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이주일째 잠을 별로 이루지 못해
오늘은 슬쩍 침대에 일찍 누워
은근히 잠에 들어버릴까 하다가도
폰 화면 속에 혼을 빼앗겨 버리는 일을
그만두지 못하다 결국 그만 갖고 팠던
보드게임 중고 매물이 눈에 들어와
판매자분과 카톡을 주거니 받거니 하다
벌떡 일어나, 이 야밤 차키를 챙기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 한 시간 차를 달려
정신을 차려보니 경기도 어딘가.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낯선 동네의 차가운 밤 공기를
폐 속 깊숙히 들이 마시고 있었습니다.
주말의 끝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적막함을
텅 빈 도로와 골목에서 느낄 수 있었죠.
늘상 집에 있을 시간에
낯선 곳에서 낯선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그 생경함에서 전해져오는 그 무엇으로부터,
잊고 있었던 현실적인 감각이 느껴졌습니다.
오랫만에 감각이자, 감정이었습니다.
먼 남쪽과 먼 북쪽을 이어주는 이 전철역 앞에는
막차로 보이는 버스가 몇 안되는 승객들을
태우고, 다음 전철에서 내릴 손님까지만 태우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고, 승객들은 모두들 작은 화면 속을
들여다 보며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그 버스 앞으로는 남쪽으로 곧게 뻗은 작은 도로가
몇 개의 가로등 몇 개 너머로 어둠 속으로 사라져 가고 있었습니다.
얼마 전 거닐었던 아컴의 그 거리처럼.
주변을 조금 살펴보고
역 안으로 보이는 선로와 플랫폼을
조금 살펴보며 기웃거리다 판매자분을 만나
제품을 함께 살펴 보고
돈을 드리고 잠시 서서 보드게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몇년에 한번씩 중고거래를 하곤 하는데
그때마다 나누는 스몰 토크의 시간은
참 감질맛이 납니다.
낯선 곳에서 만나는
낯선 사람.
처음 만났지만
나름 깊은 공통의 관심사로
조금만 이야기를 나눠도
공감대가 형성되고
소소한 미소를 나눌 수 있는 시간.
먼 발치에 보이는 편의점에서
따뜻한 커피라도 마시며
더 이야기 할 껄 그랬나 싶지만
너무 내 생각만 하는 건 아닌지 싶어
차 안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판매자분의 뒷모습을 보며
차에 시동을 걸었습니다.
조금 쌀쌀하지만 차창을 열어
그곳의 밤 공기를 가득 싣고서
떠났습니다.
돌아오는 길은 조금 여유를 갖고
천천히 되돌아 왔는데
한껏 으쓱한 공단 지역을 지나
조금 익숙한 대로로 접어 들어
유유히 차를 몰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밤 운전을 할 때면 듣곤 하는
노래를 들으며
