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게으름이 큰 탓에 두달에 한번 게임 후기 남기면서 이마저도 늦어 버리는 무아지녕입니다.
BG Stats을 사용하여 지난 두 달의 플레이를 살펴보고, 개인적인 웨이트 기준에 맞춰 기억에 남는 몇 가지 게임들을 뽑아보겠습니다.
[2025. 03. 01 - 2025. 04. 30]
- 전체 플레이 횟수: 58 회
- 플레이 한 게임: 35 개
- 플레이 한 보유 게임: 11 개
- 새로 플레이한 게임: 19 개
<최다 플레이>
[세티: 외계 지성체를 찾아서] 웨이트 3.77 / 1-4 인
이번 기간 동안 가장 많이 플레이 한 게임은 세티입니다.
4월 5일에 페스타에서 구매했으니 기록 기간 중 절반도 안 되는 기간 임에도 7회로 당당히 최다 플레이 기록을 세웠습니다.
세티를 가장 처음에 플레이 했을 때, 처음 외계종을 만나던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태양계 보드에 튀어나온 부분을 보고 "얘는 왜 튀어나와 있을까? 잡고 돌리라는 건가?"라는 농담을 하면서 게임을 하고 있었는데
첫번째 외계종이 등장하면서 태양계에 오우무아무아 타일이 딱 꽂히는 순간의 그 설렘과 짜릿함은 잊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초플을 해본 이후 모든 외계종을 다 만나보고 싶다는 마음에 꾸준히 돌리게 되면서 자연스레 최다 플레이를 기록하게 된 것 같습니다.
매 판 달라지는 태양계, 기술타일, 업적 그리고 외계종 덕분에 해도 해도 질리지가 않습니다.
바로 어제도 또 한판을 돌렸는데 대체 언제 질릴까 싶습니다.
시작 수입은 뭐가 좋을까? 1라운드 오프닝은 어떻게 해야할까? 고득점을 위해선 어떤 운영을 해야할까? 등
게임을 잘하기 위해 여러 고민들을 해봤고 이런 저런 시도들을 해봤지만 제가 내린 결론은 너무 당연하게도
"그때 그때 다르다."입니다. 그리고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세티의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습니다.
무조건 크레딧 수입 시작이 최고라고 생각했지만 개인 최고 점수를 기록 했을 때는 시작 수입으로 카드를 선택했고
1라운드에 수입을 최대한 많이 꽂는게 좋은지 외계종의 흔적을 빠르게 찾는게 좋은지 아직까지도 모르겠습니다.
티타니아/트리톤에 착륙하는 게 무조건 1등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고 스캔 행동의 효율이 좋은지 나쁜지도 모르겠습니다.
같은 행동, 같은 카드라도 매 판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서 밸류가 달라지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고 덕분에 몇 판을 하든지 질리지가 않습니다.
어느새 세티는 제 최애 게임이 되어버린 듯 합니다.
<파티/마피아>
[플립 7] 웨이트 1.09 / 3-99 인
플립 세븐은 아주 쉽고 간단하고 짜릿한 게임입니다.
이런 저런 푸시유어럭 게임을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담백한 룰만으로도 이정도의 재미가 뽑힐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이 게임을 처음 접한 것은 아레나에서 생면부지의 외국인들과 플레이 해본 것이었습니다.
짧은 영어 실력임에도 액션 카드가 나왔을 때 서로 자기에게 쓰지 말아달라고 말하는 모습이나 남이 버스트 됐을 때 LOOOOOOOOOL 하며 비웃는 모습을 보면서
"아 이거 오프라인에서 하면 무조건 더 재밌겠다!" 하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당시에는 해외판도 판매처가 없다는 이야기를 본 것 같아서 팝콘 게임즈의 공카드를 가지고 직접 숫자를 적으며 카드를 만들었습니다.
직접 그린 카드들이라 버스트 됐을 때 더 킹받는 것 같기도 하고 실물로 하니 확실히 더 재밌고 짜릿하더라구요.
물론 지금은 해외판을 구해서 즐기시는 분들도 많으시지만 안 해보신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번쯤은 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단순한 게임에서 나오는 뻔한 재미지만 꽤나 강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초급 게임 W: 1.51~2.40>
[7 원더스 듀얼] 웨이트 2.22 / 2 인
명성이 자자한 세듀를 드디어 플레이 해보게 되었습니다.
판테온 확장까지 포함해서 처음 해봤는데 왜 유명한지 단번에 알 것 같았습니다.
사실 처음 룰북만 읽었을 때는 돌아가면서 카드 골라가는게 끝인데 그렇게 재미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지금 선택하는 이 카드가 빌드업을 위한 초석이 될 수도, 상대를 향한 공격이 될 수도, 방어적인 견제가 될 수도 있는 것이 매 순간 순간이 중요한 승부처인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이 게임에는 승리 조건이 세가지나 있기 때문에 한 순간이라도 긴장을 늦췄다가는 승리의 저울이 급하게 기울 수 있습니다.
때문에 상대가 어떤 불가사의가 있고 어떤 카드와 자원들이 있는지 유심히 지켜보면서 상대의 의도와 니즈를 파악해야 하는 것이 아주 중요했습니다.
내가 원하는 카드를 가져오기 위해 또는 상대가 카드를 뒤집게 하기 위해 기를 쓰고 턴을 조절하는 것이 아주 재밌었습니다.
판테온 확장을 추가함으로써 등장한 신 카드 역시 배치부터 구매까지 치열한 눈치싸움이 이어졌고 왜 판테온 확장을 추천하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역시 유명한 게임들은 그 게임만의 매력이 있다는 것을 느꼈고 그것이 저와 잘 맞아서 기분이 좋았습니다.
<중급 게임 W: 2.41~3.30>
[에버델 완전판] 웨이트 2.82 / 1-4 인
저랑 짝꿍이 가지고 있는 게임 중 가장 큰 박스를 자랑하는 에버델 완전판입니다.
게임 박스의 크기와 세팅의 압박 때문에 어디 가지고 나가기도 어렵고 확장도 많아서 쉽게 돌릴 엄두가 나지 않더라고요.
그래도 좋은 기회가 찾아와서 돌려봤는데 역시 예쁘고 귀엽고 재미있었습니다.
다양한 확장이 함께 포함되어 있지만 평이 좋은 첨탑의 산마루와 종축제만 끼고 돌려봤습니다.
우선 종축제는 기본판의 틀을 크게 바꾸지 않는 선에서 자연스럽게 볼륨을 추가해주는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첨탑의 산마루는 크게 세 가지 정도의 변화를 가져다 주는데요.
먼저, 계절 별로 소소한 제약이 생깁니다.
어떤 행동이 불가능해 지거나 어떤 행동을 할때 추가 비용이 들거나 등등 큰 제약은 아니었지만 집 밖에 나가려는데 가랑비가 내리는 정도의 가벼운 불편함이 추가 됩니다.
둘째로, 여정이 추가 됩니다. 토끼 미플 하나를 데리고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지도를 이어 붙여 여정 계획을 세우게 되는데요.
이를 통해서 게임 종료 후 추가 점수를 얻을 수 있는 마치 막판 뒤집기 같은 찬스가 주어집니다.
마지막으로, 계절이 바뀔 때 마다 어떤 능력이나 효과를 얻는 카드를 선택하게 되는데요. 저는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카드를 세장을 열고 그 중 마음에 드는 한장을 선택하면 됩니다.
저는 이게 마치 롤토체스에서 증강을 고르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카드 세장을 오픈할 때의 설렘과 해당 카드로 얻은 효과로 스노우볼 굴리기가 아주 취향 저격이었습니다.
카드 세장이 오픈되는 것은 랜덤이면서 오픈 되는 순서에 따라서 비용이 차등 적용 된다는 점이 약간의 운빨을 요구하지만 이정도는 큰 문제가 되진 않았습니다.
이 카드로부터 엄청난 능력을 가진 대형 동물 친구 일꾼을 얻기도 하고 큰 혜택을 주는 개방 건물을 가진 것처럼 되기도 하고 잘 고르면 아주 강력한 카드들이 있어서 아주 신중하게 고르는 것이 좋겠습니다.
다음에는 다른 여러 확장들도 껴서 해보고 싶은 마음도 크지만 첨탑의 산마루도 꼭 넣고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급 게임 W: 3.31 이상>
[가이아 프로젝트] 웨이트 4.40 / 1-4 인
너무나도 유명하고 인기가 많은 가이아 프로젝트입니다.
제 게임은 아니고 모임장 형의 게임이라 자주 하기 어려워 이번이 두번째 판이었습니다.
처음 했을 땐 확장이 나오기 전이었는데 잃어버린 함대 확장이 나온 뒤로 엄청 해보고 싶었지만 매번 모임 일정과 엇갈려 드디어 플레이 해보게 되었습니다.
게임 시작 전 랜덤으로 정해진 네 종족을 두고 비딩을 진행하였습니다.
이름은 잘 모르겠으나 테란, 연구 많이하는 로봇같은 종족, 매 라운드 능력이 바뀌는 종족, 저그처럼 영역을 계속해서 이어 붙이는 종족 이렇게 있었는데요.
가이아에 대한 숙련도가 없다보니 뭐가 좋을지 안 좋을지 잘 모르는 상태라 어떤 종족이든 점수 까먹지 말고 열심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전체 0점 비딩을 했고 그렇게 테란 종족으로 플레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상한 홍대병 비스무리한게 있어서 게임의 주인공격 되는 종족은 선호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0점 비딩 했으니 달게 받아야지요 ㅠ
그렇게 게임을 해봤는데 종족에 대한 불만은 어느새 잊어버리고 역시 재미있게 플레이 했습니다.
4점대의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룰마 형이 게임을 잘 이끌어줘서 큰 어려움 없이 잘 즐겼습니다.
비록 아쉽게 2등을 했지만 덕분에 다음에 또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겼습니다.
잃어버린 함대 확장 덕분에 고민해야할게 더 많아진 것 같습니다.
여러 함선에 들어가서 보상을 쏙쏙 받았어야 했는데 항해술은 형편없는 수준이어서 한 곳 밖에 못 들어가버렸고
새로운 행성이 두개 생겼는데 그것들도 잘 이용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운 점이 많이 남았습니다.
다음에 가이아를 할 때는 고인물들 사이에 껴서 비딩도 적극적으로 해보고 치열한 영역 다툼, 행성 선점 눈치싸움, 파워 상부상조 등등 더욱 깊은 재미를 느껴보고 싶네요!!
게임이 너무 유명하고 고인물들도 많은 것에 비해 가이아를 잘 모르는 터라 설명 보단 소감에 집중해봤습니다.
결론 가이아는 갓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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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며, 아쉽게 후기를 기록하진 못했지만 제 첫 전략 게임이자 저의 첫번째 최애 게임이었던 파워그리드를 이번 기간 중에 드디어 6인으로 돌려봤습니다.
파워그리드 6인으로 해보기가 보드게임 인생의 소소한 버킷리스트였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습니다.
비록 최애 게임의 자리는 아크노바에게 넘겨주었다가 지금은 세티가 그 자리를 뺏어가고 있지만 여전히 제 맘속의 TOP3 게임입니다!
세티가 나온 뒤로 세티를 너무 많이 돌려서 모임에서 세티 중독자라 불리고 있습니다.
세티 때문에 더욱 다양한 게임을 많이 못해본 건 아쉽지만 그래도 매판이 너무 재미있었기 때문에 후회는 없다~~~
남은 5~6월도 열심히 게임을 하면서 보드게임 경험치를 차곡차곡 쌓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