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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의 시대] 제작 후기

1,303 조회
2025.04.17 02:26
18
6

[ 공모전 참가 게시물 살펴보기 ]

 

안녕하세요.

2월부터 장장 2개월간 진행되었던 PNP 공모전이 어느새 테스트 기간을 거쳐 홍보 단계에 접어들었습니다.
완성작 제출까지 달려오신 22개 참가작 모든 분들,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작품을 제출하고 잠시 숨을 돌리려던 참에, 오늘 7월 보드게임콘 작가존 모집 공고가 올라왔네요.
쉴 틈은 없지만, 항상 새로운 기회의 장이 열려 있다는 게 감사하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입니다.

아직 PNP 공모전은 심사 후 결과 발표까지 약 한 달 반 정도 남아있지만, 작가존에 출품할 작품에 집중하겠다는 의미로 이 시점에서 미리 후기를 남겨봅니다.

 

1. 공모전 참여 취지
이번 공모전에는 “2장의 제한을 가진 PNP 게임으로, 최대한 전략적인 게임을 만들어보자” 는 취지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PNP 게임이라고 하면 간단하고 가벼운 느낌을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꽤 전략적이고 난이도 있는 PNP 게임들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테라포밍 마스의 PNP 버전인 타이니 포밍 마스, 2023년 긱 어워드에 선정된 웨이포인트 같은 작품들이 그렇죠.
저도 그런 깊이를 가진 PNP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었습니다. 결과적으로는 욕심을 주체하지 못해서 생각보다 더 무거운 게임이 되어버렸지만요. 그래도 만드는 과정 자체는 정말 즐거웠습니다.

 

2. 게임 디자인에 영향을 준 두 작품
이번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게임이 두개 있습니다. 바로 Behold: Rome과 오를레앙 – 잔다르크입니다.


Behold:Rome은 18장으로 하는 한시간짜리 1인용 문명 게임입니다.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bulemarble&no=514925

위 부갤의 소개글을 보고 접하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문명 게임을 좋아하기도 하고 어떤 매커니즘을 가지고 그런 게임을 만들어냈을까 궁금해서 PNP아케이드에서 구매하고 매뉴얼을 읽어보았죠. 구성품의 제약과 또한 이걸 한손으로 들고서만 플레이가 가능한 제약을 걸어놓고 한시간이 넘는 깊은 게임을 만들어낸 것에 대해 감탄했습니다. 
카드게임과 롤앤라이트는 결이 달라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부분은 없지만 PNP는 가벼운 게임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시켜준 게임이었습니다.
 



오를레앙-잔다르크는 백빌딩 게임인 오를레앙의 롤 앤 라이트 버전으로, 백빌딩이라는 오를레앙 고유의 재미를 간소화하면서도 잘 살린 게임입니다. 
기존 게임들이 롤 앤 라이트 버전으로 재출시 되기도 하는데 롤 앤 라이트로 변경되면서 많은 요소를 축약시키거나 제거시키는 등 게임성의 희생이 요구되기 때문에 기존 게임의 하위 호환이거나 아니면 이름만 빌린 다른 게임의 느낌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손님의 요소가 사라져버린 그오호 롤앤라 라던가 아예 다른 게임이 되어버린 트루아 롤앤라 라던가... 
하지만 오를레앙-잔다르크는 드래프팅 방식으로 전환하면서도, 각 직업의 원형을 유지했고, 자원 빙고와 자금 빙고 같은 새 시스템을 넣어 머리를 쓰는 맛도 그대로 살렸습니다. 그리고 각자 개인판을 가지고 플레이 하지만 다른 플레이어가 먼저 길드를 선점하면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X자를 표시해서 해당 자리를 사용할 수 없는 공용지도 시스템도 인상 깊었습니다.
자원 빙고 시스템과 개인판에 들어있는 공용 지도 시스템이 마음에 들어서 이번 참가작에 차용하게 되었습니다.

 

3. '개척의 시대'의 시작
사실 '개척의 시대'도 원본이 따로 있는 게임입니다.





'크래쉬 오브 마나(가제)'라는 4개의 마나 자원을 가지고 영토 싸움을 하는 4X게임을 만들고 있었는데 오를레앙 잔다르크를 플레이하고 나니, 이 미완성 게임을 롤 앤 라이트 버전으로 간소화시켜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마침 공모전이 열리던 시점이라, 이를 계기로 제작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4. 4X에서 3X
4X 게임은 흔히 Exploration(탐험), Expansion(확장), Exploitation(개발), Extermination(섬멸)의 네 가지 요소를 말합니다.
개척의 시대의 원형이었던 ‘크래쉬 오브 마나’에는 상대 영토를 빼앗는 섬멸(eXtermination) 요소가 포함되어 있었는데,
롤 앤 라이트로 바꾸면서 펜으로 기록한 영역을 다시 지우는 게 너무 지저분해져서, 어쩔 수 없이 침공 요소는 뺐습니다.
그래서 처음엔 4X가 아닌 3X라는 문구를 홍보에 사용하게 되었죠.

 

5. 사실 탐험도 없지 않나…?
생각해보면, 탐험하면서 미지의 보상을 얻는 요소가 있어야 Exploration이라 할 수 있는데, 개척의 시대에서는 맵의 모든 보상이 사전에 공개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확장’은 있어도 ‘탐험’은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이걸 뒤늦게 자각했지만, ‘2X’라고 바꾸기에는 게임이 뭔가 다운그레이드된 느낌이 들어 그냥 3X로 유지했습니다.

 

6. 개척의 중요성
타이틀에서도 알 수 있듯, 개척 액션이 전체 게임에서 가장 중심적인 역할을 하도록 설계했습니다. 개척은 즉각적인 보상도 주고, 종료 시 영토 점수도 높은 편입니다. 심지어 동점일 경우도 영토 점수에 우선권이 주어지죠.
이는 엔진빌딩만 하는 벽게임이 되지 않게 하려는 의도였고, 영토 싸움, 자리 다툼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습니다. 
물론 산을 타고 연속 개척하는 게 강력한 액션이긴 하지만, 산 간의 거리가 멀어서 파워의 한계가 생기고, 주사위 견제로 독주를 막을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로 독주가 나더라도 다른 루트를 잘 밟으면 격차를 좁힐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뒀죠. 다만, 그런 상황을 지켜보는 플레이어 입장에서 허탈감을 느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했습니다. 
그래서 최종 버전에서는 각 지형별 보너스에 각 지형마다 3회 한계라는 제약을 두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척은 여전히 매력적인 액션으로 남아 있습니다.

 

7. 밸런스 테스트의 기준
개척의 시대는 최대 4인 플레이가 가능한 게임이지만, 저조차도 4인 플레이를 자주 돌리기는 어려웠습니다. 
지인들과 몇 차례 테플을 하긴 했지만, 같은 게임을 자주 요청드리기엔 부담이 있었고, 결국 4인플은 10회 미만 정도밖에 플레이 할수 없었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밸런스는 좌뇌·우뇌 플레이나 1인 솔플 테스트를 통해 조정되었습니다.

 

8. 솔플 vs 다인플
솔로 플레이에서는 오토마가 주사위 견제를 하긴 하지만, 정해진 규칙이 있어 예측 가능하기 때문에 원하는 루트를 설계하기 더 쉬운 편입니다. 
반면 다인플에서는 상대의 선택을 예측하기 어려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 다인플에서는 100점 근처에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았고, 한 번 정도 120점대가 나온 적이 있었습니다.
솔플에서는 이보다 30점 정도 더 높은 점수가 나오는 경우도 많았고, 이런 점수를 기준으로 솔로 모드의 호칭 조건을 높게 책정했습니다.

 

9. 명성 액션의 효율성
가장 효율적인 액션은 개척이지만, 명성 액션도 자원 소모 대비 점수 효율이 높은 편입니다.
개척은 거리가 멀어질수록 파워 소모가 많아져서 “파워 1 = 점수 1” 비율이 잘 안 나오지만,
명성은 파워를 소모한 만큼 직접 점수로 환산되며, 명성 트랙 수치가 높으면 소모한 파워 대비 2배 이상 점수를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명성은 직접 점수만 주고 엔진빌딩에는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는 잘 선택되지 않는 액션이기도 합니다.

 

10. 명성 올인 플레이
각 액션의 밸런스를 보기 위해 솔플 중에 단일 액션 집중 플레이를 해봤습니다.



위 사진은 분홍색 주사위만 집어 들며 명성에만 올인한 플레이 결과입니다.
다른 높은 파워 주사위가 남아 있어도 일부러 분홍색만 선택하면서 과연 몇 점까지 가능할까 실험해본 플레이였는데 117점이 나왔습니다.

결론으로 명성 올인도 개척 위주의 플레이 못지않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1. 명성 중심 + 혼합 전략



다시 명성 중심 전략으로 플레이하되, 이번엔 분홍 주사위만 집는 건 아니고, 높은 파워의 주사위가 있으면 적절히 가져가면서
개척을 제외한 나머지 요소도 함께 챙겼습니다. 
결과적으로 명성 올인보다 약 20점 정도 더 높은 점수가 나왔습니다.
역시 국가를 운영하려면 하나에 올인하기보다는 균형 있는 발전이 중요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죠.

 

12. 건설 중심 전략


 

이번에는 5파워 건물을 우선 건설하고, 이걸 기반으로 각 액션의 파워를 높이는 건설 위주의 전략을 시도해봤습니다.
5파워 건물의 빙고 보너스(명성 +3) 덕분에 명성 액션의 효율도 올라가 결과적으로 명성 올인 못지않은 별점수를 획득할 수 있었습니다.

 

13. 우리 국가의 과학력은 세계 제일!



이번에는 모든 기술을 획득할 수 있는지 실험해보았습니다. 건설은 연구를 보조할 수 있는 건물 위주로 설계했고,
전문가 액션도 연구 건물 사용으로 맞췄습니다. 결과적으로 모든 기술을 전부 획득했고, 최종 테스트 기준으로 최고 점수도 갱신했습니다. 역시 강한 국력은 높은 기술력에서 나옵니다. 물론 다인전에서 이렇게 깔끔하게 기술을 모두 가져가는 건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하겠지만요.

 

14. 소수 정예 플레이



인구를 전혀 늘리지 않고도 고득점을 할 수 있을까? 라는 궁금증에 인구 증가를 의도적으로 하지 않는 전략도 테스트해보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액션 횟수가 적었음에도 불구하고 120점이라는 꽤 만족스러운 점수가 나왔습니다. 중간에 인구를 늘렸다면 더 높은 점수도 가능했을 거라 생각됩니다.

 

15. 비대칭 능력의 아쉬움
문명 전략 게임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 중 하나가 비대칭 국가 능력인데, 이번 게임은 2장의 한계 안에 이미 많은 요소를 꽉 채워넣은 상태라, 비대칭 능력은 넣을 수 없었습니다. 이미 구상한 내용들이 있는데 공모전이 끝나면 비대칭 능력을 추가해 볼 생각입니다.

 

16. 마무리하며
이 게임은 2장의 제약속에서 문명 게임의 맛, 롤 앤 라이트의 전략성, 자원 관리의 묘미를 다 넣어보려고 했던 시도였습니다.
공모전 결과와는 별개로 지금까지의 테스트 과정과 제작 과정 자체가 제게는 즐겁고 값진 경험이었습니다.
 

그럼 장문의 후기를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모두 즐거운 보드게임 생활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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