌습니다.

“내가 네 목숨을 구했다는 걸 알고는 있는 거야?” 펜이 네야가 숨을 고르는 동안 한 번 물었습니다. 하지만 네야는 전혀 모르는 듯했습니다.

“내가 왕에게 직접 말할 거야. 네가 야만인들의 첩자라고! 네가 참수당할 때 내가 그 옆에서 웃으면서 지켜 볼거야. 그래, 크게 웃어줄거라고!” 네야가 으르렁대듯 말했습니다. 그러더니 당당하게 고개를 뒤로 젖혔습니다. 그녀의 금발 머리카락이 햇빛 아래 반짝였고, 부드러운 미풍에 흔들리며 그녀의 가느다란 목을 감쌌습니다. 그녀의 모습을 본 펜은 자신도 모르게 역시나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했습니다.

“가자, 모라르. 여기서 더 이상 머물 이유가 없어!” 네야는, 그녀의 까마귀에게 명령했습니다.

모라르는 이리저리 주저하며 이 방향 저 방향으로 몇 번 움직였습니다. 그러더니 날개를 펼쳐 펜 쪽으로 날아가 그의 어깨에 앉았습니다.

“까악!”

모라르가 결심한 듯 울었습니다.

“이게 말이 돼?” 네야가 화를 냈습니다. “저 야만인에게 날아간 이유가 뭐야?”

“사람을 알아보는 능력?” 펜은 정답을 맞추듯이 말했습니다.

네야는 당당한 걸음으로 숲속을 향했고, 뒤돌아보는 일 없이 사라졌습니다.
모라르는 펜의 어깨에서 날아올랐습니다. 펜은 까마귀가 이제라도 주인에게 돌아가려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모라르는 몇 걸음 떨어진 땅에 떨어진 무언가 반짝이는 물체를 발견하고 그것을 조사하려 한 것이었습니다.

그 물건은 나데르가 혼란스런 싸움 중에 잃어버린 신호용 뿔피리였습니다. 땅에 떨어진 채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있던 물건이었습니다. 잠시 망설이던 펜은 그것을 집어 들어 자신의 허리띠에 채웠습니다.

“이게 고작 내 새로운 삶으로 가는 여정의 장비란 말인가,” 펜이 중얼거렸습니다.

“아버지의 칼, 약혼자… 아니, 전 약혼자의 까마귀, 그리고 야만인의 뿔피리. 그래도 최소한 튜닉과 칼은 내 것이군.”

펜은 주위를 둘러보았습니다.

“이제 어디로 갈까?” 그는 자신에게 묻는 듯 말했습니다. 하지만 모라르는 몇 걸음 날아갔다가, 펜이 자신을 따라오자 만족스러운 듯 다시 그의 어깨로 돌아왔습니다.

“동쪽이라… 안될게 뭐가 있겠어? 당분간은 내 숲으로 돌아가는 건 피하는 게 낫겠지. 어쩌면 떠돌이 상인들의 호위로 일자리를 구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 이제 아버지가 안계시니 수요가 늘지도 모르겠어. 모라르, 네가 말을 못 한다는 게 아쉽구나. 말만 할 수 있으면 앞서 날아가, 다음 언덕 너머나 다음 길목에 무슨 일이 있는지 내게 알려줄 텐데.”

“잘 몰랐겠지만, 난 말할 수 있다구.” 모라르가 말했습니다.

다행히도 펜은 나무 그루터기를 발견했고, 덕분에 거기에 앉아 심호흡을 하며 말하는 까마귀 때문에 어지러워진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추적자 펜, 어린 시절의 마지막이자 새로운 모험의 시작이었습니다. 사건이 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외부 세계의 일들에 거의 영향을 받지 않고 역사를 기록하는 데만 전념하던 숲의 「수호자」들은 갑작스럽고 격렬한 폭력의 소용돌이에 휘말렸습니다. 이 소용돌이는 이후 수년간 안도르의 운명을 뒤흔들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