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릉부릉 쿼카 개발노트 #2
개발노트 #2 "첫 번째 트릭테이킹 홍길동전"
그렇게 처음 만든 트릭테이킹 ‘홍길동전’은 바다를 건너 프랑스로 향하게 되었습니다.
프랑스 퍼블리셔가 관심을 보인 이유는 크게 세 가지였습니다.
첫 번째는 테마입니다. 유럽 사람인데 어떻게 홍길동전에 관심을 가졌냐고요? 유럽에도 로빈훗이라는 의적 캐릭터가 있어, 생각보다 테마를 쉽게 이해하고 흥미를 보였습니다.
두 번째는 기믹입니다. 홍길동전의 핵심은 손가락으로 계급을 가리는 기믹입니다.
계급을 가리면 숫자만 보여 상대에게 일부 힌트만 제공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선플레이어가 진실을 말했는지, 거짓을 말했는지에 따라 트릭의 보상이 달라지고, 다른 플레이어들이 그 선택을 의심하거나 따라야 하는 상황이 재미 요소로 작용했습니다.
세 번째는 계급 간 상성 구조 때문이었습니다. 의적인 홍길동은 노비에게 약하고, 노비는 양반에게, 양반은 탐관오리에게, 그리고 가장 강한 탐관오리는 다시 홍길동에게 약한 구조였습니다. 이런 방식으로 계급 간 고리가 이어지도록 설계함으로써, 스컬킹의 ‘제일 강한 카드의 카운터’ 구조를 참고하면서도 동시에 권선징악이라는 메시지를 담고자 했습니다.
특히 트릭테이킹 장르는 카드 분배에 따라 초반부터 승패가 기울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높은 숫자 카드가 한쪽에 쏠릴 경우, 플레이 내내 카드가 일방적으로 빠지는 상황이 자주 발생합니다. 그래서 많은 트릭테이킹 게임에서는 카드 교환 시스템을 넣거나, 낮은 숫자에 특수 능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이를 보완하곤 합니다.
저희는 스컬킹의 계급 구조를 모티브로 단순히 높은 숫자를 내서 이기는 방식이 아닌, 트릭을 피하거나 넘기는 전략을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가운데에 곳간과 헛간 카드를 넣어 트릭마다 점수가 다르도록 설계해서, 안 좋은 손패를 활용해서 상대에게 트릭을 넘겨 폭탄을 먹이도록 유도하는 ‘폭탄 돌리기’ 방식으로 흐름을 설계했습니다. 특히 노비 카드는 많이 먹을 경우 무조건 탈락하는 ‘폭탄’ 같은 존재로 설정했습니다.
이후로 프랑스 퍼블리셔와는 꾸준히 연락을 주고받았고, 어느 날 세계적인 작가와 함께 테스트를 해보겠다며 시간을 조금 더 달라고 요청해왔습니다. 그렇게 몇 개월이 지나고, 드디어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게임은 재미있었습니다. 다만 유럽 사람들은 손이 커서 손가락으로 가리는 기믹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습니다. 또한 가장 강력해야 할 탐관오리 카드가 홍길동 카드 여러 장에 의해 자주 패배하는 구조가 되어버려, 밸런스 측면에서도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로서는 계약이 어렵고, 개선이 필요해 보입니다.”
완곡하지만, 분명한 거절의 메시지였습니다.
이후로는 실망감과 다른 게임 개발에 집중하느라 홍길동전은 한동안 창고에 넣어둔 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러다 신작 회의를 준비하던 중 다시 꺼내보게 되었고, 이전 피드백 중 가장 핵심이었던 ‘손가락 기믹’의 한계를 떠올리며, 이를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지 오랜 시간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지갑에 티켓을 넣는 방식이 떠올랐습니다!
이 아이디어를 팀원들에게 제안했지만 “한국에서는 트릭테이킹이 잘 안 먹힌다”는 이유로 반대가 있었습니다. 유럽이나 일본에 비해 한국에서는 트릭테이킹 장르의 인지도나 이해도가 높지 않기 때문에, 당시 팀원들이 이 장르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고집을 부려가며 "한국인도 쉽게 즐길 수 있는 트릭테이킹을 만들어보자"고 팀원들을 설득했습니다. 트릭테이킹 장르가 어려운 이유는 앞사람이 낸 색상의 카드를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머스트 팔로우(Must Follow)’ 규칙 때문입니다. 처음 하는 사람들은 이를 종종 잊어버리거나, 심지어 일부러 다른 색을 내는 경우도 있어 게임이 매끄럽게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머스트 팔로우 규칙을 과감하게 제거해 보았습니다. 목표는 트릭테이킹을 잘 모르는 한국인도 어렵지 않게 플레이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게임을 테스트 플레이했는데, 결과는... "이건 트릭테이킹이 아니다." 순간 어안이 벙벙했습니다.
3편에서 이어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